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의 뜻도 모르는가

‘한글’의 ‘한’은 우리 겨레를 일컫는 ‘韓’외에 ‘大’의 뜻도 지닌 말로서 직접적으로는 ‘대한제국’의 ‘韓’과 관련되는데 1910년 주시경·최남선 등이 ‘언문(諺文)’, ‘조선문자’란 명칭을 ‘한글’로 고안하였다고 전한다. 우리말과 글은 갑오경장 이후 ‘국어’ ‘국문’으로 불리었으나 1910년 국권이 상실된 이후에는 이 말을 쓸 수가 없었다. 이러한 형편에서 주시경은 ‘국어’ ‘국문’ 대신에 ‘한나라말’과 ‘한나라글’이란 말을 만들어 썼다. 그후 ‘한나라말’을 줄인 ‘한말’, 우리겨레의 말글이란 뜻의 ‘배달말글’이란 용어를 사용하다가 1913년부터 ‘한글’이란 말을 사용하였다. 한글날 기념식을 처음으로 거행한 것은 1926년인데 10월 9일이 아니라 11월 4일, 음력으로 9월 29일이었다. 음력 9월에 ‘훈민정음’을 책자로 완성했다는 실록의 기록에 근거하여 9월 29일을 반포의 날로 보고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다. 기념식을 거행하는 중에 이날을 부를 명칭으로 ‘가갸날’로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하면서 배웠기 때문이었다. 한글날을 양력으로 지내기 시작한 것은 1931∼1932년 무렵이다. 그후 양력계산을 그레고지오력(Gregorio歷)으로 하여 1934년부터는 10월 28일을 한글날로 하였고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 때 까지 지속됐다. 지금의 10월 9일의 한글날이 된 것은 1940년 7월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에 나오는 기록에 따른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 9월 상한(상순)에 반포된 것으로 돼 있어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다시 계산한 것이 10월 9일인 것이다. 한글날의 이러한 유래를 되돌아 보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국가의 처사는 잘못됐어도 너무 크게 잘못됐다. 자기나라 글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가 이 지구에 어디에 또 있는가.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정해야 마땅하다. 하기야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제외안한 것만도 다행이긴 하다./淸河

문화유산의 관광화

최근 세계각국은 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고대도시의 폐허, 고성(古城), 고궁, 사원, 박물관은 물론이고 유명문인,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의 생가와 묘소까지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관광화는 외화획득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국가이미지 홍보에다가 자국민의 자기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예술문화발전에 공헌한 인물들의 생가나 그들이 생애의 어느 기간동안 작품활동을 하며 지내던 주거지가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된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외국여행을 한 번쯤 다녀온 사람들은 그 나라 에술가의 생가나 기념관에 안내되어 관람하고 설명을 들으며 감회에 잠겼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문인이나 예술가가 몇명이나 있느냐고 반문하면 안된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서도 사랑을 받는다는 격언이 있다. 자기 자신을 멸시하면서 다른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 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내가 나를 소홀히 하고 얕잡아 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는 나를 존중히 여기고 관심을 가지라고 요구할 수가 있는가. 파리는 파리의 분위기를 지녔고 로마는 로마의 분위기를 지녔다. 아테네, 이스탄불, 카이로, 예루살렘, 델리, 방콕 등이 각기 독특한 문화분위기를 지녔듯이 한국은, 한국의 분위기와 역사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잘 보존돼 있는 문화유산마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없애려 하고 있다. 훌륭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수난을 당하는 시대이다./淸河

‘고3병’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입학 자격고사를 닷새동안이나 치른다. 이어 학군별시험이 또 있다. 교육부주관 대입자격고사의 특징으로 철학과목을 꼽을 수 있다. 다선 주제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논문형 답안을 기술한다. 대입자격고사를 끝냈다고 해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대입시험을 위해 밤을 새가며 피나는 수험준비기간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중학교졸업후 직업훈련 코스를 선택하는 고교생들이 해마다 느는 반면에 대입진학반은 줄어들고 있다. 대입진학이 줄어도 대학가기가 어려운 것은 여전히 어렵다. 프랑스 ‘고3’들 얘기다. 프랑스는 이같은 대학입학시험을 100년 넘게 실시해오고 있다. ‘고3병’은 한국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고3’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의 ‘고3’들도 대학입시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다른 것은 한국만이 ‘고3병’에 유난스럽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입시는 거의 해마다 뜯어 고쳐 왔으면서도 아직껏 갈팡질팡 하고 있다. 2000년 무시험전형이란 것도 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고3병’은 당연한 경쟁이다. 사람살이의 무수한 경쟁과정에서 첫 시련인 것이 대입시험이다. ‘고3병’을 부정적으로 보는 어른들 시각이 미래의 주인공들을 잘못 키우지 않나 싶다. 적어도 대학을 가고자하는 ‘고3’은 코피도 쏟고 잠도 제대로 못자는 프랑스 ‘고3’같은 수련을 거치게 하는 것이 정상이라 할 것이다. 우리들은 우리의 아이들을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고3병’ 배격의 과보호도 그런중에 속한다./白山

정치자금

미국도 고비용정치를 개탄하긴 한다. 그러면서도 선거법개혁등 막상 고비용제거장치같은 입법조치는 반대하는 것이 미국 정계다. 지난 97년 9월 공화당 미치맥코넬 상원의원은 4선에 도전하면서 “정치엔 돈이 필수”임을 공공연하게 주장, 선거비용 상한선도입을 반대했다. 같은해 포드 민주당 상원 부총무는 선거비용 450만달러를 감당할 수 없다며 5선출마를 포기했다. 공화당의 부시대통령 재출마때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획득을 위한 예선에 참가한 송거스 전 매사추세츠주지사는 100만달러의 빚을 진채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역시 예선에 나섰던 케리도 140만달러의 부채에 눌려 자금부족으로 물러났다. 이로써 클린턴 아칸소주지사의 민주당대통령후보가 사실상 확정지어졌던 것이다. 당시 클린턴이 모금한 돈은 820만달러로 송거스의 모금액 420만달러에 비해 두배 가까이 많았다. 이에 송거스는 “돈이 정치인들에게 어머니의 젖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의 어머니들은 가슴을 풀어놓는데 인색했다”며 지지자들의 모금액이 적은 것을 한탄했다. 2000년 대통령선거와 상·하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미국 정치판은 또한번 거센 돈바람이 일고 있다. 대선·양원의원 후보들이 동원할 선거자금을 자그마치 3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의회는 정치자금규제 개혁법안을 부결시켰다. 미국의 정치권이 개혁법안을 부결해도 타락하지 않는 것은 정치자금 모금이 투명화돼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치권은 미국처럼 정치자금이 투명하지도 못하면서 개혁입법을 자꾸 늦추고만 있다./白山

까치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영롱한 색깔을 뿜으며 물에 떠내리는 궤짝을 따라가면서 까치가 울었다는 것은 석탈해왕 탄생신화다. 까치작자인 ‘鵲’에서 한쪽을 뗀 ‘昔’을 성씨로 삼은 유래가 이에 기인한다. 견우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를 놔주는 것도 까치이며 ‘까치의 보은’이란 설화가 있다. 까치는 예로부터 이처럼 상서로운 새로 인식됐다. 유라시아 대륙의 온대와 아한대, 북미주 서부등지서 번식하며 한반도에서는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지역에서 볼 수 있는 텃새다. 길조, 익조로 민화에 많이 등장하고 동요로도 널리 노래 불리운 까치가 귀찮은 해조로 전락된 것은 시속의 변화일까. 다익은 과수원의 과일을 파먹어 과수농가의 미움을 사고있다. 전봇대에 집을 짓는 바람에 단전의 원흉으로 꼽혀 까치퇴치운동을 한전이 벌인지가 수년됐다. 흥미로운 것은 까치가 남한에서만이 푸대접받는 것이 아닌 점이다. 북한에서는 이른바 ‘김일성수령교시’로 ‘까치집 털기작전’을 주민사업으로 벌인적이 있다. 한전 김포지점이 김포시가 상징의 새로 삼고 있는 까치를 다른 조류로 바꾸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들어 김포시내 정전사고 111건중 74%에 해당하는 82건이 까치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같은 피해로 해마다 전국의 복구설비로 들어가는 돈이 자그마치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비단 한전뿐만이 아니고 전력수요가의 입장에서도 이젠 까치가 반가운 새만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전기를 모르고 살았던 조상들이 지금 사람들의 까치홀대를 알면 뭐라고 할는지. 문명의 발달은 이처럼 자연에 대한 인식의 변화까지 요구한다./白山

깨끗한 사무실

직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똑같은 자료를 두번 복사하는 경우가 있고 사무용품을 불필요하게 많이 신청해서 제대로 다 쓰지도 못하고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또 사무기기의 작동법을 잘 몰라 파지를 여러장 만들기도 하고 문서를 재작성하다가 수십장씩 파지를 내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이나 관공서 등 직장에서 이렇게 버리는 파지를 모은다면 그 양이 얼마나 될까. 또 문서를 재작성하거나 자료를 정리해 놓지않아 찾느라고 허비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자원이나 시간 모두 엄청난 낭비를 하고 있음은 추정이 가능하다. 미국 내에 있는 기업의 경우, 연간 160만조 장 이상이나 되는 종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중 13% 정도는 미숙한 기계사용으로 잘못 복사돼 나온 종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원과 시간의 낭비를 막기 위해 최근 ‘두산’등 우리나라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깨끗한 사무실(Clean Office)’이란 운동은 더러운 일이 하도 많이 벌어지는 세상이어서 그런지 신선하기까지 하다. ‘깨끗한 사무실’운동이 정착되면 비용절감과 업무효율 면에서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은 물론이다. 프린터나 복사기의 기능을 정확히 익혀 종이가 불필요하게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나 이면지를 사용하는 일, 직장 사무용품을 내집 물품처럼 아껴쓰는 일등은 내가 바로 지금 실천할 수 있는 ‘깨끗한 사무실’운동이다. ‘깨끗한 사무실’운동은 가정에서의 쓰레기 분리수거와 함께 환경오염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깨끗한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모습은 마음속도 깨끗하게 보인다./淸河

경비행기

미국은 경비행기 천국이다. 수백㎞ 떨어진 곳으로 1박2일의 주말 캠핑을 다녀오고 먼 외딴 섬에서 나들이 외식을 즐기고 그날로 돌아온다. ‘세스나’같은 경비행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문업체에서 세를 내기도 하지만 자가용 경비행기를 갖고 있는 부유층들이 점점 늘어 ‘리어제트’등 경비행기 제조업계가 호황을 누린다. 미국경제의 경기호황에까지 힘입어 경비행기 선호바람은 가속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모험심 많은 미국인들이 창공을 날으는 해방감과 함께 생활편익을 만끽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항공당국은 지난해 민간인 경비행기 운항을 20만여편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명사고는 361건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의 상업용 항공기 인명사고가 1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사고율이다. 경비행기는 아무래도 기상조건 돌변에 대처능력이 약한 탓이다. 지난 7월 케네디 2세의 경비행기 추락 사망에 이어 25일 오전(현지시각) ‘그린의 신사’라 불리운 프로골퍼 스튜어트(42)가 미 사우스다코타주 에드먼드카운터에서 역시 경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플로리다 올랜드를 출발한 그는 댈러스에 들러 잠시 일을 보고 휴스턴서 열리는 올 미 프로골프 마지막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에 참가할 계획이었다. 클린턴대통령은 빗속에도 혼자 골프를 치는 골프광 그답게 스튜어트의 죽음을 애석해 하는 애도 성명을 즉각 발표했다. 메이저대회 세차례 우승을 포함, 통산 18승의 위업을 남긴 ‘스튜어트 신화’는 결국 경비행기 추락이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프로정신

프로선수는 자신의 몸이 곧 상품이다. 이것이 프로정신이다. 요즘 국내외 유명 프로선수의 잇따른 추태는 프로정신을 잊은 처사로 스포츠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어웨이경기 7차전 삼성과 롯데의 경기를 난장판으로 만든 롯데 용병 호세의 추태도 그렇다. 호세는 롯데가 0-2로 뒤진 6회초 2사후 중월1점홈런을 날렸다. 3루를 돌때 관중에서 물세례가 날아들고 홈인해서도 1루석에서 라면국물 등이 또 날아들었다. 호세는 화를 내며 야구 방망이를 관중석에 내던지면서 장내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핵주먹 타이슨은 지난 24일 라스베이거스에서 노리스와 가진 복귀전 1라운드 종료후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는 반칙을 범해 게임이 무효화됐다. 미국 프로야구의 우상이었던 왕년의 홈런왕 행크 아론은 어느 원정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치자 관중석으로부터 “야! 이 곰아!”하는 야유를 받았으나 오히려 손을 들어 웃어보였다. “나는 오늘 영예로운 닉네임을 팬으로부터 얻었다. 곰이라고 불러준 사실에 감사한다”고 말한 것은 경기가 끝난뒤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서였다. 불멸의 프로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나에 대한 관중의 야유는 나에 대한 관심이며, 나는 그들의 관심에 흥미를 갖게해 줄 상품으로써의 가치가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한적이 있다. 관중없는 프로경기, 팬없는 프로선수는 이미 프로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프로선수는 어느 경우든 자신의 몸을 상품으로 관리할 줄 아는 철저한 프로정신의 추구가 요구된다. 관중의 야유에 화를 내거나 반칙을 일삼는 프로선수는 그 자신이 프로이기를 포기하는거나 다름이 없다.

매머드

인류는 진화사상 원인(猿人), 원인(原人), 구인, 신인, 현생인류로 분류한다. 원인(猿人)은 유인원을 닮은 인류적 특징을 지니고 있었으며, 원인(原人)은 30만∼70만년전의 화석인류에서 추정할 수 있는 형태로 뇌용량은 800∼1천200㏄정도다. 구인은 홍적세(洪積世), 즉 신생대 제4기무렵의 인간으로 지구는 이때 빙하기였다. 신인은 홍적세후기, 그러니까 1만∼3만년전의 사람으로 활과 화살등을 사용하였다. 현생인류는 신인을 직접의 조상으로 하는 현세인류를 지칭한다. 지구가 생성된 것은 약 30억년이다. 원인(猿人)을 인류의 시초로 친다해도 지구가 생기고나서 지나도 한참 지난 백만년도 못된다. 매머드(mammoth)는 인류의 구인연대에 해당하는 홍적세 빙하기의 거대한 코끼리모양의 동물이다. 이빨만도 2∼3m나 되는 거구가 긴털로 덮여있었다. 아시아, 유럽, 북미에 이르는 북반구 거의 전역에서 매머드의 뼈가 나오곤 했다. 이같은 매머드가 멸종된 것은 지구가 행성과의 충돌로 급격한 기후변화를 일으킨 탓으로 보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요즘 매머드 발굴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러나라의 과학자들이 참가한 북극탐험대가 시베리아 타이미르반도 얼음구멍에서 2만3천년전의 털복숭이 매머드를 거의 원형대로 발굴, 학계를 흥분시켰다. 키 3.6m에 몸무게가 10t이나 되는 매머드의 나이는 47세로 추정됐다. 탐사팀은 발굴된 매머드를 통해 멸종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전자를 찾아 형질이 비슷한 코끼리 난자를 통해 매머드복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복제시도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지만 자연의 법칙에 의해 도태된 매머드를 공연히 환생시키는 인간의 극성이 재앙을 자초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가요와 엔카

노래는 가사도 가사지만 곡조가 가사에 담겨있는 정서를 전한다. 가사내용을 모르는 외국인의 노래를 듣고도 감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리 노래가운데 가수 남진이 부른 ‘가슴 아프게’가 있다. 한번은 이를 애창한 일본인 친구가 ‘가슴 아프게’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한참 듣고나서 의문이 풀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걸 본적이 있다. 그러나 처음엔 ‘무네’(가슴)가 왜 ‘고꼬로’(마음)냐며 되물어 우리 말로는 마음을 더 깊게 강조하는 상징어로 ‘가슴’이라고 표현한다는 설명을 듣고나서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곡조가 가사의 정서를 전달하는 가운데도 나라마다 어법에 따라 이처럼 선뜻 이해가 잘 안되는 대목이 더러 있다. 지난 토요일 경기문화예술회관에서 한국노래를 좋아하는 일본인 열성팬들의 한국가요경연대회가 사단법인 한국가요작사작곡가협회 경인지부 주최로 있었다. 출연자들중엔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신토불이’ ‘미스고’ ‘마음이 울적해서’ 등을 열창,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것으로 전한다. 한국가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많은 것은 오래됐지만 이처럼 우리나라까지 와서 경연대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대중문화의 개방은 장차 일본 가요인 ‘엔카’도 건너오게 된다. 일본사람들이 가요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우리가 엔카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폐쇄적 사고방식이 행여 대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일본사람들이 우리 가요를 즐긴다고 해서 자신들의 혼을 잃은 것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치한 자폐의식이 아니고 온건한 마음가짐이다./白山

사람이 개구리를 닮아간다?

개구리의 신경조직은,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급작스런 변화에는 신속히 반응한다고 한다. 그래서 커다란 그릇에 개구리와 물을 넣고 아주 약한 불에서 시작하여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는 물이 점점 끓어오르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다가 결국은 죽는다고 한다. 1989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위기에 처한 개구리’라는 실험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룬 내용이다.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숫자이지만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년이고 인간은 200만년 전쯤에 생겨났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을 지구는 아름다운 모습과 풍요로움을 잃지 않고 잘 간직해 왔다. 그러나 인간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물질적인 욕망과 안락함을 위해 자신들에게 닥칠 엄청난 재앙과 피해를 생각하지 못하고 유일한 삶의 터인 지구를 지금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의 강산, 물, 공기는 깨끗했다고 회상하고 있다. 계절마다 바뀌는 색깔의 꽃과 음악과도 같은 새소리, 하얗게 내리는 눈, 비를 흠뻑 맞아도 상쾌한 추억들이 있다. 모두가 지구에 살고 있는 덕분이다. 그런데 그 지구를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환경이 서서히 파괴되어 회복하지 못할 때 까지 무심히 방치한다면 인간도 점점 끓어오른 물속의 개구리처럼 어처구니 없게 죽을 것이다. 우리는 환경이 소중함은 알면서도 실험물 속의 개구리같은 우둔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다. 나부터 먼저 병들어 신음하고 있는 지구 보존을 위해 할일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淸河

대기(大氣)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는 5주일, 물을 마시지 않고 3∼5일을 견딜 수 있지만 공기를 마시지 않고는 단 5분도 살 수 없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1.5㎏의 음식물을 섭취하고 2.3㎏ 정도의 물을 마시는데 비하여 공기는 무려 10배 이상이나 되는 15㎏정도를 호흡해야 한다. 이렇듯 인간에게 귀중한 대기의 구성성분은 질소 78%, 산소 21%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데, 산소는 약 35억년 전부터 물리·화학적 변화에 의해 생성되어온 산물이다. 사람이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대기 속의 산소농도는 20% 정도이다. 각종 오염물질 때문에 대기 중에 있는 산소농도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사람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여러 가지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된다. 대기오염은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 사용,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다섯 가지 1차 오염물질인 일산화탄소·탄화수소·질소산화물·황산화물 및 분진 등과 1차 오염물질간에 일어난 화학반응으로 생긴 2차 오염물질에 의해서 발생된다. 오늘날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대기오염의 80%, 소음의 75%는 자동차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따라서 올바른 운전습관과 경제속도를 준수하고 적기에 자동차를 잘 정비한다면 에너지의 절약은 물론 대기오염까지도 줄일 수 있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며칠전 경기, 인천, 서울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수도권의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구성한 ‘수도권 대기질 개선 광역협의회’는 때는 늦었지만 그래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대책이다. 협의회를 운영하는 당국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절실히 재인식하고 대기를 살리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淸河

김치전쟁

‘조센징기무치 쿠사이’라고 했다. 김치를 냄새난다며 이토록 혐오했다. 일제시대 당한 수모다. 그런 일본 사람들이 차츰 김치에 맛들여지기 시작하여 지금 일본의 반찬가게엔 김치가 필수품으로 진열돼 있다. 2차대전후 김치가 크게 확산된데는 재일동포들의 음식문화 영향도 한몫했다. 기업품목화하여 일본에 수많은 김치공장이 생겼다. 아무래도 자기네들 솜씨로는 제맛이 안난다하여 본고장인 우리네 주부들을 ‘기무치 센세이’로 초청, 김치공장의 선생노릇을 하게 한 것이 15∼20년 전이다. 이렇게 해서 김치담그는 솜씨를 익히고 배운 일본사람들이 지난 96년 애틀랜타올림픽땐 선수촌에 납품계약을 서둘렀다. 우리 농협이 뒤늦게나마 이를 막아 납품하긴 했지만 당시 일본은 국제사회에 김치의 종주국임을 자칭했다. 김치종주국은 정부가 3년여의 논쟁끝에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우리식으로 국제규격화하여 한국임을 못박아 두었다. 국제규격화란 김치생산에 필요한 필수원료, 선택원료, 첨가물 등을 포함한 전래수법을 명문화 한 것이다. 그러나 김치논쟁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미련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최근 일본은 무나 배추를 간장에 버무린 저들의 ‘아사즈케’란 것을 김치에 포함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로비에 나섰다. 이를테면 그러므로 하여 김치의 공동종주국의 위치를 굳히려 하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의 ‘아사즈케’는 장아찌의 일종으로 우리는 김치로 치지도 않는 것을 저들은 김치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우기고 있다. 이에 농림부는 이미 Codex에 규격화한 김치의 사례를 들어 “아사즈케는 절대로 김치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강경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본측은 ‘김치문제엔 자기들이 양보했으니 아사즈케문제는 한국이 양보해달라’며 좀처럼 집념을 버리지 않는다. 이 일이 양보받고 양보할 일도 아닌데 말이다. 정말 끈질기다.

幹部와 姦夫

세계에서 우리말처럼 어휘가 풍부하고 정서표현이 다양한 언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같은 말도 말하기 나름에 따라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또 글자로 쓰면 똑같은 말도 발음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의 언어가 되는게 많다. 예를 들면 ‘감사’는 짧게 발음하면 감독하고 검사한다는 뜻의 ‘監査’가 되는데 비해 길게 발음하면 고맙다는 뜻의 ‘感謝’가 된다. 또 ‘간부’도 짧게 발음하면 ‘幹部’가 되지만 길게 발음하면 엉뚱한 ‘姦夫’가 된다. 감사와 간부의 두 낱말은 監査와 幹部의 어휘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텔레비전 뉴스에 아주 많이 쓰인다. 대부분의 뉴스 진행자들은 이를 잘못 발음하고 있다. ‘감사원’을 ‘感謝院’으로 길게 발음하는가 하면 ‘간부회의’를 ‘姦夫會議’로 발음하는 웃지못할 실수가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또 반대로 ‘感謝’의 뜻이란 말엔 ‘監査’로 짧게 발음하기도 한다. 뉴스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특별한 자체교육이 요구된다. 발음을 잘못 보도하고도 당연한 것처럼 묻혀가는 것은 큰 언어공해다. 텔레비전 방송이 지닌 막강한 영향력은 이처럼 잘못된 언어공해까지 여과없이 대중에게 파급된다. 우리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방송이 더이상 되어서는 곤란하다. 비단 앞서 든 사례만도 아니다. 프로그램의 객원은 사투리를 써도 프로그램 진행자는 표준어를 써야 하는 것이 방송의 책임이다.

强弩末

‘강노말(强弩末)이면 불능천로호(不能穿魯縞)’란 말이 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한서에 나온다. 전한(前漢)의 경제때 화친을 바라는 흉노의 사자가 장안에 들렀다. 강경론자들은 사자를 목베어 흉노를 정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신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장로만이 반대했다. “우리 한군이 수천리밖 흉노땅까지 원정하여 싸워 이기기는 힘든 일입니다. 그곳에 도착하면 인마(人馬)가 너무도 피로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앉아서 적을 맞은 오랑케들은 거의 희생없이 우리 군사들을 저지시킬 것입니다. 강노의 마지막 힘이 노호도 뚫지 못한 것과 같사오니 차라리 화친을 받아들이십시오”하고 간언해 마침내 경제는 화친을 맺었다. 한 장로의 간언은 ‘강력한 쇠내활로 쏜 화살이라도 그것이 날으는 힘이 약해진 끝에 가서는 노국(산동성)서 짠 얇은 명주천도 꿰뚫 수 없다는 말로 아무리 강대하다 해도 종말은 아무 힘이 없게 되는 세상 이치를 뜻한다. 자고로 현자(賢者)들은 이같은 이치를 터득했으므로 강했을 때 덕을 쌓았다. 반대로 어리석은 이들은 천년만년 강할듯이 모든 것을 힘으로만 밀어 붙이다가 얼마 못가 못당할 종말을 당하곤 했다. 범부들의 일상생활도 그렇고 사업하는 이들도 이런 세상 이치를 새겨들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하는 사람들, 특히 막강한 권력을 쥔 이는 더욱 명심해 두어야 할 좌우명일 것이다.

플래카드

시위나 대회군중들이 들고 행진하는 ‘플래카드’는 원래 대문에 붙이는 광고물이란 뜻의 프랑스 말이다. 이것이 구호등이 적힌 지금의 데모 개념으로 바뀐것은 프랑소와 1세때의 삐라사건에 유래한다. 1534년 10월 17일 밤 파리 시가지는 물론이고 궁중의 황제 침실문에까지 당시 교회의 부패 타락상을 비난하는 삐라가 나붙어 이를 ‘플래카드사건’이라고 불렀다. 이 사건은 결국 미구에 일어난 종교전쟁의 계기가 됐다. 플래카드는 이제 시위등 뿐만 아니라 영리업체의 선전용으로도 널리 이용되어 시가지 곳곳에 걸려있음을 본다. 플래카드게시에는 관계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안다. 도시미관을 해칠만큼 마구 나붙은 그 많은 플래카드가 다 허가가 난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컴퓨터의 발달이 가져온 또다른 형태의 플래카드가 있다. 인터넷은 그 위력이 실로 놀라운 현대판 플래카드다. 단문의 구호가 아닌 장문의 내용이 담긴 신형 전자식 플래카드인 것이다. 이같은 문명의 이기가 음란물 구설수에 이어 사이버폭력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특정인에 대한 욕설쯤은 예사고 음해를 일삼는 얼굴없는 폭력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16세기에 일어났던 ‘플래카드사건’이 종교전쟁의 발단이 된 것처럼 21세기들어 장차 ‘사이버분쟁’이 일어나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점점 무섭게 변화해 가고 있다.白山

중양절을 맞이하여

음력 9월9일은 중구(重九), 또는 중양절(重陽節)이라고 전해온다. 이같은 명칭은 九가 양수인데 이것은 겹쳤다는 것을 이른 것이다. 속설에는 제비가 음력 3월3일(삼짇날) 왔다가 9월9일(중양절)에 강남으로 간다고 한다. 중국 고대사회에서는 9를 양수의 극이라 하여 이것이 겹친 9월9일을 큰 명절로 삼아 왔다. 그리고 이날 높은 곳에 올라가서 먼 곳을 바라보며 고향을 생각하였다고 한다. 음력 9월은 추수의 계절, 국화의 계절, 단풍의 계절이다. 옛 사람들이 이 좋은 시기를 그냥 보냈을 리 없다. 중양절은 중국에서 큰 명절로 여겼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절기가 늦어 추석에 햇곡식을 거두지 못하면 추석차례를 중양절에 지내는 풍습이 있었고 성묘도 이날 하였다. 또 이 날은 국화구경을 즐겼다하여 상국일(賞菊日)이라고도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부터 중양절을 명절로 정하여 잔치를 베풀어 임금과 신하가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삼짇날과 중양절 두 차례에 걸쳐 노인잔치를 크게 베풀어 경노사상을 드높이는 동시에 조상에게도 차례를 올렸다. 지방에 따라서는 이날 성묘하고 시제를 지내기도 한다. 또 문인들은 단풍 든 산과 계곡을 찾아 음식과 술을 즐기며 시를 짓고 풍월을 읊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 단풍놀이는 서민층에까지 번져 봄철 화전놀이처럼 단풍놀이를 즐기기도 하였다. 오늘날 즐기는 단풍놀이와 학생들의 가을 소풍은 이같은 옛 조상들의 풍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할수 있다. 이 세상은 어려운 일도 많고 복잡한 사건도 많지만 아무튼 계절은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 되었다. 중양절을 맞아 일상사 잠시 접어 두고 단풍 드는 자연의 섭리에 잠겨봄직도 하다./淸河

전국체전 정신

한 세기 전 개항으로 세계를 향해 바다의 문을 열었고, 다가오는 2000년에는 동아시아의 중심 공항으로 하늘의 문을 열게 된 인천에서 지금 제80회 전국체육대회의 열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종합우승 4연패가 낙관적인 경기도와 개최지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3위 입상을 목표로 한 인천시가 선전에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각 시·도간의 지나친 경쟁심과 스포츠맨쉽의 실종으로 전국체전이 얼룩지고 있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체급 경기에서는 계체량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부상 등을 이유로 기권, 상당수 경기들이 열리지 못하고 있고 육상과 수영에서 등위에 들지 못한 선수들은 중도 포기하기가 일쑤다. 또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의자를 걷어차는 등 소란이 끊이지 않아 모처럼 체육관을 찾은 시민들의 눈쌀을 찌푸르게 하고 있다. 임원이 심판석으로 달려가 욕설을 퍼붓기도 했는데 이런 불상사는 각 시·도간 경쟁심도 그렇지만 경기에 임하는 일부 선수들과 지도자의 자세에 큰 문제가 있다. 모든 경기는 물론 이기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정당당한 승리여야 한다. 경기를 하는 사람은 경기를 사랑하고 즐기며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여 그 성과에 만족해야 한다. 또 경기를 심판하는 사람은 규칙에 따라 엄정하게 다스리고 경기를 명랑하게 이끌어야 한다. 선수와 심판, 그리고 체육지도자가 스포츠정신을 망각하면, 이번 전국체전은 자칫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게 된다. 전국체전 정신은 체육을 통한 국민화합이다. 관람인이 없는 체육경기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淸河

전화

말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유선이나 무선으로 보내어 다시 말로 재생하는 것이 전화다. 1876년에 발명돼 미국의 뉴욕∼보스턴간에 처음 개설되었다. 국내엔 1882년 3월 전화가 들어와 실험통화를 했다는 설이 있으나 구체적인 것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1893년 3월 궁내부에서 전화가설을 추진하다가 동학혁명에 이어 청일전쟁이 일어나 중단됐다. 최초의 전화는 1896년 서울∼인천간에 개통됐다. 이 전화로 김구가 명성황후 시해에 격분, 일본군 중위를 살해해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 인천 감옥에 고종이 전화로 형집행을 면제케 했다는 일화가 있다. 초기엔 전화를 어화통(語話筒), 전어통(傳語筒)이라고 했다. 체신기념관에 소장된 1905년의 전화번호부인 ‘각전화소청인표’에는 서울 50명, 인천 28명, 수원·시흥 각 1명으로 나타났다. 1950년대까지 자석식이었다가 공전식으로 발전한 것은 1960년대였다. 전화통화에 교환원이 필요없는 지금의 다이얼로 바뀐 것은 1960년대 후반이다. 그러나 전화놓기가 마치 하늘의 별따기처럼 꽤나 어려웠다. 전화매매에 요즘 돈으로 치면 수백만원상당의 권리금이 붙기까지 했다. 이토록 전화놓기가 어려웠던게 1980년대 들어 흔해지면서 전국 어디든 전화없는 집이 거의 없게 됐다. 전화보급이 1천만대를 돌파한 것이 7∼8년전으로 기억한다. 90년대 중반부터 이동통신이 활성화하면서 전화사정은 또 한번의 혁명을 가져왔다. 웬만한 사람치고 휴대전화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급속 확산돼 1천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얼마전에 있었다. 이제는 휴대전화가 아무데서나 마구 터져 신종공해로 등장할 지경이다. 자동차는 많아도 자동차문화가 없는 것처럼, 전화는 많아도 전화문화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게임 감상법

고대 그리스인들은 스포츠경기를 즐겼다. 스포츠행사를 종교행사로 삼기도 했다. 특이하게 알몸으로 경기를 벌였다. 고대 올림픽같은 당시의 스포츠엔 여자종목이 없었으므로 알몸경기는 물론 남자들 뿐이었다. 관객은 여성에게 허용되긴 했으나 기혼자에 국한, 미혼여성들에겐 관람불가 구역이었다. 처음부터 알몸스포츠였던 것은 아니다. BC720년에 열린 고대올림픽에서다. 스파르타선수 오르십포스가 달리기를 하다가 아랫도리를 휘어감아 허리에 맨 천이 떨어졌으나 주워맬 시간이 없어 그대로 달린 것이 효시가 되었다. 철학자 플라톤(BC427∼347)은 그로부터 3백수십년뒤의 사람이다. 그런 플라톤이 “외국사람들은 그리스인들이 알몸으로 경기하는 것을 우스꽝스럽게 여기지만 우리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 것을 보면 알몸스포츠는 꽤나 장구하게 이어졌던 것 같다. 현대스포츠는 알몸일 수 없는 대신에 유니폼의 간편화를 최대한 추구한다. 여자육상선수들이 배꼽쯤 드러내는 것은 배꼽T가 나오기 전부터 예사다. 88서울올림픽의 히로인 조이너가 매니큐어 귀고리에 가벼운 화장까지 한채 경기를 한 뒤로는 개인종목의 여자선수들은 몸치장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남자선수들도 비슷하다. 농구의 경우 팬츠길이를 줄일 것을 검토한 적이 있는데 언젠가는 짧아질 것이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인천체전을 관전하면서 가지각색의 시·도별 유니폼, 선수들 표정 등을 관찰해 가며 보면 한결 더 흥미로울 것이다. 현대스포츠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승부 못지않은 활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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