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패션마을, 무명 르네상스시대 연다

SLOW FASHION 양주시, 새로운 도전

얼굴을 스치는 바람결에서도 가을 분위기가 잔뜩 묻어난다.

이 가을 무렵에 만날 수 있는 애잔한 추억이 서려 있는 것이 목화다. 목화는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

목화 다래가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이 즐겨입던 옷이 흰색의 무명 옷이었다.

이 무명옷은 바로 목화솜에서 뽑아낸 실로 만들었다. 목화는 예전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딸을 시집보내려면 제일 먼저 준비하는 혼수품이었고 목화솜을 두툼하게 넣은 누비이불은 일등 혼수품이었다.

1970년대 화학섬유인 나일론이 들어오면서 목화는 어느샌가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없게 돼 버렸다. 집집마다 누비이불 대신 가벼운 화학솜을 넣은 ‘카시미론’ 이불이 차지했다.

하지만 요즘 이맘때 양주시에 가면 흐드러지게 핀 목화밭을 만날 수 있다. 양주시는 2012년부터 고읍동 일원 3만3천여㎡ 부지에 전국 최대 규모의 목화밭을 조성했다.

시는 이 목화단지에서 수확한 무명을 이용해 전통을 복원하면서 일자리 창출 등을 이끌어 내는 ‘슬로우(Slow) 패션’ 사업을 선도하는 창조지역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2015년 창조지역사업에 선정… 일자리·부가가치 창출 ‘기대감’

양주시는 지난 9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공모한2015년 창조지역사업에 ‘무명 복원을 통한 슬로우패션마을만들기 사업’을 신청, 대상사업으로 최종 선정됐다.

창조지역사업은 창조혁신 역량을 갖고 각 지역의 자원을특화 발전시켜 경제ㆍ사회·문화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나가자는 사업이다.

핵심은 적은 예산을 갖고도 창조적 발상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고, 각 지역 고유의 특색있는 콘텐츠 만들기에 집중해 주민들의 자긍심 고취와 ‘살고 싶은 내 지역’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양주시가 추진하는 슬로우패션마을 만들기사업은 지난2012년부터 양주시 고읍동 일원에 전국 최대 규모로 조성한목화밭에서 수확한 목화로 무명을 제작하고 이를 패션에 접목하는 사업이다.

무명 전시관, 체험장, 슬로우패션 활성화 사업 등 총 사업비 8억4천만원 가운데 90%인 7억5천600만원을 국비로 2016년까지 지원받게 된다.

시는 관내에 섬유 인프라가 구축된 점을 착안해 유행 위주의 ‘패스트(Fast) 패션’에서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고 친환경적인 ‘슬로우(Slow) 패션’ 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창조지역사업을 구상했다.

슬로우패션사업이 정착되면 지역특화자원으로 브랜드화 하고 전통자원의 가치가 복원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통해마을공동체 활성화와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부가가치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선조들이 사랑하던 섬유 무명… 전통적 직조법 완벽한 복원

최근 슬로우푸드가 농촌사업으로 각광받듯이 슬로우패션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정성스레 무명을 짓고자투리까지 아껴 보관하던 조상들의 마음처럼 오래 간직하고싶고, 친환경적이며 윤리적인 슬로우 패션에 대한 관심 또한높아지고 있다.

무명은 고려말 문익점이 들여와 보급ㆍ생산함으로써 의류혁명을 가져와 가난한 서민층에게까지 따뜻함을 보급하던직물이었다.

하지만 구한말 일본으로부터 서구의 방직기술이들어오면서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급기야 1970년대 보급된화학섬유인 나일론으로 사실상 그 명맥마저 단절돼 이를 복원 보존하고 관리해 전통을 계승할 의무가 우리 세대에 있다.

우리나라 전통 3대 직물 중 삼베, 모시, 명주 등은 국가의 정책적 지원 아래 지역별로 특화 직조돼 보존기술이 전승되고 대중들에게 특산물로 판매되고 있는 반면 구한말 이전 600여년간 우리 민족의 의복으로 사랑받던 무명은 재배에서 직조까지전 과정을 복원할 수 있는 기능자가 현재 국가기능 보유자 1명뿐인데다 그나마 노령이어서 기능자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양주2동 주민센터가 기능인 양성에 나서 지난 3월 주민센터 2층에 작은 작업장을 마련하고 지역주민 가운데 예전직조경험이 있는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현재 1차로 8명을 양성하고 있다.

시는 전시관에 의복의 변천과정과 무명 직조과정 전 과정을 전시하고, 목화에서 목화솜을 채취하고 솜이 실이 되고 천으로, 이어 옷이 되는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 체험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직조 기능인 양성부터 명품 브랜드화까지 입체적 사업 진행

사업은 무명 직조 기능인 양성에 무게를 뒀다.

무명 직조 전 공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인이 없어 단절돼 가는 직조기술을 복원하고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해 내년 5월까지 9천500만원을 들여 양주2동 주민센터 내 작업장에 노인 등 과거 무명 직조자를 우선 선발해 교육을 실시한다.

전통 베틀을 활용해 옛조상들이 무명을 만든 동일한 방법으로 복원하고 과정별 직조 기능인을 교관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이어 내년 1월까지 무명 사업 관련 생산자, 후원자 등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을 벌인다.

현재 무명천 제작 완료단계로 사회적 협동조합을통해 산ㆍ학 협동으로 무명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계획이다.

내년 5월부터 2017년까지 5억원을 들여 회정동 LG패션복합단지 또는 산북동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내에 전시관, 체험장 등을 갖춘 슬로우패션관을 설치 운영한다.패션관에는 섬유의 변천과정 등을 담은 전시공간과 함께 무명 생산 작업장, 천연염색장, 체험장 등을 설치해 주민에게는 일자리 제공, 기업에는 홍보 효과로 공동 시너지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와 연계한 슬로우패션 제품 생산단계다.

내년 7월부터 대학, 기업체, 디자이너와 합동으로 무명을 활용해 수작업으로 고가의 슬로우패션 제품을 자체 개발하고, 패션쇼 등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명품 브랜드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어 2016년부터 양주시 고읍지구 일원에 1억5천만원을 투입,무명 및 목화제품을 판매하는 갤러리숍을 운영하는 한편 섬유패션 업체와 숍을 유치해 슬로우패션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전통섬유 1번지 ‘위상 UP’… 취약층 일자리 제공 ‘일석이조’

양주시는 이 사업을 통해 단절돼 가는 전통 무명직조기술을 복원하고 보존 관리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우수한 섬유기술을 보전ㆍ전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우리의 전통 섬유 무명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슬로우패션 원조 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동시에 지역 내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제공은 물론 주민주도의 일자리창출을 통한 복지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이 함께 만드는 수범사업으로 주민이 스스로 자립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임가공 위주의 섬유산업에서 완제품 및 고가품 생산으로 기업 부가가치를 높이고 다양하고 많은 일자리창출하는 한편 세계적 고유 패션브랜드 보유 등 슬로우패션선도도시로 성장하는 것이다.

양주=이종현기자

[인터뷰] 현삼식 양주시장

주민에 의한 新공동체사업 조만간 ‘명품 브랜드’ 탄생

Q 국내 최대 목화단지를 조성한 목적은.

A 양주시를 비롯한 경기북부는 국내 최대 의류산업 유통시장인 서울과 인접한 최적의 섬유소재 생산지로서 특히 니트와 염색분야가 발달해 스포츠웨어 등 세계적인 고급 니트 원단 생산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양주시는 양주에서 생산되는 섬유의 우수성을 알리고 섬유패션도시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으며, 섬유의 원천작물인 목화를 2012년부터 고읍동나리공원 일대에 재배하기 시작했다.

목화는 어르신들에게는 향수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가치가 높으며 목화를 이용한 제품 생산을 통해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할 것으로 판단했다.

Q 슬로우패션 선도도시로서의 청사진은.

A 슬로우푸드가 새로운 농촌사업으로 각광받듯 친환경적인 슬로우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나만의 제품, 나를 위한 제품을 소유한다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리라 본다. 슬로우패션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다.

개인 취향에 맞는 고품격 제품, 친환경 소재, 이미지메이킹 등이 함께 이뤄져야 슬로우패션의 가치가 높아지고 여기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관 주도가 아닌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참여하고 주도하는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금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 중이며 관내 소규모 봉제공장, 천연염색공장 등이 공동으로 수작업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한 제품을 전시 판매, 활성화해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하는 공동 명품 브랜드를 탄생시킬 것이

다.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만든 제품이 공동 브랜드로 출시되고, 이러한 사업체들이 한곳에 모이는 슬로우패션 거리를 조성하고 이곳에서 세계적인 패션쇼, 박람회 등을 유치해 슬로우패션의 세계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양주=이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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