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은 되고, 노조 안되고… 도의회 청사 시위 ‘이중잣대’ 논란

노조 ‘성희롱 의원 제명’ 피켓 시위
사무처, 내부 규칙따라 퇴거 요청
도의회 “의원에 퇴거 명령 어려워”

10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침묵 피켓시위를 하는 노조원들에게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들이 퇴거를 요청하고 있다. 김경희기자
10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침묵 피켓시위를 하는 노조원들에게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들이 퇴거를 요청하고 있다. 김경희기자

 

경기도의회가 자체 규칙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도의원과 직원들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확인됐다. 본회의장 앞에서 직원 성희롱 논란 의원의 처분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노조에 내부 규칙을 이유로 퇴거를 명령한 것인데, 해당 장소에서는 과거 여러 차례 도의원들의 집회가 진행된 적이 있어 이중 잣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경기도청공무원노조는 제384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 시작에 앞서 2층 본회의장 입구 앞에서 지난달 불거진 국민의힘 양우식 운영위원장(비례)의 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 시위를 했다.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7명의 노조원은 각각 본회의장 입구 앞에 나눠 서서 오전 10시30분부터 ‘성희롱 가해 양우식 의원을 제명하라’는 피켓을 들었다.

 

그러자 도의회 사무처는 청사방호 인력 등을 동원, 노조의 퇴거를 요청했다. 도의회 청사 내부에서는 시위가 금지돼 있어 노조의 행위가 이를 어긴 것이라는 게 이유다.

 

사무처가 지적한 조항은 ‘경기도의회 청사 출입·보안 규칙’ 14조 금지행위 조항으로 해당 규칙에서는 ‘청사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점거해 농성 등을 하는 행위’,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청사에서 행진 또는 시위를 하거나 벽보·깃발·현수막·피켓 기타 표지를 부착 또는 사용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당초 노조는 본회의장에 의원들이 입장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피켓 시위를 하려 했지만 사무처의 지속된 요구에 본회의 시작 직전 현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무처의 대응이 부적절한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가 시위를 해 제지받은 본회의장 앞은 도의원들이 회기 중 여러 차례 피켓을 들고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시위를 한 곳이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윤리특별위원회가 열리는 특위 회의실 앞에서 노조 관계자들이 침묵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도 시위 시작 이후 현장에서 퇴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김경희기자
10일 오후 윤리특별위원회가 열리는 특위 회의실 앞에서 노조 관계자들이 침묵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도 시위 시작 이후 현장에서 퇴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김경희기자

 

이 같은 상황은 이날 개최된 양 위원장에 대한 윤리특별위원회 앞에서 열린 피켓 시위에서도 반복됐다. 또 다른 노조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경기도청지부 민을수 위원장 등 2명의 노조원이 윤리특위 앞에서 ‘윤리특위는 공직사회 품격 미달 도의원을 제명하라’ 등의 피켓을 들자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지하며 현장에서 퇴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도의원이 할 수 있는 피켓 시위를 직원인 노조에게만 불허하는 모양새라 명백한 권력 지향 차별 행위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이에 대해 도의회 관계자는 “의원들에게 퇴거를 요청하지 못한 것은 사무처 직원들이 의원들에게 퇴거명령을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우리는 의원들의 의정활동도 존중하고, 노조의 노조활동도 존중하기 때문에 끌어내거나 하는 방식이 아닌 퇴거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