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노이즈 캔슬링 유감

심심찮다. 귀를 쫑긋한 채 귀를 기울이면서 걸어가는 이들을 보는 게 말이다. 그렇지 않은 행인을 보는 게 신기할 정도다.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이다. 소리는 일정한 형태를 갖는 파동이다. 이와 반대되는 흔들림을 같은 시간에 만들면 서로 소멸된다. 상쇄 간섭이다.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제거하려는 소음의 진폭 등을 파악하고 이와 상반되는 파장을 연산해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소음을 제거한다. 주로 음향기기를 통한 음악 감상이나 모니터링 시 유입되는 생활 소음을 차단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원래는 제트엔진 소음으로 인한 여객기 승객들과 승무원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기에 내장된 소음조절기로 외부의 시끄러운 소리를 감소시켜 소란스러운 공간에서 쾌적하게 노래를 들을 수도 있다. 최근 무선 이어폰·헤드폰 등이 대중화되면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보행 중 안전사고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본보 9월30일자 6면)이 나왔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기기를 착용하고 걸을 때 무단횡단 발생 비율은 31%, 타인과 충돌이 발생할 비율은 23.5%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경우보다 각각 16.9%포인트, 0.4%포인트 높다. 지난해 11월 도로교통공단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의 주변 상황 인지방해 효과를 실험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해당 기능을 켜면 엔진소리가 큰 경유차도 0.8m 뒤에 와야 보행자가 알아차렸다. 해당 기능을 끄면 약 4.6m, 주변 음을 허용하면 약 8.7m 등으로 인지거리가 늘어났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외부로부터 청각을 완전히 차단한다.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여러가지 위험한 상황에 부딪친다. 최근 우리 사회 뉴스 소비 성향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갑지 않다.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심쩍지 않은 건강한 사회 구축은 요원하다.

[지지대] 국군의날 시가 행진

1948년 창설된 대한민국 국군이 올해로 건군(建軍) 76돌을 맞았다. 10월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한 것은 1956년이다. 이 날은 1950년 6·25전쟁 당시 국군이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38선을 넘어선 날이다. 국군의 날은 한국군의 위용과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 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기념일이다. 시가행진도 이의 일환이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군사정권의 상징적인 행사였다. 국민에게 군사력을 과시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 수단으로 활용했다. 때문에 군사정권 시절에는 매년 시가행진을 했다. 이후 1998년 건군 50주년부터 2003년, 2008년, 2013년 등 5년 주기로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건군 70주년 국군의 날 행사는 시가행진을 열지 않고 소규모 행사로 치뤘다. 상당수 국민이 시가행진을 권위적이고 불필요한 과시로 여기고, 동원 장병들의 고생도 컸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실시한다. 2년 연속 대규모 퍼레이드는 이례적이다. 올해는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기념식은 1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시가행진은 오후에 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다. 시가행진에는 다수의 공중전력과 지상 장비가 등장한다. 올해 국군의 날 행사에는 약 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에도 약 100억원이 집행됐다. 국방부는 엄중한 안보 상황과 국군의 사기를 고취할 필요가 있어 2년 연속 실시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올 국군의날 행사 연습 중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었다며 거액을 투입하는 행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천 원내대표는 “국방부가 장병 복지는 뒷전이고 대통령의 병정놀음에만 심취한 때문”이라며 “국군의날 행사를 축소하고 장병 복지를 챙기라”고 촉구했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우리나라의 군사적 상황과 정치적 환경을 반영한 복합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시가행진을 국민과 장병들이 어떻게 받아 들일까도 생각해 볼 일이다. 행사에 동원되는 장병들의 사기와 효율성, 국가 안보를 위한 과시, 남북 대화의 필요성 등이 얽혀 있어 국민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지대] K-과자의 추억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무척 반가웠다. 코끝이 찡했다. 눈물도 나왔다. 낯선 나라의, 그것도 변방의 아주 작은 구멍가게 진열대에 한국산 껌과 초콜릿 과자류가 놓여 있어서다. 40여년 전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한 시골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조금 더 소환하면 이랬다. 궁금한 나머지 구멍가게 주인에게 “어느 나라 제품인가”라고 물었더니 “일본 게 아니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좀 서운하긴 했다. 뭔 상관이랴. 껌과 초콜릿 과자류 포장지에 적힌 한글은 일본 문자와 쉽게 구별하기 어려웠을 터였다. 아무튼 그에게는 한국산이냐, 일본산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맛만 좋고 잘 팔리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때는 영어로 ‘코리아(KOREA)’를 뜻하는 K를 붙이는 접두어 문화가 태동되기 훨씬 전이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껌과 초콜릿 과자류는 이미 K-과자로 그때 이미 등극한 셈이었다. 최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과자 연간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해외 각국에서 빼빼로와 허니버터칩 등 한국 과자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과자 수출액이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과자류 수출액은 4억9천420만달러(약 6천605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했다. 라면과 연초류(담배와 전자담배) 등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는 한류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과자 수출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기업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현지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킨 점도 수출 개선에 영향을 미쳤을 터다. 이젠 어떤 품목에도 앞에 K를 붙이면 일류가 되고 명품이 되는 세상이다. 정치를 빼놓고 말이다.

[지지대] 환경정책 강하게 드라이브 걸어야

추석 명절이 지나고 나면 정치권과 언론들은 추석 민심에 대해 다양한 풀이를 내놓는다. 올해 추석 명절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오랜만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가장 많이 꺼낸 이슈. 바로 ‘더위’다. 역대급 폭염이 몰아친 올해, 추석이지만 ‘반팔’ 차림의 옷을 입고 모인 가족들. 난생 처음 추석에 에어컨을 틀고 잠이 든 식구들. 추석 연휴 직후였던 19일에도 온열질환자가 전국에서 38명 발생했다.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는 3천600명을 넘어섰다. 하석(夏夕)이라고 불린 올 추석, 전 국민이 절실히 느꼈다. ‘날씨가 너무한다’, ‘이제 정말 지구가 많이 아프구나’라는 것을 말이다. 폭염 등 기상 악화로 시금치와 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각각 120%, 70% 넘게 뛰었다. 현재 횟집에서는 가을 전어를 찾아볼 수도 없다. 수확을 앞둔 들판에는 ‘벼멸구’ 탓에 하얗게 말라죽는 벼가 늘어나고 있다. 벼멸구는 기온이 내려가면 활동이 뜸해지는데 올해는 폭염으로 최근까지 번식을 이어가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같은 더위가 이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이번 겨울에는 극한 한파를 전망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환경 문제가 몇 번씩 큰 이슈가 됐다가 사라진 적이 있다. 식당에서 일회용품 지급을 하지 않기 시작했을 때, 종이로 된 빨대가 등장했을 때, 대통령선거에서 난데없이 ‘RE100’이 크게 이슈가 됐을 때 등등. 어떠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온 가족이 반팔을 입고 모여 에어컨을 틀고 자야 했던 올 추석. 환경 문제가 심각함을 체감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다시 한번 환경 정책을 강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

[지지대] 가을 생선 전어의 실종

한 며느리가 가출했다. 시집살이가 힘들어서였다. 그러다 시어머니의 이 생선을 굽는 냄새에 못 이겨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전어 얘기다. 10마리에 한 묶음으로 팔았다. 그래서일까. 1세기 전에는 화살 한 묶음의 의미로 ‘화살 전(箭)’자를 써서 전어(箭魚)라고 불렀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와선 ‘돈 전(錢)’을 써서 전어(錢魚)로 바뀌었다. 각종 문헌에 따르면 제철 전어값이 마리당 비단 한 필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수심 30m 안팎의 얕은 바다에서 산다. 알을 낳는 시기는 3~6월이다. 몸 길이는 15~30㎝ 정도다. 몸통은 좌우로 납작하고 입은 작다. 등부터 절반까지 검은 반점이 줄지어 있다. 아가미 뚜껑 뒤에는 검은 반점이 커다랗게 하나 있다. 등지느러미의 마지막 연조가 길게 실처럼 뻗어 있다. 한번 맛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가을이면 즐겨 찾는 전어가 실종(경기일보 24일자 8면)되고 있다. 최근 폭염 장기화로 전어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한 탓이다. 국립수산과학원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6년간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44도 올라 전 세계 평균(0.7도)의 두 배를 웃돌았다. 기온 변화로 1980년대 151만t 수준이었던 전어를 포함한 어업 생산량도 2000년대 들어 116만t까지 떨어졌다. 2020년대는 100만t을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도 출렁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전어의 최근 ㎏당 도매가는 2만5천원대를 기록했다. 매년 도매가가 1만원에서 1만2천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 녀석을 만나기 위해 가을을 기다려 왔던 미식가들에게 언제 반가운 소식이 들려 올까. 혹시 집 나간 며느리들이 안 돌아오는 건 아닐까. 폭염의 심술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관련기사 : “사라진 전어 돌아올까”…추분 지나며 기대감 증폭 https://kyeonggi.com/article/20240923580210

[지지대] 다섯 쌍둥이 출산

지난 주말 다섯 쌍둥이 소식이 화제였다. 초저출산 시대에 ‘오둥이’는 그야말로 국민적 경사였다. 다섯 쌍둥이 출산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1987년 9월에 서울대병원에서 시험관 시술로 다섯 쌍둥이가 탄생했다. 인공수정으로 한 번에 다섯 명 태어난 것은 세계 최초였다. 당시 32세의 산모는 배란 문제로 9년 동안 아기를 갖지 못했다. 1987년 2월 산부인과 장윤석 교수팀은 난관 수정 방법으로 3개 이상의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했고, 여섯 쌍둥이 임신에 성공했다. 예정보다 7주 빠른 32주4일 만에 사산된 한 명을 제외한 다섯 명의 아기는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2021년 11월 서울대병원에서 또 다섯 쌍둥이가 태어났다. 군인 부부가 인공수정으로 여섯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한 명은 도중에 자연 유산되고 다섯 쌍둥이는 잘 자라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전종관 산부인과 교수의 진두지휘로 30여명의 의료진이 총출동해 출산을 도왔다. 28주 만에 태어나 몸무게 1㎏ 남짓, 5명 모두 합쳐도 4.9㎏에 불과했던 오둥이는 건강한 아이들로 성장했다. 지난 20일, 이번엔 자연 임신으로 생긴 다섯 쌍둥이가 서울성모병원에서 태어났다. 국내에서 자연 임신으로 다섯 쌍둥이 출산은 처음이다. 동두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김준영씨와 양주의 한 학교에서 교육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사공혜란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남아 3명과 여아 2명이다. 아기들의 태명은 ‘팡팡레인저’. 멤버가 다섯 명인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에서 따왔다. 오둥이 아빠 김씨는 “저희 집안에도 갑자기 한 반이 생겼다”며 건강하게 잘 키울 것이라고 했다. 의료공백 사태 속에서도 서울성모병원 측은 신생아 한 명당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사, 분만실 간호사 등 3명씩 팀을 꾸리는 등 철저히 준비해 다섯 생명이 세상의 빛을 보게 했다. 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료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다섯 쌍둥이 소식에 각계에서 축하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하지만 다둥이 탄생을 기뻐하는 데만 그쳐선 안 된다. 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물적·제도적 지원을 통해 열악한 산부인과 및 소아청소년과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

[지지대] 국회 신뢰도 OECD 꼴찌

‘영원한 재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22일 별세했다. 향년 78세라니, 아까운 나이다. 장 원장은 한평생 노동·시민운동에 헌신했다. 그의 삶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타협하지 않는 투쟁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한자리’ 주겠다고 해도 올바른 길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는 특권층에 대해 분노감을 가졌다. 특권층은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출세하고 있다고 했다. 말년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집중했던 것도 그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장 원장은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로 활동하며 국회의원의 면책·불체포특권 폐지,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주장했다. 월 급여로 400만원만 받고, 보좌진을 줄이면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이 시작될 것이라 했다. 불행히도 그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관심 있는 현직 국회의원은 별로 없는 듯하다. 가끔 말로만 떠들었지 실행은 전혀 안 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1월 30개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국회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28위를 기록했다. 국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0.56%로 사실상 꼴찌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체코와 칠레 2개국뿐이었다. 멕시코, 그리스, 페루,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우리가 정치 후진국으로 여기는 나라보다 신뢰도가 떨어졌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간 극한 대립과 정쟁을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민주당은 22대 들어 개원 3개월여 동안 7개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도 9건이나 된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를 요청해 ‘발의-거부권-폐기-재발의’의 무한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민생은 당연히 뒷전이다. 국가 대계를 위한 법안들은 표류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각종 특권을 누리면서 싸움질만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국회를 신뢰하겠나.

[지지대] 가을 폭염, 어르신들이 위험하다

어르신 2천80여명이 폭염으로 세상을 떴다. 정부가 부랴부랴 나섰다. 폭염 요주의 대상 연령을 75세에서 65세로 하향 조정했다. 고령 여부는 물론이고 개인의 건강, 행동, 환경과 관련한 요인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됐다. 미미했던 관련 법률의 조항도 강화했다. 조례도 개정했다. 영국의 얘기다. 2년 전 여름이었다.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는 우리의 가을이 실종되고 있다. 추석 연휴 내내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서다. 오죽하면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란 자조어까지 유행하고 있을까. 폭염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제일 위험한 계층은 어르신들이다. 기후취약계층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폭염 등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위한 대응사업을 보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 결과다. 특히 폭염 등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의 크기와 상관 없이 발생한다. 그런 만큼 불평등을 키울 가능성도 높다. 국내에선 폭염 등에 대한 지원이 사후에 이뤄지고 있다. 폭염 등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 때문에 상황별로 취약 집단을 선별하고 소관 부처가 정부 논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폭염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담당하는 부처가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폭염 등 관련 대응을 위한 대통령 직속기구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등 여러 중앙부처가 참여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응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산만하다. 그리고 비효율적이다. 대부분 고령인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담당하는 국가보훈부는 정작 빠져 있다. 어르신들이 폭염 등에 취약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련 법률 조항을 강화하거나 조례 제정 등이 시급하다.

[지지대] 공공기관 이전 대표적 ‘탁상행정’

경기도 북부지역 발전을 위한 산하기관 이전 추진은 표면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경기 북부지역의 경제적 활성화와 인프라 개선을 위한 노력은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도 산하기관 이전이라는 방법론은 실질적 문제 해결보다는 단순한 행정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산하기관 이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산하기관이 이전되더라도 그곳에 근무하는 인력의 대부분은 기존의 거주지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내 소비와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하다. 또 산하기관의 이전이 곧바로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전된 기관의 업무 성격이 해당 지역의 특성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주민들과의 상호작용이나 협력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는 기관의 존재가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단지 건물만 이전하고 그 지역의 필요와 무관한 행정적 작업만을 이어간다면 이는 결국 ‘무늬만 지역 발전’에 그칠 소지가 있다. 경기도 북부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산하기관 이전보다도 지역에 특화된 산업 육성, 교통 인프라 개선, 교육 및 복지 수준 향상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산하기관 이전 정책은 이 같은 종합적 발전 계획과는 동떨어져 있다. 경기도가 계획대로 2028년까지 도 산하기관 북부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한다. 경기도 북부지역의 진정한 발전을 원한다면 산하기관 이전이라는 보여 주기식 행정보다는 지역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지지대] ‘수원, 2024년 가을’

육사시험에 떨어진 청년이 어느 날 동갑내기 대학원생과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그리고 술잔을 부딪쳤다. 그 틈으로 책 외판원 사내가 끼어들었다. 그는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고 받은 돈을 다 써버리고 싶어했다. 그와 달갑지 않지만 함께 식사하고 헤어졌다. 김승옥 작가의 한 단편소설 줄거리다. 4·19와 5·16으로 이어진 우울했던 한국 사회를 그렸다. 암울했던 시절의 수채화였다. 당시 서울의 겉은 화려했지만 속살은 어두웠다. 부자와 가난뱅이가 제 삶을 사느라 바빴다. ‘서울, 1964년 겨울’이 그 작품의 제목이다. 그로부터 60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수원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한 청년의 부모를 찾는 사연(경기일보 11일자 6면)이 안타깝다. 신해식(미국 이름 Ryan Waguespack·39)씨가 주인공이다. 가족을 찾기 위해 아버지의 나라를 밟았다. 40여년 만이다. 입양 당시 기록상 1985년 10월19일 태어나 두 살 되던 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름도 홀트아동복지회가 지어준 것으로 추정된다. 양부모 및 형제들과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도 낳아 주신 부모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한국말을 몰라 용기도 필요했다. 의사 소통부터 쉽지 않아 해외입양인연대를 통해 가족을 찾을 방법을 문의했다. 혹시 어머니와 가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입양기관도 찾았지만 친부모에 대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 했다. 경기일보가 신씨의 가족을 찾는 여정을 함께하기로 했다. 수원 새빛민원실 베테랑 팀장들도 이날 수원지역 행정복지센터에 전단을 배포하는 등 흩어진 퍼즐 조각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탰다. 추석을 맞아 “엄마를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다”는 그의 소원이 꼭 이뤄지길 기원한다. 김승옥 작가를 흉내 내 이 사연에 감히 제목을 붙여 본다. ‘수원, 2024년 가을’. 2024년 가을 수원의 담담한 자회상이다.

[지지대] ‘참체육인’ 정의선과 배동현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국민들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선사했다. 여러 사연을 안은 선수들의 선전도 돋보였지만 그들의 활약을 뒷받침한 기업인 단체장들의 숨은 공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패럴림픽에서는 선수단장을 맡은 배동현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회장이 화제에 올랐다.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수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전 종목을 석권하는 데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주목을 받았다. 매년 올림픽을 앞두고 투명하고도 공정한 선수 선발과 준비 과정에서부터 대회 기간 선수들이 최선의 경기력을 유지하도록 진두지휘했다. 대회 후에는 아낌없는 포상으로 또 한번의 감동을 선사했다. 정의선 회장 부자가 대를 이어 40년간 양궁 발전을 위해 공헌해온 것에 체육계와 국민들은 그 같은 사람이 대한체육회장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물론 본인은 전혀 생각이 없음을 밝히면서 기업인과 양궁협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일부 체육 단체장들이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이어 파리 패럴림픽에서 두 번째 단장을 맡은 배동현 창성그룹 부회장도 체육인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이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으로 20여년간 경기도바이애슬론·근대5종연맹 회장과 대한바이애슬론 회장을 맡아 헌신한 배창환 회장의 아들로 대를 이어 체육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패럴림픽에 참가한 출전 선수·감독 전원에게 순금 메달을 제작해 지난 10일 해단식장에서 전달해 감동을 줬다. 대를 이어 체육에 대한 참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정의선, 배동현 두 회장의 헌신이 봉사와 헌신보다는 감투욕에 사로잡힌 체육단체장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쳤으면 한다.

[지지대] 어떤 ‘관객 모독’

배우 4명이 의자에 앉는다. 이어 한 명씩 돌아가며 즉흥적으로 말들을 쏟아낸다. 대사는 과격해지고 공격 대상도 옮겨간다. 급기야 관객들에게 물을 끼얹는다. 오스트리아 출신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인 ‘관객 모독’의 얼개다. 196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진 뒤 국내에선 1978년 초연됐다. 최근 국내 예술무대에서 이 작품 내용과 유사한 관객 모독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려진 오페라 ‘토스카’ 무대에서다. 당사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안젤라 게오르기우다. 그는 공연 도중 무대에 난입해 지휘자에게 항의했다. “관객을 무시한 행동이었다”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일부 관객은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도 있다. 예술계에 따르면 이날 토스카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을 열창한 뒤 즉흥적으로 앙코르를 불렀다. 주인공인 토스카 역을 맡은 게오르기우는 무대 한쪽에 난입해 지휘자 지중배와 김재형 쪽을 바라보면서 시간이 없다는 듯 자기 손목을 가리키고 어깨를 으쓱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앙코르 곡이 끝난 뒤 지휘자에게 다가가 음악을 멈추게 하고 “이건 독주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하라”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후 커튼콜이 시작되고 한참 만에 등장한 그는 객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자 인사하지 않고 퇴장했다. 오페라 공연 중 앙코르 곡을 선보이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게오르기우의 관객 모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도 상대 배우가 앙코르 곡을 부르자 이에 항의하며 무대에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연극 ‘관객 모독’은 그냥 작품으로만 읽히면 된다. 하지만 게오르기우의 그것은 한국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결코 아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지대] 국회의원 추석 상여금 424만원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20만9천494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1.6%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6일 전국 23개 지역 전통시장 16곳과 대형유통업체 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차례 간소화 경향을 반영해 4인 가족 기준 24개 품목을 조사했다. 추석 차례상 비용은 작년보다 올랐는데 상여금을 주는 기업은 역대 최저로 나타났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47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 조사 결과, 지급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7.7%였다. 이는 사람인이 2012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로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서’(40.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사정상 지급 여력이 없어서’(28.0%), ‘명절 상여금 지급 규정이 없어서’(24.0%), ‘위기경영 중이어서’(17.5%), ‘상반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9.8%) 등의 순이었다. 추석 상여금을 주는 224곳 기업의 평균 지급액은 66만5천600원이었다. 지급 이유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54.9%)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기 상여금으로 규정돼 있어서’(37.1%),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서’(20.5%)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 선물 비용은 8만1천원으로, 평균 상여금에 비하면 월등히 낮다. 반면 국회의원의 올 추석 상여금은 424만7천940원이다. 기업 평균 상여금에 비하면 6.4배 정도 많다. 기업의 절반이 추석 상여금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볼 때, 상당히 큰 금액이다. 경영난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나, 상여금을 못받는 근로자들은 자괴감이 크다. 자영업자도 그렇다. 명절 상여금이 그림의 떡이어서, 추석이 더 우울하다고 한다. 22대 국회가 임기 시작 96일 만인 지난 9월2일에야 개원식을 가졌다. 요즘 국회의원들은 민생은 팽개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명절 보너스는 따박따박 챙겨간다.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추석 연휴에도 일하는 근로자들이 낸 세금이다.

[지지대] 대통령 추석선물 거부

대통령은 명절 때마다 각계 인사들에게 선물을 한다. 국가와 사회발전에 헌신한 각계 원로, 제복 영웅 및 유가족, 사회적 배려계층 등에 보낸다고 한다. 당연히 국회의원들에게도 보낸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추석 선물로 전통주와 화장품 세트를 마련했다. 전통주 세트에는 도라지약주(경남 진주), 유자약주(경남 거제), 사과고추장(충북 보은), 배잼(울산 울주), 양파잼(전남 무안) 등이 포함됐다. 화장품 세트는 오얏 핸드워시, 매화 핸드크림(전남 담양), 청귤 핸드크림(제주 서귀포), 사과 립밤(경북 청송), 앵두 립밤(경기 가평), 손수건 등으로 구성됐다. 대통령실은 선물에 “넉넉한 추석 명절입니다. 밝은 보름달과 함께 행복한 명절 보내십시오”라는 인사말을 윤 대통령이 손글씨로 쓴 카드를 넣어 보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추석 선물에 야당 의원들의 ‘수령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추석 선물 사진을 올리며 “용산 대통령실 윤석열, 김건희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보내시나요”라고 적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불통령의 선물이 보기 싫어 반송했다. 고생하시는 기사님께는 번거롭게 해드려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며 택배기사에게 선물을 되돌려주는 사진을 첨부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국민을 거부하는 윤 대통령의 선물을 거부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 수령 거부는 예전에도 있었다. 2017년 9월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을 비롯한 일부 야당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가결에 항의의 뜻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선물을 반송했다. 2016년 9월에는 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선물을 반송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만큼 국회의원들이 모범을 보이는 차원”이라 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선물 거부가 ‘박절하다’는 의견도 있고, ‘안 받을 자유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답답하고 씁쓸한 풍경이다.

[지지대] 우수마발(牛溲馬勃)과 자원순환의 날

‘우수마발(牛溲馬勃)’. 국문학자인 무애(无涯) 양주동 박사의 어록 중 한 구절이다. ‘삼인칭야(三人稱也)’라는 어미가 붙었다. 고교시절 국어 현대문 교과서에도 나왔던 표현이다. 당시 대학 입시는 물론이고 대기업 입사시험에서도 자주 출제되던 문항이기도 했다. 필자의 기억이 맞는다면 말이다. 여기서 우수와 마발의 뜻을 헤아려 보자. 우수는 한자로 소의 오줌이다. 마발은 말의 똥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양주동 박사가 구태여 이런 어줍잖은 어휘를 사용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처럼 쓸모 없고 하찮은 것들도 다 소중하다는 의미가 담겼다. 명쾌한 반전이다. 당나라 문장가 한유도 그랬다. “우수마발을 모두 거둬 저축해 놓고 쓰일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것들을 자양분으로 식물이 자라나 대지를 풍요롭게 만들어서다. 따지고 보면 소와 말의 분비물도 다 후손들로부터 빌린 일종의 채무다. 고스란히 보전된 자연은 결국 후손들에게 내야 하는 이자인 셈이다. 무릇 환경을 그렇게 온전하게 물려줘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선 순환이 최우선이다. 한정된 자원이나 제품 등도 그래서 되돌려 써야 한다. 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에너지가 투입된다. 그 바람에 많은 이산화탄소가 분출돼 온난화도 가속화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순환은 필수다.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등은 분해가 어려워 그대로 버려질 경우 토양이나 지하수 등을 오염시킨다. 지구촌에서 매년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5천200만t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순환이 최대의 덕목이어야 하는 대목이다. 매년 9월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정부가 지구온난화로부터 환경 보호의 필요성 및 자원 낭비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정했다. 지원순환의 날을 맞아 턱을 괴고 지고지순한 취지를 일깨워 보자. 그만큼 자연은 소중하니까 말이다.

[지지대] 버스 파업과 의료개혁

경기도 버스 노사 협상이 4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됐다. 버스는 서민의 발이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버스를 이용하는 서민이 많다. 그래서 파업을 예고하고 벌이는 버스 노사 협상은 버스를 매일 이용하는 서민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이번에도 협상 결렬 시 9천대가 넘는 경기도 버스가 멈춰 서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을 뻔했다. 경기도 버스기사들은 서울 버스기사들에 비해 처우가 낮다. 서울 기사와 처우를 맞춰 달라는 것이 경기도 버스기사들의 요구다. 반면 버스사 측은 경영 여건상 노조의 요구 수용에 난색을 보이면서 갈등을 빚는다. 버스 노사 간 매년 벌어지는 줄다리기다. 거기서 애꿎은 서민들을 담보로 협상을 벌인다는 점이 씁쓸하긴 하지만 그래도 경기도 버스 노사는 이견을 좁히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절충점을 찾았다. 경기도 버스 이용객의 불편이 해소됐다. 정부가 의료개혁을 발표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와 의사의 갈등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대 정원을 증원해 의사를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 의료개혁의 핵심 내용이다. 의사들이 즉각 반발했다.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을 떠났다. 정부는 이미 발표한 의사 증원 계획을 변경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의사들은 개혁안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는 사이 아픈 시민들만 서럽다. 환자들이 볼모가 됐다. 응급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다수의 병원에 전화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급기야 24시간 365일 운영하던 아주대병원 등 대학병원들이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국민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위험한 갈등이다. 진정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정부와 의사집단이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지 않을까.

[지지대] “청년이 지갑 열게 만드는 세상 만들어야”

내수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 가운데 하나가 신용카드 결제 금액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경기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근 신용카드 결제 금액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 부설 연구소의 분석 결과다. 특히 청년층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불경기에 지갑을 닫고 있는 셈이다. 사회 초년생으로 물가 흐름에 민감한 만큼 이들의 신용카드 이용 금액 증감의 의미는 그래서 각별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통계청 ‘빅데이터 활용’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지난달 3~9일 국내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1년 전보다 0.8%(12주 이동 평균)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주간 단위 신용카드 이용 금액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21년 1월 첫째 주 이후 최근까지 계속 떨어졌다. 2021년 4~5월 10%를 웃돌았던 증가율은 높은 변동성 속에서도 지난해 연중 플러스를 유지했다. 올해 1~2월에도 5% 안팎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갈수록 하락해 올해 4월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후로도 반등하지 못하고 0~1%대로 바닥을 기는 흐름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이하의 증가율 하락이 눈에 띌 정도로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9일 20대 신용카드 결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12주 이동 평균) 감소했다. 같은 시기 30대(-0.3%)와 40대(-1.4%) 등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감소 폭은 크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고령인 50대(2.0%), 60대(7.1%), 70대 이상(15.3%)은 되레 이용 금액이 1년 전보다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청년들에게 “힘을 기르자”고 읍소했다. 이들이 강해져야 한다. 청년이 나라의 기둥이어서다. 이들이 지갑을 활짝 열어야 우리 경제도 살아난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지지대] ‘긱 이코노미’ 시대

요즘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용어가 많이 쓰인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관련 있는 사람과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다. 긱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은 ‘긱 워커(gig worker)’라 한다. ‘긱’은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연주자를 그때그때 섭외해 단기공연 계약을 맺어 공연했던 것에서 유래됐다. 이런 ‘긱’ 개념은 미국 경제계에서 널리 사용된다. 주로 디지털 플랫폼 등을 통해 단기계약을 맺고 일회성 일을 맡는 등 초단기 노동을 제공한다. 정규직을 쓰는 대신 필요에 따라 단기 임시·계약직을 주로 고용하는 긱 이코노미는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주 5일 40시간씩 회사에 있는 정규 근로자보다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주당 36시간보다 적게 일한 단시간 근로자는 680만8천명으로 1년 전보다 35만7천명 늘었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단시간 근로자 비율은 23.6%까지 뛰었다.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긱 워커’ 증가세는 30대 이하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두드러졌다. 청년층 긱 워커의 증가는 취업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 수시 채용을 늘리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취업할 때까지 생활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 단시간 근로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기준 청년들이 직장을 잡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5개월이었다. 고령층의 근로 여건도 답답하다. 7월 기준 70세 이상 가운데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135만6천명인 반면, 36시간 이상은 71만8천명이었다. 정부가 확대한 노인 일자리 대부분이 하루 3~4시간 일하는 데 그친다. 긱 경제가 실업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일자리의 질이 나빠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논란이 있다. 긱 이코노미는 투잡, 쓰리잡 등 N잡러를 양산하기도 한다. 산업구조는 변하고 먹고살기는 여전히 힘들다.

[지지대] 주 4.5일 근무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민선 8기 후반기 중점 과제는 ‘사람중심 경제’, 이른바 휴머노믹스다. 그 중 직장인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주 4.5일 근무제’다. 김 지사는 내년부터 일부 산하 공공기관과 도내 50개 민간기업에 시범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임금 삭감은 없다. 주 4.5일제는 격주로 주 4일 근무, 주 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 근무 등 방식이 다양하다. 경기도는 10월부터 이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근로시간 단축분에 대해선 경기도에서 임금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소요 사업비는 1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도는 주 4.5일제가 일과 가정의 양립은 물론이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 성과를 가져오길 기대하고 있다. 주 4.5일 근무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7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가·공공기관 최초로 이른바 ‘13시의 금요일’을 도입한 것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근무 외 4시간 이상을 추가로 근무하고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주 40시간 근무를 유지하면서 금요일 오후 휴식을 보장하는 4.5일제다. 경기도와 제주도 모두 주 4.5일제를 시행하지만 차이가 있다. 경기도는 주 40시간이 아닌 ‘주 35시간 근무’라는 게 파격적이다. 그것도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주 4.5일제가 낯선 것은 아니다. 2~3년 전부터 몇몇 기업에서 주 4일제 또는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도 거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주 4일(4.5일) 근무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주 4일제를 22대 국회 우선 입법과제로 두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여러 나라들도 주 4일제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시범 적용·도입을 실행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4일 또는 4.5일 근무제로 바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의 주 4.5일제 시범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지지대] 벌 쏘임 주의보

해마다 이맘때면 이행해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벌초가 그렇다. 불청객이 있다. 벌 쏘임이다. 최근 관련 사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심화하고 있다. 벌에 쏘이면 심할 경우 1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신속한 처치와 치료가 필요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벌 쏘임 관련 사고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2천815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 같은 기간 평균(804건)보다 40% 늘었다. 월별 증가율은 6월 48.2%, 7월 47.3% 등으로 말벌의 왕성한 활동 시기인 여름철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늦더위가 이어지고 등산이나 벌초 등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8~9월(57.8%) 빈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벌 쏘임으로 인한 심정지 환자도 2020년 7명, 2021년 11명, 2022년 11명, 지난해 11명, 올해는 최근까지 8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청은 벌 쏘임이 늘고 가을까지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벌 쏘임을 예방하려면 향수나 화장품, 헤어스프레이 등 벌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강한 향이 나는 제품 사용을 피해야 한다. 검정 등 어두운 색보다는 흰색 계열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와 긴 소매 옷을 착용해야 한다. 벌이 주위에 있으면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이동해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 벌에 쏘였다면 신용카드 등으로 살살 밀어내듯 벌침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쏘인 부위를 소독하거나 깨끗한 물로 씻은 후 냉찜질로 통증을 완화해야 한다. 호흡 곤란, 입술이나 목의 부기, 심한 두드러기나 발진, 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면 즉시 119에 신고해 치료받아야 한다. 추석을 2주일 앞두고 있다. 조상 묘에 무성한 잡초들을 솎아 내야 하는 시기다. 벌에 쏘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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