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면 돌파', 김문수 '본진 사수', 이준석 '개혁 전면'
보수의 철옹성으로 불리던 TK(대구·경북)·PK(부산·울산·경남) 지역이 대선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국민의힘 후보 교체 파동으로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흔들리면서 이 지역이 이번 대선의 핵심 승부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김문수(국민의힘), 이준석(개혁신당) 세 주요 후보는 지난 12일 서울에서 각각 출정식을 치른 뒤 13일부터 이틀간 TK·PK 지역에 머무르며 본격적인 유세전에 돌입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이 틈을 비집고 보수 중도층 포섭에 나섰다. 그는 경북 안동 출신이라는 지역적 연고를 전면에 내세우며 “나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밝히는 등 TK 지역 민심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산업화를 이끈 공도 있다”고 평가하며 진보진영과는 다른 결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 후보는 13일 구미 유세를 시작으로 대구, 포항, 울산을 거쳐 오늘(14일)은 부산, 창원, 거제로 향하며 사실상 영남 전역을 누비고 있다. 민주당의 험지였던 TK 지역에서 지난 대선 20% 초반대였던 득표율을 이번에는 3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김문수 후보는 흔들리는 지지층 결집을 목표로 ‘본진 사수’에 나섰다. 경북 문경 출신인 그는 지사 재임 시절 다져온 지역 기반을 활용해 13일 대구, 울산, 부산을 돌았고, 오늘은 진주, 사천, 양산 등 PK 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신뢰 회복을 호소하는 한편 “좌파와의 대결이 보수 재건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로 전통 지지층 결속에 집중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TK·PK를 ‘보수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그는 “보수는 고쳐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바꿔 써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겨냥해 ‘대안 보수’ 이미지를 부각하는 모습이다. 특히 중도·청년층을 중심으로 실용주의와 자치분권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며 보수 진영 내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대선 초반 영남권의 유세 구도가 단순한 진영 대결이 아니라 보수의 재편과 확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변화가 감지되는 보수 텃밭에서 세 후보가 각자의 방식으로 보수의 심장을 건드리고 있다”며 “TK·PK 표심의 향방이 전국 판세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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