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서 소 구제역… 방역 구멍 뚫렸다

올 겨울 한우농가서 첫 발생 방역초소와 불과 3~4㎞ 거리
평택·여주 등 6개시 이동 금지

▲ 안성과 용인에서 각각 소와 돼지의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수도권 축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6일 안성시 죽산면의 한 농장에서 예방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돼 살처분을 면한 소들이 축사 밖을 내다보고 있다(왼쪽). 한편 같은날 돼지 구제역이 발생한 용인시 원삼면 한 축산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늦은 저녁까지 돼지 수백여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안성의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안성시 등 당국의 허술한 방역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더욱이 구제역이 발생한 이 농가는 지역 방역망의 중심역할을 하는 방역초소와 불과 3~4㎞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방역초소 운영 자체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 등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안성시 죽산면의 한 한우농가에 대해 구제역 확진 판정을 내렸다. 올겨울 들어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이 농가에서는 모두 47두의 소가 사육되고 있으며 1마리가 구제역 판정을 받았다. 해당 농가 반경 3㎞ 이내에는 100여개 농가, 소 4천500여두와 돼지 1만4천여두가 사육되고 있어 연쇄 피해마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 농가는 안성시가 지역 방역망의 중심역할을 위해 설치한 방역초소와 불과 3㎞가량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안성시는 지난달 3일 경계지역인 충북 진천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12일 후인 15일부터 죽산면 두교리 17번국도에 방역초소를 설치한 뒤 방역활동에 펼친 바 있다. 안성시 등 방역당국의 안일한 대응과 전시성 행정에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장주 A씨는 “공무원들의 안일한 늦장 행정에 수년 전 발생했던 구제역 악몽이 떠오르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이 위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안성시 관계자는 “충북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죽산면과 일죽면에 각각 12월15일과 31일 방역초소를 설치했으며 더이상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용인의 돼지 농가 두 곳에서도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농민들은 물론이고 인근 주민들마저 공포에 떨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안성 한우농가가 지난 4월과 11월 백신 예방접종을 맞았고 항체까지 형성된 사실을 접하고는 예방접종도 무용지물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비치고 있다.

안성지역 한 농민은 “백신을 주기적으로 접종했고 축사 소독도 철저히 하는데 구제역이 발생했다”면서 “예방접종을 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도는 안성과 용인에서 구제역이 추가 발생함에 따라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천·용인·안성 등 구제역 발생지역뿐 아니라 인접지역인 평택·여주·광주 등 6개 지자체 소재 전 축산농가의 가축과 분뇨의 이동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돼지는 향후 10일 간 출입을 금지하고 분뇨는 30일간 반출이 금지된다.

김성식 도 동물방역위생과장은 “7일부터 농가와 접촉이 잦은 도내 도축장 10개소와 사료제조사 13개소를 비롯, 도내 전 축산 관련 시설과 농가에 대해 일제소독을 실시한다”면서 “일제소독 후에도 축산관련 차량은 반드시 거점소독시설에서 소독을 실시하고 ‘소독필증’을 휴대토록 해 농장과 도축장 간 전파 위험을 사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박석원ㆍ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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