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천 사후환경영향조사, 알고보니 ‘엉터리’
오성화력발전소, 전문업체에 위탁
4시간 조사 물고기 한마리도 못잡아
평택시 쓴소리, 어민들 “우롱당했다”
업체 “지침따라 진행… 문제 없다”
평택 오성복합화력발전소에서 방류되는 온배수로 진위천 상류의 생태계 교란이 현실화(본보 5월11일 1면)된 가운데 11일 이뤄진 사후환경영향조사가 형식적인 엉터리 조사에 그치면서 조사에 함께 참여한 평택시 공무원과 어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사후환경영향조사가 앞으로 2017년까지 1년에 세번씩 예정돼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성복합화력발전소와 시 등에 따르면 발전소는 지난 2013년 준공 후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5년간 사후환경영향조사를 받는다.
이에 발전소 측은 생태계조사 전문업체인 H업체와 5년간 17억원에 위탁조사를 맡겨 조사하고 있다.
이 같이 매해 이뤄지는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 생태계 변화의 움직임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진위천에는 어종의 변화와 서식지 이동 등 생태계 교란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어민과 시측이 지난 3월3일에 발전소를 방문해 명확한 원인 규명을 요구했고 이날 시와 어민 대표가 함께 참석한 가운데 사후영향평가조사가 진행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발전소에서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궁안교 인근에서 조사 전문업체 직원 7명이 투망 1개와 대나무로 엮은 그물인 족대 1개로 사후환경영향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조사가 시작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시 관계자와 어민들 입에서 쓴 소리가 나왔다.
현지 조사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투망은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던져졌고 그 결과 물고기는 한마리도 못잡았다.
이를 보다 참지 못한 어민 대표가 대신 투망을 던지는 시범을 보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민 대표 L씨는 “투망이나 족대를 잘 다루지도 못해 물고기를 잡지도 못하는데 과거에 이뤄졌던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겠느냐”며 “조사가 엉터리여서 우롱당한 느낌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오후 1시20분께 발전소 상류 쪽에서 진행된 조사도 마찬가지였다. 하천에 던진 투망이 돌로 된 지대에 걸리면서 투망이 훼손됐고 이에 다시 투망을 사러 가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이 같은 조사가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됐지만 잡힌 물고기는 단 한마리도 없었다. 그물에 걸린 것은 달랑 낚싯대 미끼, 죽은 물고기 뿐이었다. 지난 10일 오전 발전소 인근 진위천에서 어부가 불과 1시간 동안 강준치 60마리와 잉어ㆍ붕어 6마리를 잡은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결과다.
시는 “현재 이뤄지는 사후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상위 기관인 한강환경유역청에 의견을 전달해 문제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어민 대표도 이와 마찬가지로 어민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해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H업체는 “환경부에서 고시한 전국자연환경조사 지침을 따라 조사를 시행해 문제가 될 게 없다”라고 말했다.
최해영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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