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회하던 중 갑자기 추진력 잃고 자유낙하 “엔진 계통서 기계적 문제 발생 가능성”
지난 29일 경북 포항에서 해상초계기가 추락하던 순간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30일 공개됐다.
해군은 이날 유족의 동의를 얻어 사고 당시 모습이 포착된 해군 포항기지 내 CCTV 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1분20초가량의 영상에는 활주로에서 정상적으로 이륙한 해상초계기 P-3CK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던 중 갑작스럽게 수직낙하하며 10초만에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각도에서 찍힌 영상을 보면 초계기가 오른쪽으로 돌기 위해 기체를 오른쪽으로 숙이던 중 우측 날개가 지면을 향할 만큼 완전히 몸통이 꺾이더니 자유낙하하듯 뱅글뱅글 돌면서 추락했다.
군 관계자는 “사고기가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중 기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기 엔진 계통에서 기계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사고기는 당시 오후 1시43분께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하는 ‘터치 앤 고’(Touch and Go) 이착륙 비행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착륙 3회 반복을 목표로 훈련하던 초계기는 첫 번째 이착륙을 무사히 마치고 두 번째 이착륙을 위해 이륙 후 우선회하던 중 추락했다.
사고 발생 시각은 훈련 시작 후 불과 6분 후인 1시49분이었다.
이날 초계기에는 정조종사 박진우 소령, 부조종사 이태훈 대위, 전술사 윤동규, 강신원 중사 등 4명이 타고 있었으며, 전원 사망했다. 이들은 순직 및 1계급 추서 진급이 결정됐다.
당시 사고기는 민가와 가까운 야산에 추락했으나 승무원 사망 외 민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군 관계자는 “조종사들은 기체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며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조종사들이 기수를 민가가 없는 방향으로 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군은 이날 오후 1시 해군항공사령부 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장례는 해군장으로 치러지고, 영결식은 6월1일이다.
한편 해당 초계기는 1966년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했다. 2007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입도돼 3년여 동안 성능개량을 한 뒤 2010년 해군에 도입됐고, 2030년 도태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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