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와 노란봉투법 [한양경제]

1.이사의 책임, 더 무겁게 지워야 하나?
2.감성주의의 위험한 접근,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제한 입법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박민재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는 인사·노무, 금융 및 구조조정, 기업 컴플라이언스, 국제거래, 국가계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 본지는 박 변호사의 전문성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박민재 변호사의 법률 톺아보기' 연재를 시작한다. 이 연재는 주요 법률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실무적 시사점을 제공할 예정이다. 첫 회에서는 상법 개정안 부결과 이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 문제,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제한 입법의 쟁점과 영향 등을 다룬다. 향후에도 두 건의 기고를 묶어 정기적으로 독자 여러분께 전달할 예정이다.(편집자주)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대륙아주 제공

 

1. 이사의 책임, 더 무겁게 지워야 하나?

 

상법 개정안이 국회 재의에서 부결됐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에 대해 충실의무를 부담하고 있다(상법 제382조의 3)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고, 이사가 직무수행에 있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개정안 제382조의 3 제①, ②항 신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입법화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사가 주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개정안이 대두된 이유는 대륙법계 (유럽 대륙의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형성, 발전해 앞으로 유라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널리 채택되고 있는 법계를 가리킨다)인 우리나라는 1962년 상법 제정때부터 제382조 제2항에서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사가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민법 제681조)를 부담한다고 보았다.

 

이사의 책임에 관한 상법 현행법과 개정안 내용.

 

그러다가 1998년 일부 상법을 개정하면서 이사의 책임 강화를 위해“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제382조의 3을 신설하였다. 영미법계(독일·프랑스 등의 대륙법계에 대비해서 영국과 그 연방 제국 및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법계(法系)다. 성문법주의의 대륙법에 반해 영미법은 판례법주의를 특색으로 한다)의 충실의무를 도입한 것이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무엇인지, 기존에 규정하고 있었던 위임관계에 기한 선관의무와 새로 도입한 충실의무의 관계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충실의무는 선관의무를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와 이사가 기관으로서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는 선관주의 의무이고, 개인의 자격에서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켜야 할 의무는 충실의무라고 구분하는 견해가 갈리었다.

 

그후 2011년 일부 개정때 이사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 또는 회사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기회를 제3자에게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에도 이사회에서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승인을 받도록 하고(상법 제397조의 2), 이사와 회사 간 자기거래의 요건을 이사뿐만 아니라 이사의 배우자 등까지로 확대하고(상법 제398조), 거래의 내용이 공정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했다.

 

ESG 경영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등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것)’도입의 바람이 불자,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발행하는 바람에 소수 주주들이 손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사는 회사에만 책임을 진다는 상법 규정 때문에 이사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시민단체와 일부 학자, 그리고 정치인들 사이에 상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을 명문화하면, 이사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게 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이 강화되며, 이사의 행위가 주주의 이익과 일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단기적인 사익 추구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증대에 더 우선순위를 두게 되고, 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며,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추세이므로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이사가 주주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하자는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13일 국회의 의결을 거쳤으나, 정부는 재의를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취지의 반대 의견을 명시했다.

 

첫째, 문언의 불명확성 때문에 주주 이익의 보호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기업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주주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권한이 없는 이사가 이해관계가 상이한 여러 주주에게 부담하는 의무가 서로 충돌하는 ‘의무의 충돌’ 상황에 빠져 오히려 이사회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개정안의 불확실성과 상징성은 자본력을 가진 투기적 세력이 단기이익을 목적으로 국내 기업을 공격할 때 ‘비대칭 전략무기’가 될 수 있다.

 

둘째, 대륙법계를 따르는 우리 상법은 이사와 회사 간의 법률관계를 위임계약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이사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주주에게 책임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어, 상법 체계에 맞지 않으며, 미국에서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한 성문법은 드물다.

 

셋째, 개정안은 이사가 부담해야 하는 의무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견해는 이에 더해, 전체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은 사실상 차이가 없고,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기존의 상법상의 회사에 대한 책임(제399조), 제3자에 대한 책임(상법 제401조) 등이 존재하며, 상법 외에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등에서 소수주주의 보호나 지배주주의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규제를 두고 있다.

 

만약 회사와 주주간 이익이 충돌하는 안건이 발생하는 경우 의사결정이 곤란해지며,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의 회사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에 한정되고,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이라고 하더라도, 회사 이익이 곧 주주 이익이라는 일반론적 문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주주의 이익이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주주와 회사의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는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해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대주주와 소수 주주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대주주 사이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같은 소수 주주라고 하더라도, 상속을 염두에 둔 주주와 당장 배당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해야 하는 주주는 배당정책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이사가 직접 관련도 없는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나? 어떤 주주의 이익을 존중해야 하나? 과감한 경영 판단이 어렵고, 의사결정이 지체되기 쉽다. 이사들 사이에 복지부동이 유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사는 이사회를 할 때마다 여러 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하게 되고,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보상과 강화된 임원배상책임보험을 요구하게 된다. 자본가의 리스크를 이사의 리스크로 떠넘기는 것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주주평등의 원칙’이라는 주식회사 제도의 대전제를 왜곡시킬 수 있다.

 

소수 주주는 회계장부 열람 청구권(상법 제466조 제1항),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상법 제366조 제1항) 등 여러 상법상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도 있다. 잘못을 저지른 이사가 있다면, 판례로 확립된 ‘경영판단의 원칙’ 위반이나, 형사상 배임죄 등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대기업이 문제라면, 상거래에 관한 일반법이라고 할 수 있는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그 책임자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부터 만들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모색하고, 여러 대안들 중에 어느 것이 최적인지를 비교 검토하여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결과 입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필요한 입법조치를 해야 한다. 법을 만들더라도,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비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주주의 입장, 기업의 입장, 이사의 입장, 소비자의 입장, 여러 입장에서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아야 한다. 무조건 센 법, 한쪽 단면만 바라보는 법은 기업의 자율을 해치고, 나아가 기업과 자본을 해외로 축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2. 감성주의의 위험한 접근,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제한 입법

 

2022년 8월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하청 노조를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노동조합 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었다. 회사 측이 노동조합 등에 대하여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과 가압류 집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함)개정안이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찰을 달고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사용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자, 어떤 사람이 4만 7000원이 담긴 노란 봉투를 보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그 노란 봉투는 손해배상금 마련에 도움을 준 것이지, 손해배상 자체를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었다고 할 것임에도, 파업에 대한 면죄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은 마치 ’희망‘ 내지 ’보호‘의 손길처럼 ‘노란 봉투법’라는 감성적인 별칭으로 표기되고 있다.

 

현행 규정이 어떤 문제점이 있길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으며, ‘노란봉투법’의 골자는 무엇인가?

 

우리 헌법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헌법 제33조 제1항),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를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6호). 또한 쟁의행위는 그 목적·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되고,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며,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아니 되며(제37조), 노동조합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사용자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제3조),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아닌 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가 적용되어 형사책임을 지지도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그렇다면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될 수 있는 노동조합법 제3조 소정의 ‘노동조합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란 무엇인가?

 

판례는“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7두10891 판결).

 

헌법재판소도 “헌법에서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취지에 적합한 쟁의행위만이 면책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 ~노동관계 당사자가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상의 한계를 존중하지 않으면 아니되며 그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한 범위 안에서 관계자들의 민사상 및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다. ”라고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9헌바168결정).

 

이와 같이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노동조합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사용자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그러한 한계를 벗어난 쟁의행위에 대해서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즉,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손해배상책임 때문에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3권 행사가 제약받는다고 하기 어렵다. 만약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시, 노동조합법이 정한 목적, 절차 등을 준수하였다면,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받았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손해배상책임도 면제받았을 것이다. 노동조합법이 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회사의 손해를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으면서도, 가장 최후의 강제수단인 물리력을 행사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만약 정당성 있는 쟁의행위로 인정받는 요건이나 절차가 비합리적으로 까다롭다면, 해당 조항을 개정하거나 판례 등을 통해 변경해 나갈 수 있다. 손해배상 전반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볼 사정변경이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여러 건의 개정안에 각기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손해배상 제한과 관련하여 살펴보자.

 

각 개정안은 폭력이나 파괴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 쟁의행위,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 사용자가 노동조합・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하거나 그 재산을 압류・가압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위법한 단체교섭・쟁의행위 등의 경우에도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민법」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고(민법 제750조),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상 면책을 하고 있으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사용자의 재산권 및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위법한 쟁의행위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또한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사용자의 손해를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지지 않는다면, 그 손해는 그대로 사용자의 부담으로 남게 되고, 사용자의 부담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되어 결국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종국적으로는 국가와 국민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법을 지키려는 준법의식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또한 가압류 금지에 관한 개정안의 경우,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집행의 실익이 없게 되는, 무리한 입법이라고 할 것이다. 법체계상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강제집행면탈의 범죄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

 

또한 개정안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영업손실과 제3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 등을 제외하고,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한 수준의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며,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상한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하청사업장의 규모를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도록 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입은 실제 피해규모와 상관없이, 불법행위를 한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 노동조합의 재정상황 등 불법행위자 측의 사정만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정한다는 것은 손해배상의 기본 원칙에 위반되며, 손해배상액의 범위는 행위자의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손해가 대상이 된다는 판례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5다30610 판결 등)에도 반한다.‘노동조합의 존립, 자주적인 활동을 해치지 않는 범위’는 모호한 개념일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규모가 적은 경우 사실상 손해배상책임을 거의 지지 않게 되고 불법행위가 더욱 과격해질 수 있다.

 

그 외에도 개정안은 고의, 중과실의 경우 나아가 폭력・파괴행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손해배상액의 경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민법 제765조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자는 그 배상으로 인하여 배상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에는 법원에 그 배상액의 경감을 청구할 수 있으나,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는 감경을 청구할 수 없다.

 

위법한 쟁의행위, 폭력・파괴행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참가한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다는 개정안은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원칙에 위반되며,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다.

 

개정안은 쟁의행위가 폭력・파괴행위가 아닌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 등의 경우에도 형사책임을 면제하여야 한다고 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당한 쟁의행위’는 「형법」(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되어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판례는 “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헌법 제33조 제1항),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전격성)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중대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고 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판례가 설시하고 있는 전격성 및 중대성 요건을 불문하고 형사면책을 인정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중대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거나 성실한 교섭 없이, 전격적으로 파업으로 직행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노사 갈등은 더욱 치열하고 파업은 과격해질 수 있다. 준법의식의 저하, 행위책임의 원칙 위배 등의 비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 외에도 개정안이 담고 있는 근로자 개념의 확대 등의 여러 조항이 모두 통과된다면,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사용자의 손해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건 노란 봉투가 아니라, 모든 불법을 뒤덮는 검은 천막이다. 근로자의 단결권 등 노동3권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법 체계를 뒤흔들거나 불법행위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근로자와 사용자를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기업도 근로자가 있어야 존속하고, 근로자도 기업이 있어야 노무를 제공할 수 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근로자가 약자일 수 있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용자가 절대 다수인 근로자의 물리적 힘에 대응하기 어렵다.

 

차제에 일상적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가 가질 수 있는 카드와 사용자가 가질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어, 함께 발전해가는 노사 관계를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자. 근로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하여, 근로자와 기업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진짜 노란봉투법’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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