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지위승계 힘써야 진정한 명장
직업훈련원 세워 후학양성 결실 맺겠다
“빵은 과학이고 학문이며 배울수록 무궁무진해서 많은 노력과 공부를 해도 새로운 빵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깊이 들어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빵이지요.”
군포시 외곽에 한옥을 빌려 빵집을 차린 대한민국 제과 명장 홍종흔 대표의 빵을 대하는 생각이다.
지난달 문을 연 ‘홍종흔 베이커리 산본점’은 주부들의 습격(?)으로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이다. 충북 진천이 고향인 홍종흔 명장은 고등학교에 다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도포기하고 서울 빵집에서 일하는 둘째형에게 빵 공장 취업을 부탁하면서 제과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건물주가 장사가 잘된다는 이유로 임대료를 4배 인상해 쫓겨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홍 명장은 제과업에 뛰어든 지 32년이 되던 지난 2012년 제과명장에 선정됐다.
홍 명장은 “빵만 잘 만든다고 해서 명장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명장이란 각 산업 현장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직종의 숙련기술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숙련기술자의 지위승계에 공헌한 사람이어야 한다. 또 후학양성에도 힘을 써야 한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부지런함과 끈질긴 노력이 없으면 소비자들이 빵을 외면한다”고 말한다.
요즘 그는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들 때문에 문을 닫는 동네 빵집들을 보면 가슴이 많이 아프다. 이에 새로 빵집을 개점하려고 준비할 때면 동네 빵집들이 주변에 없는가 확인하고 진행한다는 홍 명장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과 제자들이 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창업비용의 절반은 내가 부담한다”라며 “영업이 잘되면 반을 돌려주고 혹시나 영업이 안 돼서 문을 닫을 때면 돌려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명장에 오른 홍 명장은 아직도 새벽 5시면 일어나 빵을 만들고 있다며 “가끔 술을 많이 먹거나 몸이 피곤해서 일어나기 어려울 때에도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한다”고 웃는다.
일본 동경제과학교와 독일 바인하임 분데스팍스쿨 국립제과학교를 수료한 그는 “명장이 빵집을 차리면 모두 성공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명장일수록 고집이 세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기보다 본인의 취향에 소비자들이 맞추기를 바라는 때문이다”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찾기 위해 엄청난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홍종흔 명장은 “앞으로 제과제빵 직업훈련원을 설립해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리고는 향후 다시 제과제빵사로 돌아가 소박하게 나만의 빵을 만드는 최후의 결실을 맺고 싶다”고 밝혔다.
군포=김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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