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철금속 제련업계를 대표하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올해 1분기 실적이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고려아연이 전략광물과 귀금속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반면, 영풍은 아연 가격 하락과 환경 규제로 인해 3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8천3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조3천754억원) 대비 61.4% 늘어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별도 기준 매출은 2조3천886억원으로, 1천714억원에 그친 영풍의 14배에 달한다.
수익성에서도 높은 차이를 보였다. 고려아연은 같은 기간 연결 영업이익 2천711억원을 기록해 101분기 연속 영업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1분기보다 46.9% 증가한 수치로,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2천727억원에 달했다.
실적 상승의 배경에는 전략광물과 귀금속 부문의 급성장이 꼽힌다. 안티모니, 인듐 등 전략광물의 1분기 판매 실적은 900억원으로, 전년 동기(290억원)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이는 고려아연 별도 매출총이익의 20%를 차지하며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금 부문 매출은 1천548억원에서 3천581억원으로, 은 매출은 5천14억원에서 7천471억원으로 각각 131%, 49% 증가했다.
반면 영풍은 연결 기준 매출 5천71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563억원으로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손실 432억원)보다 손실 폭이 30% 넘게 확대됐다. 별도 기준 영업손실도 506억원으로, 전년 동기(-101억원) 대비 다섯 배 늘었다.
업계에서는 영풍의 실적 부진 배경으로 사업구조의 편중과 환경 리스크 대응 한계를 지목하고 있다. 영풍은 제련 부문 매출의 80% 이상을 아연괴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아연 시세 약세와 제련수수료(TC) 하락 등의 외부 변수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실적 하락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58일간 이어진 석포제련소 조업정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업정지 조치는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일부 지역사회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석포제련소의 영구 폐쇄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영풍은 2000년대 이후 반도체·전자 부품 계열사 인수를 통해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세준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코리아써키트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천546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적자 17억원, 순손실 2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시그네틱스, 영풍전자 등 다른 전자 계열사들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풍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과 주력 사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가치 제고’라는 인수 명분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한 비철금속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전략광물과 귀금속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반면, 영풍은 여전히 아연 의존도가 높다”며 “환경 규제 대응과 기술 투자 등에서도 양사 간 차이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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