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사라지는 10원짜리 동전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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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거북선, 다보탑, 벼 이삭, 두루미.... 각각 1원, 5원, 10원, 50원, 50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그림들이다. 유일하게 100원짜리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들어가 있다.

 

동전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길가에 떨어져 있어도 누구 하나 주우려 하지 않는다. 언제 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특히 10원짜리 동전은 즉석복권 긁기용으로 쓰이는 정도가 고작이다.

 

10원짜리 동전 발행액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다른 동전들도 발행액보다 환수액이 월등히 많았다는 집계도 나왔다. 지난달 기준으로 한국은행 발표가 그렇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10원짜리 동전 발행액은 1천700만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170만개를 새로 발행한 셈이다. 관련 통계가 남아 있는 1992년 1월 이후 가장 작은 액수다. 월간 10원짜리 동전 발행액은 2019년 8월 2억6천300만원(2천630만개)을 기록한 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2천만원(200만개)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고액은 2000년 8월의 5억9천300만원(5천930만개)이었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한은이 환수, 즉 시중에서 거둬들인 10원짜리 동전은 총 3천200만원(320만개)으로 발행액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그만큼 유통되는 양이 줄은 셈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50원짜리 동전은 5월 환수액이 2억3천200만원으로 발행액(1천800만원)의 13배에 달했다. 10원짜리 동전보다 더 빠르게 사라진 셈이다. 같은 달 100원짜리 동전 역시 환수액(14억6천200만원)이 발행액(1억3천700만원)의 11배였고 500원짜리 동전은 각각 24억7천500만원, 3억8천100만원 등으로 6배였다.

 

10원짜리 동전은 이제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다.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동전은 실물경제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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