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평화공원·항파두리 항몽유적지 등 방문
자선가 김만덕 기념관서 ‘함께 사는 삶’ 고민
청소년들 역사의 현장 둘러보며 뜻깊은 시간
‘2018년 군포시 청소년 탐라역사 문화탐방’에 참여한 중학생들의 소감이다. 군포지역 학생들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제주도를 방문해 탐라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아픈 과거의 현장을 돌아보는 등 뜻깊은 역사탐방의 시간을 가졌다.
‘군포시 청소년 탐라역사 문화탐방’은 군포시가 주최ㆍ주관하고 경기일보사가 후원했다. 역사탐방에 참여한 학생들은 지난 2월 군포의 책인 ‘뺑덕’(2016),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2017),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2018)와 제주 관련 서적인 ‘거상 김만덕(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순이삼촌’,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 등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 선발된 30명이다.
3일 오전 6시 군포시를 출발한 탐방단은 4시간 후인 10시께 세계자연유산 제주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탐방단은 조선시대 제주 출신 거상이자 여류 자선가인 김만덕 기념관을 방문해 김만덕의 가정환경, 성장 과정, 객주운영 철학 및 어려운 환경에서도 전 재산으로 양곡을 구입해 제주민을 구한 기민구호 활동 등의 설명을 들었다. 학생들은 김만덕의 정신을 되새기며 ‘성공에 대한 욕심보다는 함께 사는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탐방단은 문화해설사로부터 “제주 4ㆍ3 사건은 무장대와 토벌대 간 무력 충돌과 토벌대 진압과정에서 2만 5천~3만 명의 제주민이 집단 희생된 비극으로, 이러한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후 희생자들의 고혼이 깃든 ‘너븐숭이’ 현장을 바라보며 영령들을 위로했다.
탐방단 학생들은 “광주에서 일어난 ‘5ㆍ18 민주화운동’은 여러 매체를 통해 알고 있었으나, 제주 4ㆍ3 사건은 이번에 읽은 제주 관련 책을 통해 알게 됐다”며 “아픔을 간직한 4ㆍ3 사건 현장을 보면서 너무 슬픈 역사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을 둘러본 탐방단은 우리가 지켜야 할 세계유산이자 제주 일경(一景)인 성산일출봉을 찾았다. 이맘때 찾는 성산일출봉은 오전엔 바다에 낀 짙은 해무 속에 갇힌 신비로움을, 오후엔 따사로운 햇살로 말미암은 녹색의 비단길을 연출하기 일쑤다.
탐방단이 오후 일정으로 찾은 성산일출봉은 파랗게 펼쳐진 바다와 봄 새싹들이 올라오는 녹색으로 물들어 세계 제일의 자연유산을 뽐내기라도 하는 듯 청명한 자태를 보여줬다. 보통 정상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리지만, 탐방단 학생들은 40~50분 만에 정상에 올라 갔다 와 체력 또한 우수생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숙소로 돌아온 학생들은 현원학 제주생태연구소장이 진행하는 ‘제주 자연생태’ 특강을 들으면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둘째 날에는 고려 삼별초가 항몽투쟁을 벌인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를 찾았다. 항몽유적지는 역사적인 장소인 동시에 계절별로 아름다운 꽃밭으로도 유명하다. 벚꽃, 해바라기꽃, 코스모스, 배롱나무, 청보리…. 지금은 유채꽃이 활짝 피었고 청보리도 푸르게 물들어 많은 행락객이 사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문화 탐방단원들.
이어 ‘알쓸신잡’에서 소개한 추사 김정희 선생 유배지인 ‘제주 추사관’을 찾았다. 추사관은 조선 후기 학자이자 예술가인 추사 김정희 선생의 삶과 학문, 예술세계를 기리고자 2010년 5월 건립됐다. 추사기념홀을 비롯해 3개의 전시실과 교육실, 수장고 등의 시설을 갖추고, ‘예산김정희종가유물일괄’, 추사 현판 글씨, 추사 편지 글씨, 추사 지인의 편지 글씨 등을 전시하고 있다. 추사관은 김정희 선생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세한도’(1844년 국보 180호)를 모티브로 설립해 눈길을 끌었다.
추사관을 나온 탐방단은 ‘흰 소’와 ‘황소’를 그린 천재화가 이중섭 작가의 미술관과 거리를 찾았다. 미술관은 서귀포로 피난 와 살았던 이중섭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일본인 아내와 주고받은 자필편지가 보관돼 있다.
인근에는 마흔 살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화가 이중섭을 기리기 위해 피난 당시 거주했던 초가를 중심으로 이중섭 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중섭 거리에는 이중섭의 그림이 들어간 기념품숍, 각종 공예품숍, 편집숍이 즐비하며 수제버거, 피쉬앤칩스 음식점 등 젊은이에게 인기 있는 맛집도 눈에 띄었다.
탐방단은 서귀포 중문에 있는 탐험가 로버트 리플리(Robert Ripley)의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에 들러 ‘로버트 리플리’가 35년간 198개국을 여행하며 찾아낸 신기하고 기묘한 물건 700여 점을 관람했다. 1989년 통일을 이룬 독일의 무너진 베를린 장벽,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 조각, 유니콘 뿔을 가진 남자 등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한 이 세상에서 가장 진귀하고 미스터리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저녁을 마친 학생들은 탐라탐방에 대한 조별ㆍ개인별 발표를 들으면서 역사탐방의 의미와 느낀 점을 서로 나누었다.
마지막 날에는 수목원 테마파크인 ‘아이스 뮤지엄’을 방문해 트릭아트 체험과 얼음동굴에서 봄날 크리스마스 체험을 즐기고, 제주도인 탐라의 개국신화 장소인 ‘삼성혈’을 둘러봤다. 이어 DAUM(다음) 카카오 본사를 방문해 진로체험 학습시간도 가졌다.
역사탐방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 같은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책으로 보고 느끼는 역사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돌아보면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이번 탐라역사 체험의 계기를 만들어준 군포시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군포=김성훈기자
※ ‘2018년 군포시 청소년 탐라역사 문화탐방’을 행정적으로 지원해준 군포시 관계자와 제주도청 이중환 기획조정실장, 고길림 제주부시장, 김길범 제주도청 홍보기획담당에게 지면으로 나마 감사의 뜻을 전한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 ‘4·3사건’ 세상에 알려
‘2018년 세계문화유산 제주도, 군포청소년 탐라역사 문화탐방’을 진행하면서 많은 학생이 독후감을 쓴 ‘순이삼촌’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주에서 ‘순이삼촌’ 비석을 마주한 학생들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으리라.
‘순이삼촌’의 작가 현기영 선생은 1941년 제주에서 태어나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로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제주 현대사의 비극과 자연 속의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작품을 써왔다.
산본중 현채원 학생(3학년)은 “‘광주 5ㆍ18’에 대해서는 학교 수업시간과 영화 관람 등으로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제주 4ㆍ3 사태’는 단답형으로만 조금 알고 있었다. ‘순이삼촌’을 읽으면서 제주 사투리가 격하게 나와 몇몇 문장은 이해도 안 가고 게다가 배경 해설도 없어 답답하고 어려워 읽다가 포기하려 했었다”며 “역사의 부끄러운 민 낯 앞에서 서로 용서하고 직시하는 법을 익혀 더 나은 역사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어야 하겠다”고 설명했다.
당동중 신류민 학생(3학년)은 “이 이상한 세상은 항상 죽음 후에야 그 원통함과 억울함을 알아준다. 그렇기에 제주도 4ㆍ3 항쟁 희생자들의 억울함과 실체 또한 그 많은 생명을 잃은 후에야 밝혀졌다. 사람들은 꼭 강자 앞에선 약자가 되고, 약자 앞에선 강자가 되는 비굴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장중 안보미 학생(1학년)은 “‘순이 삼촌’을 읽고 4ㆍ3 사건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다면 나는 평생 이 사건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제주도 4ㆍ3 사건에 대해 생각해보고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4ㆍ3 사건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학생들이 독후감을 심사한 경기일보 김종구 논설실장과 이연섭 논설위원은 마무리 총평에서 “대단히 훌륭한 독후감들이다. 이번 행사를 추진하는 취지도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며 “제주 4ㆍ3 사태를 접하는 독후감에서는 특히 그런 노력이 돋보이고, 책의 내용을 충실히 해석하는 접근방식들이 좋았다. 4ㆍ3 사태에 그치지 않는 사고의 확장도 엿볼 수 있다. ‘노잣돈’을 소재로 한 책을 선택한 응시자들이 많으며, 나이 또래에게 맞는 가벼운 공감을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또한,“일부의 아쉬운 점은 서술 기법의 지나친 확대는 핵심을 놓치기 쉽다. 사고 역시 또래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글에 대한 욕심에 묻힐 때 흔히 겪는 오류다”라며 “그럼에도, 응시작의 대부분은 군포지역 학생들의 우수한 작문과 풍부한 상상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고 총평을 밝혔다.
군포=김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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