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경쟁력 중무장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컨트롤러 업체인 LAMD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공시했다. LAMD는 지난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설립된 회사로 스토리지 컨트롤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분 전량 인수를 통해 LAMD의 기술과 인력, 자산 등을 100% 흡수하게 된다. 컨트롤러는 CPU나 모바일 AP와 같은 중앙처리장치와 낸드플래시를 효율적으로 연계제어하는 반도체로 낸드플래시의 안정성과 속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자체 개발 및 파트너 업체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컨트롤러 기술 확보에 집중해 왔으나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낸드솔루션 개발을 더욱 앞당기고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빠르게 대처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SSD와 e-MMC 등 컨트롤러를 탑재한 고부가가치 솔루션 제품 비중이 전체 낸드플래시 제품 중 지난해 60% 수준에서 2015년에는 8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은 우수한 기술과 전문 인력을 보유한 LAMD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적기 대응하며 고부가가치 낸드솔루션 제품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게임계 셧다운제, 불만도 셧다운 시킬까?

왜? 성인이용자까지 권리제한에 볼멘소리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부모와 자녀가 게임 이용시간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게임업체가 일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선택적 셧다운제는 ▲18세 미만의 이용자 본인 또는 보호자가 희망하는 시간대의 인터넷 게임의 제공 정지 ▲인터넷 게임 이용자의 실명연령확인 및 본인인증 ▲18세 미만 회원가입시 법정대리인의 동의 ▲주의문구 고지와 이용시간 경과내역 표시 등을 게임관련사업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게임에 대한 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적용대상 게임사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이를 준수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오는 29일부터 프레이스테이션3 게임 관련 기능 서비스를 일시 정지하기로 했다. 서비스 정지 기간 중에는 게임 내 스토어에서의 신규 콘텐츠 구매, 다운로드, 전자지갑 충전을 비롯한 구매관리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대학생 유모씨(25)는 이미 청소년들의 새벽시간 인터넷 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부모의 주민번호만 도용하면 소용이 없다. 이번도 마찬가지라며 애꿎은 성인 이용자들의 권리만 제한하는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화성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최모씨(44여)는 게임에 매달리는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어쨌든 게임시간을 부모가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생겨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국내법을 준수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서비스를 재개하고 피해를 보는 이용자들에 대한 보상책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함께하는 5일장 나들이]② 50년역사 전국 최대규모 모란민속오일장

호랑이 고기를 팔던 장이 있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상인들도 알지 못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전라도에서 직접 캐온 산나물, 강원도에서 재배한 감자, 서해안에서 새벽부터 입찰해온 생선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녀 XX만 빼고는 온갖 것이 다 있다고 했던 곳, 전국 최대규모의 오일장인 모란민속오일장이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충청도 가서 뱃사람한테 직접 받아왔다. 자라, 잉어, 붕어, 새우, 다슬기, 피라미, 가물치, 미꾸라지, 메기 자신을 모란장의 왕초라고 소개하는 장순자씨(61여)는 판매하는 생선 이름을 줄줄이 대며 대한민국 최고의 민물생선상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빨간 대형 대야 20여개에 저마다 자리 잡은 생선은 장씨 말마따나 싱싱한 모습 그대로 팔딱거렸다. 예닐곱 마리의 자라가 얽히고, 포개진 채 숨을 죽였고 미꾸라지는 이름대로 좁은 공간에서 쉬지 않고 미끄덩거렸다. 장이 서기 전날 밤 수산물 직판장에서 직접 사들인 생선만 판매한다는 장씨의 모란장 경력은 어느덧 30년을 훌쩍 넘었다. 프로페셔널한 상인답게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생선이 싱싱해야지, 경쾌한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모란민속오일장은 전국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오일장이다. 625 직후 황무지였던 곳에 개간사업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1960년대 초반 자연스럽게 생긴 장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일정한 터를 갖추지 못한 채 예식장,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한 도로변과 대원천 하류변에 자리 잡았던 것이 1990년 복개공사를 진행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부지는 1만2천여㎡, 점포를 차리는 상인 수만도 950명을 넘어선다. 소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오일장에 비해 부지도, 상인도 3~4배에 이른다. 시끌벅적하고 분주한 장의 분위기는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지만 모란장의 특징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 부지에 3열로 상가가 세워지면서 널찍한 샛길이 두줄나 있는 데다 채소면 채소, 생선이면 생선 등 품목별로 구획화 돼 있어 장보기 수월하다. 싱싱하고 질 좋은 국내산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직접 캐온 나물과 수산시장급 싱싱함을 자랑하는 생선은 보통이다. 특히 고추는 국내산 고추에 대한 도소매시장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새벽과 오전 중에는 수도권 지역 고추방앗간을 대상으로, 오후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된다. 수도권 고추시세를 판가름 짓는 곳으로 정평이 났던 것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상설시장인 모란종합시장과 바로 붙어 있으면서 상설시장이 되레 오일장의 덕을 보고 있다. 오일장 입구 부근 골목에 줄지어 선 기름집은 들기름과 참기름, 국내산과 중국산을 각각 다른 기계에 넣고 짜내 특유의 맛을 보장한다. 기계 속에서 깨가 달달거리며 돌아갈 때면 고소한 냄새가 멀리까지 퍼져 나가 물어보지 않아도 길을 알 수 있다. 18년째 참기름집을 운영하는 김선자씨(50여)중국산, 국내산 아예 구분해서 파니까, 가짜기름이 끼어들 틈이 없죠라며 품질을 보증했다. 오일장 입구와 붙어선 상설시장의 개고기 점포 23곳도 빼놓을 수는 없는 명물로 전국 개고기 매출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상당하다. 과거 불에 그슬린 개를 통째로 수십 마리씩 진열하거나 개를 방망이로 때려잡으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아 왔지만 최근 몇 년 새 자체변화를 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진열 및 안락사 방식을 바꾸고 일반 정육점과 같은 방식으로 개고기를 진열하고 판매하며 도축장은 보이지 않게 차단한 식이다. 29년째 개고기를 판매해온 이강춘씨(58)는 혐오식품이라는 인식이 많아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자 무척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란민속오일장은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서 매월 4, 9, 14, 19, 24, 29일 등 4와 9가 들어가는 날 열리는 오일장이다. 장이 서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지하철 8호선 모란역에서 도보로 찾아갈 수 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장에서 만난 사람]모란민속장 30년 ‘고추박사’ 박광훈씨

국내산 고춧가루는 이 사이에 껴요. 맵고 뒷맛은 달콤하지요. 그런데 중국산은 물에 녹아버리거든요. 맛이 텁텁하고 싱거워서 차이가 많이 나죠. 수입초는 저는 물론이고 모란장에서 취급도 안해요. 모란민속장 고추장사 30년을 바라보며 고추박사가 되어버린 박광훈씨(60). 질 좋은 국내산 고추만을 고집하면서 그간 전국 방방곡곡 찾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다. 장이 서지 않는 날엔 여전히 빈 1t 트럭을 끌고 집을 나선다. 농가를 직접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고 사야만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좋은 고추가 있는 곳이라면 강원도부터 전라도까지 가리지 않고 다니다 보니 몸은 고되지만, 중간상인 없이 믿을 수 있는 고추를 사고 또 판다는 자부심이 상당하다. 투명한 자루에 한가득 담긴 붉은 건고추도 얼마 전 강원도 영월의 농민을 찾아 받아온 국내산 태양초다. 색이 선명하고 껍질에 윤기가 흐르는 것이 특징으로 빛깔 좋은 붉은색을 따지다 보니 옷마저 빨간색을 주로 입게 됐다. 박씨는 전국 고추장수의 집합소 격이었던 모란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별별 일을 다 겪었다. 복개공사가 있기 전 하천변에서 장사를 하던 1980년대엔 고추 한 차가 들어오면 모자랄 정도로 고추가 잘 팔리면서 곳곳에서 모여든 고추상인만 80명이 넘었다. 하루 2t 이상의 고추가 모란장에서 팔려나가던 시절이다. 그러던 중 80년 후반 근당 2천500원하던 고추가격이 800원까지 폭락하면서 농민의 시위가 이어졌다. 고추판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박씨는 수완을 발휘해 고추 한 차를 싣고 왔고 하루 만에 200만원을 벌어들였다. 반면 고추꼭지를 제거한 마른고추는 중국산 고추라는 뉴스가 터지면서 온종일 한 근도 못 팔았던 적도 있다. 모란장에서는 꼭지를 제거해 고춧가루로 곧장 빻을 수 있게끔 손질한 고추만 팔기 때문이다. 날이 저물어 하나도 팔지 못한 고추 포대를 트럭에 그대로 실으면서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박씨의 말 그대로 양과 극을 오가며 지내왔다. 세상이 변하면서 손님도 떠나고 장터가 정신없이 북적이던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거예요. 이제 상인들도 발맞춰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그래도 변치 않는 사실은 모란장은 최고의 국내산 고추를 어느 곳보다도 저렴하게 판다는 사실입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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