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있던 몇시간 지옥 같아”…백령도 주민들 안도의 한숨 [현장, 그곳&]

“대피소에 있었던 몇시간이 지옥같았습니다.” 6일 오후 5시30분께 인천 중구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코리아프라이드호에 탑승해 백령도에서 출발한 승객 458명은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자 긴 줄을 늘어뜨리며 지친 모습으로 출입문 쪽으로 향한다. 지난 5일 북한의 포격으로 발이 묶인 승객들이 이틀만에 육지를 밟는 순간이다. 터미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족·지인들은 혹여나 다친 곳은 없는 지 부둥켜 안은 채 이곳저곳을 쓰다듬으며 “고생했다”고 안심시킨다. 백령도 주민 김유근씨(77)는 “대피소에 있던 모든 주민들이 혹여나 연평도 때처럼 폭탄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시간 뒤 해제되긴 했지만 대피소에 있던 시간이 지옥 같았다”며 “많은 주민들이 해제가 된 뒤에도 대피소를 떠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희경씨(56·백령면)도 “대피 방송을 듣고 어떻게든 대피소까지 가려고 했지만 너무 무서워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웃들 중에서도 대피소로 가지 못하고 집에 있던 분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친구 4명과 함께 육지로 나온 박서연양(16)은 “어제 오후 2시쯤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와 어른들과 함께 대피소로 향했다”며 “최근 북한이 위성을 발사했을 때도 대피했는데, 2번째다”고 전했다. 이어 “백령도에선 북한이 무언가를 쏠 때마다 대피소에 가야해 너무 힘들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터가 백령도에 있는 조정식씨(69)도 “오후 3시가 넘었는데 ‘꽈당꽈당’, ‘탕탕’ 하는 우리 군의 포 소리를 들었다”며 ”혹여나 우리 군의 대응으로 북한이 다시 포를 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에 떨었다”고 했다. 이날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승객들은 어제 발생한 북한 포격에 우리 군이 대응하면서 배가 뜨지 못해 하루 늦게 도착했다. 특히 7일에도 기상상황이 좋지 못해 배가 뜨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5일 예정했던 209명보다 2배가 넘는 승객이 코리아프라이드호에 몸을 실었다. 지난 5일에 이어 이날 오후 4~5시께도 북한군이 연평도 북서방에서 포탄 60여발을 발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평도 주민들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평도 주민 김영식씨(73)는 “오후 4시부터 3분마다 총소리가 났다”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런 일이 발생하니 너무나 불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박성익씨도 “크게 소리가 난 것은 아니지만 이틀 연속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니 너무 불안하다”며 “이제는 총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전했다. 연평면 이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중배씨(76)는 “포 쏘는 소리가 멀리서 작게 들렸고, 안내·대피방송은 없었다”며 “주민들은 북한 포격이 며칠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와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 5일 북한 포격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 포격으로 연평면에서 508명, 백령면 269명, 대청면에서 36명 등 총 813명이 대피소 29곳에 나눠 피신했다. 또 오후 1시30분께 승객 209명을 싣고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운항하려던 고려고속훼리 코리아프라이드호가 통제됐으며, 낮 12시30분께 승객 76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백령으로 출발한 코리아프린세스호가 선수를 돌려 오후 2시5분께 인천연안여객터미널로 회항했다.

인천 봉오대로 숲길, 육교 대신 횡단보도…"아쉽네" [현장, 그곳&]

“매일 이곳에서 운동하는데, 걸을만 하면 산책로가 끊겨 아쉬워요. 횡단보도를 만들면 신호 때문에 또 기다려야 할 텐데…” 2일 오후 1시50분께 인천 계양구 봉오대로 숲길. 쌀쌀한 날씨에도 산책과 운동을 하는 주민들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빠르게 걷던 한 주민이 갑자기 멈추고는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봉오대로 숲길은 한길로 이어지지 않고 차로 때문에 끊겨서다. 숲길을 걷다 반대편 숲길을 이어 산책하거나 운동하려면 횡단보도 3개를 건너야 한다. 신호를 기다리지 못하는 일부 시민들은 무단횡단을 일삼는다. 사정이 이렇지만 계양구가 단절된 봉오대로 숲길을 육교가 아닌 횡단보도로 잇는다고 결정,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이곳에서 매일 운동을 한다는 김영심씨(65·여)는 “반대편 숲길까지 가고 싶어도 보행로가 이어지지 않아 걸었던 길을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이날 계양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봉오대로 보행 단절 해소 방안 검토용역’을 시작, 같은해 12월 마무리했다. 봉오대로는 인천 서구·계양구와 경기도 부천시를 잇는 왕복 8~10차선 15.6㎞ 규모 도로다. 이 중 계양구 효성동을 지나는 2㎞ 구간에 숲길을 조성했다. 인근 주민들은 주로 산책하고 운동하는 장소로 이 숲길을 이용하지만 자주 끊겨 이어 걸으려면 횡단보도를 여러차례 건너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구는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자 육교와 횡단보도 설치를 두고 고민했지만 용역 결과에 따라 횡단보도 설치를 결정했다. 주민 A씨는 “차가 많고 복잡한 곳인 데다가 노인들이 많이 다니기까지 한다”며 “노인들은 걸음이 느려 횡단보도를 빨리 건너지도 못하는데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랑 산책할 때마다 육교를 설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육교 대신 횡단보도가 생긴다니 아쉽다”고 덧붙였다. 구는 육교를 설치하기엔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구 관계자는 “육교는 13억원이, 횡단보도는 1천300만원이 들어 비용 차이가 너무 크다”며 “용역 결과가 나오자마자 교통심의를 신청했고 결과에 따라 올해 횡단보도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협 인천공판장 4년만에 초매식..."올해는 활기 넘치길" [현장, 그곳&]

“여전히 경기는 어렵지만 올해는 고기가 많이 잡혀 어민과 상인들에게 활기가 넘쳐나면 좋겠습니다.” 2일 오전 4시 30분께 인천 중구 연안부두 인근 수협중앙회 인천공판장. 생선에서 흘러내린 물이 바닥에 깔려 걸을 때마다 자박소리를 낸다. 세월을 알 수 없는 나무 상자에 홍어와 물메기, 아구, 조기 등이 가지런히 자리를 잡고 주인을 기다린다. 공판장 안쪽에는 새해 첫 경매를 앞두고 ‘2024 수협 인천공판장 초매식’ 준비가 한창이다. 초매식을 위해 파렛트를 층층이 쌓아 올려 전지로 덮어 만든 고사상에는 돼지머리와 각종 과일 등이 조촐하게 올랐다. 오전 5시 시작을 앞두고 수협중앙회 관계자들이 절을 하기 위한 돗자리 깔기에 분주하다. 박형중 수협중앙회 인천공판장장은 “수협중앙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거의 4년 만에 초매식을 하게 됐다”며 “우리는 어업인들을 지원하는 곳이기에 어민들은 고기를 많이 잡고, 중개인들에게 잘 분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지난해에는 우려와 달리 후쿠시마 오염수 영향보다 전반적인 소비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경기가 좋지 않았다”며 “올해는 고기가 많이 잡혀서 공판장도 활기 넘치는 현장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초매식에서는 수협중앙회와 전국수산물중도매인협회 인천지회에서 지난해 고생한 어업인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어 상인들이 나와 고사상 돼지머리에 봉투를 꽂고 절을 하며 1년간의 안녕을 기원한다. 한켠에서는 해를 넘겨 만난 중도매인들이 악수를 하며 새해 인사를 건넨다. 인석진 수산물중도매인협회 인천지회장(73)은 “예전 초매식에는 구청장도 오고 의원들도 많이 왔다”며 “지금은 많이 위축됐는데, 이럴수록 사람들이 많이 와서 어민과 상인들을 격려해 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곳 공판장 매상이 지난 2021년에는 139억원, 지난해에는 155억원 정도 된다”며 “올해는 적어도 200억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중국 불법 어선들을 많이 차단시켜 어민들이 마음껏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전 5시27분께 종소리가 울리고 빨간 모자를 쓴 경매사가 “경매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올해 첫 경매 시작을 알렸다. 중매인들은 모두 모자를 벗어 인사한다. 이어 경매사가 특유의 톤으로 경매를 시작하고 중매인들은 외투 속에 숨긴 손가락으로 호가를 표시하며 눈치싸움을 벌인다. 경매를 지켜보던 서유여(86·여)씨는 “동구 송현동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경기가 힘들어 희망이 별로 없었다”며 “50년째 공판장에 나오고 있는데, 올해는 잘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선 납품을 하는 유희인씨(65·남)는 “지난해를 돌아보면 식당들이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물동량이 높아져야 어민들도 잘 살 수 있기에 경기가 좋아져서 수산물 시장도 잘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매는 30분도 걸리지 않아 모두 끝났다. 물건을 낙찰받은 지정중매인들은 자신의 번호를 생선 상자 위에 올려두고 차량으로 이동시킨다. 시끌벅적했던 연안부두의 새벽이 다시 고요함을 되찾는다. 인천의 한 섬에서 반건조 생선을 파는 A씨는 “작년에는 날이 좋아 그나마 고기들이 많이 잡혔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걱정이 많았다”며 “올해는 꼭 어업량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아구는 1상자에 8~9만원, 물메기는 1상자에 5만원, 홍어는 1㎏에 1만원 선으로 거래됐다.

인천 새해 첫 출생아… 유정복 “1억+i dream 지원” [현장, 그곳&]

“응애~응애~. 따님입니다. 축하드립니다!” 1일 오전 9시10분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가천대길병원 여성전문센터. 2024년 ‘푸른 용의 해’를 맞아 인천에서 태어난 1번째 출생아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병원을 울린다. 분만실 밖에서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던 최호규씨(40)가 갓 태어난 호람(태명)이를 품에 안는다. 첫 아이를 보는 최씨의 눈동자가 아이의 얼굴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최씨는 “푸른 용 새해 첫 날 소중한 아이를 안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아직 아빠라는 것이 실감이 나진 않지만, 누구보다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결혼 후 3년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는데, 힘들었을 아내에게 너무 고맙다”며 “지금은 아이가 무엇보다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말했다. 이 아이는 인천형 출산정책 ‘1억+ i dream’의 1번째 수혜자로 매월 5만~15만원을 지원받아 18세까지 총 1억원을 지원받는다. 출생 시 지급하는 ‘첫만남 이용권’ 200만원, 아동수당 및 보육료 등을 비롯해 시가 새로 만든 ‘천사(1040)지원금’과 ‘아이(i)꿈 수당’ 등을 더한 금액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오후 1시께 이곳을 찾아 호람이의 탄생을 축하했다. 그는 “2024년 인천에서 첫 생명의 탄생을 축하한다”며 “이 아이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씨는 “부모가 되다보니 정부 정책에 대해 눈여겨 보게 된다”며 “우선 인천시의 1억+ i dream의 1번째 수혜자라는 점에 감사하고, 이러한 출생정책이 점차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직장인으로서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 눈치가 보여 실제로 쓰기 힘든 환경에 놓여져 있다”며 “제도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나 문화 등을 정착시켜 아이를 키우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유 시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저출산으로 위기를 직면하는 가운데, 인천에서는 ‘1억+ i dream’이라는 출생 제고 정책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민생 정책에 주력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출 이자 감당 힘들어”… ‘빚의 굴레’ 갇힌 인천 상인들 [현장, 그곳&]

“이제는 대출 이자조차 감당할 수가 없네요. 생명줄을 잡는 심정으로 채무조정을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31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신용회복위원회 인천지부 채무조정 상담실. 부평구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45)는 창업 5년만에 1억원까지 불어난 대출을 더이상 감당하지 못해 결국 신용회복위를 찾았다. 창업 당시 3천만원이던 대출금은 올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게 보증금과 임대료가 오른데다 경기침체로 손님마저 끊기면서 또 추가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19 3년을 겨우 대출로 버텼는데, 이젠 이자를 포함해 매월 갚을 120만원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지난해 남동구에 반려동물 수제간식점을 창업한 B씨(39)도 마찬가지. 올해 손님이 줄어들면서 창업시 대출받은 2천500만원이 10개월만에 무려 7천500만원으로 3배 늘어났다. B씨는 “빚에 빚이 더해지면서 이젠 생활비는 커녕 이자내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영세 상인들이 올해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매출이 급감,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한계 채무자가 급증하고 있다. 신용회복위 인천지부에 따르면 채무조정 신청자는 지난달 기준 1만1천786명에 이른다. 앞서 지난 2021년 7천980명, 지난해 9천231명에 비하면 3년사이 47.6% 증가했다. 채무조정이란 빚이 많아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환 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 조정, 상환유예, 채무감면 등을 해주는 것이다. 사실상 개인회생 직전의 저신용 시민들이 찾는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코로나19 때 대출을 받았던 영세 상인들이 계속 연체가 돼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신용회복위가 올해 채무조정 신청자에 대한 월 소득을 분석한 결과, 5천861명(49.7%)은 월 소득이 100만~200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영세 상인들이 최저임금 이하를 버는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3천528명(29.9%)으로 가장 많고, 이어 30대 2천891명(24.5%), 50대 2천402명(20.3%), 20대 1천543명(13.1%) 등이다. 60대 이상은 1천422명(12%)이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 때 영세 상인들의 폐업 등을 막으려 싼 금리로 대출을 받도록 해줬는데, 올해 경기침체로 이들이 더 버티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부의 저금리 대환대출 등으로는 부족하다”며 “근본적으로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국회의원(광주 동구남구갑)은 “채무조정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고금리에 가계부채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위기의식을 가져야한다”며 “지자체도 영세 상인에 대한 금융 상담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채무조정 신청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대출이 있으면 곧바로 채무조정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급하게 달려갔더니… 문 닫은 우체국에 ‘헛걸음’ [현장, 그곳&]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오는데, 문을 아예 닫아버리면 어떡합니까?” 27일 낮 12시20분께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한 우체국. 우체국 내에서 ‘잠시 후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점심시간이 시작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30분이 되자 우체국 직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하나둘 밖으로 나갔다. 우편을 보내려던 시민 한 명이 급하게 우체국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나서 시민을 가로막았고, 둘 사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윤주영씨(56)는 “금융업무를 보기 위해 직장 점심시간에 맞춰 서둘러 왔는데 문이 닫혀 있어 난감하다”며 “이 시간대에 업무를 보지 않는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의왕시의 한 우체국도 상황은 마찬가지. 30분간 헛걸음을 한 시민만 15명에 달했다. 고향에 보낼 커다란 택배와 중요한 등기우편을 보내려던 시민들은 굳게 닫힌 문을 보고 발만 동동 굴렀다. 우편을 보내기 위해 왔다는 시민 김성환씨(가명·50대)는 “날씨도 추운데, 30분동안 기다리고 있다”며 “국민신문고에 ‘우체국이 시민 불편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민원을 넣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경인지역 우체국의 점심시간 휴무제 운영대상이 확대되면서 시행 첫날 곳곳에서 시민들의 불편과 혼선이 잇따랐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점심시간 휴무제는 지난 2016년 공무원의 휴식권 보장과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해 도입됐다. 경인지역 우체국은 지난해 6월부터 4인 이하 직원이 근무하는 소규모 우체국에서 시행하다가 이날부터 5인 이하 우체국(57곳)으로 확대했다. 경인지역 우체국 375곳 가운데 262곳(69.8%)에 달하는 우체국에서 점심시간에 쉬게 됐고, 지점에 따라 점심 휴무 시간 역시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점심시간 휴무에 대해 알지 못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졌고, 시민 편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점심시간 교대 운영 중 도난 사고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점심시간 휴무제를 확대 시행하게 됐다”며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 협조 등을 통해 점심시간 휴무 시간을 지속해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열흘 남기고 30만명 ‘우르르’…운전면허시험장 '북새통' [현장, 그곳&]

21일 오전 10시께 용인시 기흥구 용인운전면허시험장. 추운 날씨에도 시험장 안팎에는 200여명의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들은 신체검사서 등 서류를 손에 쥔 채 초조한 표정으로 번호표와 시계를 번갈아 바라봤다. 의자에서 대기하던 한 시민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시간 안에 빨리 적성검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대기 시간이 길어져 오늘은 그냥 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불평하더니 곧 시험장을 떠나기도 했다. 안산시 단원구 안산운전면허시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 시민은 ‘대기인수 120명’이 적힌 번호표를 손에 쥐고 한숨을 푹 내쉬기도 했다. 박수진씨(37·여)는 “사람이 몰릴까봐 오전 8시30분부터 집에서 나왔는데, 10분 정도 걸리는 신체검사를 위해 1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허무한 마음”이라고 탄식했다. 경기도내 운전면허시험장이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연말 안에 운전면허 적성검사(갱신)를 받으려는 시민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 적성검사를 미뤘던 30만명 이상의 시민이 한꺼번에 시험장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로교통공단은 원활한 검사를 위한 온라인 신청 및 경찰서 방문 등을 권유하고 있다. 이날 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이하 공단)에 따르면 올해 내 운전면허 적성검사 대상자는 75만6천52명으로, 이중 지난달 기준 검사를 받지 않은 대상자는 30만4천70명(40.2%)에 달한다. 이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적성검사를 미루다 마지막 달인 12월에 검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월별로 지역 내 시험장을 찾은 시민 수를 분석하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1,2월 2만명대에 그치던 검사 완료 대상자는 공단의 전자 고지가 나오는 3월 7만명대로 늘었다가 4월부터 5~6월에는 다시 3만명대로 떨어졌다. 7월도 2만명, 8월도 3만명대이다가 9월부터 4만5천210명, 10월 5만3천990명, 11월 6만4천167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결국 12월에만 30만명이 넘는 대상자가 검사를 해야 하는데다 도내 적성검사 가능 시험장이 3곳 뿐이라 장시간 대기라는 불편이 뒤따르는 셈이다. 이에 공단 측은 온라인과 경찰서 방문을 통해서도 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적성검사 온라인 접수는 공단 안전운전 통합민원 홈페이지를 통해서 가능하며, 최근 2년 내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제1종 보통면허, 제2종 보통면허를 가진 69세 이하 운전자가 대상이다. 또 진단서나 건강검진결과 서류 등을 지참, 경찰서 교통민원실을 방문해도 접수할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적성검사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고, 1년이 지나면 면허가 취소된다”며 “내년에는 12월까지 미루는 대신 미리 검사를 받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쓰레기·먼지 한가득”…흉물된 지하철역 자전거보관소 [현장, 그곳&]

“바퀴에 바람이 빠져있고 녹이 슨 자전거만 수십 대인데, 이곳이 자전거보관소인지 쓰레기장인지 모르겠습니다.” 20일 오전 9시께 병점역 1번 출구 인근 자전거보관소.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먼지가 수북이 쌓인 자전거 10여 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다른 한쪽에 주차된 자전거들은 안장이 없거나, 일부 부품이 떨어져 나간 채로 녹이 잔뜩 슬어있었다. 바구니가 장착된 자전거 안에는 음료수병과 과자 봉지, 담배꽁초가 수북이 담겨 있었다. 같은 날 수원역 환승센터에 설치된 자전거보관소 2곳도 상황은 마찬가지. 자전거보관소 내 곳곳 방치된 자전거들이 눈에 띄었다. 두꺼운 자물쇠로 묶인 자전거는 녹물이 흘러내려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한 시민은 자전거보관소 내에 공간이 없자, 자전거를 자물쇠로 잠궈둔 채로 인도 위에 세워놓았다. 한춘화씨(50대)는 “이곳에 보관된 자전거 중 절반 이상은 한 달 전에도 그대로 있었다”며 “지자체에서 수거를 안 해가니 어쩔 수 없이 인도에 세워둘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도내 지하철역마다 들어선 자전거보관소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자전거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나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날 경기도와 각 시·군 등에 따르면 도내에 설치된 자전거보관소는 총 8천657곳이다. 이 중 통행량이 많은 지하철이 위치한 각 시·군은 지하철역마다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운영 중이다. 하지만 자전거보관소 내 장기간 방치돼 있는 자전거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선 지자체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방치된 자전거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야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방치 자전거에 대해 10일 이상 계고를 하고 수거를 하고 있다”면서도 “주기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하철역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무단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해 시민들이 자전거를 보관하는데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방치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수거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구역 지정 7%… 장애인 보행 안전 ‘빨간불’ [현장, 그곳&]

“혼자 외출하는 건 꿈도 못 꾸죠. 차가 쌩쌩 달려옵니다.” 19일 오전 10시께 군포시 당정동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 인도가 따로 없는 이면도로인 이곳은 양쪽으로 불법주정차가 줄지어 있었다. 게다가 상가와 주택이 몰린 탓에 10여분동안 승용차 12대가 오갔지만 속도를 줄이는 방지턱 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 시설을 이용하려는 장애인들은 불법 주정차된 차량과 달려오는 차량을 이리저리 비집고 아슬하게 길을 건너는 모습이었다. 같은 날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상황도 비슷했다. 장애인보호구역이라는 노면표시를 비웃기라도 하듯 차도부터 인도까지 불법 주정차가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끊임없이 지나는 차량들이 속도를 내 건너가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과속차량의 속도와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카메라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휠체어 장애인 박진만씨(가명·49)는 “보호자 없이 장애인 혼자 산책을 나가는 것은 꿈도 못 꾼다”며 “장애인보호구역이 어린이보호구역처럼 많아져 장애인에 대한 안전이 보장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어린이, 노인과 함께 교통약자로 구분되는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보호구역이 경기도에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더라도 관련 안전시설이 미흡해 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장애인보호구역은 장애인 시설 주변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정하는 것으로, 차량 통행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고 표지판, 과속방지시설 설치, 노면표시 등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직업 재활시설 등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 복지시설 주변은 장애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시설 주변으로 장애인보호구역을 지정한 곳은 도내 전체 장애인 시설 476곳 중 단 34곳 뿐이다. 이는 도내 어린이보호구역(3천837곳)이나 노인보호구역(466곳) 수와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게다가 장애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관련 안전 시설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4월 전동휠체어와 휠체어 장애인 4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8%가 이 같은 안전 시설 확충 등의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장애인은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호구역을 늘려 장애인 보행자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보호구역엔 방지턱, 인도 분리대 등 안전 시설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보호구역은 각 시설에서 요청하면 검토 후 지정하고 있다”며 “현장 점검을 통해 안전 시설을 구축하는 등 장애인 보행자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항구 인근 도로까지 점령… 불법 닻 내린 선박들 [현장, 그곳&]

18일 오전 9시께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 일대. 레저용 모터보트 등 많은 선박이 곳곳에서 2차선 도로 중 한 차선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차들은 선박을 피하려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펼쳤다. 일부 선박엔 이미 지자체의 단속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또 다른 선박들은 항구 인근 공영주차장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 앞을 버젓이 무단 점거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탄도항 인근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항구 주변 도로 한켠에 버려진 소형선박은 곳곳이 녹슨 채 버려져 있었고 배 위에는 고기잡이배에서 사용하는 밧줄이 풀과 나무와 뒤엉켜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경기도내 항구도시 인근 선박들이 도로 등을 무단 점거하며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운전자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화성시 등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선박이 도로 등을 무단으로 점거하면 도로법을 위반한 것으로, 노상 적치물 단속 대상으로 과태료 등 행정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화성시 등 경기지역 곳곳에선 이 같은 법규를 지키지 않은 채 불법 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상태다. 선박 수리 업체 등에서 보관 장소가 협소하단 이유로 선박을 도로에 꺼내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심석영씨(가명·57)는 “도로와 공영주차장을 불법으로 점유하는 선박들로 도로가 지저분한 것은 말할 것 없고, 주민과 관광객이 도로에서 선박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며 “(선박 수리 업체 업주 등을) 어르고 달래도 (선박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지자체는 수시로 단속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단속 현황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일부 선박이 도로 등에 방치되고 있어 공무직 9명이 매일 단속하고 있지만 현황 관리를 따로 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지자체가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해당 구역 인근 레저용 선박을 위한 항구인 마리나 시설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김석균 한서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규모가 큰 선박이 도로를 점거하면 시민 교통 안전·불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체계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며 “또 최근 해양레저산업 규모가 커지는 만큼 마리나 시설을 넓힐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 등 이유로 마리나 시설 확장은 현재로선 어렵다”며 “단속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더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딱 한 잔도 안 됩니다”…음주운전 단속 51건 적발 [현장, 그곳&]

“더 세게 부세요. 0.181, 면허 취소하겠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10시3분께 수원시 영동고속도로 동수원 톨게이트 입구. 음주 단속을 시작한 경찰들이 음주감지기에 빨간불이 켜져 음주가 의심되는 검정 그랜저 차량을 멈춰 세웠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30대 운전자 A씨는 경찰에 지시에 따라 생수로 입을 헹구고, 음주 측정을 시작했다. 음주 측정기에 찍힌 숫자는 ‘0.181’(혈중알코올농도)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기준 면허취소는 0.08% 이상, 면허정지는 0.03%~0.08%다. 그는 “친구들과 맥주 3병을 마셨다”며 “대리기사를 불렀지만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채혈을 원하냐는 경찰의 물음에 그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니 안하겠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각 수원특례시 권선구 경수대로 인근 도로에는 추격전이 펼쳐졌다. 음주단속 현장을 목격한 50대 운전자 B씨가 급히 핸들을 꺾어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B씨는 “단속 중인 줄 몰랐다”며 해명했지만, 그는 면허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61%로 확인됐다. 오후 11시께 성남시 중원구 산성대로 인근에서도 음주 측정이 이어졌다. 경찰과 30대 운전자 C씨의 실랑이가 30분간 계속됐다. C씨는 화장실을 다녀온 뒤 측정하겠다고 버티며 시간을 끌었다. 경찰은 그와 동행해 화장실을 3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계속된 음주 측정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아, 결국 그는 경찰서로 인계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연말연시를 맞아 음주운전 일제 단속에 나섰다. 이날 적발된 음주운전자만 총 51건(면허정지 27건·면허취소 23건·측정거부 1건)이다. 경기남부청은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동수원 톨게이트와 안양 범계사거리 등 48곳에서 교통경찰·지역경찰 177명, 순찰차·싸이카 등 109대를 동원해 음주단속을 벌였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의 가정을 깨트릴 수 있으며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범죄행위”라며 “연말 잦은 술자리로 인해 음주운전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특별단속을 통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하루 3명도 책 안 빌리는… 스마트도서관 ‘텅텅’ [현장, 그곳&]

“스마트도서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13일 오전 8시께 병점역 지상 2층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시민들 누구나 도서관 회원증만 있으면 책을 바로 빌리고 반납할 수 있지만, 스마트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은 찾기 쉽지 않았다.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은 월 평균 80명으로, 책을 빌리는 사람은 하루에 3명도 안 되기 때문이다. 시민 박혜진씨(29)는 “스마트도서관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며 “병점역을 자주 지나다니는 데도 이곳에 설치돼 있다는 사실조차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세마역 광장에 있는 스마트도서관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기일보 취재진이 지하철역을 오가는 시민 20여명에게 스마트도서관에 대해 물어본 결과, ‘스마트도서관을 들어본 적도 없다’라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실제 올해 11월까지 이곳의 이용자 수는 133명으로, 한 달 이용자 수가 10여명에 불과하다. 경기도내 설치된 일부 스마트도서관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명에 그치는 등 이용률이 저조해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스마트도서관은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이용자들을 위해 역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한 무인 도서 대출 시스템이다. 지난해 기준 도내 설치된 스마트도서관은 총 110곳이다. 하지만 오산, 화성, 광주 등 일부 지자체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3명 내외인 것으로 나타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스마트도서관 한 곳을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최소 6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남영준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스마트도서관의 설치율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면서 “스마트도서관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용 방법 안내와 교육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스마트도서관 설치 초반에는 홍보 등을 적극적으로 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지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등을 통한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집 코앞서 거대암반 폭파… 인천지역 주민 ‘폭발’ [현장, 그곳&]

“아파트 밑 암반과 연결된 거대 암반을 폭탄으로 터트리면 우리 집이 어떻게 될지 두렵습니다.” 13일 오전 11시15분께. 인천 서구 불로동 산74 일원 거대암반 시험 발파 현장. 현장소장이 “3, 2, 1… 발파”라고 신호를 주자 최대 폭 150m, 높이 26.5m에 달하는 거대 암반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폭약이 터지고 크게 먼지가 일었다. 이날 이뤄진 총 6번의 시험 발파는 지발당장약량을 0.25㎏에서 1.375㎏까지 서서히 늘려가며 이어졌다. 화약량이 커질수록 폭약의 소음도 커져갔다. 80m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시험 발파를 지켜보던 150여명의 주민들은 “소리가 너무 크다”, “우리 집 바로 앞에서 매일같이 저 먼지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LH가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를 위해 본격적인 암반 발파 작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근에 거주하는 2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들은 발파 작업으로 인해 발생할 소음과 진동 등의 피해를 우려하며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집단 반발에 나서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LH와 시공사인 A건설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2단계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2-2공구)를 위해 암반 약 17만㎥ 규모의 암반을 발파할 계획이다. 이날은 본격적인 발파에 앞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험 발파가 이뤄진 것. 하지만 발파 예정인 암석 인근에는 약 2천600가구가 살고 있으며, 가장 가까운 아파트는 암반 중심부로부터 불과 80m만 떨어져 있어 주민들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발파 대상 암반이 아파트 건물 지하 암반과 이어져 있다 보니 주민 불안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근 주민 김은하씨(44)는 “시험발파는 의미가 없다”며 “암석 밑쪽이 아파트 밑 암석과 연결돼 있어 본 발파를 시작하면 아파트에 금이 갈 수 있는데 LH는 어떤 대책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로동 발파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택지개발사업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대안을 마련할 것을 LH 등에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이번 시험 발파를 통해 암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주변 주민들에게 영향을 최소화하는 발파 공법을 결정하는 등 최적의 결과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손된 도로시설 방치 ‘사고 부채질’… 교통안전 빨간불 [현장, 그곳&]

“멀쩡한 도로안전시설을 찾기가 더 힘드네요. 불안해서 마음 놓고 다니겠습니까?” 13일 오전 11시께 용인특례시 기흥구 농서동 일대 한 횡단보도. 양 끝 점자블록 위에 설치된 철제 차량 차단봉(볼라드) 8개가 기존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녹이 심하게 슨 채 방치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부는 고무 재질의 보호 덮개가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가 하면 아예 벗겨져 흉물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보행신호를 기다리던 한 남성이 볼라드에 몸을 기댔다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질 뻔할 만큼 바닥도 들려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화성시 반월동 도로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 중간에 조성된 중앙분리대 일부 구간이 파손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위험,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테이프가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바람에 펄럭이고 있을 뿐이었다. 일부 시민은 먼 거리에 있는 신호등 대신 파손된 중앙분리대를 이용해 무단횡단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씨(28·여)는 “‘도로안전시설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리가 안 되는 것 같다”며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왜 방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경기도내 도로안전시설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사전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도로안전시설은 도로 교통의 안전과 소통을 도모하고자 조성되고 있다. 볼라드를 비롯해 ▲표지병 ▲시선 유도봉 ▲가드레일 ▲중앙분리대 ▲충격 방지 흡수 탱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조성 목적과는 달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되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안전신문고에 접수된 경기지역 ‘도로, 시설물 파손 및 고장’ 민원은 총 17만2천398건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3천254건, 2021년 7만8천480건, 2022년 9만664건 등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교통사고가 매년 수만건씩 반복되고 있는 점과는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도내 교통사고는 15만8천691건 발생했다. 매년 5만2천897건, 매일 약 145건꼴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사고로 1천696명이 사망하고, 27만1천844명이 부상을 입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도로안전시설 관리를 소홀히 하면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그 피해는 모두 시민에게 되돌아가는 만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실 담당 구역이 넓어 60~70%는 민원에 의존해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최대한 자주 현장을 돌며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관 품은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 지역 상생 등은 아쉬워 [현장, 그곳&]

“리조트 안에 실제 숲보다 더 푸르고 아름다운 미디어 정원이 있다니 정말 신기해요.” 13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영종도에 있는 모히건 인스파이어리조트 2층. 파란 하늘에 초록빛을 가득 내뿜는 나무가 우거져 있다. 하지만 이는 진짜 하늘과 나무가 아닌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으로 꾸며진 정원이다. 현실보다 더 선명하고 아름다운 ‘오로라’의 풍경에 방문객들의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150m를 걸어가니 초대형 원형 홀 한가운데 LED 샹들리에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다양한 색을 뿜어낸다. 베이지 톤의 물결치는 천장은 마치 우주선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람들은 모두 휴대전화를 들어 이곳 ‘로툰다’의 황홀한 장관을 담는다. 리조트 내 곳곳에 위치한 조형물들은 이곳을 미술관으로 착각하게 한다.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가 4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일부 시설의 운영을 시작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13일 인스파이어 리조트에 따르면 각기 다른 콘셉트의 3개 타워로 구성한 호텔(1천275실), 국내 최대 규모의 호텔 볼룸을 갖춘 최첨단 MICE 시설, 국내 최초의 공연 전문 아레나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거리 ‘오로라’를 비롯해 연중 이용 가능한 유리돔 형태의 다목적 실내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 등이 있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첸시 모히건 인스파이어 사장은 “인천 영종도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초대형 복합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는 도전과 설렘의 여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히건을 대표하는 ‘아퀘이 정신’에 입각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지역 및 한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퀘이 정신(Spirit of Aquai)’은 미국 인디언 모히건 부족 문화의 근간인 환대, 협력, 존중, 관계구축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모히건 그룹의 핵심 가치가 뿌리내리기에 다소 부족해 보인다. 리조트 인근의 중구 을왕동 주민과 상인들이 인스파이어의 대규모 점포 개설을 앞두고 지역 상생을 요구하며 여전히 집회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첸시 사장은 “지역사회에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스파이어 구성원 모두가 지역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번영을 위해 꾸준히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소방차 공간 불법주차 ‘빼곡’… 火나면 속수무책 [현장, 그곳&]

“소방차 전용구역에 불법주차된 차들을 볼 때마다 밤에 불이라도 날까 걱정입니다.” 지난 6일 오후 8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 저녁 시간이 되자 퇴근한 입주민들의 차량이 하나둘 들어오며 주차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곧 아파트 단지 내에서 빈자리를 찾기 힘들어졌고, 귀가가 늦은 주민들은 익숙한 듯 소방차 전용구역 옆으로 나란히 주차했다. 노란 선으로 표시된 구역은 불법 주차된 차들로 3분의 1이 가려져, 소방차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폭이 좁아졌다. 7일 오전 8시께 의왕시 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 차량 2대가 소방차 전용구역을 침범한 상태로 이중주차돼 있었다. 아파트 입주민 유영민씨(44)는 “25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다 보니 주차 공간이 협소해 밤마다 주차 전쟁”이라며 “신고제 적용도 되지 않기 때문에 입주민들이 소방차 전용 구역에 주차해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아파트 내 소방차 전용구역이 상습적인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동주택 내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 주·정차 신고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적용대상이 제한적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공동주택 내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소방차 전용구역을 대상으로 불법 주·정차 신고제를 운영하고 있다. 신고 대상은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및 3층 이상 기숙사이며, 소방차 전용구역에 5분 이상 불법 주차를 할 경우 최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소방법이 개정된 2018년 8월10일 이전에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또는 건축허가 신청을 한 경우 신고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기준 도내에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공동주택 등은 179곳에 불과하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가 돼 있으면 화재나 긴급 상황 발생 시 골든 타임을 놓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해당 법을 소급 적용하기 위한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시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노력”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차 전용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하지 못하도록 지속해서 관리할 예정”이라며 “소방관서 별로 주민자치위원회와 간담회 등을 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연말 앞두고 대낮에도 음주운전…인천경찰, 단속 현장 [현장, 그곳&]

“점심 반주로 딱 2잔 마셨는데… 억울합니다.” 6일 오후 2시께 인천 부평구 청천동 효성굴다리 인근. 경찰들이 경례를 하며 도로를 지나는 차를 멈춰 세운다. 경찰이 “음주단속입니다”라고 말하며 운전자에게 음주감지기를 가져다 댄다. 운전자가 숨을 뱉자 ‘삐’ 소리와 함께 감지기에 비음주를 뜻하는 초록불이 뜬다. 단속 시작 14분 뒤. 경찰이 오토바이를 탄 A씨(50대)에게 음주측정을 하자 감지기에 빨간불이 뜬다. A씨는 “(술을)안 마셨다. 감지기를 믿을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자 경찰이 다른 감지기를 들고 온다. 경찰은 A씨에게 감지기를 붙이며 “부세요, 더~ 더~ 더~”라고 말한다. A씨는 그제야 “반주로 2잔을 먹었을 뿐이다”라며 음주를 시인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치인 0.047%로 나타났다. 인천경찰청은 이날 연말연시를 맞아 인천지역 10곳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30분~3시30분까지 한 단속에서 음주운전 오토바이 운전자 A씨 1명을 적발했다. 이날 음주단속을 지켜본 행인 김정수씨(62)는 “사실 2~3잔 마시면 안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단속하는 모습을 보며 음주운전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연말연시 잦은 회식·술자리로 음주운전 사고가 늘어나지 않도록 이달 1일부터 내년 1월까지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이경우 인천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중대범죄”라며 “낮에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주간에도 단속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간과 야간을 가리지 않고 불시에 단속,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24시간 상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음주운전 사고는 총 533건으로 지난해 702건보다 169건이 줄었다. 사망자 역시 12건에서 3건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왜 차량이?”…‘위험천만’ 자전거 도로 [현장, 그곳&]

“분명 자전거 도로인데, 왜 차량이 다니죠?” 5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왕복 3차선 차도. 이곳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배달 오토바이가 돌연 바로 옆 자전거 전용도로로 진입하더니 내리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뒤에서 달려오던 자전거가 급히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넘어질 뻔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화성시 안녕동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에는 검은색 승용차 1대가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30여분이 지나자 해당 차량 운전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홀연히 떠났지만, 그동안 이곳을 통행하는 자전거 운전자들은 해당 차량을 피해 차도로 진입하는 등 위험천만한 주행을 이어가야만 했다. 신모씨(27)는 “자전거 도로에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드나드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자전거를 탈 때마다 불안해서 수도 없이 뒤돌아볼 때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경찰청 등에 따르면 현행 자전거 이용 활성화 법률(자전거법)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자전거 도로’를 구분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우선도로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여기에 최근 공유 자전거 보급 확대와 자전거 이용 문화 확산 등의 영향이 더해지며 경기지역 자전거 도로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최근 3년간 도내 자전거 도로 총연장을 보면 2020년 5천480㎞, 2021년 5천612㎞, 지난해 5천829.2㎞ 등이다. 그러나 자전거법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도 같은 기간 도내에선 자전거(피해) 교통사고가 6천361건이나 발생했다. 매일 약 1.9건씩 사고가 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사고로 66명이 사망하고, 6천69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자전거 도로 내 안전을 확보할 법적 장치가 미흡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자전거 전용차로를 통행하는 차량에 한해서만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9월 국회에선 모든 자전거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을 처벌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1년이 넘도록 소관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자전거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법을 손질하는 동시에 차량 운전자 안전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자전거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꼬리표 달고 손맛·돈맛 유혹...사행성 ‘딱지 낚시’ 판친다 [현장, 그곳&]

“휴가 내고 낚시로 돈 좀 벌어볼까 해서 나왔습니다.” 4일 오후 1시께 인천 강화군 길상면의 한 낚시터의 방갈로에서 두터운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앞에 놓인 2~3개 낚시대를 잡다가 놓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평일이지만 방갈로 15개 동 중 절반이 넘는 8개 동이 이미 낚시꾼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낚시터 측이 수조에 풀어 놓은 꼬리표 달린 물고기를 낚아 그 수에 따라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받기 위해 모인 이른바 ‘딱지 낚시’ 참가자들이다. 한 낚시꾼은 “여기에 물고기를 잡으려고 오는 사람은 없다”며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으니까, 손 맛도 보고 돈도 벌려고 오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인천 강화군의 한 낚시터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 광고로 회원들을 끌어들여 불법 사행성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낚시터는 최근 ‘도랑 치고 가재 잡고’란 이벤트를 열고 현금을 내고 참가한 낚시꾼들에게 꼬리표가 달린 물고기를 잡는 수에 따라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앞서 낚시터는 100마리의 물고기 꼬리 등에 숫자가 적힌 딱지를 달고 수조에 풀어놨다. 참가자들이 딱지가 붙은 생선을 낚는 수에 따라 정확하게 지급할 상품권 가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낚시터는 참가자들을 늘리기 위해 평일에는 최고 100만원, 주말에는 최고 150만원 상당의 상품권 지급 액수를 정해 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처럼 돈을 받고 현금성 경품 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여는 것은 물론, 참여하는 것도 모두 형법 상 도박 혐의다. 낚시터 등에서 현금성 상품권을 지급하는 행위가 형법상 도박의 범주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상습일 경우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낚시터 업주도 불법 도박장 개설 등의 혐의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뒤늦게 이 같은 낚시터의 불법 영업에 대한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이 넓다 보니 수시로 곳곳을 다니며 불법 단속을 할 수 없어 신고에 의존하는 편이 있다”며 “문제의 낚시터를 비롯해 다른 곳들도 점검·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낚시터 업주 A씨는 “현금이 아닌 상품권 지급은 도박이 아닌 줄 알았다. 3개월 전 똑같은 이벤트를 했는데, 경찰 등의 단속을 받지 않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면서도 “앞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위험’ 안고 달리는… 불법 택시 ‘콜뛰기’ 극성 [현장, 그곳&]

“이 지역은 일반 택시보다 ‘콜뛰기’ 택시가 더 많습니다.” 4일 오전 10시께 이천시 이섭대천로 이천터미널. 취재진이 콜택시라고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한 지 3분 만에 개인 번호판이 부착된 차 한 대가 달려왔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운전기사는 주행 중에 무전기를 사용해 중간에서 콜을 연결해 주는 담당자와 끊임없이 상황정보를 주고받았다. 그중에는 “(신호위반 단속 등)암행 순찰차가 돌아다니니 조심하라”는 지시도 내려왔다. 운전기사는 주행 중에 문자를 주고받거나,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도 무시하고 달리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8시께 화성시 남양읍 한 아파트 단지 앞. 인근 식당에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자, 곧 렌터카가 도착했다. 운전기사는 하루에 걸려 오는 콜 전화만 300통이 된다면서 단골손님들을 저장해 둔 목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도내 일부 지역에서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이용해 불법으로 택시 영업을 하는 이른바 ‘콜뛰기’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이천, 화성, 평택, 광주 등 교통이 불편한 도농복합 지역이나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곳은 콜뛰기 무법지대나 다름없어 적극적인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취재진이 인터넷 검색창,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콜뛰기’라고 검색해보니, 영업 번호가 모인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리운전이나 콜택시 업체라는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자 개인 자가용이 달려왔고, 식당에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면 렌터카가 문 앞에 섰다. 문제는 콜뛰기 기사의 경우 운행 자격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승객이 2차 범죄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실제 지난해 평택에서 불법 택시 영업을 하다 적발된 A씨의 경우 폭행·폭력, 준강제추행 등 강력범죄 전과자로 밝혀졌다. 게다가 콜뛰기는 영업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보험처리를 받을 수 없다. 30년 차 택시 운전기사 정인현씨(63)는 “콜뛰기 기사들이 신호를 위반하거나 과속하는 경우가 많지만, 승객 대부분은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불법 유상운송행위는 최대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대부분 수십~수백만원 정도의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콜뛰기 영업이 근절되기 힘들다는 것이 택시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특사경 관계자는 “미스터리 수사기법을 활용해 고객으로 위장한 후 증거를 직접 확보하는 등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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