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소까지… ‘구제역 악몽’ 덮친 안성·용인·이천은
“수년마다 되풀이되는 재앙에 환장할 노릇입니다”
안성의 한 한우농가와 용인 돼지농가 두 곳에서 잇따라 구제역 확진판정이 나오면서 인근 축산 농민들은 우려와 걱정을 넘어 불안에 떨고 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 6일 오전 11시40분께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안성시 죽산면 A씨의 한우농가 주변에는 ‘출입금지 방역본부’라고 적힌 경계선이 칼바람 속에 요동치고 있었다.
구제역 소식을 접한 탓인지 농장 주변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나온 인력이 취재진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마을로 진입하는 골목길에는 축산위생연구소 남부지소의 방역 차량이 차가운 소독약을 흩날리며 좁은 진흙길을 수시로 오가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하얀색 방역복을 갖춰 입은 방역당국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외부인 등 모든 출입을 통제하고 방역활동에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예방접종으로 항체가 생긴 소에서 구제역 확진판정이 나오면서 인근 농민들의 불안은 점점 고조됐다.
인근 한우농장주 A씨는 “구제역 발생 농가도 예방접종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구제역에 걸렸다면 막을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와 함께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두창리와 인근 가재월리 돼지사육 농장 부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은 두 곳의 돼지농가 주변 농민들도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특히 용인시가 구제역 발생 농가 반경 3㎞이내 돼지농가 25곳(2만8천두)에 대해 이동제한을 한 탓에 원삼면 가재월리와 두창리 일대는 평소와 달리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한 농민은 “백신을 접종했지만, 구제역이 발생해 너무 불안하다”면서 “더는 구제역이 확산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한숨만 쉬었다.
앞서 구제역이 발생해 8일이 지난 이천 역시 주요 길목에 설치된 4개 방역초소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축산 농가별로 자체 방역에 나섰다. 하지만 몇년전 이미 ‘자식같이 키운’ 소와 돼지 상당수를 살처분해야 했던 농장주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지난 2010년 소 500여두를 살처분해야 했던 농장주 J씨(51)는 “4년 전 보다 사육 두수를 크게 줄였으나 이마저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걱정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축사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수·권혁준·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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