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늘푸른노인복지관 실버 DJ들, 따뜻한 사연과 7080 추억·낭만 선물

나이는 숫자에 불과… DJ 도전한 어르신 7명
직접 쓴 대본 읽으며 뮤직박스서 라디오 방송
“복지관 1만2천여 회원들의 편안한 쉼터 되길”

군포시 늘푸른노인복지관 1층 카페 ‘추억 DJ 뮤직박스’에서 번개미팅으로 만난 (왼쪽부터)김석임, 김도연, 유중희, 권영일, 안금란 DJ.
군포시 늘푸른노인복지관 1층 카페 ‘추억 DJ 뮤직박스’에서 번개미팅으로 만난 (왼쪽부터)김석임, 김도연, 유중희, 권영일, 안금란 DJ.

25일 오전 10시께 군포시 늘푸른노인복지관에 다다르자 부드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1층 입구와 로비, 카페, 식당 등에 잔잔히 흘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목소리가 들린 뒤 양희은의 잔잔한 노래가 들려왔다.

노래의 진원지는 늘푸른노인복지관 내 1층 카페 ‘추억 DJ 음악실’의 뮤직박스. 멘트의 주인공은 유중희씨(65)로 이곳 음악실 실장이다.

늘푸른복지관은 지난 2월 중순부터 뮤직박스를 운영, 1만 2천여 회원에게 추억과 낭만을 선사하고 있다.

1970~80년대 크게 유행했던 음악다방을 연상케 하는 뮤직박스는 어르신 디스크자키(DJ)들이 직접 엄선한 음악과 신청곡, 사연 등을 전하고 있다.

어르신 DJ는 복지관 측이 지원자를 모집해 전문DJ를 통한 강도 높은 훈련(?)과 소질 테스트를 거쳐 최종 7명이 활동 중이다. 권영일(82ㆍ여) DJ가 가장 연장자이며 안금란, 김석임, 김도연, 오흥조, 이순옥, 그리고 유 실장이다. 60대부터 80대까지 적지않은 연륜임에도 목소리와 몸짓에는 에너지가 넘친다. 대기업 간부, 대학교 직원, 국제학교 교사, 영어강사, 한국무용 강사 등 전직도 다양하다.

권영일 DJ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 즐겁다”며 자신이 직접 작성한 시나리오 대본도 보여준다. 이들은 그날그날 시나리오와 곡 선정, 큐시트(방송순서)를 자신들이 직접 작성해 방송한다.

매주 월ㆍ수ㆍ금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또 오후 2시부터 각각 3시간씩 뮤직박스를 운영한다. 인기가 좋아 2기를 선발해 매일 뮤직박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추억 DJ 음악실에는 현재 500여 장의 LP 판이 소장돼 있다. 상당수는 이곳을 이용하는 복지관 회원의 기증으로 이뤄졌다. 유 실장과 어르신 DJ들은 “매우 고마운 분들이고 감사한다”며 “복지관 1만 2천여 회원이 음악도 듣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군포=윤덕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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