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버려진 양심'…자동차 도로변, 각종 쓰레기로 몸살 [현장, 그곳&]

“도로에 쓰레기 버리는 짓은 양심을 버리는 일 아닌가요?” 지난 21일 오전 10시께 경기 광주시 능평동 태재로 한 도로변. 시속 80㎞의 속도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는 이 도로 양쪽 갓길은 차량에서 던져진 플라스틱 컵과 박스, 휴지 등 온갖 쓰레기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후 100m가량 앞 램프 구간으로 이어지는 한 구간에는 아예 쓰레기봉투째 버려진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용인특례시 처인구 포은대로 43번 국도의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 역시 사람이 전혀 통행할 수 없는 구간이지만 온갖 생활 쓰레기와 음료수 캔 등이 도로변에 버려져 있어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더욱이 바람에 주행 도로 쪽으로 굴러들어 온 쓰레기를 피하려는 차들이 급하게 핸들을 꺾는 상황도 더러 연출됐다. 경기도내 국도, 자동차도로 등 도로변 곳곳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가 경관 훼손, 사고 위험을 유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도로공사 조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내 무단 투기 쓰레기 양은 연도별로 보면 2018년 7천509t, 2019년 7천583t, 2020년 7천223t, 2021년 7천269t, 2022년 7천359t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7천300t 규모의 쓰레기가 무단으로 투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매년 지역 내 쓰레기 무단 투기 규모를 조사하진 않고 있다. 다만 2019년 6월12일~21일 도로변 쓰레기 불법 투기 현황 파악을 위해 통행량이 많은 구간, 노선을 특별 점검한 결과 862t에 달하는 쓰레기를 수거한 바 있다. 이러한 투기행위는 CCTV가 없는 램프 구간이나 야간에 대부분 이뤄지고 있어 단속의 한계를 이용한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도로변 쓰레기 투기 금지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만, 현장 적발 외엔 이렇다 할 단속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도로교통법 제68조에 따르면 ‘돌·유리병·쇳조각이나 그밖에 도로에 있는 사람이나 차마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물건을 던지거나 발사하는 행위’, ‘도로를 통행하고 있는 차마에서 밖으로 물건을 던지는 행위' 등에 대한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또 무단 투기 적발 시에는 ▲담배꽁초 및 휴지는 5만원 ▲간이 보관 기구(비닐봉지 등)는 20만 원 ▲차량 및 손수레를 이용한 무단 투기는 50만 원 ▲생활 폐기물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적발 외엔 투기 행위자 특정이 어려운 구조 탓에 운전자 스스로의 안전 의식과 시민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매년 환경 정비 평가를 통해 열심히 점검하고 있다”며 “운전자들의 무단 투기를 미연에 방지할 정책들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구치소 ‘포화 속으로’… 넘쳐나는 수용자 [현장, 그곳&]

보안검색대 그리고 커다란 철문을 지나면 낡은 흰색 외벽의 10층 콘크리트 건물이 사방을 둘러싼 형태로 서 있다. 지나온 철문을 돌아보면 벽면에 ‘새출발 잊지말아요, 오늘을’ 이라는 표어가 큼지막하게 써 있다. 이곳은 수원특례시 한복판에 위치한 수원구치소로, 건물의 외관만 본다면 조금 독특한 형태의 옛날 아파트로 인식될 만큼 주변 풍경과 큰 위화감은 없었다. 20일 수원구치소는 교정 행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재개한 언론공개 이후 1년 만에 다시 구치소 내부를 공개하며 사정을 전했다. 지난해 수원구치소의 수용인원 포화율은 정원의 120%였으나 올해 146%로 수용인원이 오히려 증가했다. 여성, 노인, 외국인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수용자가 기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최근 강력하게 단속에 나선 마약, 성범죄 수용자들도 늘어난 탓이다. 이에 따라 수용인원들은 더욱 비좁은 환경에 처하게 됐다. 이날 교도관들의 안내에 따라 실제 입소자들이 입소절차를 진행하는 공간을 거친 뒤 몇 개의 문과 엘리베이터를 타고나서 수용자들이 머무는 사동에 도착했다. 사동은 2인용 독거실과 다수인원이 머무는 혼거실로 구성돼 있다. 2인용 독거실의 경우 두 사람의 팔이 맞붙어야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아 3인 이상 수용은 불가능해 보였다. 독거실의 수용자들은 공간이 비좁아 벽면을 최대한 활용해 생활용품을 수납하고 있었다. 다수의 인원이 머무는 혼거실은 경우에 따라 3~12명의 인원이 머문다. 동종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수용하는 식이다. 혼거실의 공간은 6~8명 정도가 머물기에 적당해 보였지만 현재 수원구치소의 수용인원 포화율이 높아 5~6평 되는 공간에 수용 한계 인원인 12명을 채워서 생활하는 혼거실도 많다. 12명이 혼거실에서 잠들기 위해서는 머리는 양쪽 벽에 두고 지그재그 형식으로 다리를 두어야 겨우 취침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혼거실 역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벽면과 천정을 최대한 활용해 물건들을 수납하고 있었다. 수용인원들은 매주 1회 길이 200m가량의 내부운동장에서 운동할 수 있지만 해당 운동장은 2천200여명의 수용자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비좁아 보였다. 수원구치소의 경우 1995년 최초로 지어진 빌딩형 구치소로 과거에는 시설이 좋은 구치소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가장 낙후된 구치소로 꼽힌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진 것과 달리 수용자들의 급식 품질은 생각처럼 풍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루 세 끼 이들의 식재료 비용은 5천원으로, 수용자들이 직접 조리를 한다고 해도 넉넉할 수 없고 신선한 재료는 더욱 기대하기는 어렵다. 김현우 수원구치소장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처럼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 수용자가 폭증한다”면서 “구치소는 우리 사회 최후의 복지시설이자 인권의 척도인 만큼 수용자들의 교화를 위해서도 일정 수준의 수용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전거·보행자 뒤섞인 산책로… ‘위험한 동행’ [현장, 그곳&]

19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의 탄천. 이곳은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구분돼 있지 않아 자전거가 길을 걷는 보행자들 옆으로 쌩쌩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산책로를 달리던 자전거 중 일부는 보행자의 진행 방향을 넘나드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주민 이솔희씨(38)는 “이전에 산책하다가 자전거와 부딪혀 팔꿈치가 까진 적도 있다”며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명확히 구분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세류동의 수원천 산책로도 상황은 마찬가지.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겸용으로 설치돼 있었다. 한 보행자가 먼저 걷고 있던 비좁은 길을 자전거가 빠르게 지나가려고 하자 깜짝 놀란 보행자는 재빨리 몸을 피하며 인상을 쓰기도 했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서로 경계하며 피해 다녀야 하는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다. 경기도내 10곳 중 8곳 이상의 산책로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 구분돼 있지 않아 시민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경기지역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5천516노선에 총 길이 5천829km이며, 이중 4천948노선, 총 길이 4천831km가 자전거·보행자 도로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말하며, 한강이나 탄천 같은 산책로에 대부분 설치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책로가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구분이 안 돼 있는 데다 안전 대책까지 미비해 보행자들이 사고, 부상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19~23년) 경기지역내 ▲자전거 사고 발생 건수 ▲부상자 ▲사망자는 각각 7천223건, 7천909명, 96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1천400건 이상의 사고와 1천500명 이상의 부상자, 19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의 구분을 명확히 해 달라는 민원이 있지만, 도로마다 관리 부처가 제각각이고 부처마다 예산 등 여건이 달라서 일괄적인 개선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외부 활동 여건이 좋아져 산책로에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자전거 사고는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자전거 전용 도로 확보가 좋은 방법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공간적인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며 “주의 표지판이나 분리대, 경계석 등을 설치해 도로를 구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법적으로 도로의 주무부처가 다 달라서 일괄적으로 개선에 나서긴 어렵다”며 “반복적으로 민원이 접수되거나, 위험한 도로들은 각 주무부처에 표지판이나 분리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권고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편의점 야외 테이블 ‘불청객’... 밤낮없이 술판에 흡연 [현장, 그곳&]

지난 18일 오후 9시께 경기 광주시 신현동의 한 편의점. 이곳 편의점 입구 바깥쪽에는 원형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져 있었고 중년 남성 2명이 담배연기를 연신 내뿜으며 맥주, 소주 등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5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 일부는 눈살을 찌푸리며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지나쳤다. 같은 날 오후 10시30분께 성남시 분당구 한 초등학교 인근 편의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 편의점 또한 시민들이 걷는 인도 한켠에 파라솔이 설치된 테이블들을 펼쳐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3명의 30대 남성 무리는 막걸리와 과자를 먹으며 온갖 욕설이 섞인 고성방가를 하고 있었다. 옆을 지나던 한 중년 남성이 이에 불만을 나타내자 ‘죄송하다’는 말 뿐 그들의 고성방가는 오후 11시가 넘도록 계속됐다. 인근 주민 이유정씨(58·여)는 “야간에는 술 먹고 소리를 지르거나 아무렇지 않게 흡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렇게 테이블을 내놓아도 되는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무더위를 피해 편의점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에서 흡연 또는 음주를 하는 시민이 늘고 있는 반면, 이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각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단속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제68조(도로에서의 금지행위 등)은 누구든지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도로에 함부로 내버려두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제152조(벌칙)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마저도 편의점 사유지에 테이블을 설치한 경우라면 처벌 대상도 아닐 뿐더러 단순 계도에 그쳐 실제 벌금 부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단속의 빈틈을 이용해 도내 일부 편의점에서는 불법임을 알고 있음에도 야간 매출을 이유로 야외 테이블을 펼쳐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편의점 점주 A씨는 “매년 여름마다 주민분들이 앞에서 음주를 즐기고 다른 분들과 언쟁을 벌여 경찰이 출동한 적도 많지만 (파라솔 테이블 등을) 내놓지 않으면 매출에도 영향이 있어 치우지 못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도나 도로변에 설치돼 있는 경우 불법임을 고지하고 편의점에 계도하고 있지만 고정시설물이 아닌 탓에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며 “파라솔이 설치된 곳이 편의점 사유지인 경우에는 따로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시작된 ‘진짜 의료대란’…문 닫는 병원, 갈 곳 없는 환자 [현장, 그곳&]

“아이가 열이 펄펄 끓어 병원에 왔는데, 병원 문이 닫으면 아픈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면 휴진에 들어간 첫 날. 경기도내 동네 병원도 휴진에 동참하면서 헛걸음을 한 환자들이 속출했다. 18일 오전 9시께 성남시 분당구의 한 소아과. 헐레벌떡 아이를 안고 들어온 김철호씨(가명·38)는 소아과 문 앞에 붙어 있는 휴진 안내문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김씨는 “아이가 밤새 감기기운이 심해져서 반차를 내고 왔다”며 “동네 병원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 아픈 아이들은 어디로 가냐”고 토로했다. 그는 다급히 휴대전화로 인근 소아과를 찾아 전화를 돌렸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날 성남시 분당구의 한 외과의원의 문도 굳게 잠겨 있었다. 이날 진료를 받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왔다는 윤운자씨(67)는 휴진이라고 부착된 안내문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윤씨는 “고지혈증 때문에 약을 타기 위해서 병원에 왔는데, 휴진이라니 당황스럽다”며 “의사들이 환자를 내팽겨치는 행동”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앞에도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채 불이 꺼져 있었다. 이날 심장혈관흉부외과에 근무하는 교수 한 명이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병원 측 관계자는 “한 명을 제외하고 다른 흉부외과 교수는 정상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날부터 전면 휴진에 들어가면서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하루 휴진에 돌입하면서 ‘진짜 의료대란’이 시작됐다. 환자들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이날부터 전면 휴진에 돌입했다. 보건복지부가 전날 개원가의 휴진 신고를 집계한 결과,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총 3만6천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까지 휴진에 동참한 경기도내 병·의원 수는 집계되지 않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후 기준으로 휴진하는 곳을 파악할 예정이다. 경기지역 병·의원 곳곳에서 문을 닫으면서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휴진에 동참하는 병원들은 ‘휴진’ 안내문을 입구에 부착하고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휴진 신고를 한 병·의원을 파악 중”이라며 “구별로 지정된 전담관이 의료 기관 운영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9시부로 전국 개원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킬 책무가 있는 만큼 환자를 저버린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무기한 휴진' 돌입한 분당서울대병원... 환자들 ‘불안’ [현장, 그곳&]

“아픈 몸을 이끌고 일찍 병원에 왔는데… 이건 명백히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휴진입니다.” 서울대의대 산하 4개 병원의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17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 분당서울대병원. 이곳 진료 대기 장소엔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쓸개암 수술을 받았다는 이해승씨(82) 역시 숨을 헐떡이며 초조해하고 있었다. 이씨는 수술 경과를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병원을 찾았지만 당시 수술했던 의사와 내과 교수의 휴진으로 진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진료를 받지 못한 이씨는 다음 달로 다시 진료 예약을 했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같은 날 서울에서 온 박진석씨(가명·80)는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료일은 19일이었지만 휴진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려온 것. 박씨는 "의사 파업이 진행되고 있어 오늘 와보고 진료가 불가능하면 다른 병원으로 예약하기 위해 왔다"며 "갑자기 휴진으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서울대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면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더욱이 18일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이 예고돼 있어,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진짜 의료대란’이 현실화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967명 가운데 529명(54.7%)이 집단휴진에 동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의 경우 휴진에 참여한 교수는 총 51명이다. 진료 과목별로는 암센터 4명, 혈액종양내과 8명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들이 휴진에 돌입하면서 환자들의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진료실 앞엔 ‘의료진 공백으로 인한 진료 지연이 예상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기도 했으며, 병원 측은 환자들의 진료 예약을 다시 잡아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환자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병·의원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연차를 사용해 의사들이 휴진에 나서고 있어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는다”면서도 “예약 환자들은 차질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님아, 그 뚜껑을 밟지 마오”… 블랙홀 하수구 ‘섬뜩’ [현장, 그곳&]

16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정자동의 한 거리. 이곳에 설치돼 있는 하수구는 고무판으로 덮여 있어 실체가 가려진 모습이었다. 고무판을 들춰본 뒤 확인한 하수구 내부에는 낙상 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날 오후 의왕시 삼동 거리에 있는 하수구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하수구 내부를 살펴본 결과, 1m 남짓하는 높이가 훤히 들여다 보였지만 어떠한 보호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은 그 위를 무심코 걸어가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가던 서민희씨(가명‧31)는 “하수구 위를 지나가는 데 순간적으로 ‘덜컹’ 소리가 나 우연히 내부를 보게 됐다”며 “뚜껑이 열리거나 파손되면 그대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섬뜩해 앞으로는 하수구를 피해 다녀야겠다”고 불안해했다. 경기도내 하수구가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방치돼 있어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침수 피해 집중관리 시설은 도내 31개 시‧군 중 12개 지자체 내 총 23곳으로, 해당 지역에서는 침수 해소 사업이 진행 중이다. 침수 해소 사업이란 침수 원인을 파악하고 침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간 확장 및 펌프장 신설 등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이중 7곳은 침수 해소 사업이 완료됐으며 6곳은 사업이 진행 중, 나머지 10곳은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도는 정작 침수 방지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설치하는 하수구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 도는 인력 문제를 이유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지정해 1년에 한 번 하수구 관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 하수구에 대해서는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용역을 맡겨 관리가 이뤄진다지만 지자체 조차도 하수구 설치 개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본적인 안전장치 없이 설치된 하수구가 홍수 발생 등으로 인해 개방될 시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26일께 부산시 영도구의 한 도로에서 50대 여성 A씨가 하수구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피해 여성은 갈비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정종수 숭실대 안전재난관리학과 교수는 “홍수가 발생했을 때 하수구가 열릴 경우 그대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지자체는 전문가를 동원해 재난을 중심으로 한 위험 평가를 실시하고 안전사고를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아직 하수구 내 보호망 설치에 대한 계획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빌라 옥상 ‘불법 텃밭’ 점령... 이웃 “악취·벌레 못살겠다” [현장, 그곳&]

“자신들은 신선한 채소를 얻는다지만, 악취나 벌레는 왜 우리도 감내해야 하죠?” 15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 오래된 빌라들 사이사이와 옥상에는 불법 텃밭이 가득했다. 빌라 출입구 옆에 흙을 쌓아 작물을 경작하는가 하면, 빌라 옥상에 스티로폼 박스를 여럿 놔두고 식물을 재배하는 단지도 많았다.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작물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파리와 같은 날벌레가 수두룩한 데다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인근에 사는 김모씨(29)는 “최근 집 발코니에 벌레가 꼬여 집안 곳곳을 뒤졌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며 “결국 근처 빌라 옥상 텃밭에서 벌레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는데, 누가 기르는지 찾을 길도 없고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정오께 찾은 미추홀구 주안역 구도심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마당 흙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하게 심은 호박 잎 사이사이로 벌레떼가 보였다. 인천지역 주택가와 빌라 곳곳에서 텃밭을 가꿔 방울 토마토, 깻잎과 같은 작물 등을 기르는 가구가 생겨나는 가운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텃밭 주인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건조하지 않고 비료로 써 악취가 나는가 하면, 경작을 위해 산에서 흙이나 나뭇잎을 가져와 화단을 만들어 벌레가 꼬이기 때문이다. 이날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아파트나 빌라 같은 다세대주택의 옥상이나 복도는 공용부분이라 구분소유자들(주민) 동의 없이 한 세대주가 임의로 텃밭을 가꾸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재하는 방안은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이 같은 텃밭들 대다수가 불법인데도 경작을 시작하면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인교 인천시의원(국민의힘·남동6)은 “강제 철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그야말로 법의 사각지대”라며 “텃밭을 기르는 주민들과 지자체 등 모두가 나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대부분 텃밭은 사유지라 관리 주체인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시는 권한이 없어 조정만 가능하다”며 “다만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을 고심해보겠다”고 말했다.

공원 CCTV설치 의무화 하나마나… 범죄 ‘사각지대’ 여전 [현장, 그곳&]

도시공원법 개정으로 공원 내 폐쇄회로(CC)TV 설치가 의무화 됐지만 경기도내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CCTV 설치 장소나 규격에 대한 지침은 물론, 미설치에 대한 제재 규정도 없는 탓에 인파가 많은 광장에만 치중, 정작 범죄 예방에 필요한 내부 산책로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1일 오전 9시30분께 용인특례시 수지구의 한 공원은 입구를 제외한 공원 어디에서도 CCTV는 보이지 않았고 공원 내 등산을 할 수 있게 뚫린 길에는 범죄로부터 취약한 후미진 구역을 비추는 CCTV는 찾아볼 수 없었다. 등산로에서 만난 김지윤씨(48.여)는 “걷다가 무슨 일이 날까 겁난다”며 “별일 없겠거니 하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고양특례시 일산동구의 한 공원도 마찬가지. 잔디광장과 산책로가 밀집해 있었지만 CCTV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으며 성인 키보다 높게 자란 나무와 수풀이 무성하게 덮고 있었다. 이처럼 도내 곳곳에서 일상 속 쉬운 접근성과 건강관리를 위해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지만 CCTV 설치 의무화는 구색만 갖추고 있을 뿐 범죄 사각지대는 여전히 무방비 상태로 남아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 통계청의 2018~2022년 범죄발생 장소 통계를 보면 ‘산야’에서 발생한 범죄가 연평균 3천300건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에 설치된 방범용 CCTV 총 대수는 15만6천대지만 도내 1천101개의 공원마다 설치된 CCTV 위치는 관리 주체가 각 시·군에 있어 파악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도시공원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세부 규정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민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무화임에도 세부 규정이 명확하지 않게 되면 여러가지 미비점이나 또 다른 2차 피해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관계 당국에서 규정이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보완을 통해 시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시·군에서도 도비 보조 사업이나 자체 예산 등을 통해 확대 설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에는 도심 지역보다는 공원 및 산책로로 구역을 선정해 93개소를 추가적으로 확대 설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 기록적 폭우 오는데… ‘침수’ 무방비

11일 오전 10시께 의왕시 부곡시장길의 한 아파트. 이곳의 지하주차장은 재난 발생 시 대피소로도 활용되지만 물막이판은커녕 하수구조차 없어 물 유입 시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였다. 지하주차장 입구가 두 곳인 이곳은 양쪽에서 더 빨리 물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지하주차장 안에 들어서니 입구는 성인 여성 눈높이보다 높아, 물이 차면 시야 확보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날 오후 수원특례시 팔달구 매교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물막이판이 없는 건 마찬가지. 밖에서 보이는 지하주차장은 지대가 낮은 탓에 내부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했다. 이처럼 캄캄한 지하주차장 안에는 침수사실을 알려주는 어떠한 경고등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곳 주민인 주진태씨(60)는 “지하주차장에 갑작스럽게 물이 들어오면 대피할 공간도 따로 없지 않냐”며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는데 안전 장치 하나 없는 지하주차장이 폭우 시 침수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올해 기록적인 폭우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도내 대다수의 아파트 주차장과 반지하주택에 집중 호우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물막이판 설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2년 최초로 아파트 4천610단지를 대상으로 물막이판 설치 조사를 실시했다. 현재(이달 기준) 물막이판 설치가 이뤄진 곳은 183단지로 최초 조사 대상 단지의 약 4% 수준이다. 당시 반지하주택에 대한 물막이판 설치 조사도 8천861곳에 대해 이뤄졌지만 집주인 반대 등의 이유로 지난해 기준 실제 설치 가구는 5천233곳(59%)에 그쳤다. 이처럼 도내 아파트와 반지하주택 지하주차장에 물막이판을 포함해 침수 시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여름철 장마 시기가 다가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2022년 8월9일께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안양과 성남 등 아파트에서 잇따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날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침수돼 9명이 갑작스럽게 유입된 물로 고립되거나 익사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2명은 배수관을 잡고 구조됐지만 7명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꼭 저지대가 아니더라도 배수가 잘 안되는 경우도 침수 가능성이 있다”며 “여태껏 물에 잠긴 적이 없다는 안일한 생각 대신 위험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집값에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 거절하기도 했다”며 “아파트는 사유지이기에 설치를 강제할 수 없지만 신청한 곳에 한해서는 기술자문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잡이 하나에 ‘매달린’ 생명줄…환경미화원 ‘안전’ 벼랑 끝 [현장, 그곳&]

"뒤에서 차량이 들이받을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10일 오전 6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매교동의 한 거리. 환경미화원 2명이 청소차량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고 있었다. 2m 남짓한 거리마다 차량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환경미화원은 발판을 오르내리며 쓰레기를 실어 날랐다. 환경미화원으로 27년 근무했다는 양중모씨(63)는 "뒤에서 차가 들이받는 경우에는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며 "근로 기준 시간 안에 맞춰야 하다 보니 발판에 오르내리는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전 8시께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환경미화원 근무환경에서도 위험한 상황이 목격됐다. 청소차량이 골목을 빠져나와 차도로 들어섰지만 환경미화원은 여전히 발판 위에 올라 이동하며 쓰레기를 수거해야 했다. 이때 뒤에 있던 버스가 청소차량을 향해 경적을 울렸고 환경미화원은 손을 들어 보이며 잠시 기다려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경기도내 환경미화원들이 법 규정을 무시한 채 여전히 청소차량 뒤 발판에 매달린 채 위험천만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작업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최근 3년간(2021년~2023년) 환경미화원 안전사고는 499건에 달했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자가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한다. 또 지난 2022년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청소차량 운전자는 작업인원이 매달리거나 적재함에 타고 있을 경우 운행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환경미화원 안전을 위한 저상형 청소차 보급이 추진됐다. 저상형 청소차는 운전석과 수거함 사이에 낮은 높이의 별도 탑승공간을 마련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수거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든 차량이다. 하지만 지난 4월 기준 도내 도입된 저상형 청소차는 81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월 기준 도내 생활폐기물 차량의 개수가 3천386대인 것을 감안하면 보급율은 2.39% 수준에 그친 셈이다. 보급률이 저조한 주요 이유로는 작업자들이 차량 승·하차 시 작업 속도가 더뎌지는 등 실효성 저하가 꼽히고 있다. 더욱이 지자체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특히 환경미화원들이 이면도로를 벗어나 일반도로에서도 차량에 매달려 이동할 경우 더욱 위험하기 때문에 저상형 청소차 보급 확대 등 하루 빨리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차량 뒤 발판에 오르는 게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환경부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들은 개선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항상 부족한 ‘천원의 아침밥’…대학생 오픈런 해도 ‘꼬르륵’ [현장, 그곳&]

“1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아침을 해결할 수 있어 좋지만, 수량이 부족해 항상 일찍 나와 줄을 서고 있어요.” 10일 오전 7시30분께 경기대 수원캠퍼스. 수업 시작까지는 아직 1시간여가 남았지만, 학생 식당은 출근길 지하철처럼 학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같은 날 오전 8시께 인근 아주대도 마찬가지. 아침밥을 나눠주는 기숙사 식당에 황급히 들어선 한 학생은 얼마 남지 않은 컵밥을 챙긴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물가 장기화로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몰려드는 대학생들이 많아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증액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세수 감소 여파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경기도,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천원의 아침밥은 정부와 지자체, 학생과 대학이 4천원 상당의 식사를 1천원씩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복지 사업이다. 사업 초기에는 학교 분담률이 높았지만 지난해 경기도가 예산 지원에 참여하고 농식품부가 분담금을 늘리면서 그해 초 5개교에 불과했던 참여 대학 수는 하반기 23개교로, 올해는 32개교로 급증세를 반복했다. 하지만 각 대학은 매일 아침 한정된 아침밥을 얻으려는 학생들로 전쟁통을 치르고 있다. 공급 가능한 재원은 한정돼 있지만 고물가로 천원의 아침밥을 찾는 학생 수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한 대학생 A씨는 “아침밥을 받아가려면 기본적으로 평소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늦으면 받을 수 없기에 아침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토로했다. B 대학 관계자 역시 “시험 기간에는 아침밥을 평소보다 더 많이 준비하는 데도 10~20분이면 금방 소진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업 투입 예산 증액 필요성과 함께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원이 고정된 상태에서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아침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추가 예산 확보가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라면서도 “다만 재원 투입에 앞서 교육 당국과 지자체가 학생들의 수요를 면밀히 분석, 적절한 규모를 설정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지난 3월 가천대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진행하는 등 대학별 사업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원활하게 아침밥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칠게 살리려고 '고군분투'... 인천 송도갯벌에 묻힌 불법 어구 수거 [현장, 그곳&]

“갯벌 정화 활동으로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고 지구의 힘을 되찾는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8일 오전 9시30분께 인천 연수구 옥련나들목(IC) 인근 송도갯벌. 물이 빠지자 모습을 드러낸 뻘 위로 가로로 놓인 수십m의 파이프가 다수 보인다. 갯벌과 갯벌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바로 불법 칠게잡이 어구들. 5m 가량의 파이프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어림잡아 20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환경단체에서 종전 박혀 있던 어구 가운데 3분의2를 수거했음에도 아직 이 정도가 남아 있다. 불법 칠게잡이 어구는 PVC 파이프를 가로로 쪼갠 뒤 갯벌에 매립하는 형태다. 갯벌을 오가는 칠게가 파이프에 빠지면 위로 올라가지 못한 채 옆으로만 이동하다 양동이나 어망에 빠진다. 매립 업자들은 이를 수거해 문어나 낙지잡이 미끼로 판매한다. 성체나 새끼 게 모두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함정이다. 이날 어구 수거를 위해 연수구에서 온 문가희씨(28)는 “새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조류 보호활동과 갯벌보호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며 “우리 갯벌이 세계적으로 정말 소중한데, 이런 불법 어획이나 무분별한 개발로 점점 사라져가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어 “지난해에도 참여했는데,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힘들지만 진정 뿌듯하다”며 “우리가 지구인으로서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칠게는 갯벌에 굴을 파고 서식해 산소 유통을 원활히 한다. 또 갯벌 정화에 기여해 생태계 오염을 방지하는 중요한 생물 중 하나다. 특히 멸종위기철새인 ‘알락꼬리마도요’ 등 철새의 식량이기도 한데, 불법 칠게잡이 어구는 송도 갯벌을 찾는 철새들의 먹이들이 사라지는 결과를 만든다. 서울 서초구에서 아들과 함께 참여한 정운석씨(42)는 “100번 말하는 것보다 1번 현장에서 환경의 소중함을 느껴 보자는 취지에서 아들과 함께 왔다”고 전했다. 이어 “환경운동을 하는 단체는 많지만, 칠게와 같은 한국 토종의 야생동물 보호 활동은 많지 않아 더욱 의미가 있다”며 “초등학교 운동장 4분의1 크기 갯벌을 치우는데도 체력이 방전됐다”고 말했다. 이날은 인천녹색연합 주관으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해양환경보호단 레디, 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EAAFP) 사무국, 채드윅국제학교 비코 클럽과 시민 70여명이 참여해 송도 갯벌에서 불법 칠게잡이 어구 수거 활동을 했다. 시셰퍼드코리아와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 한바랄, 소비자기후행동 오아시스 공동체에서도 함께했다. 참여자들은 녹색연합에서 나눠준 고무 장화를 신고 삽이나 가위 등 각자가 필요한 도구를 챙겨 갯벌로 들어갔다. 이날 오전에는 비까지 내려 한 발을 내딛기가 쉽지 않은 상황. 겨우 어구에 도착한 이들은 뻘에 파묻힌 파이프를 삽으로 캐내고 파이프들을 연결한 줄을 가위나 칼 등으로 절단 뒤 육지까지 가져가는 고된 작업을 반복한다. 하다정(15·미국 미시간)양은 “예전에 다니던 학교 클럽에서 봉사 활동을 한다고 해 참여했다”며 “처음 와 힘들지만,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방치된 파이프들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남아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또 여전히 파이프에 칠게들이 빠져 죽는 등 생태계에 영향을 줘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일은 원칙적으로 각 군·구에서 담당해야 하지만 시민들과 함께 직접 철거하게 됐다”며 “이런 활동들이 환경 정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작업하다 바닥에 ‘쿵’…잇따른 추락사에도 방호망 없는 공사장 [현장, 그곳&]

“추락방호망이 없으면 떨어지는 순간 그대로 사망하는 거 아닌가요?” 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금곡동의 한 공사장. 8층 높이 규모의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공사 현장에는 먼지 날림을 막아주는 분진망이 늘어져 있거나 구멍이 뚫린 채 건물 외부를 감싸고 있었다. 그 사이로 보인 현장 안은 뾰족한 철근들이 하늘 위로 높게 설치돼 있었다. 이처럼 추락 사고 발생 시 근로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요소들이 군데군데 존재했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추락방호망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같은 날 낮 12시께 군포시 금정동의 한 공사 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기본적인 안전장치인 추락방호망이 없는 상태에서 인부들이 공사 자재를 여기저기 옮기며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일부 작업자들은 심지어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이춘삼씨(가명·48)는 “추락방호망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하다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죽는 것”이라며 “로프와 안전모에만 의지해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공사장 내 추락방호망 설치 의무화가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경기지역 현장에선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경기도에서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공사장 전체 사고 유형 110건 중 추락사고는 58건(52.7%)으로 집계되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추락방호망 미설치를 포함한 공사장 내 시정요청 건수는 2021년 4만819건, 2022년 7만8천559건, 2023년 9만452건 등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5월17일께 파주시 목동동의 한 빌라 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8m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방호망이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종수 숭실대 안전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유럽처럼 매우 엄격한 관리를 통해 공무원이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며 “지자체는 관리‧감독과 관련한 조례를 만드는 등 적극 행정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단속 권한이 없어 사업체가 못 들어오게 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도내 노동안전지킴이 팀을 통해 외부 전문가와 합동 점검을 나가 안전문화 정착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할인 없고 환승 안되고… 인천 대중교통 ‘태그리스’ 찬밥신세 [현장, 그곳&]

“서울 갈 땐 못 쓰고, 대중교통 할인 혜택도 없어요. ‘태그리스(Tagless)’ 이용하면 오히려 손해죠.” 3일 오전 8시께 인천 미추홀구 인천도시철도(지하철) 2호선 주안역. 교통카드를 인식기에 대지 않고 통과할 수 있는 태그리스 게이트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버젓이 서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 태그리스 게이트를 이용하면 환승·교통비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해서다. 출근하는 시민들은 오히려 태그리스 게이트를 피해 일반 게이트로 통과하려고 줄을 서기도 한다. 같은 날 계양구 인천지하철 1호선 작전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태그리스 이용객은 없었고, 태그리스 게이트를 지나더라도 태그리스를 이용하지 않고 교통카드를 인식기에 대고 지나가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오갔다. 인천시가 대중교통 혼잡 완화 등을 목적으로 도입한 태그리스 사업이 기술력 부족과 좁은 사용 범위 등으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시와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태그리스’는 출퇴근 시간 시민들 개찰구 통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혼잡을 없애고, 휠체어 장애인 등의 개찰구 통과도 훨씬 수월하게 한다. 고속도로 하이패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시와 교통공사는 주안·작전역에서 태그리스 게이트를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며 이달 중 인천2호선과 서울지하철 7호선 등 32개 역사에 태그리스 게이트를 설치하고, 내년 1월에는 인천 1호선 모든 역사에 태그리스 게이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태그리스 게이트 이용객은 거의 없다. 교통공사가 지난 6개월간 주안·계산역 태그리스 게이트 이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1일 평균 이용객은 승차 1.2명, 하차 1명 수준에 그쳤다. 태그리스 게이트 이용자가 적은 이유는 민간업체와의 계약 사업이어서 대중교통 할인 혜택이 큰 인천 I-패스는 사용할 수 없는 데다 인천과 서울의 태그리스 사업체가 각각 달라 환승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태그리스를 이용하려면 특정 교통카드 업체 앱을 설치해야 해 ‘디지털약자’들은 이용하기 힘들다. 지역 안팎에선 선진 기술인 태그리스 확대를 위해 수도권 협의를 통한 기능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태그리스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역사 혼잡을 줄일 수 있는 선진 기술이지만 수도권 지자체들이 각각 따로 사업을 추진해 환승이 안 된다”라며 “이 때문에 편리함은커녕 오히려 시민들이 이용하는 게이트만 줄어든 셈”이라고 했다. 이어 “수도권 지자체들이 태그리스 기능 개선을 위해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내년 모든 지하철역사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업체 및 서울·경기 등 지자체 등과 협의에 나서겠다”며 “이를 통해 태그리스 기능을 개선하고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인천 남동산단 불법 가설건축물 ‘수두룩’… 火 부른다 [현장, 그곳&]

“공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가설건축물을 샌드위치 판넬로 불법 증축해놨으니 불이라도 날까 불안합니다.” 2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남동국가산업단지 한 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 업체. 2층 규모 작업장 옆으로 샌드위치 판넬로 지은 사무실이 바로 옆 공장과 담벼락 1개를 두고 맞붙어 있다. 현행 건축법상 옆 건물과 1.5m 이상 간격을 둬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남동산단에 있는 또다른 원목가구 제조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 2층 규모 가설건축물은 바로 옆 다른 가구 공장과 맞붙었다. 인근 업체 관계자는 “공사를 시작한 지 2달도 안돼 가설건축물이 들어섰다”고 귀뜸했다. 이어 “신고도 없이 멋대로 면적을 확대해 공사했는데, 바로 옆 건물이라 싸움날까봐 신고를 할래야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산단 내 소규모 업체 등의 가설건축물 불법 건축이 늘고 있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불법 가설건축물들은 대부분 값이 싼 자재로 시공해 사용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데다, 방화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에도 무방비 상태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남동산단 내 상당수 업체들은 “창고로 사용하겠다”고 남동구청에 가설건축물 건축을 신청하고는 신고 용도와는 달리 사무실로 바꾸는가 하면, 무단 증축하는 등 불법 건축을 일삼고 있다. 현행 건축법 제111조는 가설건축물을 신청하지 않고 불법 건축하거나 신청한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구는 가설건축물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내부 신고 등에만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현장에서 불법으로 운영하는 가설건축물을 확인해도 대부분 원상복구 명령에 그치며, 이에 따라 가설건축물에 대한 단속 현황 등도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기준, 남동산단에는 소규모 업체 등이 1천579개의 가설건축물을 지어 사용 중이지만, 이 중 불법 가설건축물은 얼마나 되는지 구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김재현 계명문화대 소방환경안전과 교수는 “가설건축물은 소방시설 등 안전시설을 적용하지 않아도 대부분 서류만 내면 통과해 불법 증축 등으로 화재나 붕괴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가 최소 1년에 1~2번이라도 방문을 하든 영상물 등을 받아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소규모 업체 상당수가 열악한 경영 환경에 처해 적극적인 단속을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불법 가설건축물이 늘어 불미스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주기적인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소음·분진 못살겠다” 인천 구월 이마트 트레이더스 공사장 인근 피해 [현장, 그곳&]

“공사 현장에서 날리는 먼지 때문에 손님이 뚝 끊겨 생계를 걱정해야 할 지경입니다.” 1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2지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공사 현장. 공사 자재들을 실어나르는 화물차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공사장에서는 소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먼지도 많이 날려 차를 잠깐 세워 놓기만 해도 손에 묻을 정도로 먼지가 가득했다. 아직 에어컨을 켜야할 정도로 덥지 않아 창문을 열어두면 제법 시원하지만, 인근 상가들은 창이나 출입문을 열어둘 수 없었다. 잠깐만 창문을 열어도 책상이나 집기에 먼지가 쌓이기 때문이다. 인천 남동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소음 등으로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남동구에 따르면 구월동 1549 일원에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4만8천680㎡ 규모로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마트 측은 지난해 6월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을 마치고 2025년 8월 개장을 목표로 이달 초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아직 15개월이나 남았다. 그러나 주변 구월테크노밸리 지식산업센터를 비롯한 음식점과 카페 등은 물론, 이곳을 방문하는 주민들까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인근 세차장의 경우 세차를 하자마자 차에 먼지가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공사 현장에서 먼지를 막겠다고 뿌린 물이 공사현장 흙과 만나 흙탕물로 바뀌면서 세차장 입구 앞으로 흘러드는 통에 말끔하게 세차를 마친 이용객 차량들이 이를 밟고 나와야만 하는 상황이다. 세차장 관계자는 “세차하자마자 바로 먼지가 쌓이는데 누가 오겠느냐”며 “이용객들이 방문을 꺼려 피해가 막심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공사인 신세계 건설 등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남동구 관계자는 “정기 점검 차원에서 현장을 방문, 비산먼지저감조치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했고, 특별한 위법사항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일 수시로 살수차로 물을 뿌린다”며 “먼지뿐만 아니라 다른 민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해명했다.

페인트 벗겨지고, 녹슨기둥 파편... 인천 도심 흉물 ‘야외무대’ 눈살 [현장, 그곳&]

“공연장인지 흉물인지, 지나갈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1일 오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6번 출구 인근 야외무대. 무대에 달린 조명에는 먼지가 가득하고 스피커를 지지하는 부분은 떨어져 나가 있었다. 벽 페인트칠은 벗겨진 데다 철판으로 된 무대 바닥은 녹이 슬어 얼룩덜룩했다. 심지어는 무대 기둥이 녹슬어 떨어진 파편들이 바닥에 흐트러져 있었다. 이곳은 지난해 안전진단에서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후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통제선을 설치했지만 누구나 쉽게 출입 가능한 상태였다. 몇몇 시민들은 아무렇지 않게 무대 바로 앞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이날 비슷한 시간 계양구 작전동 작전야외공연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벽면은 다 갈라져 있었고 무대 바닥 또한 다 뜯겨 있었다. 이곳은 최근 1년 동안 공연이 열리지 않는 등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되고 있었다. 인천 도심 속 야외 무대가 관리 부실 등으로 방치되며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조성, 관리하는 야외 무대는 40여 곳에 달한다. 사설 공연장 까지 합치면 100곳이 넘는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야외무대의 경우 예산을 들여 보수하는 등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사설 무대는 관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설 무대는 사유 공간인 탓에 지자체 등이 수리하거나, 소유자들에게 수리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유자가 여러 명인 경우, 연락을 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연락이 닿더라도 활용 방안을 비롯해 의견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보통이라 대책 마련은 쉽지 않다. 주민 A씨는 “보기에도 좋지 않고 특히 번화가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곳에 있는 낡고 방치된 야외 무대에 혹시라도 누가 올라가 다칠까 봐 걱정스럽다”고 불안해 했다. 이어 “혹시 모를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개인이 소유한 사설 무대는 지자체가 임의로 보수하거나 철거하기 어렵다”며 “최근 낡은 무대 소유자들에게 무대 관리와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하루빨리 다른 소유자들에게도 연락해 보수하거나 철거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꽃게 풍년이라는데… 사먹는 건 ‘金꽃게’ [현장, 그곳&]

“올해 꽃게 풍년이라는데, 꽃게음식점 가격은 여전히 비싸요.” 30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다양한 꽃게요리 음식점이 모인 꽃게거리. 한 식당의 꽃게 4인 기준 코스요리 가격은 13만~18만원. 올해 꽃게가 풍년이라 도매가격은 내렸지만, 음식 가격은 지난해와 같거나 되레 인건비 등 물가 상승에 따라 지난해보다 소폭 오르기도 했다. 인근의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 4인 가족이 먹을 수 있는 크기로 꽃게 4마리가 들어간 꽃게탕 대(大)의 가격은 12만원. 지난해 가격과 같다. 이 곳에서 만난 서은비씨(32)는 “꽃게 풍년이라해서 가족과 함께 왔는데, 가격은 그대로라 아쉽다”며 “좋아하는 음식인데 쉽게 먹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올해 인천 앞바다의 꽃게 수확량이 급증으로 가격이 반토막 났는데도, 인천시내 꽃게 음식점 가격은 그대로 거나, 되레 올라 시민들은 꽃게 풍년을 덕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옹진군과 인천수협 등에 따르면 연평도의 올해 3월~5월 꽃게 수확량은 29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173t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인천 지역의 전체 꽃게 수확량은 이달 기준 2천26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379t보다 64%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꽃게 1㎏의 경매 평균 가격은 1만1천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천700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천수협은 올해 강수량이 많아 영양염이 풍부하고 수온이 높아져 꽃게가 잘 성장해 수확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암꽃게의 알이 적게 차는 등 꽃게의 생육 상태가 좋지 않아 예년에 비해 상품성이 나빠져 경매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인천수협 관계자는 “보통 이 같이 살이 덜 차거나 껍질이 덜 여문 ‘물렁게’는 암꽃게가 산란을 한 뒤인 8~9월에나 나온다”며 “하지만 올해는 일찍부터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민들은 물론 도소매상 입장에서는 풍년인데도 돈을 벌지 못하는 속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의 꽃게 소매 가격은 1㎏에 2~3만원 수준. 알을 밴 큼지막한 암꽃게 2마리 정도를 3만원에 살 수 있을 정도로 싸다. 이는 지난해 4만~5만원 선에 비해 40% 하락한 가격이다. 상인 A씨는 “올해 꽃게가 예년보다 많이 잡히다보니 가격이 싸졌다”며 “게다가 알이 덜 차 상품성이 낮기에 비싸게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꽃게 가격 하락에도 식당 등에서의 꽃게 음식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꽃게 가격 하락에도 소비자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꽃게 철인데도 정작 꽃게 음식 먹기를 망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상인 B씨는 “올해 꽃게 가격이 싸졌다고 해도 다른 재료값 등 전체적인 물가가 올라 가격을 내릴 순 없다”며 “또 내년에 꽃게 가격이 오를 수도 있는데,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오히려 꽃게의 알이나 살이 적다고 단골 손님들이 불만이 커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천의 대표 특산물인 꽃게로 만든 음식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식당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들도 이 같은 식당은 ‘착한 가게’로 지정하는 등 전반적인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차전쟁’ 부추긴… 무분별 전기차 충전 구역 확충 [현장, 그곳&]

“막무가내로 기존 주차 공간을 전기차 충전 구역으로 바꾸면, 어디에 차를 세워야 하나요?” 지난 27일 오후 9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천천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 한 차량이 한참 동안 빈 자리를 찾아 주차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엔 차들이 빼곡하게 세워져 있어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 전기차 충전 구역은 텅텅 비어있었다. 이곳은 지난달 기존 4천여면의 주차 공간 중 200여면을 전기차 충전 구역으로 바꿔 일반 차량을 위한 주차 공간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주민 나모씨(58·여)는 “전기차 충전 설비가 들어온 이후 주차 공간이 줄어들어 밖에 차를 대기 일쑤”라며 “내 집에 내가 마음 편히 주차를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역정을 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의왕시 오전동의 주차장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주차장을 넘어서 도로 위에도 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고, 주차된 차들 앞으로는 다른 차들도 이중주차를 한 상황이었다. 반면에 전기차 충전 구역은 텅텅 비어있었다. 주민 이정배씨(47)는 “가뜩이나 이전부터 주차하기 힘들었는데 기존 주차 공간을 막무가내로 전기차 충전 구역으로 바꾸면 어떡하냐”며 “전기차 자리는 맨날 텅텅 비어있지 않냐”고 토로했다. 전기차 전용 부지를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 주차구역에 충전 설비 개수만 채우려는 편법이 경기도에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경기도에 따르면 친환경자동차법상 전기차 충전 시설은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에 설치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제정된 법에 따라 구 건축물은 2% 이상, 신 건축물은 5% 이상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경기도의 경우 이 같은 전기차 충전 구역은 8만6천여곳으로 총 주차장(52만여곳) 중 16.5%를 차지한다. 6면 중 1면이 전기차 충전 구역이라는 것인데, 전기차 전용 부지를 증설하는 것이 아닌 기존 주차 자리에 전기차 충전 설비를 막무가내로 설치하고 있어 기준치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공동주택의 경우 구체적인 전기차 충전 구역의 수를 전기자 보급 현황, 도로 여건 등을 고려해 지자체가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고려되지 않고 충전 구역만 급급하게 늘리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기존 주차 공간에 전기차 충전 설비를 설치하면 주차난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 과도기인 만큼 예산을 편성해 전기차 충전 설비 전용 부지를 따로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새로운 부지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기존 주차 구역에 전기차 충전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며 “법률이 새롭게 개정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사회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