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빈 영어마을, 이미 잉여마을 전락

[애물단지 영어마을 이대론 안된다] 1. 제모습 잃어버린 ‘파주캠프’
돈벌이 오토캠프장만 ‘북새통’

道가 유일하게 운영 5년간 적자 160억대

안내요원 없고 정문은 굳게 닫혀 있어

폐가 연상… 정작 영어교육은 실종

해외 어학연수에 버금가는 교육 환경을 갖춘 영어교육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생겨난 ‘영어마을’이 경기도에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지난 2004년 문을 연 안산캠프를 시작으로 2006년 파주캠프, 2008년 양평캠프까지 총 3개의 영어마을을 보유하고 있는 도는 이들 영어마을에서 매년 발생하는 수십억원의 재정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안산캠프와 양평캠프를 외부 교육기관에 위탁, 현재 파주캠프만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도가 운영하고 있는 파주캠프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재정 적자가 160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해 직원 다수를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본보는 4차례에 걸쳐 영어마을 파주캠프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경기영어마을 파주 캠프. 도내 3곳의 영어마을 중 유일하게 도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하지만 추석 명절과 개천절 사이 징검다리 연휴였던 지난 2일 경기영어마을 파주 캠프는 개장하지 않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한산한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정기교육과정은 진행되지 않는 휴일이었지만 일일관람객들의 관람을 허용했음에도 불구, 정문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으며 공항을 연상시키는 ‘영어마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안내요원 한 명 없이 관광지도조차 몇 부 배치돼 있지 않아 관람객을 맞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더욱이 할로윈 이벤트를 위해 곳곳에 설치해 놓은 모형 거미와 박쥐, 거미줄 등은 마치 영어마을이 폐가가 된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

영어마을의 메인 거리라고 할 수 있는 ‘market st.’에는 손님이 뚝 끊겨 상인들의 한숨만 가득했다.

지난 2006년부터 이곳에서 영어관련 서적을 판매해온 박기양씨는 “개장 초반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며 거리에 배치했던 외국인들을 모두 철수시키고 이벤트도 하지 않자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다” 며 “현재 이곳 상인들은 평일에는 하루 3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곳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사정인 것이다. 상점들이 다 문을 닫으면 그땐 정말 영어마을은 끝인 것 아니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영어마을 내부 시설에 관람객을 찾아볼 수 없어 이렇듯 한산한 가운데 사람들이 북적인 곳이 있었는데, 영어마을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6월 영어마을 외곽 부지에 오픈한 ‘오토캠프장’이었다.

캠프장에는 휴일을 맞아 가족단위로 이곳을 찾은 7~80명가량의 도민들이 여유롭게 캠핑을 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파주캠프를 바라보면 이곳이 영어마을인지 사설 캠프장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파주캠프 관계자는 “최근 캠핑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오픈한 오토캠프장은 평일과 휴일 구분없이 만석을 유지하고 있다”며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직원들이 쉬고 있어 내부 시설이 한산한 것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 등을 통해 내부 시설 관람객 증대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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