[지지대] 70만원 선 무너진 중산층 여윳돈

중산층에 대한 명쾌한 기준은 딱히 없다. 나라별로 제각각이고 시대별로 차이가 나서다. 사전적 의미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에 위치한 중간 정도 수입을 거두는 집단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사회적 요소도 반영된다. 쉽게 말해 의식주가 안정적이고 최소한의 여유 자산을 갖춘 그룹이다. 사회학적으로 중산층 개념은 ‘체감 중산층’이라 부른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높아지면 상류층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 흔히 소득 상위 40~60% 가구를 가리킨다. 지난해 4분기 중산층 흑자액이 1년 전보다 8만8천원 줄어든 65만8천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자료다. 2019년 4분기(65만3천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다. 70만원을 밑돈 것도 5년 만에 처음이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 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 지출을 뺀 금액이다. 이른바 여윳돈이다. 중산층의 여윳돈은 4년 전만 해도 90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줄고 있다. 2023년 2분기와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고 8개 분기 모두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는 3개 분기 내내 감소폭도 커졌다. 전체 가구 평균 흑자액이 최근 2개 분기 연속 늘며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건·교통·교육비 분야 소비지출과 이자 및 취득·등록세 등 비소비지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자 비용은 1.2% 늘어난 10만8천원이었다. 4개 분기 만에 늘면서 다시 10만원을 넘었다.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득·등록세가 증가하면서 비경상조세(5만5천원)가 5배 가까이(491.8%) 늘어난 점도 여윳돈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교육비(14만5천원) 지출은 13.2% 증가했다. 모름지기 중산층은 우리 사회의 허리다. 중산층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 앞으로 내수는 물론이고 경제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경제 당국의 혜안이 시급하다.

[지지대] 라이어<liar>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제럴드 제리슨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 평균 8분 간격으로 200회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명의 참가자가 소형 마이크를 부착해 자연스러운 대화 상황을 관찰한 결과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의 1천명 대상 연구에서는 자기 보고식 설문을 활용해 평균 2.19회의 일일 거짓말 빈도를 도출했다. 2회든 200회든 인간과 거짓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경에선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아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살해한 뒤 모르쇠로 일관하며 진실을 회피했다. 현 시대에서 이 정도의 ‘흑색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나면 사회적 공분이 일고 거짓말쟁이 낙인이 찍힌다. 물론 상대방을 위하는 목적에서,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어서 사실을 가리기 위한 ‘백색 거짓말’도 일상에서 빈번히 이뤄진다. 거짓말은 선악을 떠나 지금도 인류와 함께하고 있다. 미국 배우 짐 캐리 주연, ‘에이스 벤츄라’ 등을 연출한 톰 새디악 감독의 코미디 영화인 ‘라이어 라이어’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어느 날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변호사의 아들이 생일 소원을 빌면서 아빠가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하자 의뢰인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진실을 폭로해 버리는 등 온갖 소동이 펼쳐진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진실게임이 거짓말로 승리하고, 진실로 패배하는 형국을 노골적으로 비꼬아 웃음을 자아낸다. 대한민국은 현재 누가 천하제일 거짓말쟁이인지 경쟁하는 서바이벌 경연장처럼 보인다. 정치인부터 연예인까지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거짓을 진실처럼 이야기하는지 속내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진실은 뒷전인 채 서로가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 바쁜, 비방으로 가득 찬 경연장이 됐다. 거짓말은 인류 역사에서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도 거짓말인 줄 알았다. 올해 4월에도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지지대] 미국의 ‘더티21’

유독 난감한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부쩍 그렇다. (한국의) 민감국가 선정과 관련해서도 시끄러운데 말이다. 이번에는 (한국도) 지저분한 나라라는 뜻의 ‘더티21’에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티21은 미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구체적으로 이 나라가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들 중 약 15%를 가리킨다. 미국은 4월2일 국가별로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겠다며 이 명칭을 사용했다. 외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촤근 “이날(4월2일)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세 명단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상호관세율은 국가별로 다를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전 세계 국가의 15%가 미국에 대한 관세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세계 국가의 15%이지만 우리 교역량의 엄청난 규모를 차지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일정량의 자국 생산을 요구하거나 미국이 수출하려는 식품이나 제품에 안전과 관련 없는 검사를 하는 등 관세 못지않게 중요한 비관세 장벽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나라로 콕 집어 지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도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는 만큼 ‘4배’의 근거를 찾기 어렵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민감국가든 더티21이든 중요한 건 그동안 피를 나눈 한미동맹이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외교에선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격언이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지지대] ‘어머니와 고등어’

하늘에서 바라보면 푸른색은 물론이고 쪽빛에 가까운 바다 빛으로 보인다. 바닷속에서 올려다보면 흰 수면으로 보이는 분위기가 창백하다. 대표적 등푸른 생선인 고등어 얘기다. 서민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누가 뭐래도 국민 생선이다. 삼치, 참치 등과 같은 과에 속하는 이 녀석은 밥상에 조림이나 구이, 찌개 등으로 변형돼 잃은 입맛을 되찾게 해준다. 문어나 돔배기, 가자미 등과 같이 제수용으로도 쓰인다. 몸 길이는 40㎝가 넘는다. 10~22도의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회유성 어종이다. 세계적으로도 널리 분포한다. 치어 때는 플랑크톤을 먹고 성어는 멸치 또는 작은 물고기를 주 먹이로 삼는다. 고등어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때문에 생산지와 소비자 가격이 오르면서 밥상 수산물 물가도 뛰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고등어 생산량은 5천608t으로 지난 1월에 비해 7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및 평년과 비교해도 각각 38.1%, 10.9% 줄었다. 관련 업계는 어황이 좋지 않고 기상으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전달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값도 덩달아 껑충 뛰었다. 지난달 산지 가격은 ㎏당 5천937원으로 생산량 감소 영향으로 전달보다 28.4% 올랐다. 도매 가격도 전달보다 6.7% 상승했다. 소비자가격(신선냉장)은 ㎏당 1만3천620원으로 평년과 작년 대비 각각 21.8%, 23.3% 올랐다. 불현듯 1980년대를 풍미했던 대중가요 ‘어머니와 고등어’ 노랫말이 떠오른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어머니 코 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 보다/소금에 절여 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 걸”.

[지지대] 정치인은 왜 사과할 수 없나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만 잘해도 인생 문제 절반은 해결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한마디 또렷이 하기도 버겁던 시절부터 ‘감사합니다~ 해야지’, ‘미안하다고 안아줘’라는 말을 들으며 살았구나, 기억이 스쳤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의식적으로 감사와 사과를 건넸다. 그러다 보니 나의 잘못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줬을지 고민할 기회도 생겼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고마운 일에 감사를 전하는 일. 이 작은 일을 통해 우린 배려하며 함께 살아갈 질서를 만든다. 최근 양우식 경기도의원(국민의힘·비례)의 언론 편집권 침해 발언 사태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 건 사과 않는 이유가 황당해서다. 그는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한 뒤 본질은 외면한 채 단 한마디 사과 없이 ‘유감’만 표명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만난 그는 ‘정치인의 사과는 큰 범죄를 저질렀거나 했을 때 하는 거다’, ‘정치인에겐 유감 표명이 곧 사과’라고 했다. 정치인이라고 뭐가 다른가. 왜 사과를 할 수 없나. 유감은 미안하다는 뜻이 아닌데 정치인에겐 왜 그게 사과인가. 혹자는 정치인은 사과가 부메랑이 돼 공격의 빌미를 주니 ‘유감’으로 대체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대신 실현하려 존재하는 이가 잘못에 사과조차 못한다면 정치인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사회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인이 스스로 잘못을 외면하면서 무슨 질서를 논할까. 그렇기에 잘못한 일에 사과할 수 없는, 정확히 사과하지 않는 이는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 그건 후안무치에 지나지 않는다.

[지지대] 외로운 세기

한국 사회에 외로움의 그림자가 커졌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19세 이상 국민 중 ‘외롭다’고 느낀 사람의 비중이 21.1%로 전년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비중도 3.2%포인트 늘어 16.2%로 집계됐다. ‘외롭다’고 느끼는 비중은 60세 이상에서,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비중은 40대에서 두드러졌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도 주목할 만한 통계가 나왔다. 연구원의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 고립·은둔 청소년 3명 중 2명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조사에 응답한 1만9천160명 가운데 고립, 은둔 청소년은 각각 12.6%, 16.0%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28.6%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21세기를 ‘외로운 세기(the lonely century)’라 이름 붙인 학자도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다. 그는 2021년 발간한 ‘고립의 시대’에서 21세기를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외로운 사람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오는 시기로 진단했다. 그의 말처럼 기술은 진보하지만 우리의 삶은 고립되고 있다. 안정적이지 못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 대면 접촉이 차단된 디지털을 매개로 한 만남의 일상화, 소득 수준에 따른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시의 구조. ‘초연결사회에서 격리된 우리’다. 파편화된 개인의 외로움은 사회를 습격한다. 묻지마 범죄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언제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었다.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극단적인 견해에 빠지기 쉽고 포퓰리즘 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허츠는 대안으로 ‘연결’을 제시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기업의 협조, 시민의 다정함과 참여다. 극단주의와 혐오, 각종 음모론이 일상의 언어로 퍼지고 있는 한국 사회가 곱씹어 봐야 할 지점이다.

[지지대] 국가유산 추진되는 절밥

두부나 김치, 나물 등을 한데 섞어 비빈다. 버섯잡채나 순나물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첫맛은 그저 그렇다. 하지만 단출하고 소박하다. 절밥(사찰음식)이 딱 그렇다. 단어 그대로는 절에서 먹는 끼니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곡선의 처마를 바라보며 먹을 때 느껴지는 식감은 그래서 근사하다. 주변의 소록소록한 자연과 풍광이 그대로 내려와 앉았다. 법정 스님은 우주가 들어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나물을 한 숟가락 입에 물면 풍경(風磬) 소리가 난다. 의성어로 표현하면 “댕그랑댕그랑”이다. 그윽한 공감각이다. 소리에도 품격이 있는 셈이다. 그 어떤 강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으뜸인 특징은 육식과 인공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도 오로지 또 다른 수행의 한 방법으로 여긴다. 먹는 것도 수행이다. 절제를 추구하는 식탁이다. 식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정부가 절밥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경기일보 24일자 16면)한다. 절밥은 불교 정신이 오롯이 담긴 음식이다. 승려들이 일상에서 먹는 수행식과 발우공양 등을 포함한다. 사찰마다 다양한 음식이 전해져 오는데 육류와 생선,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자극적인 다섯 가지 채소)를 쓰지 않고 채식을 중심으로 한다. ‘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는 생명 존중의 철학적 가치도 녹아 있다. 아끼면서 배려하는 행복한 관례이고 법칙이다. 절밥은 오랜 기간 우리 식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았다. 고려시대 문헌인 ‘동국이상국집’ 등에 그런 내용이 소상하게 담겼다. 조선시대에는 사찰이 두부, 메주 등 장류와 저장음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서 사대부가와 곡식을 교환하는 등 음식을 통해 교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간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무형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입안에서 사각사각 녹아드는 절밥을 먹으면서 봄을 맞이하면 어떨까.

[지지대] 청소년 6명 중 1명 비만

오랜 기간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소를 과다 섭취하면 에너지 불균형에 의해 유발한다. 유전적으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식욕 조절 중추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내분비 질환, 식욕을 증가시키는 다양한 약제에 의한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에너지 섭취량이 에너지 소비량보다 많거나 유전적 영향 및 환경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특히 칼로리가 높은 식품이 풍부하고 신체 활동을 덜해도 사는 데 불편이 없는 현대의 생활환경이 폭발적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비만이 그렇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몸에 지방 조직이 과다한 상태를 가리킨다. 체중은 많이 나가지만 근육량이 증가해 있고 지방량이 많지 않은 경우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한다. 서양인은 30 이상이고 인종 간의 차이를 고려해 국내에선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한다. 지방 조직의 주요 성분은 혈장으로부터 유입된 지방산과 포도당이 에스테르화한 중성지방이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고혈당,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의 경우 암 발생도 증가한다. 이런 가운데 초·중·고교생 6명 중 1명꼴로 비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학생의 20%는 당뇨병 전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의 분석 결과다. 이에 따르면 영유아건강검진, 학생건강검진 표본조사 원시자료, 학교 밖 청소년 검진을 분석한 결과 아동·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영유아 8.3%, 학생 16.7% 등으로 나타났다. 영유아 12명 중 1명, 초중고교생은 6명 중 1명꼴로 비만인 셈이다. 과체중 또는 비만 유병률은 영유아 17.7%, 학생 27.3% 등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나서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소를 과다 섭취하면 에너지 불균형에 의해 나타나는 비만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지지대] 신입생 없는 학교

세계적 규모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물론 거대한 경제력과 강력한 군사력은 필수다. 외교와 영향력 등 소프트파워도 마땅히 보유해야 한다. 우호적인 우방국을 하나의 영역으로 모아 범지구적인 범위로 만들어낼 수도 있어야 한다. 이른바 강대국의 자격이다. 여기에 절대적인 조건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인구다. 강대국 여부를 가늠하는 유력한 잣대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랬다. 중국은 그래서 강대국이다. 14억명이 넘으니까 말이다. 인도도 거대한 인구로 강대국으로 분류된다. 대한민국의 인구도 한때는 증가세였다. 이 집 저 집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필자의 어렸을 적 기억을 소환해도 그랬다. 골목마다 개구쟁이와 코흘리개의 악다구니로 시끌벅적했다. 어쩌면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베이비부머들은 다 그런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아이 낳기를 규제하기 위해 가족계획까지 만들어 계몽했을까. 그런 일을 담당하는 대한가족계획협회라는 기관까지 창립됐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캠페인을 펼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산업화시대 얘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 집 건너 한 집에도 아이들이 없다. 도회지 골목길에서 아이들 모습을 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시골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주역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184곳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4년 새 64% 늘었다. 폐교도 49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24곳이었으나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집계다. 우울하고 슬프다. 학교가 줄어들면 지역주민의 교육 기회 불평등도 심화된다. 인구 유출도 가속화된다. 이런 상황을 학교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중앙·지방정부, 지방교육청 등이 함께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지대] 인천 5·3민주항쟁, 잊혀지지 않도록

1986년 5월3일 정오께 인천시민회관 사거리.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과 인천지역노동자연맹(인노련) 회원 등이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점차 대학과 사회단체·기독교 관계자 등 일반 학생과 시민들이 합류하며 1시간 만에 일대에 4천여명이 모여들어 ‘군사독재 타도’를 외쳤다. 각계각층이 모인 탓에 하나의 단결 구호는 없었지만 목표는 바로 직선제 개헌으로 모아졌다. 경찰은 일대에 총 34개 중대를 배치, 시민을 향해 다연발 최루탄 등을 무차별 쏘면서 진압에 나섰다. 그 후 319명을 연행하고 129명을 소요죄로 구속해 고문과 구타를 가하기도 했다.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의 폭력수사는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이는 이듬해 6월 항쟁의 불씨로 이어진다. 사실상 1987년 6월 항쟁의 1년 전 예고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인천 5·3민주항쟁’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사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겼지만 민주화운동사에서 잊혀진 항쟁에 불과했다. 그동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인천 5·3민주항쟁은 명시화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3년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국회의원(인천 서구갑) 주도로 기념사업회법에 인천 5·3민주항쟁을 민주화운동 정의로 규정, 국가기념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어 최근에는 인천시가 인천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조례에 인천 5·3민주항쟁을 기념일에 담아냈다. 이제 남은 건 수년째 표류 중인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이다. 현재 인천 5·3민주항쟁 관련 자료 등은 창고 등에 방치돼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인천 5·3민주항쟁이 펼쳐진 미추홀구의 옛 시민회관 쉼터 등이 최적지로 보고 있다. 인천의 기념일에 인천 5·3민주항쟁이 들어간 만큼 인천시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후보지는 물론이고 사업계획까지 세우는 등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지지대] 청년백수 120만명 시대

만 19세 이상인 어른이면서 직업이 없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는 한량, 건달, 룸펜 등으로 불렸다. 정확한 의미는 근로능력은 있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는 경우다. 빈손이라는 뜻의 백수(白手) 얘기다. 실질적으로 백수는 아니지만 사회생활 문제로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을 유지하는 경우는 ‘경계선 백수’라고 부른다. 경계선이라는 의미는 돈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애매한 경계선에 서 있다는 모습의 은유다. 보통 실업자라고도 표현한다. 에둘러 취업준비생 또는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있다면 프리랜서라고도 일컫는다. 이런 가운데 집에서 그냥 쉬는 젊은이가 120만명(본보 17일자 8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청년 가운데도 4명 중 1명은 근로시간이 짧은 단기 근로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더 들여다보자.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중 실업자는 26만9천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26만4천명)과 비교하면 1년 새 5천명(2.0%) 늘었다. 2월 기준 청년 실업자는 2021년 41만6천명에서 2022년 29만5천명, 2023년 29만1천명, 지난해 26만4천명 등으로 3년 연속 감소하다가 올해 4년 만에 다시 증가했다. 청년층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420만9천명으로 1년 전보다 1만5천명 증가했다. 이 중 별다른 활동 없이 ‘그냥 쉬는’ 청년은 50만4천명이다. 청년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 준비자도 43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거나 비경제활동 인구 중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인 청년의 수를 모두 더하면 120만7천명이었다. 지난해(113만4천명)과 비교하면 1년 새 7만명 넘게 늘었다. 모름지기 청년들은 내일의 주역이다. 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 건 기성세대의 사명이다.

[지지대] ‘K-스포츠 문화’ 선도하는 야구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고교야구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고교야구 중계를 들으며 많은 국민이 야구를 이해하고 환호했다. 야구는 당시 지방에서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종목이 아니었기에 라디오 중계로 듣는 야구 열풍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캐스터의 일본식 발음의 외래어가 섞인 다소 격앙된 목소리에 당시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했음에도 몰입해 중계를 들었던 기억이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TV가 흔치 않았고 특별히 즐길거리가 없던 시절, 야구는 국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줬다. 제5공화국 출범 후 1982년 국민의 여가 선용을 위해 6개 구단 체제로 프로야구가 탄생했다. 명분은 국민의 여가 선용이었지만 실제는 혼란기 국민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 출범 초기 프로야구는 지역 연고에 기반한 경쟁으로 점차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IMF 외환 위기와 스타 선수의 해외 유출, 국제대회 부진, 인기 구단 LG, 롯데, KIA 등의 성적 부진으로 침체됐다. 2000년대 초 암흑기를 거친 프로야구는 야구 대표팀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4강 등으로 다시 붐이 일었다. 지난해 출범 43년 만에 첫 1천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올 시즌도 시범경기 개막일부터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넘어서는 등 벌써부터 뜨겁다. 이제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응원가와 응원봉의 등장, 구단별 독특한 응원문화, 나들이를 겸할 수 있는 캠핑존 설치 등 ‘K-스포츠 문화’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국내외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 국민들은 야구 경기를 즐기며 위로받고 힐링하고 싶어한다. 이에 각 구단과 선수들 역시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는 역사 깊은 인기 스포츠가 바로 야구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보답해야 한다. 그 보답은 바로 좋은 경기력과 스포츠 스타 개인이 아닌 ‘공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행동이다.

[지지대] 미국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Sensitive Country>

분쟁, 내전, 독재.... 지구촌 어디에선가 지금도 진행형인 상황이다. 무기 수출 제한, 경제 제재, 여행 경고 등이 적용된다. 극도로 긴장 상태이거나 군사적인 위협도 우려된다. 국제사회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지면서 경제 활동이나 외교 관계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국가를 민감 국가(Sensitive Country)라 한다. 미국, 구체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 에너지부의 분류 방식이다. 원자력 및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협력이 제한된다. 연구소 및 방산업체 등과의 기술 이전도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북한 등이 이에 포함된다.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의 우려가 있으면 민감 국가 리스트에 추가되고 있다. 그런데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미국이 민감 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추가해서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적용 예정일은 4월15일부터다. 이 때문에 정치·외교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한국과 미국 간 첨단 기술 협력이 제약을 받는다. 전통적인 동맹 국가라는 명분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을 제약하면 안보 차원에서도 북한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부를 정도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말이다. 아직은 발효 전으로 정부가 2개월 가까이 관련 상황을 분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정책 등에서 미국 우선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변화가 아니냐는 판단에도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국에 대한 민감 국가 지정 시기는 바이든 정부 말기인 지난 1월 초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어떤 이유로 추가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국론을 모아 대처해야 한다. 안보의 으뜸이 뭔지 제대로 헤아려야 마땅하다.

[지지대] 중국 권력 서열 3위의 불참

중국의 집권당은 공산당이다. 건국 이후 줄곧 그랬다. 1949년 이후부터로 올해 76년째다. 이 나라에는 권력 서열이라는 게 있다. 모든 절차나 회의 등도 권력 서열 순으로 엄정하게 진행된다. 자본주의 국가에선 의전 서열이라 부른다. 이런 가운데 연중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권력 3위가 회의 폐막식에 불참해서다. 좀 더 들여다보자. 발단은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였다. 지난 11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폐막식에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의 권력 서열은 공식적으로 3위다. 전인대 폐막식에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총 7명)이 전원 참석하지 않은 건 수십년 만에 처음이다. 물론 그는 하루 뒤 공식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폐막식에는 시진핑 주석 등 최고 지도부와 전인대 위원 3천여명이 모였다. 하지만 이날 최고 지도부가 착석하는 연단에서 시 주석 바로 앞 자오 위원장 자리에는 리훙중 부위원장이 앉았다. 위원장이 낭독하는 폐막사도 리 부위원장이 읽었다. 자오 위원장은 서부 칭하이성에서 정치 경력 대부분을 쌓았다. 칭하이성과 산시(陝西)성 당 서기를 거쳐 시진핑 1기인 2012년 중앙정치 무대에 입성했다.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중앙조직부장 등 요직도 거쳤다. 외신은 자오 위원장의 폐막식 불참 사유를 병환 때문이라고 짧게 알렸다. 하지만 분위기는 석연찮다. 중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키워드를 제시했다. 내수·무역 고민 속에서 성장 목표 ‘5% 안팎’이 그것이다. 예년 양회에 비해 눈에 띄는 대목은 ‘평화통일’이란 표현 삭제다. 이 때문에 대만과의 관계에서 변화가 예고된다. 무력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중국 외교부는 자오 위원장의 전인대 폐막식 불참에 말을 아꼈다. 애써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는, 그 속내가 참으로 궁금하다.

[지지대] 특혜가 답이다

“대한민국은 완전히 망했네요.”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저출생 실태를 듣고 머리를 부여잡은 채 한 말이다. 현실이 그렇고, 미래는 암담할 따름이다. 이러다가는 국가의 존립 자체도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참담한 예측은 인구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세계 인구는 2024년 81억6천만명에서 2072년 102억2천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인구는 5천170만명에서 3천600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줄어든 인구의 절반은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전망은 더욱 충격적이다. 손 놓고 절망할 시간이 없다. 인천시의 사례를 보자. 2023년 인천시의 합계출산율은 0.69명으로 전국 평균(0.72명)보다 낮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0.76명으로 상승하며 전국 평균(0.75명)을 넘어섰다. 1년 만에 나타난 이 성과에는 인천형 저출생 정책 제1호 ‘아이(i) 플러스 1억드림’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임산부에게 교통비 50만원을 지원하는 ‘임산부 교통비 지원’ △1세부터 18세까지 중단 없이 지원하는 ‘천사지원금(연 120만원·1~7세)’ △‘아이(i)꿈수당(월 5만~15만원·8~18세)’ 등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미성년 자녀를 3명 이상 둔 가족은 6월부터 인천공항 등에서 우선출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든든전세’ 입주사 선정 시 신규 출산가구에 대한 가점이 상향되는 등 출산·다자녀 가정에 대한 주거 분야 우대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국가 존망이 달린 중대 기로에선 출생률 향상에 선택적 복지를 통해 특혜인 것만큼 많은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100년 뒤에 대한민국이 없어지기 전에 말이다.

[지지대] 캐즘의 사회학<Chasm>

캐즘(Chasm)이란 단어는 원래 지질학 용어다. 땅, 바위, 얼음 속 등에 난 아주 깊은 틈을 설명할 때 사용됐다. 요즘은 새로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수용되기 전까지 겪는 침체기를 가리킬 때 쓰인다.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 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절 현상을 뜻한다. 경제학에서 소비자는 혁신·선각 수용, 전기 다수, 후기 다수, 지각 수용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첨단 제품이 출시되면 혁신·선각 수용자는 기술 애호나 잠재적 이익 등을 고려해 구입한다. 전기 다수 및 후기 다수 계층은 실용적인 측면이 증명돼야 구매한다. 기업 관점에서 볼 때 이 두 계층이 사들일 때 비로소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누가 처음 이 단어를 경제 용어로 사용했을까.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던 컨설턴트 제프리 무어 박사다. 1991년 상반기였다. 그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MP3 플레이어가 막 시장에 출시됐다. 이후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 등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음원 다운로드 플랫폼이 구축됐고 그러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MP3 플레이어는 캐즘을 이겨낸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캐즘은 주로 정보기술(IT) 등 첨단 산업에서 발생한다. 해당 산업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선보이는데 소비자가 이에 적응하고 가치를 알아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대다수 벤처기업이 성공하지 못하고 중도에 쓰러지는 건 캐즘을 이겨 내지 못해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시적 수요 정체에다 전기차용 배터리도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정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반드시 이겨 내야 한다.

[지지대] AI 디지털교과서 유감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다. 교육계에서는 지난해부터 AI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교육부가 AIDT를 2025년부터 초등 3·4학년, 중 1, 고 1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다. 과거 서책형 교과서를 웹 브라우저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한 디지털교과서가 있었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습자 맞춤형 자료가 실시간 지원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되면서 AI 디지털교과서로 이름 지어졌다. 이후 교사, 학부모들의 찬반 논란이 가열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교과서 지위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장이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민주당 백승아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경기도내 학교의 44%가 AIDT를 채택하거나 채택할 예정으로 전국 32.4%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누구도 AIDT의 실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AIDT가 검정을 통과하면서 박람회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고 올해 1월 AIDT 검정 청문회를 거치면서 겨우 사용 후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교육당국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AI라는 거대한 시스템 앞에 보지 못한 것,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혼란을 더욱 키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3월 새 학기다. AIDT를 대면하게 된 학생들에게서 어떤 평가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지지대] 미국의 젤렌스키 복장 타박

복장을 타박하는 발언이 나왔다. 국가 정상들의 만남에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무릎을 맞댄 자리였다. 뜬금없이 나온 돌발 발언인 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정상회담이 열린 건 지난 2월28일 미국 백악관에서였다. 우크라전 종전이 취지였다. 한 기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정장을 입지 않았습니까”. 뉘앙스는 조롱조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거들었다. “오늘 완전하게 차려 입었습니다”. 누가 듣더라도 비꼬는 듯한 말투였다. 회담은 고성 끝에 소득 없이 끝났다. 후폭풍이 이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장병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입는 군복을 의전이나 격식의 문제로 타박한 것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이 깔려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 12장을 올렸다. ‘우리만의 정장이 있다’는 문구와 함께 군장을 착용한 군인들과 피 묻은 수술복을 입은 의사, 폭격 현장에서 시민을 꺼내는 구조대와 소방관 등이 담겼다. 군복을 입고 여군과 악수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다리를 절단해 의족을 착용한 채 우크라이나 전통복장을 하고 패션쇼 무대를 걷는 우크라이나인의 모습도 있다. 성명도 나왔다. “우크라이나인 수십만명이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근무복을 군복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1994년 안전보장을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점도 제기됐다. “우리의 정장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핵무기와 함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쟁이 4년째 접어들었는데 여전히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지옥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나. 얼마나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영영 정장을 입지 못하게 됐는지 아느냐”는 반문도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줄곧 군복 스타일의 복장을 고수해 왔다. 중요한 건 이 사태의 여진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간단치 않은 에피소드다.

[지지대] 저출산 고령화 걱정하는 중국

예상했던 기댓값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중국의 연중 가장 큰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그랬다. 중국 헌법상 최고기관은 두 곳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다. 매년 3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 두 최고기관의 회의가 열린다. 올해 양회는 반환점을 돈 시진핑 3기 체제에서 세 번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쟁점이 명쾌하게 정리됐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 얘기다. 경제성장률은 전인대 개막일인 5일 오전 리창 국무원 총리의 업무보고를 통해 공개됐다. 중국이 올해 양회에서 제시한 경제성장률 목표는 ‘5% 안팎’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 목표도 나왔다.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밑도는 2%로 제시됐다. 20년 만에 가장 낮다. 중국이 수요 둔화를 인정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재정적자율 목표도 제시됐다. 역대 최고인 국내총생산(GDP)의 4%다. 적자 규모는 5조6천600억위안(약 1천122조원)이다. 한 해 만에 1조6천억위안(약 320조원) 늘었다. 한층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해 지출 강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실업률 목표는 5.5%다. 지난해와 같다. 신규 고용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천200만명으로 잡았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제시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수당 지급과 기초양로금(연금) 인상 등을 시행키로 결정됐다. 인구절벽 위기 해결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 리 총리는 “다층적 사회보장 시스템을 완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관련 농촌 거주자 및 비근로 도시 거주자를 위한 기초연금의 월 최저기준을 20위안(약 4천원) 올리고 퇴직자의 기본연금 기준선도 적절히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건 중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출산과 고령화를 우려한다는 점이다. 어디 중국뿐이겠는가.

[지지대] 오프라인 매장의 종말

매출 기준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등급이 낮아져 자금 관련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이번 회생절차는 사전 예방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유통채널은 정상 영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생절차 소식이 알려지자 CGV와 신라면세점, 뚜레쥬르와 빕스 등에서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고 나섰다. 홈플러스에 대규모로 상품을 납품하는 일부 식품회사는 납품 대금에 대한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 원인으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조원 규모의 막대한 부채가 꼽힌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대형마트에서 전자상거래(이커머스)로 이동한 유통 시장의 변화에서 찾는 것이 옳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 이미 편리함에 길들여진 고객의 발길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 위해 경쟁 업체들은 창고형 매장을 강화하거나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강화한 복합 매장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등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이러한 유통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반면 이커머스 기업의 대표인 쿠팡은 지난해 연 매출 40조원을 돌파, 창사 13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쿠팡의 40조원 매출은 기존 유통 대기업인 롯데쇼핑, 신세계그룹(이마트, 백화점) 등을 뛰어넘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오프라인 매장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홈플러스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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