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급감하며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환경법 위반으로 조업이 중단됐던 석포제련소의 가동률 하락과 전자·반도체 계열사의 부진이 맞물리며 연결 실적이 크게 악화된 데다, 그룹 총수 일가의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천7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천414억원)보다 22.9% 줄며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매출도 1천714억원으로 전년 동기(2천918억원) 대비 41.3% 급감해 2천억원 선이 무너졌다. 연 매출 1조원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영업이익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56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32억원)보다 30.3% 확대되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별도 기준 영업손실 역시 50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01억원) 대비 5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환경오염에 따른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석포제련소는 올해 2월 26일부터 4월24일까지 58일간 조업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1분기 가동률은 31.3%로, 지난해 같은 기간(64.7%)보다 33.4%포인트 급감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실패도 문제로 지적된다. 1분기 기준 제련 부문 매출 중 아연괴 제품 및 상품 비중이 84.4%(1천446억원)에 달하며, 특정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한 구조가 외부 시장변동성에 취약한 원인이 됐다. 여기에 아연 가격 하락과 제련수수료(TC) 감소 등의 영향이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전자·반도체 부문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장세준 영풍 부회장이 이끄는 코리아써키트는 1분기 매출 3천546억원, 영업손실 17억원, 순손실 22억원을 기록했다. 시그네틱스는 111억원의 순손실로, 전년 동기(55억 원)보다 손실 폭이 2배 이상 늘었다. 영풍전자는 부품 불량 여파로 애플 벤더에서 퇴출된 이후 실적이 추락하며 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실적 회복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포제련소의 조업은 재개됐지만 가동률 회복과 업황 반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계열사 실적도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IB업계에선 이 같은 상황에도 영풍 오너 일가가 본업의 수익성 회복과 사업 경쟁력 강화에는 소홀한 채,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 안전, 경영 모두에 리스크가 산적한 가운데 뚜렷한 경영개선 전략 없이 실적 악화를 반복하는 구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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