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대선, 그 후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사회의 일반적인 상식과 정의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계엄 사태로 촉발된 조기 대선이 막을 내렸다. ‘빛의 광장’의 목소리로 모아 낸 내란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장기간 거꾸로 가고, 헝클어지고, 내던져진 사회개혁 과제가 무논에 갓 모내기한 모가 뿌리 내리듯 소중한 생명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위기 상황에서 빛나던 국민 개개인의 담대함과 통찰력, 용기 있는 집단지성이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걸음을 더 재촉하기를 응원한다. 대선 기간 각 정당의 후보자들은 수많은 공약을 발표했다. 선거는 끝났으나 조기 대선으로 인해 당선인이 국정을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는 인수위원회 절차는 없고 존속 기간이 짧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오랜 정당 활동의 역사가 있기에 큰 틀에서 국정의 정책 방향과 이행 수단에 대한 예측이 어렵지는 않지만 열린 광장을 통해 봇물처럼 쏟아낸 국민의 기대를 제대로 수용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탁상머리를 넘어 현장 중심의 경험과 소통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며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좌지우지한다는 국민 중심의 원칙을 되새기기 바란다. 잘못된 과거는 과감하게 청산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대선 기간 공표한 공약에 얽매이기보다 적어도 임기 초 6개월 이내에 국민 공론화를 통해 명료하고 촘촘하게 점검하며 필요한 경우 묻고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지구 인류 공동의 과제인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공약이 그렇다. 이미 기후대응 선진국에서 검증되고 일반화돼 성과가 분명한 정책과 사업에 인력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그 결과가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사람 관계 속에서 숨쉬는 것이어야 빛을 발할 것이다. 과거 우리가 누렸던 ‘플라스틱’이 현재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 과도한 풍요와 편리함을 취한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것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일 것이다. 소위 ‘딜레마적 물질’이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제품은 일반적으로 값싸고, 만들기 쉽고, 가볍고, 편리해 그 쓰임새와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쓰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고, 함유된 유해화학물질이 방출되며, 사용 후 소각 과정에서도 온실가스는 물론이고 대기오염 물질이 생성돼 인간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그럼에도 마치 공기와 물처럼 당연시된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젠 정책의 실패를 경험하기에는 한정된 재원, 한정된 토지, 그리고 한정된 시간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지역 에너지협동조합의 모임인 경기시민발전협동조합협의회와 인천·경기기자협회,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이 ‘기후위기 대응 기후저널리즘’ 활동이라는 의미 있는 공동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언론이 단순한 기상이변이나 재난 차원의 문제로 다루는 정보 전달 차원을 넘어 사고의 전환과 삶을 영위하는 방식의 변화를 동반하는 쟁점을 다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확인한 것이다. 작은 변화가 큰 파도를 만들어낸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위기와 싸우는 것을 도울 수 있는 10가지 방법 중 하나로 “목소리를 내라”고 권고한다.

[특별기고] 이재명 정부의 국가보훈정책 어젠다 수립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전사한 군인과 생존해 계신 국가유공자를 선양하고 존경하며 그 공훈에 보답하는 달이다.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인 뜻깊은 해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36년간 일제의 강제 침탈이다. 독립을 위해 개인과 가족의 안위는 뒤로한 채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석주 이상룡, 백하 김대락, 동산 류인식, 일송 김동삼 선생 등 수많은 독립유공자가 있었다. 한편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나라를 지켰던 6·25전쟁 참전유공자, 대한민국 국위 선양과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한 월남전 참전유공자와 그 외 특수임무유공자, 소년병, 학도병, 여군, 국민방위군 등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국민 영웅들의 은혜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필자는 현 정부의 국가 보훈을 국민 통합과 연계해 국가유공자를 위한 중앙정부 보훈조직 개편 중심으로 어젠다를 제시하고자 한다. 가, 국가 보훈을 국민 통합의 정신적 지주로 삼아야 한다. 최근 대한민국은 이념 간, 세대 간, 소득 간 극심한 갈등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이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진보, 보수 모두 국가 보훈을 국민 통합의 구심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한 세부적 방안을 제시하면 첫째,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실 내 국가유공자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보훈정책을 전담하는 보훈비서관을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 현재 대통령실 내 중앙정부 부처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 교육, 법률, 환경, 자치, 법무 등 전담 비서관제도가 대부분 있으나 독자적인 보훈 분야만 없어 이에 따른 업무 수행상 많은 어려움과 타 부처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보훈비서관 부재로 변화하는 보훈 업무를 조정 통합하는 기능이 상실되며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 지원을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에서 국민들에게 상징적 의미로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현 국가보훈부를 부총리급으로 승격시켜 국내 보훈대상자 등 관리는 1차관, 국외 보훈대상자 및 현충시설 관리는 2차관으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국민 통합을 위한 대국민 보훈 교육과 섬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대만의 경우 국가보훈 조직이 부총리급으로 돼 있으며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보훈 선진국에서는 정부조직 의전 서열이 상위에 있어 국내외 순방 시 대통령이 국가보훈부 장관을 대동해 각종 행사에 참여시켜 통합의 실천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보훈특보제도를 신설해 장태완 장군을 임명했듯이 현 정부도 보훈특보를 대통령 직속으로 임명해 국가 보훈을 국민 통합과 보훈 예우에 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나, 국가보훈부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국가보훈정책개발원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대부분의 중앙부처에 소관 국책 연구기관이 있는데 아직 국가보훈부만 없어 형평성 차원에서 이에 대한 보훈 전담 국책 연구기관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여야가 국가보훈정책개발원, 보훈정책연구원 등을 대표 발의했으나 아직 계류 중이어서 국책 연구기관의 부재로 국가유공자의 선진 보훈정책 연구 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적극 나서 늦어도 올해 7월 말까지 통과시켜야 한다. 한편 초대 원장은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에 대한 보훈 보상, 의료, 복지 정책 등에 연구 경험이 풍부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보훈 전문가가 임명돼야 하고 타 기관과 형평성 맞게 직급을 차관급으로 직제를 신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 국가 보훈 예산을 선진국 수준인 3%로 맞춰야 한다. 국가보훈부 예산은 올해 전체의 0.9%에 불과해 국가유공자에 대한 국가의 기본 책무를 월활히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국립호국원, 보훈요양병원, 보훈요양원, 보훈휴양원, 보훈원을 각 광역시로 확대 설립하고 근거리 보훈위탁병원 확대, 국가보훈정책 연구 개발 등을 수행하기 위해 현재 0.9%인 국가보훈 예산을 5년 내 선진국 수준인 3%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훈 교육 기능을 강화해 국가유공자 및 제대군인 자녀들이 입학해 취업과 연계하는 보건 간호계열 중심 단과대학 형태의 국립한국보훈대학교 신설과 보훈병원 교육 연구 등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국립보훈의학대학원대학교 설립이 절실히 필요하며 초고령화된 국가유공자의 명예선양, 현충시설, 의료·복지 증진을 위한 국가보훈특별위원회 신설이 절실하다.

[기고] ‘생명 구하려다, 목숨 잃다’…반복되는 질식재해 비극 막기 위해선

안전보건공단에 입사한 지도 어느덧 18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중대재해 현장을 접했지만,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사고가 하나 있다. 바로 2010년 5월, 평택의 한 양돈농가에서 발생한 황화수소(H2S) 중독 사고다. 돈사와 집수조 사이의 수중관로가 막히자, 외국인 노동자 2명이 막힌 관을 뚫기 위해 집수조 내부로 들어갔다. 작업을 하던 이들은 곧 황화수소에 중독돼 쓰러졌고, 집수조 밖에서 지켜보던 농장주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구조를 위해 집수조에 들어간 아들도 쓰러졌고, 어머니가 신고하러 간 사이 아버지까지 구조에 나섰다가 결국 4명 모두 목숨을 잃게 된 사고다. 이 사고는 ‘2차 피해’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까지도 각종 안전보건 교육자료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왜 구조자가 희생되는 걸까? 사랑하는 가족이, 혹은 동료가 눈 앞에서 쓰러진다면, “들어가지 마”라는 경고보다 “살려야 한다”는 본능이 앞서게 된다. 그래서 구조자의 사망은 ‘무모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됨’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로 그 ‘인간으로서 본능으로 인한 구조행위’가 연쇄적인 희생을 부른다. 그러기에 질식사고는 한 명만 위험에 빠지는 사고가 아니라,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가스 측정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구조를 시도하다가 한 공간 안에서 여러 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올해 봄, 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유사한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백수탱크 안에서 쓰러진 작업자를 구하러 들어간 동료가 함께 사망하며, 총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질식 사고는 특히 봄철과 여름철에 자주 발생한다.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 밀폐공간 내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고,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 산소가 줄어들게 되고,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온이 상승하는 계절, 우리는 질식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음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예방의 핵심은, ‘들어가지 않는 것’에 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밀폐공간 내에 위치하고 있는 설비나 장비, 조작장치 등을 밀폐공간 밖에서 조작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여 밀폐공간 내로 작업자가 출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밀폐공간에 들어가야 한다면, 첫째, 사업장 내 밀폐공간 위치 파악, 사전 확인 절차, 안전보건교육 및 훈련 등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을 우선 실시하고 작업정보, 작업자 정보, 가스농도측정 결과, 비상연락체계 등을 작성한 작업 허가서를 발급한 후 반드시 이행여부를 확인한다. 둘째, 사업주는 밀폐공간 작업 시작 전 산소 및 유해가스의 농도를 측정하고, 밀폐공간의 공기상태가 적정한지 확인해야 한다. 공기상태가 적정해 작업장소로 들어가더라도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유해가스를 제거하기 위해 작업 전·중에 환기팬을 상시 가동하고 작업 종료시까지 가동하도록 한다. 셋째, 밀폐공간에 근로자를 종사하도록 할 때에는 상시작업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인을 지정하고,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훈련되지 않은 인원이 즉시 진입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구조는 훈련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질식은 빠르게 일어나며, 희생자 중 다수가 구조하려다 함께 사망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먼저 인식하여야 할 사실은 ‘준비되지 않는 구조는 구조가 아니라 제2의 희생’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공단에서는 밀폐공간 작업을 수행하는 사업장에 원하는 시간대에 전문가가 방문해 장비와 교육을 무상으로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금, 당신의 현장은 질식재해를 예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희망의 빨대...

[사설] 이제, 北에 대남 방송 중단을 요청할 차례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했다. ‘상부 지시에 따라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대북 방송은 문재인 정부 이후 6년 간 중단됐었다. 그후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시작됐다. 북한의 대남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에 따른 대응이었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 긴장 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거기에 대북 방송 중지와 대북 전단 살포 억제가 있었다. 북한의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는 지난해 11월 이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는 지난 9일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민간 단체에 요청했다. 이어 군 당국이 이날 대북 방송을 전면 중지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접경지역에 송출되는 북한의 대남 방송이다. 귀신 곡소리, 여우·까마귀 울음소리 등의 혐오음이다. 인천 강화도, 파주 대성동마을 등에 집중되고 있다. 1년여간 계속되면서 주민 피해도 심각한 상태다. 군 전술적으로 보면 대북·대남 방송은 심리작전의 일부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벌어지는 적대적 행위다. 상대성의 지배를 받고, 등가성이 작용하는 행위다. 우리 군의 결단이 있었던 만큼 북한군의 상응 조치도 있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이 시점에 해야 할 조치는 명백하다. 접경지에서의 대남 방송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 남북 핫라인 가동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개된 선언으로 주문하는 방법도 있다. 형식은 상관 없다. 남북 긴장 완화의 필요성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위도 국민은 원치 않는다. 다만, 그 방법과 절차에는 국민의 정서가 있다. 균형을 잃은 양보에는 늘 거부감이 따랐다. 국군의 사기 역시 도외시할 수 없다. 살핀 바와 같이 대북 방송은 엄연한 작전이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 작전의 성격이 강했다. 그 원인이 된 행위가 상당 기간 사라진 점이 우리 측 변화의 정당성이 됐다. 이제 남은 게 대남 방송이다. 국민이 생활에서 직접 피해를 당하고 있는 대남 방송이다. ‘곡소리 굉음’에 사업장이 문을 닫았고 건강이 악화됐다. 정부로서는 당연히 피해 근절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앞서 우리는 대북 전단 살포 중지 요청을 지지했다. 여기에 우리 군이 대북 방송 중지까지 결행됐다. 이제는 북한에 대한 대남 방송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 긴장이 고조됐을 때 대화의 물꼬가 열린 예가 많다. 그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사설] 허술한 긴급임시조치... 가정폭력 보호막이 없다

1997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이 처음 제정됐다. 가정 내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국가 개입의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법 취지는 가정의 평화와 안정 회복이었다. 따라서 일반 폭력행위와는 접근 방법을 달리한다. 대표적인 것이 경찰의 긴급임시조치다. 가정폭력범죄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직권으로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재발 우려 또는 상황이 긴급하다고 판단할 경우다. 퇴거 등 격리,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등이다. 그러나 이런 긴급임시조치도 추가 피해를 막는 데는 별 소용이 없다고 한다. 지키지 않아도 확인이 어렵고 처벌도 미약하다. 경기일보 사회면(11일자 7면)의 최근 사건이 있다. 인천 미추홀구 한 상가주택에 사는 50대 여성이 가정폭력 신고를 했다. 술에 취한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 했다. 2022년에도 한 차례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왔던 가정이었다. 아내에게서 100m 이내에 남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긴급임시조치다. 그러나 남편은 바로 옆 호실에 머물렀다. 옆 호실도 남편 소유였다. 아내가 있는 옆집을 찾아가 문을 열려 하거나 전화를 걸어댔다. 분리 조치만 믿고 있었던 아내는 더욱 놀랐다. 남편이 바로 옆집에서 지내며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며 들어오려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긴급임시조치의 허술함은 지난달 경기 화성시에서 일어난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성이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다. 지난 3월 피해 여성이 두 번째 가정폭력 신고를 해오자 경찰이 긴급임시조치를 했다. 가해 남성에게 접근 금지 및 통신 금지 조치를 했다. 피해 여성에게는 스마트워치도 지급했다. 가해자는 조치를 무시하고 범죄를 저질렀으며 피해 여성은 스마트워치 신고도 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문제는 긴급임시조치를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처벌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그친다. 또 조치를 내린 경찰에서도 제대로 이행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 통신 조회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 가정사에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하는 게 맞느냐는 것도 중대한 논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가정폭력이 집안싸움에만 그치지 않는다. 위의 화성 사건처럼 심각한 범죄로 비화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제 긴급임시조치는 ‘가정의 유지’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적극적으로 ‘추가 범죄 차단’ 역할을 해야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확실히 지켜내는 긴급임시조치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지지대] 아보하! 경기도 여행

알로하(Aloha) 아니다. ‘아보하’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로 특별함 없이 평범한 하루를 긍정하고 만족하는 일상 정도를 의미한다. 21대 대통령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아보하를 누릴 시간이다. 바쁜 출근길, 사람들과의 소소한 대화, 지친 퇴근, 가족과의 저녁식사 등 평범한 일상을 감사하면서 말이다. 아주 보통의 하루와 함께 ‘아보하’ 여행은 어떨까. 아주 보통의 여행. 굳이 정의하자면 가볍게 마음 편히 떠나는 여행. 큰 욕심 안 부리고 짧게 다녀올 수 있는 평범한 여행. 짧은 휴식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여행이 아보하 여행이다. 경기도는 아보하 여행지의 최적지다. 남으로 북으로, 동으로 서로 어딜 가도 여유롭게 여행을 누릴 공간이 있는 곳이 경기도다. 양평 두물머리의 물안개와 잔잔한 강변 풍경은 스마트폰 알람 없는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은 과하지 않은 문화 체험과 조용한 갤러리 산책이 가능해 충족감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화성 궁평항에선 갯벌체험, 갈매기 먹이주기 같은 재밌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서해안 낙조까지 보면 금상첨화다. 광주 곤지암 화담숲에서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된다. 아보하 여행이란 결국 ‘무탈하고 안온한 하루’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주말에 자연과 문화 사이에서 아주 평범한 하루와 여행을 경기도에서 경험해보는 것 어떨까. 그 경험으로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게 말이다.

[이만종의 클로즈업] 문민 국방장관, 국방개혁의 전환점 될 수 있을까

문민 국방부 장관, 아직은 낯설다. 그러나 낯설다고 해서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역사는 늘 익숙함보다 불편함에서 시작했다. 그 불편함은 변화의 신호이자 변혁의 씨앗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문민 국방장관 예고는 군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파격’이라 불리는 인사는 늘 양면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개혁의 신호로, 누군가에게는 불안과 반발의 대상이 된다. 낙하산 논란과 경험 부족 우려가 뒤따른다. 하지만 이 인사가 단순한 자리 배분인지, 국방개혁의 물꼬를 트는 출발점인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군은 스스로를 ‘방패’라 자처한다. 그러나 그 방패가 진정 국민을 향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병영 내 폭력, 은폐된 사고, 반복되는 성범죄와 늦장 대응. 전시에는 철통 보안을 내세우면서도 평시에는 군 기강을 이유로 침묵했다. 헌법이 보장한 문민 통제는 명문화돼 있으나 국방부 수장은 여전히 예비역 대장의 관행에 묶여 있다. 군이 국민의 조직이라면 그 작동 원리는 국민의 민주적 감시와 견제에 기반해야 한다. 이는 불신이 아니라 헌법적 책임의 구현이다. 문민 장관은 그 책임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비추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군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통제는 불신이 아닌 공공성과 투명성에 대한 헌신이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운영되는 군은 더 강하고 유연하다. 단지 지휘와 통제만이 아니라 소통과 참여가 함께 작동할 때 안보도 살아 숨 쉴 수 있다. 반론도 있다. “전쟁이 나면 누가 결정을 하나.”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은 모두 문민 장관 체제 아래 정교한 군사보좌 시스템을 갖췄다. 군은 장관을 ‘명령자’가 아니라 전략을 조율하고 문화를 혁신하는 ‘지도자’로 인식한다. 총을 들지 않아도 강한 리더십은 존재할 수 있다. 현대전은 단순히 무기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보전, 사이버전, 인공지능(AI)전, 우주전까지, 그 복합성과 첨단 기술성은 특정 군 경력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 군의 미래는 더 이상 병영 안에만 갇혀 있지 않다. 군을 사회와 단절시키는 구조로는 시대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오히려 민간은 군이 놓치기 쉬운 감각을 지닌다. 인권, 성평등, 예산 투명성, 윤리. 이것들이 오늘날 국방의 진짜 연료다. 문민 장관은 단순한 관리자나 대체자가 아니라 이 연료에 불을 붙이는 ‘점화자’여야 한다. 그러나 국방개혁은 특정 개인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문민 장관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도와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군사보좌기구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민간 전문가의 실질적 참여가 제도화돼야 한다. 둘째, 장병 가족·예비역·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민군 협치 플랫폼’이 필요하다. 셋째, 인권 전담기구는 실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 세 가지는 군을 ‘닫힌 벽’에서 ‘열린 문’으로 바꾸는 장치이며 국민이 군의 진정한 주인임을 회복하는 통로다. 지금까지 군은 권위의 벽이었지만 앞으로는 책임의 문이 돼야 한다. 정치권은 문민 국방장관 임명을 진영의 이념 언어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보수는 안보를, 진보는 개혁을 말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이 아닌 ‘신뢰’다. 실력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 국방개혁의 진정한 동력이다. 군은 계급으로 움직이지만 국민은 신뢰로 판단한다. 신뢰를 잃은 군은 전쟁이 아니라 일상에서 먼저 패배한다. 아무리 전력이 강해도 국민이 외면하면 군의 존재 이유는 흔들린다. 국방개혁은 단순한 군 효율성 개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심장부를 다듬는 일이다. 지금은 누가 총을 드느냐보다 누가 책임지는지를 묻는 시대다. 문민 장관 임명은 군 통치가 아닌 국민과 함께 걷는 ‘동반자 선언’이어야 한다. 국방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다. 출신보다 방향이 중요하며 문민 장관은 군 통치에서 군 통합으로, 위계에서 협치로 나아가는 상징적 출발점이다. 국민은 ‘책임지는 군’, ‘국민 곁에 서는 군’을 원한다. 군이 먼저 국민을 믿을 때 국민도 그 믿음을 돌려준다. 보이지 않는 헌신, 그것이 국방의 진정한 힘이다.

[천자춘추] 호국보훈의 달에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기존의 국제질서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의 불가예측성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서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는다. 보훈 정책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희생·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의 공훈을 되새기고 그들의 숭고한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나라 시·군 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성남시가 금년 6월 호국보훈의 달부터 6·25전쟁 및 월남 참전유공자에게 전투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보훈행정은 참 신선하다. 월남 참전 장병의 전투근무수당은 1963년 5월1일 시행된 ‘군인보수법’에 따라 지급됐어야 함에도 당시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급하지 않았다. 전투수당 문제는 2014년 김춘진 의원 등 13인이 공동으로 발의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국가 정책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취임 당시부터 줄곧 ‘호국보훈도시’를 표방하며 유공자들의 예우에 심혈을 기울여 왔는데 금번 성남시가 6·25와 월남 참전유공자에게 전투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의 보훈행정의 의지와 실천의 결실이다. 현재 성남시의 국가유공자 수당도 경기도 시·군 지자체 중 최고 수준이다. 전투수당 지급 결정은 국가보훈부가 앞장서 주도해야 할 정책 사안임에도 손을 놓고 있자 성남시가 선도적으로 시행한 정책이다. 이러한 선진 보훈행정이 다른 지자체에도 확산돼 대한민국 전체 보훈 정책의 선진화에 기폭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국가와 타 지자체들이 성남시처럼 보훈명예수당을 인상하고 참전자들에게 전투수당을 지급하면 수십년간 참전유공자들과 국가 간의 전투수당에 대한 갈등도 종지부를 찍는 날이 올 것이다. 북-러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체결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 및 군사적 밀착, 그리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국제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해양영유권의 확장을 꾀하며 군사적 팽창주의를 노골화하는 중국의 패권적 행보가 한반도 안보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우리 선열들이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피땀으로 나라를 지켜온 호국 전통의 근간은 애국심이었다. 보훈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기리며 그들과 가족을 예우함으로써 국민의 애국심을 고양하고 안보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선진 보훈 정책이야말로 안보의 초석을 다지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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