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간 주안•계산역서 이용객 하루 평균 승차 1.2명 하차 1명 지자체 협의로 기능 개선 필요
“서울 갈 땐 못 쓰고, 대중교통 할인 혜택도 없어요. ‘태그리스(Tagless)’ 이용하면 오히려 손해죠.”
3일 오전 8시께 인천 미추홀구 인천도시철도(지하철) 2호선 주안역. 교통카드를 인식기에 대지 않고 통과할 수 있는 태그리스 게이트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버젓이 서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 태그리스 게이트를 이용하면 환승·교통비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해서다.
출근하는 시민들은 오히려 태그리스 게이트를 피해 일반 게이트로 통과하려고 줄을 서기도 한다.
같은 날 계양구 인천지하철 1호선 작전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태그리스 이용객은 없었고, 태그리스 게이트를 지나더라도 태그리스를 이용하지 않고 교통카드를 인식기에 대고 지나가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오갔다.
인천시가 대중교통 혼잡 완화 등을 목적으로 도입한 태그리스 사업이 기술력 부족과 좁은 사용 범위 등으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시와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태그리스’는 출퇴근 시간 시민들 개찰구 통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혼잡을 없애고, 휠체어 장애인 등의 개찰구 통과도 훨씬 수월하게 한다. 고속도로 하이패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시와 교통공사는 주안·작전역에서 태그리스 게이트를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며 이달 중 인천2호선과 서울지하철 7호선 등 32개 역사에 태그리스 게이트를 설치하고, 내년 1월에는 인천 1호선 모든 역사에 태그리스 게이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태그리스 게이트 이용객은 거의 없다. 교통공사가 지난 6개월간 주안·계산역 태그리스 게이트 이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1일 평균 이용객은 승차 1.2명, 하차 1명 수준에 그쳤다.
태그리스 게이트 이용자가 적은 이유는 민간업체와의 계약 사업이어서 대중교통 할인 혜택이 큰 인천 I-패스는 사용할 수 없는 데다 인천과 서울의 태그리스 사업체가 각각 달라 환승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태그리스를 이용하려면 특정 교통카드 업체 앱을 설치해야 해 ‘디지털약자’들은 이용하기 힘들다.
지역 안팎에선 선진 기술인 태그리스 확대를 위해 수도권 협의를 통한 기능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태그리스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역사 혼잡을 줄일 수 있는 선진 기술이지만 수도권 지자체들이 각각 따로 사업을 추진해 환승이 안 된다”라며 “이 때문에 편리함은커녕 오히려 시민들이 이용하는 게이트만 줄어든 셈”이라고 했다. 이어 “수도권 지자체들이 태그리스 기능 개선을 위해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내년 모든 지하철역사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업체 및 서울·경기 등 지자체 등과 협의에 나서겠다”며 “이를 통해 태그리스 기능을 개선하고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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