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용인공장 근로자 사망…M&A 갈등 사이 안전책임자는 '공석' [한양경제]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지난 4일 오전 11시 20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아워홈 사업장에서 어묵 냉각 공정을 담당하던 30대 남성 직원 A씨가 냉각 기계에 신체 일부가 끼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9일 새벽 사망했다. 사망 후, 구미현 아워홈 대표이사는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라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유가족에게 애도를 전하며,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당시 회사의 안전관리 체계는 온전히 작동하고 않았다. 안전 경영을 총괄하는 책임자는 공석이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현 시점에서, 기업 현장에서 안전 담당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선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두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왜 이 시점에 안전 담당자가 없었는가”> 사고의 핵심은 ‘안전관리 책임자의 부재’다. 아워홈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후, 청와대와 정부부처에서 30년 가까이 재난 대응 업무를 수행한 전문가 A씨를 안전경영총괄로 영입했다. 그는 관련 저서를 낼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올해 3월, A씨는 회사와의 계약이 해지돼 자리를 떠났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해임’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해임 시점은 공교롭게도 한화그룹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 절차를 본격화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월 11일 아워홈 대주주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오는 4월 29일 최종 인수를 앞두고 있다. 내부에서는 안전책임자 A씨가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며, 인수 절차가 진행되면서 조직 정비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자금이 부족한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비전까지 끌어들여 자금을 조달하려다 기관투자가들과 소액주주들의 반반을 불렀다. 실제로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한화 인수 절차에 정당성과 투명성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내부 조직 개편이 은밀하게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안전 관리 체계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겸직 체제가 만든 허점…누가 책임져야 하나> 아워홈 측은 “A씨의 계약은 3월 말 만료되었고, 이영표 사장이 3월 초부터 안전경영총괄직을 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전 책임자의 실질적 공백은 한 달 가까이 이어졌고, 그 사이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겸직 체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안전 분야는 ‘겸직’이 아닌 ‘전담’이 필요한 영역이다. 특히 식품 제조 공장처럼 자동화 기계와 사람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번 사고는 이런 겸직 체제의 취약함이 낳은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를 이행했는지를 따져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워홈의 경우, 등기상 단독 대표이사인 구미현 회장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고 직후 회사가 발표한 첫 입장문도 이영표 사장 명의로 나갔다. 7일 입장문에서는 “재해 직원의 회복을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지만, 당시 피해자가 이미 위중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회사가 사망 가능성을 의식하고도 대표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으려는 인상을 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영권 분쟁이 만든 안전 시스템의 공백> 아워홈 내부는 최근 수개월 동안 매각을 둘러싼 혼란에 시달려왔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직 전체가 매각만 기다리는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긴장감이 높았다. 핵심 임원진에 대한 거취 불확실성도 커졌다. 한화는 공식적으로 “4월 29일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지은 전 부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일부 인력들이 사실상 배제되거나 유휴 인력으로 전환됐다는 내부 증언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안전경영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까지 흔들렸다. 기업 내부 정치가 직원 생명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이 이번 사고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사람의 생명보다 우선한 것은 무엇이었나>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향후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법의 심판을 넘어서 사회적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의 핵심 기능이 마비되고, 그 결과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명백한 시스템 붕괴다. M&A에 따른 분쟁과 ‘구조의 실패’란 표현이 어울리는 사건이다. 사람의 생명보다 앞선 것은 지분과 인사였다. 사고 발생 당시 안전 총괄은 부재했고, 겸직 체제는 실효성이 없었으며, 대표는 입장 표명을 미뤘다. 그리고 누군가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구조를 책임지라’는 법이다. 그 구조를 흔든 경영 판단, 그 판단의 배경이 된 권력의 재편 과정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사고는 우연일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이 무너진 곳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그것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반드시 책임져야 할 ‘인과’가 있는 비극이다.

한국민속촌, 19일부터 야간개장…K-컬처 콘텐츠 총출동

한국민속촌이 야간개장에 돌입,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 체험의 장을 마련한다. 9일 한국민속촌에 따르면 오는 19일부터 야간개장이 시작된다. 이번 야간개장은 매주 금·토·일 및 공휴일에 운영되며, 기존의 전통 마을 관람을 넘어 공포·추리·예술 등 장르 요소를 결합한 야간 체험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한국민속촌은 매년 창의적인 시즌 테마와 몰입형 연출을 통해 전통의 현대적 해석, 참여형 콘텐츠의 정수를 보여주며 주목 받아왔다. 이번 시즌에는 ‘혈안식귀’, ‘살귀옥’, ‘조선살인수사’, ‘연분’ 등 4가지 콘텐츠가 관람객에게 단순한 관람을 넘어 스토리에 참여하고 감정을 경험하는 새로운 형태의 K-컬처를 선사할 예정이다. 먼저 토종 공포체험의 대표 콘텐츠인 ‘귀굴: 혈안식귀’가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기근으로 폐허가 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실내 공포 체험 콘텐츠로, 기와집을 지나며 소리·냄새·조명 등 오감을 자극하는 연출을 통해 리얼한 K-호러 감성을 선사한다. ‘귀굴: 살귀옥’은 국내 최장 야외 공포 체험이다. 약 400m에 달하는 공포 미로에서 살귀들의 소굴을 통과하며 탈출을 시도하는 극한의 심리적 공포 체험 콘텐츠다. 특히 지하 미로 구간은 수많은 문을 통과하며 점점 폐쇄감에 압도당하게 되는 구조로, 관람객을 몰입형 공포의 극한으로 안내한다. ‘조선살인수사’는 관람객이 직접 암행어사가 돼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모으고 용의자를 추적하는 관람객 참여형 추리 콘텐츠다. 마을 전체를 무대로 관아에서 심문하고 가옥에서 단서를 수집하는 등 현장형 몰입 추리극이 전개된다. 빛과 전통 예술이 어우러진 야간공연 ‘연분’은 전통무용, LED 퍼포먼스, 그림자 예술을 결합한 공연 콘텐츠 등으로 한국 무용 고유의 미와 현대적인 기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인다. 한국민속촌 콘텐츠기획팀 관계자는 “올해 야간개장은 전통의 정취와 함께 스릴, 상상력, 감동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지난해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콘텐츠를 구성했다”며 “혈안식귀, 살귀옥, 조선살인수사, 연분 공연까지 전통을 현대적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야간 체험으로 K-컬처의 새로운 밤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라온시스템가구 전도방지시스템 가구 개발…공공주택시장 ‘게임체인저’ 될까

시스템 가구는 2000년대부터 국내에 도입돼 공공 주택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설치와 해체가 용이하다는 장점으로 드레스룸, 현관 창고, 주방 팬트리 등 다양한 형태로 주거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하지만 조립식 구조의 특성상, 부실한 시공이나 외부 충격에 취약하여 전도될 위험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라온시스템가구가 4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특허 등록과 성능 인증을 획득한 전도 방지 시스템 가구를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동종 업계 최초의 쾌거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혁신적인 기술력이 돋보인다. 실제 한국에스지에스㈜의 내진 실험 결과, 규모 7.0 이상의 지진에도 전도되지 않고 변형이나 파손 없이 안전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 우수성을 입증했다. ㈜라온시스템가구의 전도 방지 시스템 가구는 LH 공사 품질팀과의 상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포스코건설로부터는 일부 현장 수의계약 제안까지 받았다. 이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건설사에서도 가구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9만 세대의 분양과 30만 세대의 매입 임대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며 공공 주택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평균 17만8천세대에 달하는 공급량의 40%를 전도 방지 시스템 가구로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라온시스템가구는 향후 5년간 약 89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H 공공 주택 시스템 선반 가구 표준 시방서 제안을 통해 품질 강화에 앞장서고 있는 ㈜라온시스템가구는 "Action Learning(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찰하는 학습방법)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안전한 주거 환경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라온시스템가구 관계자는 “단순히 넘어지지 않는 가구를 넘어, 사용자의 안전과 편리성을 모두 고려한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며 “꺽쇠 등 벽면 고정 방식을 탈피하고, 공인 인증 기관의 내진 시험을 통과한 안전한 자재와 설계 방식 적용으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가구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구환경 지킴이’ 쿠팡CFS, 산림 보호 앞장

경북지역을 포함, 최근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산불 피해가 이어지며 산림 보호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쿠팡이 나무 심기를 통한 산림 보호에 나섰다. 쿠팡 물류 전문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나무 심기 캠페인에 나섰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27일 연천군 신서면 일대에서 진행된 이번 캠페인에는 정종철 CFS 대표이사와 임직원 50여명이 참여해 낙엽송 3천 그루를 심었다. CFS는 지난해부터 산림청 산하 서울국유림관리소와 함께 ‘와우 더 포레스트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와우 더 포레스트 캠페인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숲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CFS의 주요 행사 중 하나로, 직원들은 나무 심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나무를 심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CFS는 나무 심기를 통해 쾌적한 자연환경을 조성하고, 기후 위기 속 숲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산림청과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산림 창출을 위한 노력을 전국 단위로 시행하고 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산불 예방 등 산림 보호 노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만큼, 쿠팡은 지속적인 산림 보호 활동을 통해 지구환경 지키기에 보탬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정종철 CFS 대표이사는 “오늘 우리가 심은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서 30년 후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CFS는 앞으로도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긍정적인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쿠팡은 지난달 경북 의성과 안동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규모 산불 피해 당시 산불피해 지역에 생필품, 간식 등 3만5천여개의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등 피해자 지원 활동을 전개했다.

코스피1.74%·코스닥2.29% 하락… 환율은 '고공행진' 1천484.1원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천500원에 육박하는 1천1484.1원으로 상승 마감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1.74% 내린 2,293.70에, 코스닥은 2.29% 내린 643.39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3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23년 11월1일(2288.64)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이날 외국인은 1조5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기관투자자도 704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9천396억원을 사들였다. 코스닥지수도 급락하며 650선을 하회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968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837억원, 기관은 193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해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천473.2원)보다 10.9원 오른 1천484.1원에 상승 마감했다. 한편 미국 상호관세 발효에 따라 이날부터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에는 25%의 관세가 붙게 됐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도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발표한 보편관세와 상호관세 부과가 이날부터 전격적으로 시행됐다"면서 "미·중 관세 충돌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위험 회피심리가 극대화됐다"고 말했다.

美조선 수주, 韓이 싹쓸이…K조선의 ‘지정학 반사이익’ 현실 [한양경제]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기사입니다 3월 한 달간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기록적인 수주 실적을 거두며 글로벌 조선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 3사는 총 44척에 달하는 선박 수주에 성공하며, 전 세계 발주량의 55%를 한국 조선업계가 차지했다. 특히 이번 수주 중 상당수가 미국발 발주라는 점에서, 단순한 실적을 넘어서는 전략적 의미가 주목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며, 중국 조선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이 사실상 봉쇄된 반면, 한국은 동맹국 지위를 활용해 '지정학적 반사이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3월 미국發 수주, 한국이 싹쓸이"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3월 한 달간 전 세계 670만 CGT(표준화물환산톤수) 중 369만 CGT를 수주했다. 이 중 상당수가 미국 선주사로부터 이뤄진 발주로, 업계는 이를 두고 "한 달간 미국 조선 수주 물량을 사실상 한국이 싹쓸이한 셈"이라고 평가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3월 한 달간 21척, 삼성중공업은 12척, 한화오션은 11척의 선박 수주에 성공했으며, 이 중 다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친환경 추진선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한국 조선업계는 그간 미국 시장에서 5% 내외의 직수출 비중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그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수주 물량과 함께 조선 산업 내 미주 시장 비중이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트럼프發 관세폭풍, 중국 봉쇄와 한국 기회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연설에서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등 특정국에 대해서는 최대 60%에 달하는 보복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은 여기에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해양 인프라 및 방산 연계 산업으로서 수입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조선업체는 이미 미국의 무역 제재 리스트에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관세율 50% 이상이 적용될 경우 사실상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미국 선주사들은 한국 조선소에 대한 발주 확대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동맹국 지위를 바탕으로 상대적 관세 우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방산 협력, 기술 공유, 에너지 인프라 교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조선업도 '전략 동맹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략은 '직수출'이 아닌 '현지화+제휴’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시장 공략에 있어 단순한 직수출을 넘어 현지화 및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 해군 군수지원선박 등 방산 분야 직접 수주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방산 조선소와 MOU를 체결하고, 군용 보급선 및 해양에너지 선박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와 고부가 LNG선 위주로, 미국 내 수요처와의 연계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수출보다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관세 우회 전략이 더 실익이 크다"며 "이제 조선업도 지정학적 산업이 됐다"고 말했다. "K조선, 지정학 타고 돛 올렸다“ 중국은 여전히 저가 수주 공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는 크게 위축됐다. 일본은 일부 기술력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력과 규모에서 한국에 밀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중가 정책을 기반으로 고기술력과 동맹 신뢰라는 무기를 동시에 갖춘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제 조선업 역시 반도체처럼 국가 간 기술 블록화와 안보 협력이 맞물리는 산업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본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금의 수주 성적표는 단순한 경기 회복의 산물이 아니라, 국제정세의 변화가 만들어낸 산업 지형의 이동"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한국 조선업계는 지정학적 파도를 타고 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3월의 성과는 그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

‘美 관세충격’ 최소화…피해 업종에 특별 정책금융·수출 다변화 지원

미국의 무관용 관세 조치로 대미(對美) 수출에 비상이 걸린 업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원책을 강화한다. 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최근 미국의 관세 조치로 부담이 커진 업종과 관련한 ‘통상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미국의 관세 부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통상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먼저 정부는 통상 마찰 가능성이 큰 주력 수출업종(철강, 반도체, 배터리 등)의 정책금융을 강화한다.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경영 위기에 몰린 자동차 산업에 2조원의 긴급 정책금융을 추가 공급한다. 이에 따라 올해 자동차 분야의 정책금융은 13조원에서 15조원으로 확대된다. 기업 분쟁 해결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해 관세대응 바우처 등 수출 바우처도 1천억원 이상 대폭 확대한다. 또 전기차 보조금 확대, 개별소비세 감면, 공공 업무차량 조기 구매 등을 통해 수출이 줄어든 자리를 내수가 메울 수 있도록 한다. 유동성이 부족해진 기업을 대상으로 ‘위기 대응 특례 보증’을 신설하고, 관세 피해 중소기업 대상 긴급 경영안정 자금 지원도 늘린다. 자금 지원 외에도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피해를 입게 될 업종에 대한 수출 다변화 및 대체시장 발굴과 같은 판로 개척 방안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중소기업 국외법인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6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신규로 투입하고, 수출바우처 물류비 한도도 기존 3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상향한다. 유망 국가 진출 기업에 대한 저금리 지원프로그램 신설, 저금리 시장진출자금 지원 확대, 신규 수출 판로 확보기업에 대한 특례 보증 확대 등 지원책도 마련됐다. 동시에 정부 R&D 투자도 대폭 확대된다. 경제적 중요성이 큰 고부가기술들을 조세특례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산업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반도체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 또 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유턴 투자 보조금’을 확대하고, 통상위기 대응 유턴기업 지원대책도 마련한다. 기획재정부는 “향후 관계 부처와 함께 중점 관리과제를 선정하고, 업종별 피해 현황을 지속 점검해 실효성 높은 대책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BK, 인수기업 현금 빼내기?'... 오스템임플란트 순익 급감에도 ‘천억 배당’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금리 대출을 동원한 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한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실적이 급락한 가운데 1천억원 규모의 배당을 단행해, 인수 기업의 자금을 사실상 회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부채를 기업에 떠넘기는 LBO(Leveraged Buyout)의 폐해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달 총 1천1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최대주주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지분율에 따라 이 가운데 892억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MBK가 오스템임플란트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인수 1년 만에 대규모 현금 회수가 이뤄진 셈이다. MBK는 지난해 1월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컨소시엄을 꾸려 오스템임플란트를 인수했다. 인수 자금은 자기자본 4천250억원에 NH투자증권 등 금융권 차입금 1조7천억원을 더해 조달했으며, 인수 직후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같은 해 8월 상장폐지를 단행하면서 오스템임플란트는 사실상 MBK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인수에 동원된 거액의 차입금은 고스란히 피인수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의 부담으로 전가됐다. 지난해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총차입금은 6천372억원으로, 인수 전인 2022년 말 4천17억원 대비 58.6% 증가했다. 창사 이래 최대치이며, 이 중 60%가량인 3천824억원은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 부채다. 고금리 상황에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실적 악화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35억원으로, 인수 전 해인 2022년(1천599억원) 대비 66.5%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33% 줄었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천221억원에서 1천44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그럼에도 1천억원의 현금배당이 이뤄지면서 배당성향은 189.9%에 달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국내 기업 평균 배당성향(27.2%)을 7배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MBK 특유의 고차입 인수 구조가 결국 기업의 실질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익성이 나빠졌음에도 막대한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단기 수익 중심’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MBK는 오스템임플란트 외에도 구강스캐너 업체 메디트에서 899억원, 치킨 프랜차이즈 BHC(다이닝브랜즈그룹)에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4천582억원의 배당을 받아갔다. 이들 모두 MBK가 SPC를 통해 인수한 기업들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배당, 자산매각 등 과도한 투자이익 회수는 단기적으로 투자자에겐 이익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과도한 금융비용과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 손해를 끼치는 루즈-루즈(Lose-Lose)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사회 내부 견제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이사회에는 MBK 고위 임원들이 포진해 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이자 오스템임플란트 기타비상무이사로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이진하 부사장도 기타비상무이사이자 투자심의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가 사실상 MBK 내부 인사들로 채워져 있는 만큼, 대주주의 자금 회수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가 고차입 구조로 기업을 인수한 뒤, 실적이 나빠져도 배당을 통해 자금을 먼저 빼가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사회에 MBK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상황에서 독립적 경영 판단이 가능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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