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다크투어리즘에서 배우는 교훈

전미숙 ㈔한국관광개발연구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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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 소식은 먼 중동의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여파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이 곧 인류의 역사라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의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으며, 왜 그 아픈 역사를 반복하게 되는지에 대해 성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토인비는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명언은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우리는 어떻게 역사를 기억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그 방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다크투어리즘이다.

 

다크투어리즘은 전쟁, 재난, 대형 참사 등 아픈 역사의 현장을 관광의 대상으로 삼아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되새기고 배우는 관광 형태다. 이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고 반성하며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는 중요한 과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크투어리즘 명소로는 유대인들이 학살된 아우슈비츠 수용소,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에 조성된 평화기념공원, 전 세계가 놀란 9·11 테러가 발생한 옛 무역센터 자리에 세워진 그라운드제로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다크투어리즘 명소가 많이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되고 고문당했던 서대문형무소, 6·25전쟁 중 포로들이 수용됐던 거제포로수용소, 남북 간 극한의 대치 속 접경지역에서 발견된 땅굴과 판문점, 미군의 사격장이었던 화성 매향리에 조성된 평화생태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전쟁 외에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마련된 안산 단원고의 기억교실과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고문이 자행된 남영동 대공분실을 보존한 민주화운동기념관, 광주의 전일빌딩도 다크투어리즘 자원이라 할 수 있다.

 

다크투어리즘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명확하다. 아픈 역사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로 인한 상처와 피해는 오랜 시간 지속되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에 철저한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 정세를 보면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을 잘 선택하고, 그들의 권한 남용을 감시하고 끊임없이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과 깨어 있는 국민들의 의식이 필요한 것 같다.

 

언젠가 전쟁을 겪은 세대가 한 발짝 물러서야 우리나라가 더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쟁세대는 생존을 위해 가족과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했지만 이제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전쟁을 겪었던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혹독한 전쟁을 경험하고도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모두 이뤄낸 우리 윗세대의 경험은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기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크투어리즘 명소들이 단순히 현장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담아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크투어리즘은 단순한 관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부디 아픈 역사가 이 땅에 반복되지 않기를,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도 평화로운 일상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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