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살 소나무 ‘독야청청’ 안성 칠장사

안성시 묵언마을을 지나자 철재 당간지주가 속세의 나그네를 무심히 맞는다. 조용한 산사 길에 임꺽정 길이라는 팻말도 재미있고, 까치밥만 남긴 감나무도 정겨움을 더한다. 단풍이 곱게 물든 경내엔 임꺽정을 닮은 검은 개 한 마리가 국보와 다수의 보물을 품고 있는 천년 고찰을 지키겠다는 듯 눈을 부라리고 있다. 특히 고려 왕사(王師) 나옹선사가 심었다는 수령 620년의 소나무는 독야청청한 절개가 느껴지는데, 바로 앞의 나한전은 문을 열어젖힌 채 알루미늄 새시로 된 방 하나를 달아놓아 흉측하기 그지없다. 그곳에서 어머니들은 하염없이 경배하며 자녀의 수능시험 결과가 좋게 나오기를 무조건적으로 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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