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지하화·주민 휴식공간...인천형 '유니온파크' [현장, 그곳&]

“소각장은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납니다. 공원과 체육시설이 있고, 인근엔 대형쇼핑몰까지 들어서 좋습니다.” 1일 오후 1시께 경기도 하남시 하남 유니온파크. 넓은 공원 지하에는 생활폐기물 소각장이 있지만 운반 차량은 보이지 않고 악취조차 나지 않아 소각장이 있는지 모를 정도다. 지상에 풋살장 등 체육시설에는 시민들이 운동 중이고, 공원 의자에는 주민들이 앉아 쉬고 있다. 유니온파크와 불과 50m 떨어진 곳에는 대형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이 있어 주민들은 물론 서울시 등 타 지역 시민까지 찾는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인근 주민 김현배씨(58)는 “소각장이 지하로 들어가니 아무런 불편이 없다”며 “되레 큰 공원까지 생겨 살기 좋은 동네로 변했다”고 했다. 이어 “인근에 대형쇼핑몰까지 들어오면서 집값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인천지역 자원순환센터(소각장) 설립이 주민 반대로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군·구 등이 소각장의 지하화를 통해 상부공간은 공원과 대형쇼핑몰 등 주민 편의시설이 모인 ‘인천형 유니온파크’ 모델을 만들어 주민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국비는 물론 인천시로부터 1천억원의 인센티브를 확보해 이 같은 시설을 만들려면 군·구가 서로 의견을 모아 광역화를 이뤄내는 것이 시급하다. 인천시와 하남시 등에 따르면 하남시는 지난 2015년 3천억원을 투입 1일 생활폐기물 48t, 음식물 80t, 재활용품 50t 등 하남시민들의 폐기물을 소각할 수 있는 유니온파크를 조성했다. 당시 하남시는 소각장 지하화와 상부 공간 공원 조성, 인근 대형쇼핑몰 유치 등을 통해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통상 소각장이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인 것과 정반대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 소각장도 지하화는 물론 이 같은 편의시설을 포함해야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중석 인천녹색환경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기피시설인 소각장을 조성하려면 인천형 유니온파크를 만들어 시민들이 공감할 만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형 유니온파크를 조성하기 위해선 군·구의 광역화가 필수적이다. 최소 2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 때문이다. 군·구가 각자 소각장을 조성하면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데다 편의시설 등을 만들기 위해 인천시로부터 받는 인센티브 규모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어든다. 앞서 인천시는 군·구의 광역 소각장 조성 시 국비 포함 총 1천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안 사무국장은 “군·구가 따로 소각장을 만들기엔 재정부담이 크다”며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군·구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되, 광역 소각장 건립에 시도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이 같이 소각장 지하화 및 주민들을 위한 시설을 최대한 담는 인천형 유니온파크 형태가 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구가 국·시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광역 소각장 건립을 합의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충전 5분, 대기 1시간… 수소차 충전소 ‘태부족’ [현장, 그곳&]

“충전은 5분이면 끝나는 데, 대기시간만 1시간입니다.” 1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수소충전소. 충전을 위해 대기 중인 차량 4대가 충전소를 둘러싸고 있었다. 수소차를 운행 중인 김유정씨(45)는 대기 줄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소차 한 대를 충전하는데 평균 5~10분이 걸리지만, 충전 차량이 많으면 가스를 압축하는 과정이 필요한 탓에 대기시간이 훨씬 길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날 성남시 중원구 수소차 충전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성남에 있는 유일한 수소충전소이지만 평일에는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되기 때문에 충전을 미리 해두려는 차들로 가득했다. 2년 전 수소차를 구입한 이시호씨(37)는 “충전 시간이 짧다고 해서 전기차 대신 수소차를 선택했는데 충전소가 없어 시간이 더 걸린다”며 “수소 재고가 소진돼 일찍 영업이 마감되는 경우도 있어 수소충전소 앱을 이용해 매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고 푸념했다. 경기도내 수소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해 운전자들이 장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등록된 수소 차량은 총 7천501대이다. 반면 도내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30곳(수소충전기 39기)에 불과하다. 단순히 계산해 봐도 충전기 1기당 192대를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수소충전소가 평택·화성 등 일부 지역에 몰려있어 충전하기 위해 다른 지역을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도내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평택 6곳, 화성·안성 각 4곳, 용인·고양·안산 각 2곳, 수원·성남·김포·광명·하남·양주·구리·의왕·여주·과천 각 1곳이다. 이에 도는 수소충전소를 2026년까지 70곳(100기), 2030년까지 200곳(300기)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면 30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조건에 맞는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계획을 세워도 폭발 위험 등을 이유로 반발하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 무산되는 일도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정부가 2030년까지 660기를 보급할 방침이라고 밝힌 만큼 도에서도 수소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현재 도내 30곳에 수소충전소 추가 설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킥보드·자전거 타다가 휙… 거리 곳곳 점령한 PM ‘눈살’ [현장, 그곳&]

“도로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전동 킥보드가 수두룩한데 왜 아무도 안 치우는 거죠?” 31일 오전 9시30분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호매실동 일대. 인도와 주택가 구분 없이 곳곳에 전동 킥보드가 널브러져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가던 한 시민은 인도 한 가운데 쓰러진 전동 킥보드를 피해 차도 쪽으로 붙어 아슬아슬하게 길을 지나가기도 했다. 이곳을 지나가던 이슬기씨(30·여)는 “여기저기 킥보드가 놓여 있으니까 인도가 좁아져 차도로 걸어가야 할 때도 있다”며 “이동할 때마다 방치된 킥보드가 보이는데 왜 아무도 견인해가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같은 날 군포시 금정동의 상황도 마찬가지. 인도 위엔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가 마구잡이로 뒤엉켜 있어 사람들의 통행을 막고 있었다. 인근 차도 갓길엔 전동 킥보드가 쓰러져 있어 운전자들은 차선을 이리저리 이동하며 피해가고 있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또 버스 정류장엔 전동 자전거 3대가 놓여 있어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갓길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취재진이 수원, 군포, 안양, 안산 등을 확인한 결과 거리에 방치된 PM은 60여대에 이르렀다. 전동 킥보드 등 PM이 대중화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경기지역 인도와 도로 곳곳에 방치된 PM으로 인해 도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따르면 PM은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으로 도로교통법상 최고속도 25㎞/h미만, 총 중량 30㎏ 미만인 전동 킥보드, 전동 이륜 평행차, 전동 자전거 등이 있다. 이 같은 PM은 올해 기준 도내 총 6만9천142대로 집계됐다. 도로교통법 상 PM은 ‘차량’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교차로, 횡단보도, 건널목, 버스 정류장 등엔 주차 또는 정차가 금지된다. 각 지자체는 도로교통법을 근거로 불법 주정차 된 PM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난 2020년 9월 방치된 PM을 관리하는 내용이 담긴 ‘개인형 이동수단 안전·이용 활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PM을 많이 이용하는 곳에 주차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관련 법을 마련해 인도 등에 무분별하게 PM을 방치한 이용자에 대해서 불이익을 주는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현행 법은 PM을 관리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 경기도에서 자체 조례를 전면 개정해 관리에 나설 예정”이라며 “방치된 PM으로 도민이 불편을 겪지 않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차선 걸치고, 막무가내 끼어들기... 버스 ‘난폭운전’ 선 넘었다 [현장, 그곳&]

“버스 때문에 사고 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29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의 한 버스정류장 앞. 이곳에선 시내버스들이 하나같이 베이에 완전히 진입하지 않고, 차선에 바퀴만 걸친 채 정차하고 있었다. 베이는 버스 정차 시 교통의 원활한 통행과 이용객의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 버스정류장 도로 옆 보도 측 공간을 확보한 교통시설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차도까지 나가 버스에 탑승하는 등 불편을 겪는 모습이었다. 또 일부 차량이 이들 버스를 피해 일제히 차선을 변경하면서 교통이 시도 때도 없이 마비되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화성시 반송동의 한 도로에선 일렬로 달리던 전세버스 1대가 좌회전을 위해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시도하다 한 차량과 충돌할 뻔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김모씨(67·수원)는 “버스를 이용할 때 법 위반으로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은 게 한둘이 아니다”라며 “직접 차를 몰 때도 버스 때문에 사고를 당할 뻔한 적이 많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경기지역 곳곳에서 차선을 걸치거나 무리하게 끼어드는 등 위험천만한 운행을 이어가는 버스가 매년 늘어나면서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와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버스 등 사업용 승합차 교통법규 위반 건수는 총 9천434건이다. 매해 3천144.6건, 매일 8.6건꼴로 발생한 셈이다. 연도별로는 지난 2021년(2천643건)과 2022년(2천944건)까지는 2천건대를 유지하더니 지난해(3천847건) 들어 4천건에 육박하는 수치로 급등했다. 이에 각 지자체는 여객자동차 운수종사자를 대상으로 매년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 시간이 16시간인 신규 교육은 일회성에 그치는 데다, 서비스 및 교통안전 증진을 위해 실시되는 수시 교육도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4시간 이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교통법령 위반 운수종사자가 받아야 하는 보수 교육 역시 연 1회 8시간만 들으면 되며 무사고·무벌점 운수종사자는 5년 미만일 경우 매년 1회 4시간, 5년 이상 10년 미만일 경우 격년 1회 4시간만 수료하면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매년 늘어나는 건 안전 교육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강화할 필요는 없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버스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부서지고, 쓰레기 쌓이고”…지하철 환기구 관리 엉망 [현장, 그곳&]

“환기구 관리가 너무 엉망이네요. 사고라도 날까 무섭습니다.” 28일 오전 9시께 수인분당선 매탄권선역 4번 출구 앞. 가로 약 5m, 세로 약 2m, 높이 1m가량 규모의 돌출형 환기구 상단을 둘러싼 안전 펜스 일부가 파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환기구로의 진입이 차단되지 않아 자칫하면 추락 사고로 이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수인분당선 상갈역 인근 4개의 돌출형 환기구 주변에서도 위험천만한 모습들이 포착됐다. 환기구 안전 펜스 안쪽 철제 덮개 위엔 나뭇잎과 함께 마스크, 물병, 우산 등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고, 이곳을 지나던 한 남성은 불씨가 남아 있는 담배꽁초를 환기구 위에 버리기도 했다. 조모씨(27)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환기구가 쓰레기로 뒤덮여 있거나 안전 펜스가 파손돼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사고라도 나는 거 아닌가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경기지역 일부 지하철 환기구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추락과 화재 등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 서울시메트로 등에 따르면 현재 세 기관이 운영 중인 수도권 1~9호선, 수인분당선 등에 설치된 환기구는 총 2천496개에 달한다. 지하철 환기구는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인도 등에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환기구는 보통 내부의 오염된 공기를 지상으로 빼내는 배기구와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지하로 들이는 흡기구로 구성되는데, 흡기구는 공기의 신선도를 고려해 주로 돌출형으로 조성된다. 배기구 역시 보행자 안전과 노면수 유입 방지 등을 위해 돌출형으로 설치되는 추세다. 이처럼 돌출형 환기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관리 부실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일부 시민이 안전 펜스가 환기구 사방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각종 쓰레기는 물론, 담배꽁초까지 버리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화재 위험마저 커지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환기구 관리가 부실할 경우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민 안전 의식 제고를 위한 홍보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수시로 순회 점검을 돌며 환기구를 관리하고 있다”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번호판 없어 신고도 못해”…전기스쿠터 불법 온상 [현장, 그곳&]

“장애인 주차 구역에 무단 주차해도 번호판이 없어 신고도 못합니다.” 26일 수원특례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장애인 주차장을 번호판 없는 배달용 전기스쿠터 1대가 차지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를 하기 위해 ‘장애인 사용자 자동차 등록 표지’를 붙인 채 온 차량 한 대가 스쿠터를 보더니 다른 주차 공간을 찾아 아파트 주차장을 빙빙 돌았다. 주차 공간이 없자 다시 돌아온 차주가 힘겹게 차에서 내려 전기스쿠터를 신고하려 했지만, 번호판이 없어 발만 구를 뿐이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화성시 반월동 일대 도로에서는 번호판이 없는 전기스쿠터 2대가 꽉 막힌 도로 위 차량 사이사이를 지그재그 형태로 가로지르며 아찔한 곡예운전을 펼치고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정지 신호를 무시한 채 질주하는가 하면 인도와 차도를 번갈아 오르내리는 등 위험천만한 운행을 이어갔다. 이현채씨(가명·28)는 “전기스쿠터는 인도까지 넘나드니 오토바이보다 더 제멋대로 운전을 하는 것 같다”며 “번호판이 없어 신고하기도 어렵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전기스쿠터가 각종 불법행위로 시민들의 불편과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시속 25㎞ 미만인 전기스쿠터는 번호판마저 없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전기스쿠터는 내연 이륜차보다 경제성과 편의성이 높아 배달 문화의 확산과 함께 급속도로 늘었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최고 속도가 25㎞를 넘지 않는 전기스쿠터는 이륜차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번호판 부착이나 보험 가입 등의 의무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기스쿠터가 도로와 주거지역을 넘나들며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지만, 현장에서 관계기관에 단속되지 않는 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번호판이 없으면 법규 준수 의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기스쿠터에 고유 인식 태그라도 설치하게 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시속 25㎞ 미만 전기스쿠터는 이륜차나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이동장치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다만 불법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유관기관과 관리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도로 얼고 녹고 반복…경기도 곳곳 포트홀 ‘지뢰밭’ [현장, 그곳&]

“도로가 구덩이처럼 패여 차들이 (옆 차선으로)핸들을 꺾는데, 정말 아찔합니다.” 25일 수원특례시 장안구 정자동 일대에서 만난 시민 이명진씨(56)는 도로 위를 달리던 여러 대의 차가 특정 구간에서 ‘덜컹’ 소리를 내며 속도를 낮추는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해당 구간 부근으로 가보니, 도로 중앙 일부가 음푹 패여 있었다. 패인 도로(포트홀) 주변은 작은 흠집과 구멍들이 생긴 채 쩍쩍 갈라져 있었다. 포트홀을 발견한 일부 차는 속도를 줄였음에도, 눈에 보일 정도로 차체가 흔들렸다. 또 일부는 포트홀을 피하려 옆 차선 쪽으로 향하다 뒤따라 달려오던 다른 차량 경적 소리에 휘청이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의왕시 월암동 인근 한 2차선 도로도 사정은 같았다. 도로에 깊은 구멍이 생긴 탓에 이곳을 지나는 버스, 화물차 등 대형차량은 차선을 벗어나는 등 위태로워 보였다. 포트홀 주변 도로도 이미 여러 차례 보수한 흔적이 보였지만 여전히 곳곳에는 금이 가 있는 상태였다. 주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공영진씨(42)는 “이 주변엔 화물차가 많이 다녀 (포트홀이) 더 많다”며 “버스 기다리면서도 큰 차가 포트홀을 밟지 않으려 옆 차선으로 피하려는 모습을 몇 차례 봤다. 혹여나 더 큰 사고가 날까 걱정”이라고 불안해 했다. 경기지역 도로 곳곳에 포트홀 발생 건수가 급증한 가운데 최근 내린 눈과 비로 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며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접수된 포트홀 발생·보수 건수는 2021년 6만8천950건, 2022년 6만6천223건에서 지난해 9만6천960건으로 3만건 이상 늘었다. 포트홀은 겨울철 도로 아스팔트에 생긴 구멍 내 수분이 스며드는데, 여기에 제설제 등 외부 요인이 합쳐지면 더욱 쉽게 생겨난다. 최근 눈·비로 추가 발생한 포트홀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는 지난해 초 ‘도로 포트홀 관리 체계 강화 대책’을 마련, 민·관 협업 행정 체계 신고 시스템인 ‘경기도 도로 모니터링단 시스템’ 운영을 강화했다. 또 조사차량을 운행해 도로 포장 상태를 분석하는 ‘경기도 포장관리시스템’ 등도 추진했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기는 포트홀을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트홀은 운전자의 직접적인 안전과 연관된 타이어 휠 등을 훼손해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또 포트홀을 피하려 갑작스레 핸들을 돌려 옆 차량과 추돌하는 등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포트홀 관리를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와 함께 적극·지속적인 관리 강화 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해 4월부터 관련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원천적인 문제 등으로 여전히 포트홀이 생기고 있다”며 “지속적인 정기 점검과 AI기반 포장파손 자동탐지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더욱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유정복 시장, 1호선 검단연장선 ‘현장 행정’ [현장, 그곳&]

“쿵. 쿵. 두두두두….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24일 오후 1시께 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 검단연장선 1공구 공사 현장. 리프트를 타고 지하 20m 아래로 내려가니 굴착 작업이 한창이다. 각종 기계음과 함께 쿵쾅거리는 소리가 지하에서 울려퍼지고 안전을 강조하는 안내 방송이 쉴새 없이 나온다. 철근콘크리트로 뒤덮힌 아치 형태의 터널로 들어가니 천장 빼곡히 보조 지보재인 세그먼트가 설치해 있다. 벽에는 예비 배수관들이 길게 놓여져 있고, 한켠에는 선로를 놓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 구간은 인천공항철도, 공항고속도로 하부를 통과하는 구간이다. 특히 경인아라뱃길 바닥으로부터 7.8m 아래에서 굴진 작업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1공구는 2·3·4공구와 다른 ‘쉴드 TBM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 공법은 지반의 손상을 최소화시켜 지상과 지하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소음과 진동이 적은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꼽힌다. 이날 유정복 인천시장은 쉴드 TBM 공법을 적용한 작업현장을 방문해 지하 굴착 현장 및 안전 시설물 등을 점검했다. 벽면과 선로 등을 직접 살피며 안전성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유 시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 중에도 수시로 철저히 점검해 달라”며 “특히 2025년 개통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유 시장은 현장 근로자들과 직접 대화하며 현장에서의 애로사항 및 고충을 듣기도 했다. 유 시장은 “현장에서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현장에서 어려운 점이나 보완할 점에 대해 말해달라”며 “추운 날씨에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께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 1호선 검단연장선은 계양역~검단신도시를 연결하는 총 연장 6.825㎞ 구간에 3개의 정거장이 들어선다. 현재 공사는 쉴드 TBM 구간의 하행선 굴진은 마쳤으며, 상행선 1천57.3m 중에서 410.8m 굴진 작업을 남겨놓는 등 공정률이 88.13%이다.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다음달까지 굴진 작업을 마무리 하고, 구조물 설치 등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20개 분야의 320개 항목에 대한 테스트 및 철도종합시험운행 등의 절차를 마친 뒤 오는 2025년 상반기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복지관마저 치솟는 ‘밥값’… 배고픈 어르신들 ‘한숨’ [현장, 그곳&]

“수입이 없는 나 같은 노인들은 매일 나가는 몇천원도 큰 부담이에요.” 22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노인복지관.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큰 폭으로 떨어져 눈발이 휘날리는 날씨에도 목도리를 칭칭 둘러매고, 외투를 껴입은 어르신들이 종종걸음으로 노인 복지관에 모였다. 식사 시간은 11시부터 시작되지만, 무인 식권 발매기 앞에는 식권을 발급하려는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식권이 발급된 번호를 보니 이미 80번 대. 이곳에는 하루 평균 250여 명의 어르신들이 점심을 먹으러 온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곳의 식당 점심 식권 가격이 3천원에서 4천원으로 인상되면서 어르신들 사이에서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연희 할머니(77)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점심 한 끼라도 때우기 위해서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우리같이 어려운 노인들은 4천원도 부담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산시의 한 노인복지관도 지난해부터 점심 식사 가격이 1천원 올라 4천원이 됐다. 주로 이곳을 자주 찾는 70~80대 고령의 어르신들은 식당 점심 가격에 대해 부담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호상 할아버지(80대)는 “집에서 혼자 챙겨 먹기 힘들어 복지관에서 매일 점심을 먹었는데, 점심 식사 가격이 오르면서 오는 횟수를 줄였다”고 푸념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노인복지관의 밥값이 오르면서 어르신들이 한 끼를 챙기는 일은 더 고단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사회복지재단 등에 위탁해 총 67곳의 노인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어르신은 평일 점심시간에 복지관 내 식당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복지관이 식자재값 인상 등으로 인해 밥값을 올리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어르신들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물가가 상승하면서 전체적인 운영비가 올라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노인복지관당 운영비가 정액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추가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이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1천원이 늘어나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복지관은 어르신들의 사회적 활동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는 만큼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공동현관문 비번 뚫고... 불법광고물 ‘덕지덕지’ [현장, 그곳&]

21일 오전 9시께 의왕시 이동의 한 빌라 안으로 들어서자 출장 타이마사지, 인터넷·TV 설치를 권유하는 내용의 불법 광고 전단지들이 현관문 곳곳에 부착돼 있었다. 한 세대의 현관문 외벽은 한동안 집을 비운 탓인지 다른 세대에 비해 다량의 광고물이 붙어 있었다. 주민 김성영씨(34)는 “(불법 광고물들을) 보는 족족 떼어내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붙어 있어 지저분하고, 매번 치워야 해 불편하다”며 “이런 광고물이 한동안 떼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집을 보면, 집을 오랜 기간 비웠구나 생각도 들어 치안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불안해 했다. 이날 오후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주택가도 상황은 같았다. 한 세대 현관문은 출장 마사지, 헬스장 등을 광고하는 불법 광고 전단지와 자석 전단지 10여개가 부착돼 있어 얼핏 보면 광고판을 연상케했다. 일부 세대 복도 앞엔 현관문에서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이는 자석 전단지가 너저분하게 떨어져 방치돼 있었다. 주민 김소영씨(27·여)는 “이 건물은 공용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인데, ‘어떻게 매번 출입해 광고물을 이리저리 붙여 놓는지’ 라는 생각에 괜한 걱정만 는다”고 한숨 쉬었다. 경기지역 주택가 곳곳이 각종 불법 광고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범죄처벌법상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 등에 불법 광고물을 붙이거나 끼울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되며, 이를 어길 경우 범칙금을 물게 된다. 각 세대 현관, 우편함 등 주택가 곳곳에 부착된 불법 광고물들은 미관을 해치는 등 주민 불편을 초래한다. 또 현관문의 광고물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집을 오랜 시간 비웠다는 표식이 될 수 있어 범죄 표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고물을 부착하는 행위는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되지만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탓에 단속이 어렵다. 지자체에선 관련 근거 조항이 없어 손 쓸 수 없는 실정이다. 서봉성 오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택가, 특히 허용된 사람만 출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공용출입문을 신원이 불문명한 이들이 출입한단 사실 자체만으로 주민들에겐 치안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관리사무소의 경비를 강화하고, 주민들이 비밀번호 보안을 강화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인력 부족 등 현장 단속엔 한계가 있다 보니 고소·고발 또는 민원 접수가 이뤄질 시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고장난 사물함·곳곳 곰팡이... 인천선학국제빙상경기장 '무늬만' 국제 [현장, 그곳&]

“이름만 국제 빙상장이지 몸을 녹일 공간조차 없네요….벽에는 곰팡이가 슬고, 락커는 다 떨어져 쓰지도 못합니다.” 20일 오후 3시께 인천 연수구 선학동 선학국제빙상경기장. ‘아이스링크장 출입구’라는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자 출입문에 칠한 빨간색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슬었다. 벽은 누렇게 색이 바랜데다 곳곳에 곰팡이가 슬어 성한 곳이 없다. 신발이나 소지품 등을 보관하는 락커룸은 때가 타 까맣게 물들었고, 아예 고장나 떨어진 채로 방치해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여학생 4명은 락커에 소지품을 보관하려다 상태를 확인하고는 이내 의자 위에 소지품을 내려놓았다. 박서연양(18)은 “친구들과 처음으로 와봤는데 락커 상태가 심각해 깜짝 놀랬다”며 “만지기도 찝찝할 정도여서 개인 물품들은 잃어버릴 지도 모르지만 그냥 의자 위에 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이곳에 스케이트를 타러 온 시민들은 잠시 몸 녹일 공간조차 없어 좁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일주일에 2차례 씩 이곳을 찾아 강습을 받는 이다은씨(21)는 “가까운 스케이트장이 이곳밖에 없어 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부실해 보인다”며 “락커와 같이 낡고 고장난 시설들은 적어도 내가 처음 이곳을 방문한 3개월 전부터 고장난 채였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을 하다가 앉아 휴식을 취할 공간도 적은데 락커가 지저분하거나 고장나 사람들이 짐을 다 의자 위에 놓아두니 불편하고, 매트는 지나가는 길목 곳곳을 막아 다니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인천 유일 국제빙상장인 선학국제빙상경기장이 낡은 시설들을 방치, 이용객 불만이 터져나온다. 이날 시에 따르면 선학빙상장은 연면적 1만3천415㎡ 대규모 공공체육시설이다. 지난 2015년 준공 이후 2017년까지 인천시체육회가 운영했지만 이후 2018년부터는 ㈜메이저스포츠산업에 위탁을 맡겨 운영 중이다. 인천지역 유일한 국제규격 빙상장으로, 해마다 20만명 이상의 이용객이 몰린다. 수많은 이용객들이 몰리고, 이들이 시설 이용에 불만을 제기하지만 위탁 운영을 맡은 메이저스포츠산업 측은 보수작업을 계속 진행했다고 발뺌한다. 메이저스포츠산업 한 관계자는 “시설에 대한 보수공사는 계속해서 하고있다. 이용객이 많아 고장나는 시설물이 많을 뿐”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빙상장 시설을 위탁한 사실상 선학빙상장 주인인 인천시 역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뒤늦게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만 되풀이 한다. 이강구 인천시의원(국민의힘·연수5)은 “인천시의 안일한 조치로 인해 결국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 불편만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현장을 방문해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집행부에 요청,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보수해야 할 부분에 대한 사전조사는 마친 상태”라며 “주민들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시설물 개선 등이 빨리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최근 선학빙상장 위탁운영자 우선 협상 대상자로 ㈜프라이드오브식스를 선정했다. 새로운 위탁운영자와의 논의 및 협상 과정을 거쳐 오는 3월3일부터 이 업체가 선학빙상장 운영 및 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의무화 끝난 거 아닌가요”… 카페·식당 마스크 미착용 ‘수두룩’ [현장, 그곳&]

“카페와 음식점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기간은 끝난 것 아닌가요?” 17일 낮 12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행궁동의 한 식당. 주방에 있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담소를 나누며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며 손님들이 식당 안을 가득 채웠지만, 직원 중 누구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날 행궁동 일대의 식당 20여 곳을 돌아다녔지만 조리를 하는 직원 중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근무하는 직원은 3명 뿐이었다. 같은 날 오후 1시30분께 의왕시의 한 카페도 상황은 마찬가지. 음료 주문이 들어오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직원 한 명이 익숙한 듯 음료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취재진이 카페 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사실에 대해 묻자, 카페 매니저라고 밝힌 A씨는 “그런 규정은 처음 들어봤다”면서 “코로나가 끝나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도 끝난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식품업계 종사자들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도내 일부 식당과 카페 등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월부터 식품 취급시설 종사자는 마스크를 의무로 쓰도록 하는 법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음식점과 카페, 제과점 등에서 제조·가공·조리·포장에 종사하는 사람은 위생모뿐만 아니라 마스크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개정안에 의하면 식품 보건용·조리용·일회용 등 비말을 막는 마스크라면 모두 가능하며, 이를 어기면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6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안정화에 접어들고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바뀐 규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부 식품업계 종사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영업하는 상황이다. 단속 주체인 지자체도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 지역을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점검을 나가고 있다”면서 “여러 번 민원이 접수되는 경우가 아니면 과태료 부과보다는 계도정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정숙 백석문화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최근 구토, 설사, 복통 등 증상을 유발하는 노로바이러스가 유행 중인데,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면 감염되기 쉽다”면서 “제조 등을 할 때 위생모와 마스크 착용은 위생관리의 기본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관리 대상에서 놓치기 쉬운 배달전문점이나 소규모 업종을 중심으로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약밀수 꼼짝마…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 현미경 검색 [현장, 그곳&]

“예전에는 육안검사와 촉수검사 등으로 마약을 적발했다면, 이제는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로 모든 은닉 품목을 샅샅이 탐지합니다.” 17일 오전 11시께 인천공항 1층 입국장 B구역. 약 3m 높이의 검색기 안에 한 여행자가 들어가더니 다리를 벌리고 양 팔도 ‘ㄱ’자 모양으로 편다. 세관 직원이 검색기의 스캔 버튼을 누르자 ‘삐’ 소리가 나며 허리와 허벅지 쪽에 빨간색 점을 표시한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장비로 검색한 결과 이 여행자는 복부와 다리 쪽에 마약을 은닉한 것으로 의심이 되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확인해 볼 것”이라고 말한다. 세관 직원이 여행자의 티를 들추니 실제로 복부에 감아 숨겨둔 마약이 드러난다. 기존 육안과 손으로 더듬어 확인했던 마약 검사가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변하는 순간이다. 이번 인천공항세관이 도입한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는 1~10㎜의 전자파를 인체에 투사한 뒤 반사되는 것을 스캔해 결과값을 표출하는 장비다. 공항세관은 지난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에 각각 2대와 1대씩의 검색기를 도입했으며, 올해 총 13대를 추가 도입해 전국 공항과 항만에 확대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청이 ‘마약과의 전쟁’ 2년차를 맞아 여행자 마약밀수 단속을 강화한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우리나라에 밀반입되는 마약류의 적발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무게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의 마약밀수 단속 현황을 보면 지난 2022년에는 총 771건을 적발했지만, 지난해에는 704건으로 70여건이 줄었다. 반면, 2022년 624.4㎏이었던 마약 중량은 지난해 769.3㎏으로 23% 증가했다. 이 중 인천공항에서 적발한 마약 건수가 90%에 이른다. 관세청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의 고정탑승교(boarding bridge) 내 세관 검사구역을 통해 마약류 밀반입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검사구역은 주요 마약 우범국에서 출발한 항공편이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여객들이 여객기에서 내리는 즉시 전원의 기내 수하물과 신변에 대한 검사를 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관세청은 공항공사와 협의를 거쳐 T1 동·서편 및 탑승동 각 1개씩 세관검사를 할 고정탑승교 지정을 완료했다. 관세청은 기내 수하물 검사를 위한 X-Ray 검색 장비 및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를 배치해 '입국심사 이전 세관검사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지난해에는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하며, 특별대책 추진단 구성 등 국경 단계에서의 마약 단속에 관세행정의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2년차를 맞는 올해는 마약 청정국으로의 회복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관세청은 국경에서 마약을 철저히 차단해 국민 건강과 사회 안전을 지키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세청은 이날 인천공항세관 대회의실에서 ‘2024년도 제1차 마약밀수 특별대책 추진단 회의’를 열고 그동안 추진한 마약 단속 체계를 다시 한 번 점검했으며, 개선·보완과제에 대한 추가 대책을 논의했다.

규정 어긴 ‘과속방지턱’… 되레 ‘사고유발턱’ [현장, 그곳&]

“도로와 분간이 어려운 과속방지턱 넘다가 ‘덜커덩’하는 충격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16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주택가 도로. 2차선 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을 지나가는 차들이 순간적으로 튀어 오르며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취재진이 시속 30㎞로 속도를 줄이며 과속방지턱을 넘었는데도 몸이 휘청이며 ‘쿵’ 소리가 났다. 트럭 운전자 진모씨(60대)는 “특히 어두워지면 과속방지턱이 잘 보이지 않아 위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자주 지나다니는 길이라서 차량도 훼손될까 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화성시의 한 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도 마찬가지. 절반이 도색이 벗겨져 있어 회색빛 아스팔트 도로와 다름없었다. 더욱이 과속방지턱을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승용차는 과속방지턱을 인식하지 못한 듯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지나갔다. 규정을 무시한 채 설치된 경기도내 과속방지턱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과속방지턱은 차량의 과속 주행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 속도를 제어하는 시설물이다. 경기지역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은 총 4만4천362개(지난해 9월 기준)다. 국토교통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을 보면 과속방지턱은 폭 3.6m 이하 도로에서는 높이 10cm를 넘지 말아야 하며, 노란색 반사성 도료를 사용해 도색해야 한다. 또한 운전자들이 과속방지턱을 사전에 인식할 수 있도록 30∼100m 이내에 교통안전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도내 일부 과속방지턱이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돼 있거나 도색이 벗겨져 있는 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과속방지턱의 도색이 벗겨지면 반사 성능이 떨어지는 데다가 안전 표지판조차 없으면 운전자가 과속방지턱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특히 높이가 높으면 몸이 흔들리며 차량 내부와 충돌할 위험이 커져 주행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도와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설치돼 있는 과속방지턱이 많아 일일이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정비가 필요한 곳은 현장점검 후 재설치하겠다”고 말했다.

해양쓰레기 뒤범벅… 몸살 앓는 경기바다 [현장, 그곳&]

15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의 선착장 일대엔 폐노끈, 폐밧줄, 빈 소주병, 찌그러진 페트병 등 쓰레기들이 마구 뒤엉켜 나뒹굴고 있었다. 이곳 한편엔 낚시어선에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들이 붉은 마대자루에 담겨 있었고 폐의자, 찢어진 종이박스 등과 뒤섞인 채 쌓여 있었다. 근처 제부도해수욕장 인근 모래사장에도 폐스티로폼, 낚시용 철제 연료통, 빈 컵라면 용기 등 쓰레기가 버려진 채 방치된 모습이었다. 같은 날 안산시 단원구 방아머리해수욕장 인근에서도 바다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보이는 낚시용 장화, 장갑, 폐비닐 등이 곳곳에서 보였다. 안우진씨(32)는 “물멍(물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행위) 하는 것을 좋아해 바다를 자주 찾는데 올 때마다 여기저기 쓰레기가 굴러다녀 보기 좋지 않다”며 “뾰족한 낚시 바늘, 깨진 유리병 등이 나뒹굴고 있어 혹시라도 다칠까봐 모래에 앉지도 못하겠다”고 미간을 찌푸렸다. 경기지역내 해양쓰레기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해양쓰레기는 일반 생활쓰레기와 달리 수거나 재활용이 어렵고, 생태계 교란 및 선박 안전 사고의 원인이 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해양수산부의 연도별 ‘해양쓰레기 수거현황’을 보면 경기지역내 수거된 해양쓰레기 양은 지난 2020년 1천438t, 2021년 1천860.7t을 기록하다가 2022년 2천267.7t을 기록, 2천t을 넘어섰다. 특히 이 기간에 도와 일선지자체에서는 쓰레기 정화 활동 등의 내용을 포함한 ‘경기바다 함께해(海)’, ‘깨끗한 경기바다 만들기’ 등의 사업을 추진했지만, 해양쓰레기를 줄이진 못했다. 해양쓰레기는 육지에서 발생한 쓰레기와 달리 수거 후에도 바닷물 염분과 각종 해초 등이 쓰레기에 붙어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 때문에 해양쓰레기 수거를 위해선 엄청난 인력과 비용이 소모된다. 또 해양쓰레기는 생태계를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선박 안전 사고의 원인이 돼 인명과 재산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폐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들로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해양 생물을 섭취하는 인간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다”며 “쓰레기 저감을 위한 시민 인식 개선이 가장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에선 관련 교육·단속 강화,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내용 등의 조례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도와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민 인식 개선이 중요한 만큼 시민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단속에도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유령거리 된… 인천 미추홀 ‘청년창업 특화거리’ [현장, 그곳&]

“이름부터 청년거리인데다 지원도 해준다길래 창업했는데….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네요.” 13일 오전 11시께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청년창업 특화거리. 특화거리에는 폐업한 상점가들과 낡은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을 뿐, 군데군데 새로 생긴 ‘미추홀 청년창업점’ 간판을 단 청년 창업 상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리 입구에 ‘청년 창업’이란 큰 글씨가 무색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는데도 문을 열지 않은 청년창업점이 대부분이다. 한 사진 스튜디오는 ‘외부 출장 중입니다’라는 푯말을 내걸었고, 내부엔 불이 꺼져 있다. 이 때문인지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주민조차 없어 싸늘함과 적막감이 돈다.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A씨는 “말만 청년창업 특화거리지, 인근에 편의시설 등도 없는 원도심이어서 아예 유동인구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오가는 주민들도 대부분 60대 이상 어르신들이어서, 청년들이 운영하는 상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며 “인터넷을 통한 외부 고객을 찾는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청년창업 특화거리가 6년이 지났지만 일대가 ‘유령 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일반 음식점’으로 위장한 성매매 유흥업소와 같은 변종 유흥업소의 리모델링 등을 통해 청년창업 특화거리를 조성했다. 현재 일대 50여곳의 상가 중 대부분은 폐업한 업소가 방치 중이며, 청년창업점은 디저트카페·공방·스튜디오 등 14곳이 입점했다. 그러나 청년창업 특화거리가 들어서고도 상권은 계속 침체 중이다. 인근에 대형 시설은 물론 주차장도 없는 외진 원도심인데다, 주민들도 60~70대 노인들이라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서다. 이로 인해 구는 해마다 1억5천만원을 들여 청년들에게 상가 보증금과 월세의 절반을 지원하지만 청년창업점들은 좀처럼 성장하지 못한다. 더욱이 많은 청년창업자들이 매출이 발생하지 않자 되레 가게 밖으로 돌며 다른 일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외부에서 보내 이 같은 특화거리 침체 악순환은 반복된다. 한 청년창업자는 “창업을 했지만 월세라도 내려면 부업을 뛸 수 밖에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종국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 교수는 “명색만 청년창업 특화거리일 뿐, 특화한 콘텐츠가 없다보니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초 구가 방치한 곳의 상가를 청년들에게 제공해 실효성도 떨어진다”며 “지금이라도 이 공간을 특화시키거나, 재활용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는 여러 지원으로 많은 청년창업자가 몰리고는 있지만, 다른 지역에도 많은 카페 등이 대부분이라 특색이 없는 탓으로 판단한다. 구 관계자는 “청년창업 특화거리가 제기능을 못하는 점은 알고 있다”며 “현재 활성화 방안을 찾는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했다. 이어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미끄럼방지 포장도로…‘눈만 맞으면’ 돌변 사고 주의 [현장, 그곳&]

“미끄럼방지 포장도로가 아니라 미끄럼유도 포장도로라는 게 맞는 거 같네요.” 9일 오전 11시께 군포시 대야동의 한 어린이집 인근 미끄럼방지 포장도로. 일부 구간이 붉은색 페인트가 벗겨져 있어 일반 아스팔트 도로색인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갈라진 포장재 사이로 눈이 녹아 수막이 생기면서 차들이 속도를 줄이면서 주행했다. 인근 주민 최순정씨(51·여)는 “이 근처는 내리막길이 많고, 어린이집까지 있어 눈이 오는 날에는 혹시라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항상 조바심이 난다”며 “다 벗겨져서 보이지도 않는 미끄럼방지 포장도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같은 날 수원시 장안구 금당로의 미끄럼방지 포장도로 역시 마찬가지. 경사가 심한 120여m 구간에 미끄럼방지 포장재가 붉게 깔려 있었지만, 깨지고 갈라져 있어 일반 아스팔트 도로와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지속적인 타이어 마찰로 인해 포장재 표면이 닳아 매끄러운 상태였다. 경기지역에 차량의 미끄럼방지를 위해 설치한 미끄럼방지 포장도로가 노후화된 상태로 방치되면서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틀간 경기지역에 내린 눈으로 인해 도로 곳곳에 살얼음이 생기면서 빙판길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날 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미끄럼방지 포장은 차량과 도로 간의 마찰을 유발해 차량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 지자체는 주로 선형 불량구간, 교차로 진입부, 긴 내리막 구간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간에 미끄럼 방지 포장재를 설치한다. 하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표면이 닳아 없어진 미끄럼방지 포장도로는 마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빙 교통사고에 훨씬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공학박사는 “미끄럼방지 시설의 주요 기능은 마찰계수를 높여 제동거리를 짧게 만들어주는 것인데, 마모된 상태로 지속된다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지자체 등이 주기적으로 점검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겨울철에는 결빙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만큼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매년 구역을 나눠 미끄럼방지 포장도로에 대한 점검을 한 후 균열이 생기거나 도색이 벗겨진 곳을 중심으로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노후화된 부분이 발견된 곳에 대해선 조속히 보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발생한 ‘결빙 교통사고’의 76%가 12~1월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결빙 교통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약 1.5배 높았다.

“무너질까 불안한데”… 인천 호텔 화재 수습 ‘하세월’ [현장, 그곳&]

“화재 잔해물이 떨어지고 건물이 무너질까 봐 무섭네요. 빨리 철거를 하든지 조치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9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호텔 화재 현장. 호텔 건물에는 지난해 12월17일 발생한 화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불이 난 지 3주나 지났지만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새까맣게 그을린 건물 옆면과 차량들은 그대로 였다. 주차장 건물 뼈대는 폭격을 당한 것처럼 앙상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구조물들은 언제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아슬아슬해 보였다. 호텔과 음식점들 사이 거리에는 뿌연 먼지와 잔해물들 투성인 상황이었고 이 같은 상황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인근 상인들은 경찰과 소방당국 합동 조사가 지지부진 늘어지고 있는 현실에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커 시민들이 이곳의 통행을 외면하고 있지만 경찰과 소방 당국이 화재현장 인근에 통제선만 설치한 채 철거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처에서 마사지샵을 운영하는 이은영씨(여·55)는 “드러난 철골과 겉면이 떨어져 누군가 크게 다칠까봐 걱정”이라며 “불이 난 이후로 위험해 보여서 인지 손님들 발길도 뚝 끊겨 장사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화재현장을 둘러싼 통제선은 신호등 하나면 건널 수 있는 반대편 상가도 빙빙 돌아가게 하며 시민들의 통행 불편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재 호텔 옆 건물 요양원 운전기사 A씨는 “원래 요양원에 다니는 노인들을 건물 앞에서 내려줬다”며 “화재 이후로 통제선이 생기면서 한참을 돌아 유턴해야 해 번거롭다”고 불평을 내비췄다. 사정이 이렇지만 화재 원인이 명확히 나오기 전까지는 건물을 철거할 수도 없다. 원인이 언제 나올지도 기약이 없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 결과도 안 나왔을 뿐더러 호텔 관계자에 대한 경찰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공단소방서 관계자는 “조사 중에는 현장 보존이 원칙”이라며 “안전 사고발생이 우려돼 경찰에서 현장 통제를 하고 소방에서도 순찰을 하고 있다. 화재 원인 조사를 마치고 나면 남동구, 호텔 측과 협의해 건물을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동구는 호텔 측에 정밀안전진단을 요구한 상태다. 호텔 건물이 불에 탄 상태에서 무너질 우려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 절차지만, 이 역시 결과가 나오려면 1개월 여가 걸린다. 남동구 관계자는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무인 룸카페’ 청소년 탈선 온상 [현장, 그곳&]

“키오스크로 결제하고 들어가면 신분증 검사도 안 합니다.” 8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룸카페. 내부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무인 운영 중’이라는 안내문만 붙어있었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방을 예약하고 계산하는 과정에서 나이와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니, 양옆으로 3.3㎡ 남짓한 방 10여 개가 붙어 있었다. 방문은 전부 닫혀 있었고 창문에는 흰색 부직포를 붙여놔 내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방 안에는 매트리스와 베개, 담요가 있었고 TV도 자유롭게 시청이 가능했다. 고등학생 김수정양(가명·18)은 “신분증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밤 10시 이후에는 친구들과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무인 룸카페에 자주 간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안산시 단원구의 한 룸카페도 마찬가지. 다양한 보드게임과 간식이 있어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이곳도 직원이 없을 때는 키오스크로 결제하면 된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결제하고 들어간 방 역시 불투명한 시트지로 가려져 있었고, 전기장판과 담요가 갖춰져 있어 숙박업소와 유사했다. 경기지역 곳곳에 숙박업소를 연상케 하는 밀실형 룸카페가 운영되고 있어 청소년 탈선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는 키오스크로 주문만 하면 누구나 입장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2월부터 한 달간 도내 룸카페 신·변종 업소 단속을 실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에 청소년을 출입시킨 행위 8건 ▲청소년유해업소에서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을 제한된다는 내용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 23건 등을 적발했다. 여성가족부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고시’에 의하면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을 나누고 침대 등을 두고 신체접촉이나 성행위 등이 이뤄질 우려가 있는 영업시설 등은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에 해당한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탈선하지 않도록 지자체와 경찰 등이 단속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업주에게 운영 방식 교육 등을 해 룸카페가 본래의 목적에 맞게 청소년들의 놀이 시설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밖에서 내부를 볼 수 없는 밀폐된 구조는 모두 단속 대상이지만, 신·변종 룸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 전부 관리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도 “청소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지도 점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철 특별피난계단 금시초문… 존재 몰라 ‘무용지물’ [현장, 그곳&]

“특별피난계단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데요?” 7일 오전 11시께 수인분당선 상갈역 승강장에서 만난 지모씨(27)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내뱉은 말이다. 지씨는 “매일같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지만, 특별피난계단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며 “언제,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가 이 같이 반응하는 이유는 지하철 역사 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곳 특별피난계단은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는 가장 끝 구간보다 더 구석진 곳에 설치돼 있었는데, 특별피난계단 출입문 주변 외엔 별도의 안내문이 없어 존재 여부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수인분당선 매교역 승강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이곳은 별도로 마련된 비상대피안내도에 특별피난계단 표기가 누락돼 있어 존재 사실을 인식하기 더욱 어려웠다. 지난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마련한 지하철 역사 내 특별피난계단이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 시민들이 특별피난계단의 위치는 물론, 존재 여부마저 모르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홍보 강화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특별피난계단은 화재 등 비상 시 승객이 쉽게 대피할 수 있도록 승강장과 지상을 계단으로 직접 연결한 대피시설이다. 특별피난계단은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이듬해인 2004년 12월부터 ‘도시철도건설규칙’ 개정 등을 통해 도입됐다. 현행 도시철도건설규칙 제35조의2는 지하 3층 이하의 지하철 역사 승강장에 특별피난계단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기준 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가 경기지역에서 운영 중인 지하철 역사 가운데 특별피난계단이 설치된 곳은 총 14곳으로, ▲수인분당선 수원·매교·매탄권선·상갈·신갈·보정·기흥역 ▲신분당선 판교역 ▲5호선 미사·하남풍산·하남시청·하남검단산역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 ▲서해선 원종역 등이다. 그러나 특별피난계단이 도입 취지와는 달리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화재 등 재난 상황이 아니라면 특별피난계단을 접할 경우가 드문 데다, 특별피난계단 자체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설치되면서 인식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도시철도건설규칙 개정 이전에 지어진 역사에는 특별피난계단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것도 인식이 부족하다”며 “제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큰 만큼 홍보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특별피난계단이 조성돼 있는 역사를 중심으로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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