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모으기’는 IMF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다. 전 국민이 힘을 모았던 28여년 전 역사다. 이보다 절절한 나라 구하기가 75년 전에 있었다. 1949~6·25전쟁 시기의 건국국채다. 빈손 건국과 전쟁 폐허의 시기였다. 세입 부족, 재정 적자로 나라가 어려웠다. 1949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채법이 제정됐다. 최빈국 국채는 필연적으로 불안했다. 그랬던 건국국채를 매입하는 심리는 애국심이었다. 내 돈을 기꺼이 국가 발전에 넣겠다는 사명감이었다.
6월 25일을 앞두고 경기일보가 건국국채 얘기를 전했다. 30년 전 작고한 장래복씨의 역사다. 경기도를 근거로 활동했던 사업가다. 제재소, 건설, 화물업을 했다. 1972년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 이사장도 역임했다. 그가 남긴 유품이 전해 온다. 오천원·이천원·일천원·일백환짜리 국채다. 발행일 ‘단기 4281년’, 발행 책임자 ‘재무부장관’. 만기는 5년이다. 장씨는 이 국채를 환가하지 않았다. 그의 자서전 갈피에 소중히 남겨 뒀다.
그의 딸 장성숙씨(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고문)가 본보에 그 사연을 전했다. “아버지는 늘 애국 정신을 가지고 살라고 가르치셨다.” 부친이 건국국채를 사들인 이유를 짐작했다. “6·25전쟁 직후 사들인 건국국채도 애국심이셨던 것 같다.” 폐허의 나라를 재건하려고 발행한 국채였다. 그 취지에 기꺼이 함께한 애국심이었다. 어찌 장씨만의 역사였겠는가. 해방공간, 6·25전쟁을 겪은 수많은 국민이 그렇게 참여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확인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성장했다. 국부가 몰라 보게 커졌다. 국채의 규모, 성격, 한계가 딴 세상 얘기다.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이 30조5천억원이다. 이 중에 19조8천억원을 국채로 조달한다. 하반기에도 추가 국채 발행이 예상된다. 국채 발행 한도가 197조6천억원에서 229조8천억원으로 확대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73조9천억원에서 110조4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총 국가 채무도 1천300조6천억원으로 늘어난다. 국채의 많고 적음은 기준이 아니다. 통화 규모 증대는 경제 성장의 기본 요소다. 경기부양의 기능도 갖고 있다.
다만 커진 국채 규모의 적정선을 걱정하는 소리는 있다. 국채로 형성한 통화의 사용처도 중요하다. 현금 지원, 부채 탕감 등에는 이견이 있다. 국채가 늘어도 감당 가능한 조건은 있다. 인구 규모가 크고, 기축통화국이거나 신용등급이 높으면 괜찮다. 우리는 아니다. 그래서 편하게만 지켜볼 수 없다. 75년 전 건국국채는 나라 살리는 애국심이었는데 2025년 국채는 풍요 속 적정성을 따져야 하는 과제다. 6·25전쟁 75주년에 새겨 볼 만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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