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위장장애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위장병 환자가 많다. 여러 가지 암 중에서도 위암과 대장암의 유병률이 각각 1위와 4위를 차지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고 보면, 살아가는 동안 위염, 위궤양, 십지이장궤양 같은 병을 진단 받고 치료하는 일은 예사로운 일이 돼버렸다. 이처럼 실제 위장질환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검사결과에 아무 이상소견도 없는데 속이 불편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속이 쓰리고 아프다, 신트림이 나고 메슥거리며 소화가 안 된다, 헛배가 부르다, 잘 체하고 명치부분이 더부룩하다, 설사가 잦고 아랫배가 항상 불편하다 등등의 증상을 호소하지만, 위장검사상 아무 이상이 없는 환자들이 있다. 이러한 증상을 기능성 위장장애 또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고 한다.기능성 위장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위장의 점막(속피부)이 위산이나 음식물에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든지, 들어온 음식물을 내려 보내는 운동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불규칙한 식생활, 잘못된 음식습관, 운동부족, 음주와 흡연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소화기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위산분비를 촉진시켜서 뱃속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특히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하여 기능성 위장장애의 발생이 월등히 많다. 흔히 위장기능을 좋게 하려면 맵고 짠 것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몇 배 중요한 것은 천천히 소식하기다. 특별히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위나 장이 소화불량이나 위염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들어온 음식에 대해 부담을 느끼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므로, 천천히 잘 씹어 먹어서 위장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한 번 음식을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잘게 부서지고 침과 충분히 섞일 때까지 씹어야 한다. 대개 최소한 20번 이상 씹기를 해야 음식이 골고루 부서진다.그 외에도, 소화기능을 떨어뜨리고 위산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스트레스 유발 상황을 피하고, 가능한 한 정신적 안정을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위나 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적이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의 경우 가급적 하루 1시간 이상을 걷기 운동에 투여해야 한다. 기능성 위장장애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약을 복용하기에 앞서 우선 생활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속쓰림 증상이 있는 경우 과음이나 맵고 짠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구역질이 자주 생기고 위산과다 증상이 있는 경우는 커피나 콜라, 홍차 같은 카페인 음료와 튀김이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 너무 가미가 많이 된 인스턴트 음식, 그리고 담배가 매우 해롭다. 과민성 대장증상과 같이 주로 아랫배에 불편한 증상이 심한 경우, 특히 술과 찬 음식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잡곡밥이나 우거짓국, 과일이나 야채와 같이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대장의 기능이 점점 좋아지는 데 도움이 된다. 일시적으로 가스가 많이 생기는 불편함이 생길 수도 있지만 계속하면 이런 증상은 없어진다.음식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함께 할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신경안정작용을 가진 약을 함께 처방하면 더 효과가 좋을 때가 있다. 그러나 약물치료를 하는 동안에도 생활습관의 주의사항은 계속 지켜야 약물치료기간을 줄일 수 있고 나중에 재발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동희 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봄바람 따라 온 불청객 황사 “마스크 먼저 챙기세요”

황사철이 다가오고 있다. 황사에는 미세한 먼지, 꽃가루 등 알레르기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호흡기 환자들로 병원이 유난히 북적거린다. 더욱이 평소 천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황사는 치명적이다. 이달부터 정부가 나서서 일부지역에서 천식예보제를 시범운영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제는 아예 연중 행사가 되어버린 황사시즌의 호흡기 건강관리에 대해 전문의의 조언을 들어봤다.황사가 봄에 많은 이유중국과 몽골 내륙 지방의 겨우내 얼어있던 황토가 녹으면서 작은 분진으로 떠오르고 그것이 편서풍을 타고 멀리 우리나라까지 약 3일간의 여행을 해서 날아온다. 황사가 한번 발생하면 동아시아 상공에 떠도는 미세먼지의 규모는 무려 100만t에 이른다.황사가 해로운 이유황사의 원래 고유성분은 모래와 황토다. 따라서 그 자체가 그렇게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며,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그렇게 큰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의 급격한 산업화로 황사의 성분이 해롭게 변하고 말았다. 우선 황 성분은 산성비를 유발하고, 일산화탄소와 여러 가지 해로운 유독가스를 함유하고 있다. 또 여러 가지 세균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중금속과 발암물질마저 섞여 있다고 한다.황사는 호흡기 질환 환자에게 치명적호흡기는 대기 중 공기를 직접 받아들이는 기관이므로 당연히 황사의 영향이 많을 수밖에 없다. 황사속의 미세먼지 자체가 기관지를 자극하며, 특히 아황산가스, 납,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의 함량이 높아서 심한 기도자극과 염증을 유발한다. 특히 이런 공기의 오염은 정상인보다 기관지가 예민하고 폐기능이 떨어져 있는 기관지 천식 또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에서 특히 위협적이다. 이러한 환자들은 미세 먼지를 제거하는 기도의 기능이 약하고 정상인에 비해 기도가 과민한 반응을 하기 때문에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시면 기관지가 수축해 천식발작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급성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 물론 정상 성인에서도 감기, 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의 발생률을 높인다. 또 황사로 증가한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호흡기 증상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나 입원을 증가시키고, 호흡기 질환자뿐만 아니라 정상인에서도 폐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마스크 착용, 적절한 습도 유지 필수그러면 우리가 황사에 노출될 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황사가 심한 날은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들, 천식 및 만성 호흡기 질환자들은 가능한 한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귀가 후에는 즉시 손발과 얼굴 등을 깨끗이 씻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집의 창문을 닫아 유해한 외부공기의 유입을 최소화하고 황사가 많은 날에는 아무리 건강한 성인이라도 과도한 야외 활동을 하지 말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집안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이다. 공기 없이 살 수 없기에 우리가 황사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근본적으로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황사를 이기는 방법은 황사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익숙해지는 것뿐일 것이다. /도움말=박광주 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윤철원기자 ycw@ekgib.com

비상의료품 하루쓰면 동나…식수·수액 등 절대적 부족

중형급 규모의 서울 성북구 C병원. 지진 등 대형 재난에 따른 고립에 대비해 최소 3일간의 기본재난물품 비축이 필요하지만 실제 비축량은 크게 부족하다. 이 병원의 경우 식량과 식수, 드레싱세트, 봉합세트, 수액 등 비상물품 비축량이 하루를 겨우 넘길 수 있는 양이다.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구 D병원 역시 재난 발생에 대비한 비상물품은 이틀을 채 넘길 수 없는 양이다. 2008년 울산의대 임경수 교수가 발표한 '국내응급의료센터들의 기본재난물품준비현황'에 따르면 국내 71개 응급의료센터 중 재난사고에 의한 고립에 대비해 3일간의 비상물품들을 보유하고 있는 곳의 비율은 식량 7.0%, 식수 12.7%, 드레싱세트 21.1%, 봉합세트 21.1%, 수액 23.9%에 불과했다. 재난시 필수 물품인 모포(16.9%),이동형 대피소(11.3%),휴대용산소통(4.2%),손전등(4.2%) 등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비상발전기를 갖춘 응급의료센터는 전체 71곳 중 66곳(93.0%)에 달했으나 병원건물과 분리돼 있는 경우는 7곳(9.9%)에 불과해 지진 등으로 병원건물이 파괴될 경우 대부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재난의학회 신상도(서울대 의대 교수) 박사는 "재난 발생시 재난 현장은 물론 병원들에도 많은 종류의 약품과 비상물품이 필요하다. (병원마다)비상의료물품이 크게 부족한 것은 이를 강제할 만한 법규정이 없기 때문으로 현재까지 이런 실정은 크게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다행히 올해부터 응급의료기금이 대폭 확대돼 물품과 시설 등을 보강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이를 시행할 세부 기준은 아직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재난대비 병원비축 비상물품 뿐 아니라 현장 의료인력 공급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 발생시 효율적 환자 관리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의료진 현장 파견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한 법적 장치도 미비한 실정이다. 실제 국가 재난 응급의료지원 지침 개정(안)(2010년 1월,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응급의료센터)에는 현장 응급의료지원단 구성운영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의료진 현장 파견에 관련한 세부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한림대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는 "재난 발생시 현장에 어느 의사를 파견할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의료진 파견에 대한 보상기준도 제안수준에 불과해 병원들이 의사들을 현장에 적극적으로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요도 협착

언어나 차량에서 소통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의 몸도 소통이 잘 돼야 건강하다. 그러나 노화나 사고 등으로 몸 속 어느 한 곳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고 심하면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진 노폐물을 내보내는 기능을 하는 요도 역시 그렇다.요도란 방광에 모여진 소변을 몸 밖으로 배출할 때 통과하는 파이프 모양의 구조물이다. 언뜻 요도를 소변이 지나가는 길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요도는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중 소변을 새지 않게 해주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요도 주변의 괄약근이 방광에 소변이 꽉 차 있어도 소변을 보기 전에는 배출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요도의 다른 기능은 세균의 침범을 억제하여 염증이 잘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예로 여성보다 요도가 긴 남성에서 염증이 더 많이 발생한다. 요도가 길어서 침범한 균이 올라가지 못하게 억제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공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요도가 다친 것을 의심할만한 증상으로 가장 흔한 것은 요도 입구에 출혈이 있을 때다. 즉 겉으로 봐서는 다친 곳을 잘 모르겠는데 요도에서 피가 흘러나오거나 소변을 볼 때 피가 섞여 나오면 요도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요도가 완전히 파열된 때에는 소변을 보지 못하므로 빠르게 의료진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회음부나 성기 부분이 피멍이 든 것처럼 변하거나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요도의 한 부분인 구부 요도는 골반뼈와 인접해 있어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눌리기 때문에 더욱 손상이 많다.요도 손상이 부분적으로만 일어난 경우에는 소변줄을 끼우고 약을 쓰면서 치료하면 좋아지지만, 나중에 검사에서 요도가 좁아졌다면 내시경을 이용해 요도를 넓히는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요도가 좁아지는 이유는 다쳤던 부위에 흉터가 남기 때문이다. 대개 피부에 생기는 흉터를 보면 볼록 솟아 있는 것처럼, 요도 안에 볼록하게 흉터가 남으면 그만큼 요도의 내경도 좁아진다. 이를 요도 협착이라고 한다. 요도가 완전 파열된 경우에는 치료가 복잡해진다. 사고 직후라면 요도 내시경으로 소변줄을 끼울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난 후나 파열이 심한 경우에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배꼽 밑의 살을 조금 째고 방광으로 직접 소변줄을 끼우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요도를 통해 소변줄을 끼지 못한 환자는 최소 3개월 이상 지난 후에 요도 촬영을 하여, 파열 부위의 조직이 어느 정도 재건 된 후 막힌 부분의 요도를 제거하고 다시 연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파열로 막힌 부분이 약 2㎝보다 길 때에는 단순히 연결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직을 이식하든지 근육을 이용해 요도를 만드는 등 좀 더 복잡한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 후에도 요도 내에 남는 흉터로 인한 요도 협착을 치료하기 위해 추가적인 내시경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다치지 않았으나 요도 협착이 생기는 경우는 대개 염증 때문이다. 염증으로 발생한 요도 협착의 특징은 음경부 요도에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구부 요도보다는 요도의 내경이 좁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요도염이나 장기간 도뇨관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요도 입구에서 구부 요도에 이르기까지 요도 협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항생제나 치료 기구의 발달로 염증에 따른 협착의 발생률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요도 협착은 여성보다는 남성에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치료가 복잡하고 어려우며 합병증이 많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혹시 회음부를 다친 후 요도에 피가 보이거나 소변 줄기가 점점 약해질 경우에는 빨리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최종보 아주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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