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데 어떻게 바꿔요’… 경기도의회, 일괄정비규칙안 ‘부실심사’

조례 정비하며 없어진 조항인데 운영위·본회의서 유령안건 ‘통과’
일각 “의회, 거수기 전락” 지적에 “안건 많아 실수, 재발 없게 최선”

경기도의회 전경. 경기도의회 제공
경기도의회 전경. 경기도의회 제공

 

경기도의회에서 없는 조례 조항을 정비하겠다는 안건이 나와 본회의 문턱까지 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미 5개월 전 스스로 없앤 조항을 수정하기 위한 정비안이 아무런 제지 없이 발의되고 통과된 건데, 안건 내용을 살피지 않은 채 기계적인 ‘표 던지기’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월 열린 제38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는 운영위원회가 발의한 경기도의회 규칙 용어 등 일괄정비규칙안이 원안가결됐다.

 

이 규칙안은 법령 및 관련 조례의 개정에 따른 인용 조문 및 용어, 조직개편에 따른 변경사항 등을 일괄 정비해 자치법규의 현행화 및 법체계의 통일성을 유지하겠다는 명목으로 위원장이 제안한 안건이다.

 

문제는 이 규칙안 속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이하 윤리특위 규칙)’ 개정 내용이다.

 

위원장이 발의한 안건 속에는 윤리특위 규칙 17조2항을 개정하겠다며 해당 조항을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운영’에 대한 내용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현행 윤리특위 규칙에는 17조2항이 없다. 이미 지난해 12월 제379회 정례회에서 해당 조항을 정비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위원장은 윤리특위에 회부해야 하는 시한을 정하면서 조례를 정비, 의견수렴 조항을 신설해 이를 17조로 하고 자문위 운영에 관한 종전 17조를 19조로 옮겼다. 결국 현행 규칙 상에는 17조는 단일 조항으로 2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운영위에서는 물론, 본회의에서도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통과됐다는 얘기다.

 

이에 의회 스스로가 의회를 거수기로 전락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대로된 확인조차 없이 안건이 통과될 수 있도록 표를 던져서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방의회 역량 강화를 위해 정책지원관도 만들고, 역량 좋은 의원들을 뽑아 놨는데 어이가 없고, 유권자들이 놀랄 만한 그런 일”이라며 “반성해야 될 부분은 인정하고 빨리 반성하고, 능력이 없었다고 한다면 더 공부를 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의회 운영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안건 수가 많다보니 검토하던 중 실수가 나온 것 같다”며 “다시는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해당 안건을 발의한 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양우식 운영위원장(비례)은 최근 직원에 대한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뒤 일체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한 연락 역시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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