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용 symoon@ekgib.com
안성시 묵언마을을 지나자 철재 당간지주가 속세의 나그네를 무심히 맞는다. 조용한 산사 길에 임꺽정 길이라는 팻말도 재미있고, 까치밥만 남긴 감나무도 정겨움을 더한다. 단풍이 곱게 물든 경내엔 임꺽정을 닮은 검은 개 한 마리가 국보와 다수의 보물을 품고 있는 천년 고찰을 지키겠다는 듯 눈을 부라리고 있다. 특히 고려 왕사(王師) 나옹선사가 심었다는 수령 620년의 소나무는 독야청청한 절개가 느껴지는데, 바로 앞의 나한전은 문을 열어젖힌 채 알루미늄 새시로 된 방 하나를 달아놓아 흉측하기 그지없다. 그곳에서 어머니들은 하염없이 경배하며 자녀의 수능시험 결과가 좋게 나오기를 무조건적으로 빌고 있었다.
김철웅 hurl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