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과 버스,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까지. 저마다 손에 들린 작은 핸드폰에 푹 빠져 시간을 보낸다. 채 60초도 안 되는 짧은 영상에 매료된 우린 책장을 넘겨본 적이 언제였는지 쉽사리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책과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MZ세대에선 ‘텍스트힙(Text Hip, 독서나 글을 읽는 행위에서 멋짐을 느끼는 현상)’이 주요 트렌드로 부상했다. 바쁜 일상에서도 일부러 시간을 내 종이책을 들여다보며 독서 인증, 독서 모임이나 토론 등을 하는 활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이고 연결될 수 있는 공간 조성에 나섰다. 아파트 단지 안 공간을 리모델링해 시간을 내지 않아도, 멀리 가는 번거로움 없이도 책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한다.
LH경기남부지역본부는 이 일환으로 임대주택 단지 내 주민공동시설을 활용한 ‘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6월 광명 소하동에서 입주민을 반기기 위해 새롭게 단장 중인 단지 내 작은도서관을 찾아가봤다.
■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공간”…광명 소하동 휴먼시아 6단지 ‘LH다우리 작은도서관’
지난 14일 찾은 광명 소하동 휴먼시아 6단지.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기웃거리는 한 공간이 있다. 투명한 문 넘어 보이는 알록달록한 이곳은 ‘LH다우리 작은도서관’으로, 오는 6월 중순 입주민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문을 열고 들어선 다우리 작은도서관은 사방이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영유아를 위한 그림책부터 초등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교육용 만화책, 어른들의 독서욕을 끌어올리는 다양한 소설 작품들까지 모든 연령을 위한 4천500여권의 책이 빼곡히 세워져 있었다.
이 도서관은 지난 2009년 7월 단지 입주와 동시에 문을 열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엔 쉽사리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입주민이 적었다고 한다. 대출과 반납을 도와줄 상주 직원이 없었던 터라 일주일에 한 번 문을 열었고, 자연스레 입주민의 발걸음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입주민들이 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원봉사에 나섰고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이자 입주민의 커뮤니티 시설이 됐다. 학원을 가기 전 잠깐 들려 숙제하는 아이들과 부모님이 잠시 외출해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 손주 마중을 나가기 전 잠시 휴식을 위해 들린 어르신까지. 이들에게 도서관은 언제든 마음 편히 들릴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LH경기남부지역본부는 이 작은도서관이 입주민과 주변 단지 주민들까지 더욱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해당 도서관을 시설개선사업대상으로 선정, 전폭적인 지원을 했고 지난달부터 시작된 리모델링 사업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또 개소식 이후에는 각 연령대에 맞춘 체험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안공주 LH다우리 작은도서관 매니저는 “많이들 찾아주는 공간이 LH의 지원으로 더욱 화사해지고, 책들도 많이 들여올 수 있게 돼 주민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닌,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문화 공간이자 소통 거점 시설로 재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 LH경기남부지역본부의 ‘작은도서관 활성화 및 시설개선사업’
여러 연구기관 조사 결과, 작은도서관이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로써 지역사회의 현안을 논의·해결하고, 지역의 평생학습 거점으로 마을 활동가를 양성하는 기능부여 등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LH경기남부지역본부는 소하동 휴먼시아 6단지 LH다우리 작은도서관과 같이 임대 아파트 단지 내 작은도서관을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작은도서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공모전에서 도서관 운영의 지속성, 공동체 활성화 계획, 공간 적합성 등을 종합 평가해 LH경기남부지역본부 소속 5개 단지(광명소하 휴먼시아, 화성 동탄2 쎈트럴써밋, 화성매송, 시흥 센텀베이2차, 시흥능곡13)가 활성화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선정된 도서관은 ▲리모델링을 통한 공간 개선 ▲입주민 커뮤니티 매니저(CM) 제도 운영 ▲작은도서관 운영 지원센터의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탈바꿈 중이다.
LH경기남부본부는 리모델링 시설 개선 지원을 통해 입주민 의견이 반영된 맞춤형 공간을 구성, 실수요자인 입주민의 편의를 도모한다. 또 시설물 안전사고 방지 및 CCTV 계획, 냉난방, 실내 환기 계획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하게 공간을 조성한다. 특히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주민 참여 기반의 ‘커뮤니티 매니저(CM) 제도’를 운영한다. 입주민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매니저를 채용, 작은도서관 운영과 프로그램 기획에 직접 참여해 돌봄부터 교육, 문화 교류까지 지역 공동체 거점 역할 등을 수행하고 있다.
또 도서관 서가 구성·도서 관리 및 입주민 참여 프로그램 운영 방법 등 맞춤형 종합 컨설팅을 위한 ‘작은도서관 운영 지원센터’를 운영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도서관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노선우 LH경기남부지역본부 주거서비스팀장은 “활성화 사업을 통해 작은도서관이 돌봄·교육·지역교류의 장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면서 “문화 체험 프로그램, 돌봄 공간 등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임대단지 문화를 통해 작은도서관이 지역공동체의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