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영어마을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다. 파주영어마을의 경우, 지난 2006년 이후 누적 적자가 16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676억원을 들인 양평영어마을(캠퍼스)과 84억원이 투입된 안산영어마을(캠프)은 경기도 직영으로는 경영기준점을 찾지 못해 이미 오래전 부터 민간에 위탁운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 경우, 그동안 운영비를 보조한 것은 물론이고 내년부터는 이들 영어마을에 대한 유지·보수비까지 지원해야 할 형편이다.
물먹는 하마다. 모두 세금이다. 만약, 경기도가 행정기관이 아니고 민간기업이었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영어마을을 바로 잡으려면 과거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지나온 길에 반성의 답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초중반 영어마을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대박 상품이었다.
해외 어학연수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으로 허덕이는 서민들과 저소득층을 위해 이에 버금가는 환경을 갖춘 영어교육장을 만들어 그 수요를 충당하자는 것이었다.
그 시초는 경기도였다. 경기도는 안산시 대부도에 있던 청소년수련원을 지난 2004년 8월 23일 대한민국 최초의 상설 영어마을로 문을 열었다.
개원이 되자마자 초창기에는 각급 학교의 영어교육을 위탁하고 해외 생활 및 언어연수와 동일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이에 탈력을 받은 경기도는 두 번째로 2006년 3월 파주에 또하나의 캠프를 열었다.
이어 2008년 3월에는 양평캠프가 양평군 용문면 다문리에 문을 열었다. 이 두 곳은 각각 무려 6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문제는 ‘영어마을의 영화(榮華)’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을 내다보는 혜안(慧眼)이 짧았던 것이다. 아니면 단체장들의 인기영합주의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정책적 판단 오류다. 왜냐하면 다른 곳은 몰라도 파주영어마을은 그 것을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파주영어마을 위치는 당초 경기도가 국기원 유치를 포함한 ‘태권도 공원’ 조성을 염두해 두고 구입한 부지였다.
전세계 수천, 수억명의 태권도인들을 한국으로 유인해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면모와 위상을 정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경기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심기위한 초석이었던 것이다.
물론 당시 대한태권도협회장과 태능에 있는 국기원의 이전도 어느정도 내락을 받을 상태였다. 그런 곳이 영어마을로 변모하면서 태권도 공원은 결국 경기도의 품을 떠나 전라남도 나주로 날아가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결론을 내야 할 때다. 현재 경기도는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세수가 2천억원 이상 걷히지 않으면서 도대체 SOC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도청의 광교 이전까지 늦추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공무원들에게 물으면 10명 중 9명은 “할 수만 있으면 매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끌어 안고 있으면 있을 수록 지방재정은 더욱 축날 수밖에 없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래서 최근에 경기도의회에 매각을 포함한 영어마을 경영정상화 용역결과를 보고 했다. 의원들의 상당수가 매각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유는 “그래도 사교육 기관보다 저렴하고 저소득층 자녀들을 수용해야 한다”, “교육은 투자이고 공익기관이 이를 담당해야 한다” 등의 논리다.
두 의견이 모두 일견 일리가 있다. 문제는 이렇게 팽팽한 의견대립 속에서 곪아 터지는 것은 지방재정이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기도민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영어마을을 언제까지 지방자치단체가 끌어 안고 있어야 하는 지, 고민하고 매각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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