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濕地)는 물에 잠겨 있는 땅이다. 연못, 늪이나 호수, 하천, 밀물 때 수심 6m 이하 갯벌을 습지라고 한다. 전 세계 습지 면적은 850만㎢로 중국 국토 면적 960만㎢의 89% 정도 된다. 우리나라는 연안습지의 갯벌이 281.5㎢, 내륙습지는 11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습지는 육상 생태계와 물 생태계의 경계에 있어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다. 습지식물은 어패류의 먹이가 된다. 습지는 물새를 위한 먹이와 서식처도 제공한다. 지구상 어느 생태계보다 동식물이 잘 성장한다. 습지는 쏟아지는 빗물을 저장해 홍수를 조절하고 지하수도 보충한다. 지구 전체로 봤을 때 습지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곳이다. 지구 전체로 이탄(泥炭)습지에 축적돼 있는 탄소의 양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총량의 60%에 해당한다. 이탄습지는 바닥에 쌓인 식물체가 완전히 썩지 않고 부분적으로 석탄으로 바뀐 습지다. 습지는 물속에 녹아 있는 오염물질을 제거·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주변에서 흘러드는 오염된 물을 깨끗한 물로 정화한다. 습지는 자정능력이 뛰어나 ‘생태계의 콩팥’으로도 불린다.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습지가 농경지 확장이나 갯벌 매립으로 점점 사라져 가자 1960년 국제 수금(水禽·물새)류 조사국(IWRB)이 나섰다. 철새들이 국경을 넘어 어느 나라 습지에서도 살 수 있게 하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여러 차례 국제회의 끝에 1971년 이란 해안휴양지 람사르(Ramsar)에서 습지보호 국제협약이 채택됐다. 158개국이 가입했고 우리나라는 1997년 101번째로 동참했다. 강원도 대암산 용늪이 ‘람사르 습지’로 처음 등록한 이후 국내 최대의 창녕 우포늪, 신안 장도습지, 순천보성벌교 갯벌, 제주 물영아리오름, 태안 두웅습지, 울주 무제치늪, 무안 갯벌,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오대산 국립공원 습지, 제주 물장오리 습지 등 11곳이 등록됐다. ‘환경 올림픽’으로 불리는 람사르 총회 열 번째 행사가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주제로 28일부터 8일간 창원을 중심으로 경남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람사르 협약’ 정신은 ‘습지의 현명한 이용’이다. 람사르 총회를 유치한 나라답게 습지가 잘 보전돼야 하는데, 수선만 요란하게 떨다가 그만두는 정부가 문제다. /임병호 논설위원
오피니언
임병호 논설위원
2008-10-3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