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 새해 남북관계 전망]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접경지 통일경제특구, 남북 공동번영 이끌 마중물”

▲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일경제특구가 유지되면 남북 경제적 상호이익과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무드 조성을 통해 남북 공동 번영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전형민기자
▲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일경제특구가 유지되면 남북 경제적 상호이익과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무드 조성을 통해 남북 공동 번영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전형민기자

“남북 관계가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남북교류사업 탄력이 기대되는 만큼 경기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들이 중·장기계획을 수립,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초 답방 예정 등 새해 한반도 평화무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64)는 본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남북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과 경기도민들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유 교수는 경기 북부 지역의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 뛰어난 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며, 평화 통일을 위한 대비책으로 통일경제특구 조성의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남북관계 훈풍에 따라 경기도 접경지역의 통일경제특구 유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경기도 북부지역의 대비책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한반도의 관문인 경기도가 교류협력의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경기 북부는 주로 군사시설이 밀집한 접경지역이어서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핵심 개발 기대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경기 북부지역은 경의선 철도를 이용해 개성·평양으로 가는 핵심 관문으로, 지리적으로도 휴전선에 인접해 남북 간의 통로로서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통일경제특구를 공약한 만큼 관련 법안 통과 등 실현 가능성도 높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경기도내 시·군들 간의 지속적 사전 대비·협력이 본질적인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단기계획에 따른 난개발이 아닌 장기계획을 수립해 지역경제를 성공적으로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

경기도 차원에서도 정부와 협력해 해당 기초단체와 주민들이 기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경제특구가 유치되면 남북 경제적 상호 이익과 한반도 긴장 완화 및 평화무드 조성을 통해 남북 공동 번영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남북경제통합에 대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투자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특구가 유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북한 투자는 불안전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통일이 이뤄져 북한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경기 북부지역이) 교류·협력 단계에서의 가장 안전한 투자 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물류 단지, 공단 등을 설립하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사전 준비에 나서야 한다.

남북 경제협력에서 중요한 것은 인프라 확보와 투자 안전성, 평화 상징성의 확보인 만큼 북한의 법제·금융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종합적 자문 기구 설립도 필요할 것이다.

- 2018년은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2019년 새해 한반도 평화무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아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미북정상회담이 잘 성사돼서 종전선언을 이끌어낼 경우 국제 사회의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남북관계 발전의 지렛대 역할을 할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아직은 부족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장에서는 핵 포기에 따른 경제적 효과보다 핵 보유가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은 미북정상회담으로 넘어갔다. 미국의 하원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등 완전한 핵폐기를 요구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게 강경하게 나올 수도 있다.

즉, 북한이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 긴장감이 더 고조될 우려가 상존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이끌어내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평화무드를 지속하는 노력도 경주해나가야 한다.

북한이 예정된 타임테이블대로 행보를 다면 남북·미북 정상회담의 시너지 효과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북정상회담 스케줄에 따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스케줄이 늦춰질 수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우선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미북정상회담의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쪽으로 전략을 틀어야 한다.

미북정상회담 이전에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져도 완전한 비핵화 등에 대한 결심을 내리지 못한다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력을 통한 큰 전환점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에서는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전망은.

김 위원장이 판문점선언과 평양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비핵화 추진에 대한 약속을 내놓았지만 이에 따른 보상 청사진을 받지 못해 협상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지금 당장 낙관적·비관적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

물론 김 위원장이 보상 부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비핵화를 하기 위한 노력을 국제사회에서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 진영에서도 북한이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충분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모두 김 위원장이 답방했을 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여야는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야 하고 큰 틀에서 협력해야 하며 정부도 협치의 새로운 모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 남북 군사분야 합의 부분 등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데.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의 여야 간 대립구도는 오히려 북한에게 민주주의 제도 아래 건강한 공론의 장으로 보여질 수 있다. 서해북방한계선(NLL)의 경우 북측의 NLL 인정 문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과 정부 간 신중하고 치밀한 토론을 통해 보완해 나가면 될 문제다.

무엇보다 여야 간의 협상안을 만들어 이를 갖고 북한과 협상하는 게 중요하다. 북한 역시 우리 측 억류자들을 즉각 송환하는 등의 인권 조치를 취하면 보수 진영의 반대 의견을 완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즉, 정부가 김 위원장의 방남 이전에 인권문제에 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한다면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유엔 제재로 인해 경제적 지원을 약속할 수는 없지만 보수 진영의 적개심을 완화시킬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 판문점선언 국회비준안에 대한 여야의 대립도 지속되면서 해를 넘겼다. 판문점선언 국회비준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판문점선언은 남북 정상 간 정치적 의지 표명 성격이 강해 형식과 내용 면에서 구체성이 미흡한 측면이 있다. 판문점선언은 북한이 비핵화의 구체적 실행계획이나 진전된 표현을 담고, 이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는 발전된 차원의 선언이 아니었다. 이는 마치 비핵화를 담보로 한 백지수표를 주는 것과 같다. 여당은 남북 관계를 전적으로 끌어가겠다는 생각을 갖기보다 여야 간의 협의를 시도해 안전장치를 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 문희상 국회의장은 김 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국회에서 연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사실상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김 위원장의 국회 연설을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하는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북한 지도자가 국회 연설을 한 전례가 없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연설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의 의회정치 면모를 전달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선 각 당 대표들이 전체적인 흐름을 막지 않는 한도 내에서 김 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적당한 반대 의견을 표출하거나 소수 정당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김 위원장의 연설 내용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고민의 흔적 등 발전적 내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억류돼 있는 우리 국민을 서울 답방 이전에 송환하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이는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는 보수 진영의 반발 심리를 완화시키는 데도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보다 이를 유도해서 김 위원장 방남 반대입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천안함 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며 용서를 구할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부분은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다뤄야 하며, 역사의 장으로 논의를 넘기는 등 엄숙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 위원장에게 해당 사건에 대해 단적으로 언급하게 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김재민·정금민기자

유호열 교수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정치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정치학 박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정치법제도분과위원회위원장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소장

▲한국정치학회 회장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국방부 국방개혁위원

▲6.25전쟁납북자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북한연구학회 회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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