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패러다임 바꾼 여주] 코로나 모범도시 ‘우뚝’… 발빠른 ‘방역혁신’ 빛났다

은밀한 감염·해외 변종 바이러스 유입 등 선제 방어
전통시장·관공서 등 다중이용시설 ‘안심존’ 지정하고
전국 첫 신속 PCR 도입 시간떮비용 절감 시민 91% “만족”
수원·서울·인천·원주 등 타 지자체 ‘벤치마킹’ 쇄도

이항진 여주시장이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이항진 여주시장이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4차 유행까지 우려되고 있다. 무증상·경증 감염자발(發) ‘조용한 전파’가 이어지는데다 다중이용시설 등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속출하면서 신규 확진자도 700명대로 올라섰다. 변이 바이러스 국내 전파사례도 속속 확인되고 있어 방역당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주시가 기존의 방역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신속 PCR(Polymerase Chain Reaction:표적 핵산을 증폭해 검출하는 검사법) 검사로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여주시가 선제적으로 대응한 신속 PCR 검사를 통해 자치방역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방역 패러다임도 바꿨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본보는 이에 신속 PCR 검사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여주시는 재래식 5일장과 관공서 등지를 ‘코로나19 안심존’으로 지정,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누리고 있다. 지역 내 감염도 대체로 사라졌다. 1시간 이내 결과를 알려주는 신속 PCR 검사 가치를 정확하게 인식한 여주시의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방역행정 덕분이다. 신속 PCR 검사는 6시간 이상 걸리는 기존 PCR 검사 시간을 1시간 정도로 줄이면서도 정확도도 높다. 기존 PCR 검사는 검사부터 결과까지 빨라야 6시간이다. 반면, 신속 PCR 검사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시약 사용을 통해 검사시간이 1시간 이내로 줄고, 나이팅게일센터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면 원스톱으로 결과까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신속 PCR 검사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신속 PCR 검사 진단장비 가격은 기존 PCR 검사 진단장비(6만2천원 기준)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 비용은 검사기법 개선으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속 PCR 검사는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페루나 태국 등은 공항 등지에서 빠른 진단검사기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국내에서 개발된 신속 PCR 검사 제품은 중동과 인도, 동남아 등지에도 수출되고 있다. 특히 여주에서 사용 중인 신속 PCR 검사 진단장비는 코로나19 청정국으로 알려진 두바이에 올해 2월 이후 월간 100만 키트씩 수출되고 있다.

■ 신속 PCR 검사 도입한 여주시의 혁신적 자체 방역실험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여주시는 검사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을 줄이는 게 방역 핵심이라는 사실을 파악, 전국 최초로 신속 PCR 검사를 도입했다. 그 결과 성과는 놀라웠다.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나이팅게일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1월 이후에는 자영업자들이 평소와 다름 없이 계속 영업 중이다. 그런데도 실질적인 지역 내 감염이 타 시ㆍ군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현재까지 4개월 동안 주민 6만7천명이 검사받았고, 이 과정에서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감염자 22명을 찾아냈다. 여주는 신속 PCR 검사로 확진자를 사전에 빠르게 조치, 하루 확진자가 1천여명 발생한 3차 팬데믹 속에서도 28일 동안(1월16일~2월12일) 확진자 ‘제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타 지자체보다 안심하면서 생활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검사를 받은 주민 중 91%가 만족한다고 대답한 만족도 조사결과에서도 입증됐다.

■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게 검사받을 수 있는 방역시스템 구축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여주시는 지난해 12월28일 여주교도소에 나이팅게일센터를 설치하고 교도소 직원과 수감자 1천892명이 신속 PCR 검사를 통해 이틀 만에 전원 음성판정을 받았다. 지난 1월25일 전국 최초로 전통시장에 이동검사소를 설치, 상인과 주민이 신속 PCR 검사를 통해 ‘안심 5일장’을 개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전통시장을 폐쇄한 지 59일만이었다. 지난달 30일 여주 세종문화재단이 주최한 ‘양성원&문지영 콘서트-첼로의 향해’ 공연장에도 이동검사소를 설치, 전국 최초로 관객과 스텝, 출연자 등 150여명이 신속 PCR 검사를 받고 안전하게 공연을 즐겨 공연업계에 대안을 제시했다.

■ 무증상 확진자 조기 발견으로 지역확산 사전 차단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신속 PCR 검사로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 22명을 발견했다. 이 중에는 하루 1천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물류센터에서 직원 1명, 하루평균 2만명이 다녀가는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직원 1명, 불특정 다수와 접하는 택시기사 가운데 1명, 수천명이 한번에 집회를 여는 종교시설에서 1명 등을 조기 발견해 대규모 집단감염사태를 막았다. 서울시 순천향대병원 발(發) 집단감염 발생 직전에 퇴원했으나 역학조사에서 제외돼 자택에서 거주하던 중 집단감염 소식을 보고 자발적으로 신속 PCR 검사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 2명을 조기 발견, 지역확산도 빠르게 차단할 수 있었다.

■ 기존 PCR 검사 대비 검사비용 대폭 절감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신속 PCR 검사 단가는 건당 2만9천원으로 선별 PCR 검사 단가 6만2천원에 비해 50% 저렴하다. 여주시 검사인원 6만6천여명을 대입하면 20억7천여만원을 절감, 향후 풀링방식 도입 시 80%까지 절감이 예상된다. 여주시 신속 PCR 검사 성과는 이미 입증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와 정세균 총리가 우수 사례로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신속 PCR 검사 필요성에 다수 지자체와 기관 등이 공감했다. 신속 PCR 검사 도입을 위해 수원시, 인천 서구, 서울 송파구, 원주시 등과 서울대, 문체부, 강원랜드 등의 벤치마킹이 쇄도하고 있다. 전남 영암군도 산업공단 근로자 대상 신속 PCR 검사를 도입, 지난 3월2일 중대본 회의에서 우수 수범사례에 선정됐다.

■ 국가적 차원의 방역 패러다임 변화 추진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여주시가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여주시 신속 PCR 검사는 민감도와 특이도 모두 100%로 질병관리청이 승인한 제품을 사용 중이다. 여주시가 현재까지 신속 PCR 검사를 받은 6만7천여명 중 108명에게서 양성 의심이 나왔고, 이 중 65명이 양성으로 판정됐다는 건 6만7천여명을 검사, 음성자 없이 확진자 65명을 정확하게 찾았음을 입증한다. 수치로 나타내면 민감도 100%, 특이도 99.94% 등이다. 여주시가 시행 중인 신속 PCR 검사가 얼마나 정확한 검사인지를 입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산발적인 대규모 집단감염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3명 중 1명이 숨어 있는 무증상 감염자이다. 감염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은밀한 감염과 변종의 해외유입도 계속되고 있다. 전염성·독성이 더 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남아공·브라질·미국 변종이 모두 유입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증상 감염자를 1명이라도 더 찾아내는 게 먼저인지, 정확도를 빌미로 현재의 방역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게 정답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경직된 검사·추적과 과도한 사회적 거리두기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여주시의 신속 PCR 검사 시행에 따른 성공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어야 대면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

여주=류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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