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기업 벼랑끝… 신속한 지원 절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섬유기업 밀집단지를 이루며, 섬유 원단을 최단기간에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는 포천ㆍ양주지역 섬유기업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출물량은 물론이고, 내수 소비마저 뚝 끊기면서 고사 직전에 몰렸다. 게다가 외국인 근로자부터 감원 칼바람이 시작됐고,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폐업을 준비하는 등 지역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섬유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나 지자체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심각한 섬유기업 상황을 김병균(55) 경기북부환편공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부터 들어 보았다.
-섬유업종 중 부가가치가 비교적 높은 환편기업 상황은 어떤지.
환편기업들은 지난해 6천5백만 불가량을 수출했다. 그런데 지금 미국 수출은 뚝 끊기고 겨우 일본, 미주지역에 전년 대비 20%가량의 물량이 나가고 있어 이미 주3일 주야 근무에서 주4일 주간 근무로 전환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편직과 염색은 업종 특성상 주 6일에 24시간 체재가 돼야 채산성이 맞다. 그럼에도, 정부가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에 시간단축까지 결정함으로써 어려움을 겪던 차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악화일로를 겪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환편 기술은 중국도 아직 넘보지 못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이번에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섬유기업들의 근로자 감원이 심각하다는데.
섬유기업은 포천 1천600여 개, 양주 1천400여 개 등 총 3천여 기업에 무등록 공장도 수천 개에 달한다. 섬유기업 대부분은 외국인 근로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번에 위기가 닥치자 외국인 근로자부터 내 보내고 있다. 그다음 해고 대상은 누구겠는가. 포천ㆍ양주지역에는 대략 2만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불법 체류자 포함)가 있는데 이들이 내몰리면서 심각한 지역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일부 기업에서는 정상화될 때까지 월 50만 원으로 생계를 유지해 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강제 퇴직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내몰리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안은 없는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들어오지 못해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 일시적으로 취업시키는 방안을 포천시가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좋은 방안으로 꼭 추진됐으면 한다. 농가도 농번기 때만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3∼4개월 후 기업이 정상화될 때 다시 돌아가면 된다.
-정부가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5억 원한도로 자금을 지원한다는데.
현장에서 느낄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신용도와 재무제표, 담보요구까지 평소와 전혀 달라진 것 없는데 받을 기업이 있겠느냐. 신용도가 낮은 7등급∼10등급의 기업이 어렵게 대출을 받는다 해도 년 7%라는 살인적인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수천억 원의 중소기업 지원자금이 있으면 무엇하나. 탁상행정으로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안타깝다.
-실질적인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능력이 안 되는 기업에도 한시적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보증 특례제도를 더 완화해 자금이 지원되도록 하고, 이자도 절반 정도를 부담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특히, 무등록 공장도 사업자인 만큼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끝으로 정부나 지자체에 건의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섬유ㆍ염색공장으로 인해 함께 공생하는 작은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지역경제 근간을 이루고 있다. 모기업들이 무너지면서 이들도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질적인 지원이 1∼2개월 안에 이뤄지지 않으면 포천ㆍ양주 섬유기업들 80% 이상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현장에 와서 기업들이 힘겹게 버티는 것을 보고 생색이 아닌 실질적으로 기업이 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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