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추경·노동정책 공방 속 전략 노출… 평가 엇갈린 전문가들 경제 이슈 중심 120분 격돌... "권영국도 의제 선점 의미 있어"
18일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1차 TV토론회는 ‘1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한 공세 속,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무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안정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임한 이재명 후보의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과 전체 토론 내용에 대해 평균 이하라는 냉정한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에서는 저성장 극복, 민생경제, 통상 전략,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 등 핵심 경제 현안을 중심으로 120분 동안 네 후보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특히 선두주자인 이재명 후보에게 질문과 공격이 집중되며 토론의 중심에 섰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공약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라며 연이어 압박했다. 이재명 후보는 "AI·재생에너지·문화산업을 3대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준석 후보는 이를 두고 "재정 부담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며 '돈풀기식 경제학'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돈이 순환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응수했고 이어 "승수효과를 설명한 것"이라며 "한 번 쓰이느냐, 세 번 쓰이느냐에 따라 경제 효과가 달라진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의 유세 발언 중 하나였던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이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표현은 토론장에서 재소환됐고 이준석 후보는 이를 '괴짜 경제학'이라고 조롱했다. 이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승수효과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극단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노동정책과 관련해선 이준석 후보가 "정년 연장을 말하면서 청년 일자리를 이야기하는 건 모순"이라 지적하자 이재명 후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고 맞받았다.
공방은 다른 의제로도 확산됐다. 이준석 후보는 민주당이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고발한 사건을 거론하며 "이재명은 고발하면 안 되고 김용태는 해도 되는 거냐"고 따졌다. 이 후보는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는 처벌돼야 한다"며 "과거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 후보가 "닭죽 파는 사람들보다 커피 장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말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2019년 기준 원재료값이 120원 정도였고, 시설비와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영세 자영업자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는데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전반적으로 이재명·권영국 후보는 '정권 심판' 프레임을,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반(反)이재명' 프레임을 각각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후보는 논리적인 수치와 반론을 앞세워 이재명 후보를 흔들었고, 김문수 후보는 전통적 보수 이슈에 집중하며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날 토론을 두고 '기대 이하의 이재명, 존재감 확인한 이준석'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재무 단국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이재명 후보는 중도 확장을 노렸지만 전략이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흐르면서 1위 후보로서의 중심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반면 이준석 후보는 전면 공세와 빠른 리듬으로 토론을 주도해 유권자에게는 분명한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와 체급 차이를 드러냈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후보만이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답할 수 있었고, 다른 후보들과의 차이가 느껴졌다"며 "오히려 체급 차가 두드러진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토론 전반에 대한 혹평도 나왔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내란을 극복하고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운 토론이었다"며 "오히려 권영국 후보가 미래 과제를 제시하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후보들의 경제 인식 수준이 기대보다 낮았고, 대부분 주제에 대한 진정성이나 이해도도 부족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도 이재명 후보는 무난했고, 권영국 후보는 진보정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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