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등유 보일러를 설치했는데 등유가 비싸져서 얼마 전에 연탄 보일러로 되돌아왔어요. 그런데 이젠 연탄값이 감당이 안 돼요.”
오래된 주택에 살고 있는 주순덕 할머니(76·여주 현암리)는 매년 겨울마다 추위가 싫었지만 올해는 더욱 두렵다. 최근 온갖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 연료 ‘연탄’마저 비싸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하루에 9장씩 연탄을 갈아왔다는 주 할머니는 “지난해 겨울만 해도 연탄을 보통 8시간마다 바꿔왔는데 올해는 12시간마다 바꾸고 있다. 하루에 6장 이상 쓰기가 부담스럽다”며 “당장은 면사무소에서 지원받은 연탄이 있지만 언제 바닥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 장애를 가진 두 아들을 뒤로 하고 주 할머니는 차츰차츰 비어가는 창고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치솟는 물가에 연탄값도 뛰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이 떨고 있다.
적정한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경제적 수준이 안 되는 이들이 경기도에만 5천여가구 이상 존재하는 상황이다.
7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하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경기도의 연탄 사용가구는 5천550가구로 집계됐다.
연탄은 인건비·배달비 인상, 원재료비 상승 등 영향으로 해마다 가격이 오르고 있었는데, 올해만 해도 1장당 850~900원까지 값이 올랐다. 2년 전 700원과 비교했을 때 소폭 비싸진 금액이다.
이 영향으로 연탄 후원마저 줄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와 올해 10월을 기준으로 서울권에 후원된 연탄 수를 보면 14만장에서 8만장까지 43%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기도 역시 후원 양이 55% 감소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코로나19, 고물가 등 영향으로 연탄 후원이 1년 사이 60%까지 줄어든 지역도 있다”며 “연탄 사용가구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200장 정도를 쓰는데, 점점 후원이 줄면서 가구당 50장만 지원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에너지원 공급을 위한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역별 에너지 취약계층 수요를 파악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푸드뱅크 같은 ‘에너지뱅크’를 만드는 등 안정적인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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