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의 '이유 있는 자신감'… 단일화 거부, 고집일까 전략일까 [6·3 대선]

'무혈입성 안 된다'는 여론에 지지율 우상향… 정면 돌파 돌입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지난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지난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무소속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에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단일화 주도권을 놓고 정면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선 기간에는 '단일화는 당연하다'는 식의 입장을 고수했던 김 후보가 최종 본선 후보가 되자 '선결 조건'을 내걸며 단일화를 사실상 보류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고집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다른 한편에선 김문수 나름의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후보의 태도 변화에는 본선 후보로서의 위상 재정립이 깔려 있다. 경선 주자였을 때는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단일화 협상 테이블의 중심이라는 자신감을 앞세우고 있다. 실제로 그는 당무우선권 보장을 비롯한 선대위 구성권, 당직 인선 등을 요구하며 지도부와 신경전을 이어왔다.

 

전날인 6일에는 당 지도부가 단일화 문제를 설득하기 위해 대구에서 선거운동 중이던 김 후보를 직접 찾으려 하자, 김 후보는 일정을 전격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와 지도부와의 단판에 나섰다.

 

김 후보는 이날 밤 입장문을 내고 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취소하고 당 지도부의 단일화 개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 후보는 "불필요한 여론조사는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는 더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하라. 이 시각부터 단일화는 전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주도한다"고 했다.

 

이 같은 결단의 배경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김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도 자리잡고 있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4~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문수·한덕수 간 단일화 시 누가 더 적합한 후보인지 묻는 질문에 김 후보 25.9%, 한 후보 27.6%로 오차범위 내 박빙을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4·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13명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전화면접(100%) 방식으로 무선 RDD를 표본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다. 응답률은 10.0%로 집계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알 수 있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3~4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는 52% 대 39%, 한덕수 후보와는 51% 대 41%를 보였다.

 

해당 조사는 3일~4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천6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가상번호)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7.8%(5천667명 중 천6명)이며 4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김 후보는 스스로 공당의 공식 후보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당 안팎에서는 "김문수는 치열한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된 반면, 한덕수는 무혈 입성을 노린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단일화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김 후보에 대한 동정 여론과 정당한 후보라는 인식이 함께 커질 것이란 것이다.

 

여기에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 재점화도 김 후보에게 유리한 흐름을 만들어주고 있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자,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관을 비롯한 법관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사법부를 상대로 무리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런 공세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와, 중도층 유권자 사이에서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회동은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동이 단일화 국면의 향방을 좌우할 주도권 싸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 거부는 기싸움이자 전략적 시간 끌기"라며 "김 후보는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 환경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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