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리자_ 화성시] 병원찾아 삼만리... 서러운 화성 서부

서신·팔탄 등 병원 부족에 원정진료, 골든타임 놓칠 우려도
최상의 의료 인프라 동탄과 대조... 市 "서부에 종합병원 유치 모색"

의료는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다. 사회안전망의 최전선이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 의료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인구 90만에 육박하는 화성시에서도 신·구 도심 간 의료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화성시의 의료 불균형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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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권 의료 공백… 아프면 큰일

화성서부권인 서신면 매화1리. 이곳엔 병원이 A내과와 B치과, C한의원 등 의료기관이 단 3곳 뿐이다. 오후 8시까지 운영되는 C한의원을 제외하면 마감시간은 모두 오후 6시다.

진료과목이 한정적인 데다 운영시간도 짧은 탓에 당장 진료가 급한 매화1리 주민들은 약 7㎞ 거리에 있는 송산면이나 약 15㎞ 떨어진 남양읍 소재 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이 때문에 자칫 야간 응급상황이라도 발생하면 골든타임을 놓쳐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팔탄면 창곡2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가까운 병원이라고 해봤자 마을에서 약 3km나 떨어진 D내과와 치과 2곳이 전부였다. 이들 세 병원은 모두 오후 6시30분에 진료를 마감한다.

팔탄면에 거주하는 A씨는 “3년 전에 자주 가던 병원이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었다”며 “서부지역 주민들은 아프면 이렇게 곤경에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서부지역과 달리 동부지역에 속하는 동탄1동 행정복지센터 인근에는 수십개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서 인지 개인병원 50여개가 성업중이다. 산부인과와 성형외과, 피부과 등 서부지역에선 찾아보기 힘든 병원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병원들은 의료 수요를 감안해 진료 마감시간도 평균적으로 오후 7~8시다. 일부는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기도 한다.

특히 이곳에서부터 약 1km 거리엔 24시간 응급의료센터를 운영 중인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도 자리 잡고 있어 최상의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탄에서 만난 B씨는 “동탄에 살면서 의료와 교통, 교육 등 분야에서 부족함을 느낀 적은 없다”며 “다만 인구밀집도가 높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동부권 의료기관 533개소 편중

화성시 지역 격차가 의료와 같은 사회 필수분야의 불평등까지 초래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화성시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는 크게 동부(도시)지역과 서부(농·어촌)지역으로 나뉜다.

시 전체 면적(6억9천940만9천008㎡) 중 동부지역은 12%(8천484만338㎡)를, 서부지역은 88%(6억1천456만8천6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수는 시 전체 인구(89만4천587명) 가운데 동부지역이 56만87명(63%), 서부지역이 33만4천500명(37%)으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의료기관의 경우에도 동부지역은 533개소에 달하는 데 반해 서부지역은 321개소에 머무르고 있다.

그 중 종합병원급은 동부지역에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원광종합병원 등 2곳, 서부지역에 ▲화성중앙종합병원 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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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동부지역에 위치한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경기일보DB

도시(인구)가 다수 형성돼 있는 동부지역에 의료기관(의료인)이 집중되면서 지역 간 의료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응급과 심뇌혈관질환, 고위험 분만 등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에선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021년 지역사회건강통계를 보면 동부지역의 ‘혈당수치 인지율’은 평균 1.39에 달했으나 서부지역은 0.92에 머물렀다.

‘뇌졸중 조기증상 인지율’도 동부지역은 1.02인 반면 서부지역은 0.99에 그쳤다. ‘주관적 건강 인지율’ 또한 동부지역은 1.07, 서부지역은 0.89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사망자 수도 대조적인 양상을 띤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동부지역 사망자 수는 918명인데 반해 서부지역은 1천197명에 육박했다.

이에 시는 동·서 지역 간 균형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부지역 종합병원 유치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제테마파크 조성 시 의료 관광특구를 지정하는 등 관광과 의료를 결합, 병원 유치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다만 국제테마파크가 오는 2026년께 개장하는 점, 시 자체적인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의료격차 현상이 개선되는 데까진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시 인구 1천명 당 병상 수는 6.6병상으로, 도내(10.22병상) 지자체 중 가장 낮다. 전국(평균 13.6병상)을 기준으로 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시 관계자는 “의료를 포함한 동·서 불균형 현상이 심각한 사실을 시도 인식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면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전문가 제언

“지방 소멸, 대형병원 부재가 주 요인…정부 노력 절실”

전문가들은 지역 간 의료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크게 ‘지방 소멸’과 ‘대형병원 부재’로 꼽았다.

박재현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는 “사람들이 교육과 문화, 복지 등 사회 인프라를 고려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그럼 당연히 지방이 소멸될 수밖에 없다. 의료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환자가 지불하는 돈에 의해 유지된다. 이는 다른 말로 환자가 줄면 수익이 줄고, 수익이 줄면 유지가 안 된다는 말”이라며 “그래서 시골부터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의료격차는 도시와 시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종합병원과 같은 큰 병원이 불균등하게 분포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비슷한 인구수(약 20만)를 가진 이천시와 강원도 강릉시만 봐도 그렇다”며 “이천시는 수도권인데 전국에서 사망률이 제일 높고, 강원도 강릉시는 지방인데 전국에서 사망률이 제일 낫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의료격차를 해소키 위해선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지방 활성화’와 ‘대형병원(공공의료시설) 건립’이 추진돼야 하는데, 지자체와 민간의 노력만으론 금전적·행정적 한계가 뒤따른다는 판단에서다.

박 교수는 “지역이 살아야 병원도 산다”며 “지방경제를 살리면서 주거와 문화, 교육 등 인프라를 구축해 살고 싶은 지방을 만들어 주면 큰 틀에서 의료격차가 개선될 여지는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공공의료시설은 전체 의료시설의 20%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공공의료시설을 확충해 경찰과 소방처럼 의료를 공공재로 만드는 것도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흔히 의료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지역도 의료 수요가 충분하다”며 “그런데 그 지역주민들이 마땅한 의료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큰 도시로 나가서 치료를 받기 때문에 의료 수요가 없다고 판단, 큰 병원이 들어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이든, 민간이든 대형병원이 있어야 의료격차가 해소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며 “민간이 투자하지 않는 지역에 정부라도 우선적으로 대형병원을 지어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공의료시설의 경영 방식과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교수는 “사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차이가 없다. 수가제가 같기 때문”이라며 “즉 살아남기 위해선 민간병원과 똑같이 경쟁해야 하고, 적자가 나면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예산 전반이 국비로 들어가게 되면 수가제에 제한받지 않게 돼 지금까지 민간에서 하지 않았던 진료를 보는 등 차별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그게 아니더라도 외상센터나 소아 집중치료실 등 필수의료에만 예산제를 도입해도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제도는 중증 질병을 앓는 국민들이 지역에서 좋은 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이 제도는 지역에 큰 병원이 없으니 진료권을 크게 만들어놓고 ‘거기에 하나 있다’라는 식의 생색내기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한 상급종합병원제도는 그런 지역의 병원을 투자하고, 육성해서 대형병원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또 아픈 국민이 그런 병원을 쉽게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화성=박수철·김기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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