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후보 교체로 국힘 지도부 향한 작심 비판 봇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10일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작업을 벌인 가운데 당 안밖에서 반발이 나오면서 당이 둘로 쪼개지는 모양새다.

 

지도부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렸다”며 이번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당 안밖에서 잇따라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김문수 후보 대신 한덕수 후보를 대선 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3일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선후보로 선출한 지 일주일만이다.

 

이에 대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렸다”며 “여러 차례 의총을 열고 당원 여론조사로 모인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당 안밖에서 이와 관련해 반발이 터져 나왔다.

 

대선 최종 경선에서 탈락한 한동훈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들이 새벽 3시에 친윤이 미는 1명을 당으로 데려와 날치기로 단독 입후보 시켰다. 직전에 기습공고해 다른 사람 입후보를 물리적으로도 막았다”며 “북한도 이렇게는 안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과정을 거쳐서 억지로 한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내면 국민들로부터 표를 얼마나 받을 것 같냐”며 “친윤들이 그걸 모르겠는가. 친윤들은 자기 기득권 연명을 바랄 뿐, 승리에는 애당초 관심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 추종자들에 휘둘리는 당인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선 주자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한 X이 한밤중 계엄으로 자폭하더니 두 X이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라며 “미쳐도 좀 곱게 미쳐라. 이로써 한국 보수 레밍정당은 소멸해 없어지고 이준석만 홀로 남는구나”라고 썼다. 당내에선 홍 전 시장 발언 중 ‘한X’은 윤 전 대통령을, ‘두X’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지칭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은 페이스북에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대선 패배주의에 따른 당권장악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지금이라도 지금까지의 경선 과정을 인정하고, 정상적인 후보 단일화 과정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정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과정을 거친 후보의 선거를 지휘할 자신이 못내 없다”며 강원도당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페이스북에 “이런 절차로 후보를 교체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는 생각한다. 동의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단일화 무산에 따른 갈등이 지속되면서 국민의힘이 본선에서 단일화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계속되는 단일화 관련 갈등으로 인해 이번 대선에선 사실상 단일화를 통한 좋은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얼른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역효과가 나면서 국민의힘 지지층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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