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 통일 미래도시 경기] 전쟁의 아픔 깃든 파주 장파리

전쟁 상흔 씻고… 테마마을 명소로 부활

■ 6ㆍ25 역사 고스란히 간직

최접경지역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마을은 6ㆍ25전쟁으로 인해 잉태된 1950~60년대 한국 사회의 두 모습을 고스란히 역사로 간직하고 있다.

지형이 ‘마루처럼 길다’ 해서 장마루라고도 불리는 장파리 마을은 6ㆍ25전쟁 전에는 한강변 긴 언덕이 칡넝쿨로 뒤덮일 정도로 칡이 많아 칡마을로도 잘 알려졌지만 당시 여느 마을과 같이 가난에 찌든 곳이었다.

이 마을 토박이인 정필원씨(57ㆍ전 푸른파주21사무국장)도 가난 때문에 정규 중학교도 가지 못했다. 그는 “공부는커녕 흰쌀도 구경하지 못했던 가난이었다”며 “이 가난이 언제쯤 극복될까 중얼거리며 하늘을 보며 한탄도 많이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중 발생한 6ㆍ25전쟁은 마을 모습을 확 바꿔 놓았다. 전쟁 직후 임진강 건너 DMZ 인근 JSA(공동경비구역)에 주둔하며 파괴된 교량, 건물 등을 복구하던 미군 28연대(공병대) 등이 부대 복귀하거나 휴가를 위해 머물면서 마을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근 파평면 자장리와 적성면 고란포마을 주민들이 모여 마을 세(勢)를 형성한 장파리 마을은 미군 주둔에 따라 상주인구 5천여명, 유동인구도 3만여명이 넘쳐날 정도로 활기가 돌았다.

정씨는 “전쟁 후 열세살때 집 근처 재건중학교가 생겨 어렵사리 (중학교)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며 “미군이 지원하는 학용품으로 글자그대로 ‘주경야독’으로 공부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재건학교는 미 28연대 파킨슨 중령이 한국인 도움으로 장파리마을 10대 청소년들을 모아 중학교 과정을 진행했던 교육기관이었다. 그러나 미군이 떠나고 60여년이 지난 지금, 마을은 큰 변화가 없다.

당시 미군상대로 운영되던 ‘라스트챈스 클럽’ 등이나 ‘천주교장파공소’, 리비중사가 건설해 전쟁중 군 작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리비교’, 이발소 등이 여전히 이용되거나 영업중이다.

2013년부터 장파리마을로 이주, 영화테마마을 구상을 하며 라스트챈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윤상규 설치작가는 “1950~60년대 장파리마을은 농사보다 미군을 상대로 한 공연문화가 발달됐었다”며 “상업적으로는 크게 번성했지만 일반인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정체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주시와 장파리를 안전마을로 만들어 막걸리제조, 꿈꾸는 장터 등 테마를 도입, 수익창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마을부활을 예고했다.

장파리 마을은 그렇게 분단의 아픔을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채 또다른 변화를 꿈꾸고 있다.

▲ 1950년대후반에 미군에 의해 지어진 장파리마을 재건중학교 모습.

■ 통일을 준비하는 도시 파주

2015년 1월말 현재 인구 50만 명에 가까운 파주시는 이제 1950~60년대 미군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운명을 맡기던 도시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LCD(액정디스플레이)단지가 있는 첨단산업도시다. 또한 세계인이 찾는 안보관광도시로서 대한민국미래 희망 DNA를 보유하며 통일을 준비하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파주는 우선 철도와 도로구축망으로 통일대박을 노리는 도시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국토교통부 차관급 출신인 이재홍 파주시장은 취임초부터 ‘통일이 파주희망이다’라는 신념으로 SOC(사회간접자본)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501마리를 이끌고 북한으로 넘어갈 때 이용하던 통일로가 비좁아 제2통일로 노선지정 및 도로승격을 고시하고 남북한 대표적인 육상통로로 파주를 통한 북측연계 도로망사업인 서울~문산간도로를 올해 착공, 향후 평양까지 연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접경지역 파주 등 10개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남측접경지역 230㎞를 동서로 잇는 동서평화고속화도로 건설을 위해 타당성용역도 준비중이다. 무엇보다도 파주는 철도망 구축에 통일 승부수를 띄웠다. GTX(수도권급행열차)ㆍ지하철 3호선 파주연장구현이 곧 통일도시 파주성장의 밑바탕이라는 인식이다.

김윤정 파주시 기획팀장은 “경의선 도라선역에서 북으로 쭉 뻗은 기찻길 위에서 중국을 지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만나는 상상을 하게 된다”며 “시는 통일 밑그림을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GTX파주연장안 등이 철도로 중국-러시아 경제협력확대ㆍ통일을 앞당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2030 파주도시기본계획도 새로 짰다. 인구 70만을 대비해 파주 도시공간구조를 4개권역 1개축으로 구분,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 세계적인 LCD생산기지인 LG 디스플레이 전경. 파주경제를 떠안고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DMZ세계평화공원과 유엔5사무국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DMZ내 유일한 대성동마을에 2017년까지 48억원을 들여 주택보수, 상수도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남북이 대치된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는 ‘임진강’과 ‘DMZ’ 두 테마를 국제적 안보관광지로 조성하는 등 통일을 대비한 관광산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라전망대를 내년까지 80억원을 들여 새로 단장한다. 오는 9월 도라산역에 독일 베를린장벽과 동서독을 운행했던 열차를 들여와 전시, 관광상품화하는 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또 농업의 6차산업화를 위해 200억원을 들여 탄현면 통일동산내 장단콩 웰빙마루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미군이 떠난 공여지 개발도 활발하다. 캠프 그리브스를 역사공원 등으로, 에드워드는 한국폴리텍대학 경기북부캠퍼스로 개발하는 등 다양한 유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나부터도 1950~70년대 파주에서 무척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왔다”는 이재홍 시장은 “이제 파주는 미군 주둔에 따른 이미지를 벗고 한해 예산만 1조원 가까운 부강한 도농복합도시로 대한민국 통일을 이끄는 희망도시가 됐다”고 자부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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