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랜드마크시티 1호 수변공원 ‘안전 구멍’ [현장, 그곳&]

“바다 보면서 걷다가 구멍이 뚫려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가뜩이나 빙판인데, 자칫 발 헛디뎠다간 ….” 26일 오전 9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송도랜드마크시티 1호 수변공원. 인천대교를 바라보며 공원 보행로를 걷던 인근 주민 A씨(77)는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보행로 옆 펜스를 넘어 허공으로 가자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섰다. 난간을 자세히 보니 강화유리로 막혀 있어야 할 펜스가 뻥 뚫려있었다. 수변공원 보행로 난간 다른 구간에는 강화유리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 구간에 유리가 없어 지팡이가 펜스 밖으로 나가는 상황이 생긴 것. 이 보행로의 일부 구간은 땅바닥에서 2.5m 높이에 있고, 일부 구간은 바다에 닿아 있기도 해 자칫 추락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인근 아파트 단지 방향 보행로쪽 테라스로드의 펜스도 마찬가지. 이곳 역시 강화유리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는 등 공원 곳곳이 안전 펜스 없이 방치된 모습이다. A씨는 “최근 눈이 내린 뒤 보행로 제설작업은 이뤄지지 않아 바닥의 눈이 얼어 빙판길로 변해 매우 미끄럽다”며 “가뜩이나 투명한 유리 펜스여서 있는지 없는지 알기 어려운데, 공사중 표시나 안전띠도 없어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이 인천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수변공원이 제대로된 안전시설 없이 개방돼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송도 8공구에 2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7만8천㎡ 규모의 랜드마크시티 1호 수변공원을 조성 중이다. 수변공원에는 인천대교와 서해를 바라보며 1㎞의 해안가를 걷는 보행로가 포함돼 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20일 준공 심사를 끝내고 수변공원을 우선 개방한 뒤, 아직 시설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보행로 일부 구간 펜스에 강화유리를 설치하지 않았다. 유리 규격 등이 맞지 않아 재설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텅 비어 있는 휀스에는 안전띠나 위험을 알리는 안내판도 전무하다. 특히 공원에는 수변광장, 쉼터, 노을그네, 어린이놀이시설 등이 있어 가족단위의 출입이 많아 키가 작은 어린이들의 추락위험도 큰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무혁 도로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보행자가 도로를 걷다가 다른 행위를 해 집중을 못하는 돌발 상황에서 안전펜스가 없다면 매우 위험하다”며 “눈이 내리고 빙판길이 생기는 겨울철인 만큼 충분한 사전점검 후 개방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펜스에 끼울 유리의 크기가 맞지 않아 몇 군데 설치를 못했지만, 이번주 내로 마무리할 것”이라며 “곧바로 위험한 곳에는 안전띠를 두르고, 바닥은 제설작업을 해 주민이 다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현장, 그곳&] 위험천만 경사 주차 여전... ‘하준이법’ 잊으셨나요?

21일 오전 10시께 의왕시 오전동 경사진 골목길. 경사로 중간엔 ‘경사진 주차장 주의사항’ 안내판과 고임목함이 구비돼 있었지만, 일렬로 주차된 11대 자동차들 중 고임목 및 고임돌을 사용한 차량은 2대에 불과했다. 해당 골목은 어린이 놀이터 입구와 맞닿아 있고 인도가 따로 없어 보호자 손을 붙잡고 주차된 차량 옆을 지나가는 아이의 모습도 목격됐다. 동네 주민인 양윤주씨(33·여)는 “오늘처럼 길에 눈이 쌓여 있을 땐 차가 미끄러지는 등 혹시 모를 상황을 걱정하게 된다”고 불안해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경기도청 구청사 정문 앞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정문 쪽 주차공간에는 미끄럼 주의 표지판과 고정형 고임목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를 이용해 주차한 차량은 15대 중 3대로 이용률이 20%에 그쳤다. 자동차 바퀴 주위에는 지난주부터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는 장면도 포착됐다. 일명 ‘하준이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도내 경사진 주차장엔 안전장치 없이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해 겨울철 시민들의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더욱이 하준이법으로 불리는 주차장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경사진’이란 모호한 조건을 내걸고 있어 관리 및 감독이 쉽지 않아 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단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운전자는 경사진 곳에 주·정차할 경우 고임목 등을 사용하거나 조향장치를 도로의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사진 곳’은 주차제동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곳을 의미한다. 문제는 해당 내용은 제각기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단속할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법은 내용이 명확해야 하는데 해당 법령은 경사 각도부터 고임목의 개수, 종류 등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 없이 모두 추상적”이라고 꼬집었다. 주차장법 개정안에 따라 경사진 주차장에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고임목을 구비해 둬야 하는 지자체는 난처한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내 경사진 주차장은 308곳으로 확인되며 해당 주차장은 올해 말까지 모두 안전 설비 정비가 완료될 예정”이라며 “시민의 안전이 유의되는 곳은 관리 중이지만 경사진 곳은 주관적 판단이 가능해 다른 장소에서 관련 민원이 들어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장 여건이 제각각이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건 어려운 문제”라며 “정기적으로 지자체에서 주차안전실태 조사를 실시 중이며 현수막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시민들의 행동을 끌어낼 수 있도록 지자체와 더욱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다빈수습기자

[현장, 그곳&] 찢기고 휘감기고… 경기도내 도로변 흉물 현수막 ‘눈살’

경기도내 도로 곳곳에 설치된 홍보 현수막이 찢어지거나 휘감긴 채로 방치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현수막 설치 신고를 받는 지자체가 홍보에만 치중한 현수막들의 사후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 천천동의 한 대로변. 길을 따라 줄지어 설치된 현수막들이 게시 내용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색이 빠진 채 방치돼 있거나 그마저도 게시대에 휘감겨 있는 모습이었다. 일부 현수막은 아예 찢어진 채 나무에 걸려 있어 홍보라는 제기능은 상실한 채 흉물로 전락해 있었다. 인근 송죽동의 한 골목 역시 현수막을 연결한 줄 한쪽이 끊어져 절반 이상이 길바닥 위에 얼어붙어 있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용인특례시 수지구 죽전동도 마찬가지. 죽전성당 인근 도로변에는 길을 따라 게시된 현수막 5개가 모두 글씨를 알아볼 수 없게 색이 바래진 상태로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이었다. 성남시와 용인시를 이어주는 용구대로변에도 낡고 훼손된 현수막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찢어진 채 휘날리는 현수막을 지켜보던 김용수씨(가명·55)는 “꽤 오래전부터 찢어진 상태로 지저분하게 달려 있었다. 관리를 왜 안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무슨 내용인지 보이지도 않아서 의미도 없는데 깨끗하게 치워버렸으면 좋겠다”고 눈쌀을 찌푸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이 같은 홍보용 현수막은 설치하기 전 각 기초단체를 통해 신고를 한 뒤 허가를 받은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 이후 홍보 기간의 종료 등으로 인해 남아있는 현수막은 각 기초단체가 수거하는 등 관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기초단체에서는 허가 당시에만 이에 대한 관심을 쏟을 뿐 수거에는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민간업체에게 위탁을 주고 철거 업무를 맡기고 있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확인을 해서 철거하겠다”며 “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현장 확인을 하고 관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강준수습기자

[현장, 그곳&] 바로 옆에서 담배 ‘뻑뻑’...무방비 LPG통 ‘시한폭탄’

14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역전시장 일대. 음식점, 카페, 옷가게 등 상가 수십 곳이 들어선 이곳 골목엔 LPG 통 6개가 가스용기 보관소도 없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가스통이 있는 좁은 골목 뒤쪽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재떨이까지 놓여있어 공공연한 흡연구역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장을 보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이정숙씨(48·여)는 “지나갈 때마다 가스통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는데, 저러다 불이 옮겨 붙어 가스통이 터지면 어쩌나 아찔하다”며 “가스통을 아무 안전 장치 없이 두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용인특례시 처인구 역북동의 5층짜리 상가건물 사이 사이에도 LPG 고압가스 표지판과 보관소 없이 가스통 4개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이곳 역시 가스통 앞에서 담뱃불을 붙이는 시민이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오산시 오산동 오색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시장 상인들은 보관소 없이 그대로 가스통을 골목에 놓아뒀고, 바로 앞 국밥을 파는 식당의 큰 솥아래로 가스불이 켜져 있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일부 상인은 보관소 안에 가스통을 놓아뒀지만, 대걸레나 헌 천막을 함께 보관해 놓는 등 창고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경기도내 가스 폭발 사고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 상가 등 도심 곳곳에서 가스용기보관소 없이 가스통을 방치하는 등 폭발 사고 및 대형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PG 등 고압가스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실외 가스용기보관소에 보관해야 한다. 또한 다른 자재와 함께 보관할 수 없으며 가스용기보관소를 알리는 표지판을 부착해야 한다. 가스 폭발 시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도내 가스 폭발 사고는 2018년 68건, 2019년 45건, 2020년 38건, 2021년 38건, 올해 49건(11월 기준)이 발생했다. 5년간 발생한 사고로 1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49명이 크게 다쳤다. 이 같은 사고 위험에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지자체는 단속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력 부족 등으로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어려우며 일반 가게의 경우 어디서 사용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구청에서 단속을 하지만 신고나 민원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오래된 건물일수록 건물 간 간격이 좁아 가스용기보관소가 들어갈 공간이 부족하다”며 “가스통을 가스용기 보관소에 보관하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철저한 단속과 함께 위험 거리 규정을 정해 폭발 시 피해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진기자·이다빈수습기자

[현장, 그곳&] 무용지물된 도내 PM 전용 주차장

인도 점령 12일 오후 PM(개인형 이동장치) 수십대가 경기지역 한 대학교 내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위에 마구잡이로 세워져 있다. 조주현기자“사람들이 알아서 피해야 하는데 주차장이 있으면 뭐합니까” 12일 오전 11시께 안양시 동안구 범계역 인근. 3번 출구 앞을 따라 350m까지 전동킥보드 10여대가 인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쓰러져 있는 킥보드를 피해 길을 돌아가는 등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모습이었다. 출구 바로 앞엔 PM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었지만 킥보드 없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쓰러진 전동킥보드를 피하며 이동 중이던 정순주씨(53‧여)는 “역 근처엔 전동킥보드가 많은데 유동 인구 역시 많아 보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복잡하다”며 “전용 주차장이 있는데 왜 아무 데나 두고 가는지 모르겠다. 관리는 하긴 하는 거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같은 날 오후 수원과 시흥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수원시 장안구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엔 전동 킥보드 3대가 놓여있었다. 인도가 좁은데 킥보드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어 시민들이 차도로 내려가 걷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곳 역시 단지 입구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 PM 전용 주차장이 있었지만 거치대는 비어있었다. 시흥시 능곡동에서도 시민이 주차장이 아닌 보도에 주차된 전동킥보드에 소매 끝이 걸려 넘어질 뻔한 순간도 목격됐다. PM(개인형 이동장치) 수가 급증하며 방치 문제가 함께 대두되자 경기도와 일부 지자체는 PM 전용 주차장을 마련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PM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확대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와 지자체에 따르면 도내 전동킥보드 등 PM은 5만8천여대가 있으며 수원, 안양, 성남, 시흥 등 13개 지자체 약 350곳에 PM 전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이 같은 대책에도 전동킥보드가 마구잡이로 방치돼 있지만 지자체에선 처벌 규정이 없어 PM 불법 주정차를 단속해도 행정처분 등을 내릴 수 없다. 수원시 관계자는 “현 PM은 도로교통법상 차량에 해당해 제32~34조 내용에 따라 주‧정차를 관리해야 하지만 사실상 현장에서 이 조항을 일일이 적용하는 건 어렵다”며 “더군다나 과태료 부과 등 처벌에 관한 법령이 없어 실질적인 단속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욱이 전용 주차장 등 인프라 시설도 PM 수를 따라가지 못하며 전용주차시설 1곳당 약 165대(전용 주차장 평균 수용 대수 5~6대)의 PM을 수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PM은 새로운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이런 특성에 걸맞은 새로운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역 근처 위주에 한정된 주차 공간을 다양하게 늘리는 등 주차 가능 공간을 확대해 이용자들이 올바른 주차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강준‧이다빈수습기자

[현장, 그곳&]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 나홀로 영업 ‘특혜’ 논란

인천 미추홀구가 인천의 모든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에도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만 나홀로 영업을 하도록 허용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구가 의무휴업일 지정 취지를 감안해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도 예외를 두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오후 3시께 인천 미추홀구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 이 곳은 카트를 밀며 장을 보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매월 2·4주 일요일은 인천의 모든 대형마트가 쉬는 의무휴업일이지만,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은 유일하게 문을 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 인근에 있는 모래네시장 등은 이날 타 지역 전통시장과 달리 대형마트가 쉬는 2·4주 일요일이지만 손님의 발길이 끊기며 매출 에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떡집을 운영하는 변정숙씨(65·여)는 “대형마트가 쉬는 날인데도 매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왜 모든 대형마트가 쉬는 2·4주에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만 영업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시와 구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 제1항에 의해 인천의 모든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매월 2·4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구가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만 유일하게 예외적으로 영업이 가능하도록 날짜를 정해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구는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을 롯데백화점과 묶어 백화점으로 등록,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의 의무휴업일을 백화점의 휴무일(매월 4주 월요일)에 맞춰 2·4주 매주 월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했다. 구가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이 대형마트인데도 백화점의 입점매장으로 분류, 백화점 휴무일에 같이 문을 닫도록 월요일로 바꿔준 것이다. 반면 연수구의 대형쇼핑몰 스퀘어원 지하에 있는 홈플러스는 매월 2·4주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도 다른 대형마트처럼 매월 2번이 의무휴업일이지만, 당초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2·4주 일요일로 통일한 것은 인파가 몰리는 주말 대형마트를 휴업시켜 인근 전통시장 활성화를 통해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뜻인데, 되레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으로 많은 시민이 몰리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대형마트의 편의성에 맞춰 의무휴업일을 정한 것으로, 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소상공인의 의견을 반영해 의무휴업일을 정했어야 했다”며 “이제라도 예외 없이 같은 날짜에 모두 의무휴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대형마트가 쉬는 매월 2·4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박귀빈수습기자

[현장, 그곳&] 인도 없는 스쿨존 참사…경기도도 예외 아니다

지난 9일 오후 3시께 수원 서호초등학교. 후문을 나와 인근 주거지역으로 가는 통학로에서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차도 위로 걷기 시작했다. 학교 후문부터 대로변까지 800여m에 이르는 이 도로는 인도가 없는 보차도 미분리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나는 차량은 도로 한편에 세워진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 차량들과 학생들을 피하며 곡예 운전을 하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휴대폰 화면을 보며 걷던 한 학생은 눈앞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량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주차된 차량들 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날 안양 나눔초등학교 인근도 마찬가지. 학교 정문 옆길 도로 위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지만,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인도조차 없어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본연의 의미가 퇴색된 모습이었다. 인도가 없는 도로는 100m 가량 이어졌는데, 도로 위로 차량들이 연이어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를 따라 인근 주거 상가단지로 뛰어들어가는 학생들의 모습도 종종 포착됐다. 최근 강남 인도 없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가 된 가운데 도내 학생들도 인도 없는 통학로 탓에 보행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매년 관내 학교의 통학 환경 취약도를 조사하고 있지만, 각 지자체 등에 개선을 요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학교 주변에 인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뚜렷한 법적 기준이 없어서다. ‘보차도 미분리 지역’이 포함된 통학 환경 취약 학교는 도내 360개(올해 7월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인도를 조성하는 관할 구청 등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도를 만들기 위해선 관할 주민과 경찰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해당 통학로가 거주지역이거나 개인 사유지일 경우 시작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해당 도로들의 위험성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으나, 인근 주민들의 협조를 받기도 어려운 데다 근처에 건물이나 전봇대가 있거나 도로 폭이 좁은 경우에는 보행로 설치 자체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행정기관은 개선 의지를 가지고 어린이들의 보행 안전을 위한 스쿨존 도입의 본래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며 “등하교 시간 차량 통행 제한이나 볼라드(안전바) 설치 등 여러 대안이 있다. 학생들의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설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 4년(2018년~2021년)간 도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교통사고 365건(초등학생 기준) 일어나 379명이 다치고 2명이 숨졌다. 윤현서·한수진기자

[현장,그곳&]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전면 금지 1년 지났지만…학교 앞 가득 메운 차량

“5분 잠깐 주차했는데 불법이라뇨. 그럼 아이는 어떻게 데려다 줍니까?” 7일 오전 9시께 화성시 매송면의 매송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이곳 약 300m의 도로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붉은색 도로 표식과 주·정차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는 듯 도로 양 옆으로 5대의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학교 바로 옆엔 공영주차장이 있었음에도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차가 만연하고 있었고 특히 학교 정문 바로 앞엔 대형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같은 날 안산시 상록구의 해솔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의 어린이보호구역 일대. 이곳엔 자녀를 태운 차량 수십 대가 오고 갔으며 학부모들은 당연하다는 듯 학교 앞에 차를 세운 뒤 자녀를 데리고 학교와 유치원으로 향했다. 차량으로 다섯 살 아이를 유치원에 매일 같이 등교 시킨다는 유상진씨(37)는 “아이를 데려다주기 위해 다들 여기 차를 잠깐 세운다. 5분 정차하는 것도 안된다면 아이는 어떻게 데려다줘야 하느냐”며 “안전을 위한 법의 취지는 좋지만 무작정 차를 세우지 말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등교 시간이 지난 뒤 수원특례시 장안구와 시흥시 거모동의 어린이보호구역 일대도 도로를 따라 승용차, 트럭 등 십수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불법 주·정차가 성행하면서 법이 정착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찰은 법 시행 전 계도 기간을 두고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금지 홍보 등을 펼치고 있지만 불법 주·정차는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금지 전면 시행 전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 계도 기간을 둔 뒤 꾸준히 홍보를 하고 있지만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정차 전면 금지와 함께 안전을 위해 픽업 존을 마련하는 등 세밀한 대안과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법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등하교 시키는 걸 막을 수는 없다”며 “길거리에 정차해서 아이를 내려주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학교 내 주차장이나 특정 부지를 이용해 픽업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강 교수는 “무조건적인 금지는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와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도내 어린이보호구역은 3천877곳이며 최근 3년간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는 2019년 297건, 2020년 288건, 2021년 358건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김은진기자

[현장, 그곳&] 연탄값 오르고 기부는 줄고…에너지 취약계층의 혹독한 겨울나기

“몇 년 전에 등유 보일러를 설치했는데 등유가 비싸져서 얼마 전에 연탄 보일러로 되돌아왔어요. 그런데 이젠 연탄값이 감당이 안 돼요.” 오래된 주택에 살고 있는 주순덕 할머니(76·여주 현암리)는 매년 겨울마다 추위가 싫었지만 올해는 더욱 두렵다. 최근 온갖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 연료 ‘연탄’마저 비싸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하루에 9장씩 연탄을 갈아왔다는 주 할머니는 “지난해 겨울만 해도 연탄을 보통 8시간마다 바꿔왔는데 올해는 12시간마다 바꾸고 있다. 하루에 6장 이상 쓰기가 부담스럽다”며 “당장은 면사무소에서 지원받은 연탄이 있지만 언제 바닥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 장애를 가진 두 아들을 뒤로 하고 주 할머니는 차츰차츰 비어가는 창고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치솟는 물가에 연탄값도 뛰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이 떨고 있다. 적정한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경제적 수준이 안 되는 이들이 경기도에만 5천여가구 이상 존재하는 상황이다. 7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하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경기도의 연탄 사용가구는 5천550가구로 집계됐다. 연탄은 인건비·배달비 인상, 원재료비 상승 등 영향으로 해마다 가격이 오르고 있었는데, 올해만 해도 1장당 850~900원까지 값이 올랐다. 2년 전 700원과 비교했을 때 소폭 비싸진 금액이다. 이 영향으로 연탄 후원마저 줄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와 올해 10월을 기준으로 서울권에 후원된 연탄 수를 보면 14만장에서 8만장까지 43%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기도 역시 후원 양이 55% 감소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코로나19, 고물가 등 영향으로 연탄 후원이 1년 사이 60%까지 줄어든 지역도 있다”며 “연탄 사용가구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200장 정도를 쓰는데, 점점 후원이 줄면서 가구당 50장만 지원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에너지원 공급을 위한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역별 에너지 취약계층 수요를 파악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푸드뱅크 같은 ‘에너지뱅크’를 만드는 등 안정적인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은진기자

[현장, 그곳&] 인천 서구 사월마을, 비산먼지 가득

“골재산이 집 바로 옆에 있다보니, 바람만 불면 너무 고통스러워 숨조차 쉬기 힘듭니다” 7일 오후 1시30분께 인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 동네 곳곳이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을회관 앞 게시판 유리는 짙은 회색의 먼지가 눌러 붙어 안이 보이지도 않았고, 건물 지붕도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뿌연 연기를 뚫고 마을회관 옆길로 3분여 걸어가니 거대한 골재산이 보였다. 방진 덮개는 드문드문 있을 뿐 대부분은 골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덤프트럭 3대가 골재를 실어나르며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문유숙 사월마을 비상대책위원회 총무는 “바람만 불편 골재 가루가 마을 곳곳에 시커멓게 쌓인다”며 “숨쉬기도 버거울 정도”라고 푸념했다. 사월마을 인근 주민들이 골재산에서 쏟아지는 비산먼지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데도 서구는 방진 덮개 미설치를 여러차례 적발하고도 경고만 하는 등 솜방망이 행정처분에 그치고 있다. 7일 서구 등에 따르면 사월마을 주변 약 35만㎡ 규모의 골재산은 모두 3곳의 건설폐기물 처리업체가 약 1천10만t의 골재를 보관·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방진 덮개의 설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산먼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덮개가 씌워지지 않은 골재 위로는 풀이 자랄 정도로 방치 중이다. 대기환경보전법 제43조와 환경부의 비산먼지 관리 매뉴얼에 따라 야적물질을 1일 이상 보관하려면 비산먼지 발생 억제를 위한 덮개 등을 설치해야 한다. 구는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으면 해당 업체에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 및 형사 고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구는 올해 이들 업체 3곳에 대한 점검에서 모두 3건의 방진 덮개 미설치를 적발했지만, 행정처분은 ‘개선 명령’이나 ‘조치 이행 명령’ 등 사실상 경고에만 그치고 있다. 앞서 구는 지난해에도 업체 2곳에 대해 같은 문제를 적발, 개선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작업 구간을 제외한 모든 곳에 방진 덮개를 설치하도록 지도하겠다”고 해명했다. 황남건수습기자

[현장, 그곳&] 부실한 제설함 관리… 폭설 땐 ‘속수무책’

“시민 안전을 지켜줄 염화칼슘 대신 쓰레기 더미만 가득 차 있네요” 경기도에 첫눈이 내리는 등 영하권 추위가 본격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결빙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제설함이 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경사로를 비롯해 지하차도, 고가도로 진입로 등에는 각 자치단체별로 마련한 1만895개의 제설도구함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폭설 시 도로변에 설치된 제설도구들이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오후 찾은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높은 경사 도로. 경사로 위 편엔 마련된 제설함을 열어보니 염화칼슘, 모래 등 제설을 위한 도구 없이 제설함 안은 텅 빈 상태였다. 이곳에서 약 500m 떨어진 노인 보호구역 앞 경사 도로 제설함에도 제설 도구는커녕 담배꽁초와 아이스크림, 과자 봉투 등 쓰레기로 차 있는 모습이었다. 해당 구간을 지나치는 차량들은 전날 내린 눈으로 아직까지 얼어 있는 도로 곳곳 위를 아슬아슬하게 주행하고 있었다. 김진섭씨(28)는 “주말에 눈도 내렸고 기온도 영하로 내려가면서 도로가 얼어붙고 있는데, 제설함에 쓰레기가 웬말이냐”며 “작년 폭설이 내릴 때도 미끄러져 사고가 날 뻔했지만 이번 겨울에도 지자체는 수수방관하며 시민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오목천동의 한 제설함도 텅 빈 강정을 연상케 하듯 어떠한 제설 도구도 찾아볼 수 없었고, 평택시 팽성읍 원정리 한 도로에 놓인 한 제설함은 넝쿨에 둘러 쌓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상습 결빙구간으로 지정된 교량 인근의 경우 제설함 자체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도 확인됐다. 행정안전부가 제공한 상습 결빙구간 현황에 따르면 평택시 팽성대교와 광주시 쌍령교는 상습 결빙구간으로 지정돼 있지만 교량 주변에는 제설함이 비치되지 않았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내 설치된 제설함에 대한 점검을 통해 미흡한 부분이 발견 될 경우 신속한 조치를 진행하는 등 시민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진기자·서강준수습기자

[현장, 그곳&] 화물연대 파업 ‘8일째’…서민 밥줄 끊겼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파업에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이 8일 차에 접어들면서 공사현장 일용직 근로자들과 인근 식당 주인 등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1일 오전 8시께 의왕시 상동의 한 공사장. 평소라면 공사가 막 시작돼 근로자들이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6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은 현장 사무실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후 콘크리트의 공급이 끊겨 이틀째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용직 노동자 정석준씨(가명·44)는 하루 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그동안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지인 등 6명으로 이른바 ‘공구리팀’을 꾸려 겨우 일감을 따낸 것도 잠시,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밥줄이 끊겨버린 것이다. 당장 모은 돈이 500만원도 안 된 상황에서 이씨는 막막한 생계에 대출까지 받을 고민을 하고 있다. 파업의 여파는 공사 현장 인근의 식당에도 미쳤다. 이날 정오께 용인특례시 처인구 아파트 공사 현장 인근의 식당가는 적막감만 가득했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는 등 식당들이 개점휴업을 이어간 것이다. 이곳에서 1년 가까이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금순씨(66·여)는 “평소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점심과 저녁마다 가게를 찾아왔다. 한 테이블당 10만~15만원씩 먹고 가 생활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3~4일 전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며 “장사 자체가 안 돼 문을 닫고 건물 청소와 같은 소일거리라도 찾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들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주유소엔 지난달 30일 오후 2시부터 휘발유가 품절됐다. 이 때문에 해당 주유소 대표는 피눈물을 머금고 찾아오는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야 했다. 주유소 대표인 이상준씨(가명·54)는 “휘발유가 공급되지 않아 매출이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며 “오늘 새벽 겨우 배송차량을 수배해 휘발유를 공급받았지만 또 언제 공급이 끊어질지 모른다”고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처럼 파업의 장기화로 시민들의 실생활까지 영향을 끼치자 정부는 화물연대의 정상 업무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화물연대의 무기한 집단 운송거부 등 조직적으로 연대투쟁에 나서는 것은 국민 일상생활과 경제를 어렵게 만들어 노동자들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며 “화물연대는 운송거부를 즉각 철회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김은진기자·서강준·황남건수습기자

[현장, 그곳&] 공공청사 공사장 ‘셧다운’ 공포… 피해 눈덩이

“이대로 가다간 공사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사 자체가 ‘올스톱’될 위기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파업이 6일 차에 접어들면서 경기지역 공공청사 건설 현장에 이른바 ‘셧다운’ 공포가 드리워졌다. 29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의회 신청사 공사 현장(팔달구 인계동).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축구장 약 한 개 크기인 해당 공사장(대지 면적 6천342㎡)에는 하루 수십대의 대형 화물차량이 오갔으나 이날은 철문이 굳게 닫혀 있는 등 적막감만 가득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해당 현장은 현재 35%의 공정률을 보이며 골조 공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시멘트 공급이 중단되자 타설(구조물의 거푸집 등 빈공간에 콘크리트 따위를 부어 넣는 행위)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시멘트 업체에 요청한 물량마저 제대로 수급할 수 없게 되자 수원특례시와 시공사는 내년 12월 완공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착공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사옥(2024년 6월 완공 예정, 영통구 이의동)도 12.5%의 공정률로 한창 공사가 진행돼야 하나 이날 중소형 화물차량 한 대만이 오가는 등 고요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번 파업에 따라 철근 공급이 끊기면서 시공사는 남은 해당 자재로 겨우 공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마저 다 사용하게 되면 공사가 멈추게 된다. 시공사가 발주처에 공사 기한 연장 요청을 고민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상황은 경기주택도시공사 융복합센터 신축공사 현장(영통구 이의동)도 마찬가지다. 경기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소요자재의 운반이 지연되면서 공사가 원활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걱정했다. 이런 가운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선 긴장감이 맴돌았다. 대형 화물차량 2대는 순찰차의 호위 하에 이곳에 진입했으며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운송기사의 차량 운행을 잠시 막은 뒤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특히 올해 의왕 ICD의 월요일 평균 반출입량은 2천937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이나, 지난 28일 반출입량은 592TEU에 그치는 등 반·출입량이 뚝 떨어진 실정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성명을 통해 “국내 모든 건설현장이 셧다운 위기에 처한 만큼 화물연대는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기도를 관통하는 8호선 등의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 노조 역시 안전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30일 파업을 예고, 시민들의 출퇴근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정민기자·이다빈·서강준수습기자

[현장, 그곳&] 한파 예보에 경기도 난방 제조업계 '기대감'

#1. 전기요, 전기장판 등 계절 가전을 제작해 판매하는 양주 소재 기업 ‘창영테크’는 올 겨울 포근한 날씨 탓에 작년 대비 매출이 30~40% 줄었다. 이창근 창영테크 대표(35)는 “온열제품은 주로 10~11월에 많이 팔리는데 올해는 날씨 영향을 받아 실적이 저조한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이후 들려온 한파 소식에 그는 “12월엔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 기대된다”며 희망을 가졌다. #2. 부천에서 전기히터, 온풍기 등을 생산·판매하는 조경석 ‘대성정밀’ 대표(68)는 “올해는 작년에 비해 판매 실적이 60%가량 감소했다”며 “계절 상품은 날씨가 도와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공장에 자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면 매출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까 꿈꾼다”고 덧붙였다. ‘더운 겨울’ 영향에 하락세를 그리던 난방용품 매출이 12월부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경기도내 유통업계는 물론 난방기기 제조 중소업체까지 다가오는 ‘한파’를 두고 반가운 기색을 보이는 분위기다. 28일 유통가에 따르면 올해 11월 약 한 달 간 난방용품의 매출액과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같은 기간 핫팩·문풍지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난로·히터·가습기·난방텐트 등 계절 가전은 –10%로 각각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대표적인 난방용품인 전기요·히터·전기매트·가습기 등 4개 품목에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판매량을 보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올해는 ‘수능 한파’도 덜했던 만큼 따뜻한 날씨 영향을 받아 매출액과 판매량이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커머스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11번가의 난방용품 판매 추이를 살펴봤을 때, 전년 동기 대비 난방용품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전기매트·장판은 -1%로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았지만, 전기요(-47%), 전기히터(-61%), 온풍기(-69%) 등 대부분 품목에서 큰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전기히터와 온풍기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0%가 넘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도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11월은 이상고온 등의 영향으로 따뜻한 날씨가 유지된 탓에 난방용품 판매가 특히 저조했다”면서도 “비가 그친 뒤 한파가 찾아오면 난방용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28일) 비 소식 이후로 강추위가 찾아온다고 전망했다. 30일부터 영하권이 시작되면서 다음 달 1일에는 영하 9℃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경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고됐다. 이은진기자

[현장, 그곳&] 하루에 연탄 한 장… 취약계층, 매서운 ‘에너지 보릿고개’

“하루에 연탄 한 장도 아까워요. 춥지만 버텨야죠…” 28일 오전 6시30분께 찾은 수원역 일대. 역사 안에서부터 지하주차장까지 이어진 통로 구석 한 켠에는 10여명의 노숙인 무리가 찬 바람을 피해 이곳으로 모여 넓게 핀 박스 한 장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한 노숙인은 열린 유리 문으로 찬 바람이 들어오는지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모자를 고쳐 쓴 후 기둥 뒤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오전 7시가 되자 노숙인들은 저마다의 자리를 정리하며 수원 정 나눔터 앞에 긴 줄을 이었다. 거리 생활 5년 차에 접어든다는 김범석씨(57·가명)는 “오늘같이 날이 추워지면 몸에 열을 내기 위해 최대한 늦게까지 돌아다닌다”며 “이번 겨울은 더 두꺼운 박스를 찾아 헤매야 한다”고 말하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같은 날 광명시 소하동의 한 판자촌 일대. 재활용시설 바로 옆 20여명의 주민들이 자리를 잡은 이곳은 비닐과 폐그물, 스티로폼, 슬레이트로 된 집이 빼곡하게 줄지어 있었다. 화목보일러와 연탄을 사용하는 듯 아궁이와 연탄이 곳곳에 쌓여 있었으며 판자촌 지붕 위는 스며들어 오는 강풍을 막고자 슬레이트를 겹겹히 쌓아 놓고 그것도 모자라 돌까지 덧대며 추위와의 힘겨운 전쟁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사랑의 연탄 등 여러 봉사단체로부터 500여장의 연탄을 지원받았었지만 올해는 물가 상승으로 연탄을 100~200장 정도 적게 지원받았다. 이혜옥 할머니(75·가명)는 “지금부터 3월까지 연탄 300장으로 버텨야 한다. 하루에 한 장도 아까워 밤에만 겨우 연탄을 뗀다”며 “올해 지원 받은 연탄을 아껴써도 3월까지 턱 없이 부족하다. 수술한 팔도 쓸 수 없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언제 또 지원을 받을 수 있을런지…”라며 한숨을 내쉬며 말을 흐렸다. 30일부터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지며 본격적인 한파가 예상된 가운데 도내 취약계층이 겨울나기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취약계층은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 15만명, 취약노인 6만833명, 거리·시설 노숙인 799명 등 총 21만4천여명으로 집계된다. 이런 가운데 고물가·고금리의 장기화로 취약계층에 대한 도움의 손길마저 줄어든 탓에 이들은 평소보다 더욱 힘겨운 겨울나기를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경기도는 이달부터 3월까지 취약계층 지원 중점기간으로 두고 순찰, 응급 잠자리, 생활 지원사로 안부 확인, 방문건강관리 등으로 도내 취약계층을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의료, 돌봄, 주거 등이 확실하게 보장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며 “특정 계절, 단기간에 지원을 하는 응급처방이 아닌 정부와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은진기자

[현장, 그곳&] “불안해서 못 살아”… 성범죄자 이사 소식에 동네 ‘발칵’

“‘그놈이 살겠다면 저희라도 떠나야죠…” 성폭행범들이 출소 후 인생 2막을 위해 선택한 거주지 일대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은 채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주택가. 주택가 입구엔 ‘조두순 이사 안 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푯말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이 동네는 지난 21일 아동성폭행범 조두순이 선부동의 한 주택으로 이사할 것으로 알려진 지역으로, 당시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조두순의 부인이 남편을 회사원으로 속여 계약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흘 만에 계약이 파기됐지만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수지씨(41·여·가명)는 “조두순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동네를 떠나야겠다’였다”며 “계약이 파기 됐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언제 또 그가 이 곳을 찾을 수 있다는 불안한 생각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두려워했다. 이곳보다 더욱 긴장감이 고조된 곳은 조씨가 현재 머물고 있는 와동. ‘성범죄자 동네’라는 주홍글씨를 2년 동안 감내한 와동 주민들은 조두순이 28일 계약 만료 후에도 당분간 갈 곳이 없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상태다. 선지윤씨(38·여·가명)는 “조두순의 입주부터 현재까지 그가 나가는 날만 기다려 왔다”며 “이제 그 바람은 물거품이 됐고 이젠 그만 우리 가족이 안산이라는 지역 자체를 떠나기로 남편과 합의를 봤다”고 자포자기했다. 같은 날 오후 연쇄성폭행범 박병화가 살고 있는 화성시 봉담읍 원룸촌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원룸촌 골목에 들어서자 ‘박병화 퇴출을 촉구한다’는 현수막 수십 개가 빈틈 없이 걸려있었다. 박병화 거주지를 둘러싸고 특별치안센터와 처소, 화성시민 안전 상황실이 마련돼 있었으며 거주지 앞 골목 입구엔 시민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한 퇴출촉구 국민입법청원 동의를 위한 배너와 시민게시판이 설치돼 있었다. 게시판 옆에선 인부 두 명이 화성시 상황실과 연결되는 시스템을 점검 중이었고, 안전 상황실 경비 2명과 경찰은 순찰을 돌고 있었다. 특히 박병화가 거주 중인 원룸에 대한 보안은 더욱 경계가 삼엄했다. 거주지 앞 처소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해당 원룸을 방문하는 시민 한명 한명을 일일이 붙잡아 “몇호를 방문하시냐?” , “000호는 들어갈 수 없다”며 입·출입을 제한했다. 이와 함께 화성시의 28개 읍·면·동 주민들은 30명씩 순번을 정해 박병화가 출소한 날부터 매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거주지 앞에서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주민들의 격렬한 퇴거 요구에 박병화는 출소 후 제대로 된 외출도 못한 채 집 안에서 배달음식만 시켜 먹고 있다. 화성시민 안전 상황실 관계자는 “매일 교대로 박병화 주거지 200m 반경 일대에 대한 순찰을 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불안을 넘어 분노한 모습”이라며 “혹시나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더욱 치안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서강준수습기자

[현장, 그곳&] 선 넘은 외국어 표기… ‘노인 배제문화’ 부채질

“멀쩡한 ‘경로당’이라는 말 대신 ‘시니어클럽’이라고 쓰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경기도내 의·식·주 생활 전반 곳곳에 한글 없이 외국어 표기 남용이 성행하며 암묵적인 ‘NO 노인존’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오전 수원특례시 권선구 한 백화점. 같은 층에 입점한 옷가게를 둘러보는 동안 한글 표지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계산대, 탈의실 등 모두 영어로만 표기돼 있었으며 옷의 소재나 체형에 맞는 옷 추천도 한글이 아닌 영어였다. 백화점에서 만난 김을옥씨(67·여)는 “백화점에는 외국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있기도 하고 젊은 사람이 주 고객층이다 보니 영어 안내판이 많은 걸 이해한다”면서도 “영어로 표기돼 있는 걸 온전히 이해하긴 어려워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며 유추를 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찾은 화성시 반송동에 위치한 한 양식집 입구에 놓인 입간판의 메뉴도 모두 영어로 적혀있었다. 양식집 맞은 편에 있는 카페 역시 메뉴가 영어로 작성돼 옆에 그려진 음료 그림을 보고 메뉴를 유추해야만 했다. 외국어 남용은 거주지까지 잠식했다. 수원특례시 팔달구 한 아파트 단지는 경로당은 시니어클럽, 복지시설은 그리너리라운지 등으로 표기돼 있었다. 어린 손자와 단지 내 놀이터를 찾은 양순자씨(70·여)는 “지금은 용어들에 적응했지만, 처음엔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주변에 물어봐야 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한글 표시 혹은 설명 없이 영어로만 표기되는 표시판, 메뉴 등이 늘어나며 노인을 배제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글문화연대가 국민 1만1천0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외래어·외국어에 대한 국민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총 3천500개의 단어 중 70세 이상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했다고 답한 단어는 242개로 6.9%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런 행태를 제재할 법안이 없다는 점이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제12조상 광고물은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기해야 하나 이는 권장 사안일 뿐더러 간판만 해당한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외국어 표기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마케팅 수단 중 하나”라며 “이는 노인을 포함해 영어 취약자에겐 모두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수진기자·이다빈수습기자

[현장 그곳&] 일회용품 규제 첫날… 손님·업주 ‘혼란’

“환경 보호라는 취지는 좋지만 소규모 영업장은 현실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24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소규모 커피전문점. 사장 1명이 주문과 커피 제조까지 도맡아 하는 이곳은 손님들이 몰려드는 점심시간마다 1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날부터 1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되면서 바쁜 시간에 ‘설거지’ 일까지 늘게 됐다. 사장 김씨(45·여)는 “특정 시간에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수 없어 손님이 몰려들 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편의점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계산대 앞에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는 안내가 써 있었지만 여전히 봉투를 찾는 손님이 많았다. 5년째 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순자씨(63)는 “이전부터 손님들에게 판매용 종이 쇼핑백이나 쓰레기 종량제봉투 사용을 권하고 있다”며 “그래도 비닐봉지를 달라는 손님이 많은데 앞으로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카페·식당 등에서 1회용품 사용 제한이 확대되면서 경기도와 인천지역 곳곳이 혼란을 겪고 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이날(24일)부터 소규모 소매점에서 1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1회용 소재의 컵과 접시, 용기, 플라스틱 빨대 등이 단속 대상이다. 또 편의점에서 구매한 물건을 담을 1회용 비닐봉투 판매도 불가능하다. 식당에선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다. 1회용품 사용규제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이번 사용 제한 규정은 계도기간 1년동안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당초 예고와 달리 환경부가 계도기간을 부여하면서 기간 내 규제를 지키지 않으려는 소상공인도 나타나고 있어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는 “1회용품 규제에 1년 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 것은 업계와 시민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평가했다. 인천소상공인협회 관계자 역시 “1회용품 사용 규제는 점차적으로 시민의 호응과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수·이은진기자

[현장, 그곳&] 베란다·화장실서 ‘뻑뻑’… 화마 위험에도 지자체 ‘아파트 흡연’ 손 못댄다

“연기와 재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건 물론이고 밖으로 내던진 담배꽁초로 큰불이 날까 봐 조마조마 합니다” 23일 오전 9시께 광명시 하안동의 A아파트. 매일 아침 아파트 단지에서 담배꽁초를 양손 가득하게 발견한다는 경비원 송영준씨(61·가명)는 입주민들로부터 ‘담배 냄새가 난다’, ‘누가 아파트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는 민원을 자주 듣는다. 이런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그는 아파트 안내방송으로 실내 흡연을 자제하라는 안내를 한다. 송씨는 “실내 흡연을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집 안, 복도에서 담배를 핀다”며 “누군지 모르겠지만 밖으로 불을 끄지 않은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도 있어 혹여 불이라도 날까 낙엽을 자주 쓴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주민 박지현씨(30)는 “15층 높이에 살고 있는데 열린 창문과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 계속해서 담배 냄새가 들어온다”며 “나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실내 흡연을 해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지난해 5월 남양주시 금곡동의 다세대주택 주차장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발생, 건물 내외부 3층 높이까지 불이 붙어 검게 그을렸으며 주차돼 있던 차량이 전소됐었다. 이 불로 건물 안에 있던 주민 3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치료를 받았다. 또한 같은 해 7월 구리시 인창동의 아파트 세대 내에서 화재 발생으로 상하층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부 타 2억2천827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기도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실내 흡연이 버젓이 이뤄지며 주민들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동주택 화재는 2019년 2천293건, 2020년 2천259건, 2021년 2천8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는 2019년 171건, 2020년 168건, 2021년 157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사유지 내 실내 흡연의 경우 지자체나 소방 당국이 행정지도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단속이나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아파트 실내 흡연에 대한 민원이 발생 시 아파트 입대위를 통해 해결 방안을 강구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철홍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담뱃불로 인한 화재는 언제든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안에서 흡연을 해도 현행법상 지자체가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며 “담배꽁초를 밖으로 던지는 행위는 의도된 방화는 아니지만 큰 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법적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은진기자

[현장, 그곳&] 이웃 vs 불청객… 길고양이 돌봄 ‘갈등 격화’

길고양이에 대한 먹이 제공을 두고 경기도내 일부 주민들과 이른바 ‘캣맘·캣대디’들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사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완벽히 시행되기 어려운 만큼 전문가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파장동의 한 주택가. 오래된 주택의 슬레이트 지붕 위에 놓인 참치캔 주변에는 찌꺼기가 남아 있었으며 길고양이들의 배변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의왕시 오천동에선 발견된 고양이 한 마리는 대접 한 그릇에 담긴 물에 불린 라면 면발을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이윽고 앙상하게 마른 길고양이 두마리가 혹여나 떨어진 음식을 찾는 듯 서성거리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으로 길고양이들이 몰려 배설물, 벌레 꼬임 등 위생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치는 피해를 호소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반면 캣맘·캣대디들은 가끔 마주치는 주민들의 날선 반응에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양시에서 활동했던 이은서씨(54·가명·여)는 “멀쩡한 차를 두고 ‘길고양이 때문에 흠집이 생겼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들도 있다”며 “길고양이들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데 너무 야박한 일부 주민들의 태도에 속이 상한다”고 서운해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시행한 ‘길고양이 서식현황 및 관리기준 수립 연구 용역’에 따르면 최소 32만4천558마리에서 최대 35만1천343마리의 길고양이가 경기지역에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도는 지난 2019년부터 31개 시·군에 총 217개(한 개소당 50만원)의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었으나 이는 도내 모든 추정 길고양이를 수용하기엔 버거운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일선 시·군의 신청에 따라 해당 시설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의 목소리에 지자체의 행정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체 수 줄이기도 예산 문제로 난항이다. 도는 올해 52억원의 예산을 책정, 2만5천933마리에 대한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포획·방사비, 수술비 등이 한 마리당 20만원 가량 소요되는 만큼 도내 모든 길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수술은 예산 문제로 현실화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주민들과 캣맘·캣대디들의 상생의 자세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캣맘과 캣대디들은 밥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주민들도 이러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는 등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공공기관은 고양이급식소 확충 등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김건주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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