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립·은둔 청년 증가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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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다. 희망의 봄이면서도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밝음의 시기였지만 동시에 어둠의 나락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게 있었지만 한편으로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 우리는 엉뚱한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그 시절에 목청이 큰 권위자들도 좋든 나쁘든 오직 극단적인 비교로만 그 시대를 규정하려 했다.”

 

찰스 디킨스의 장편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1859년 발표됐다. 프랑스 대혁명이 배경이다. 두 도시는 혁명의 전운이 휩쓸어 버린 파리와 합리적인 통치와 위로부터의 혁명을 성공시킨 런던을 가리킨다.

 

이들 도시에선 기성세대의 모순과 억압 등을 피해 고립·은둔 청년들이 나온다. 이들은 사회를 원망하고 대립각을 세우지만 결국은 포기하고 자책에 빠진다. 한곳에서 오랜 기간 소외됐던 청년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50여년 전 모습이 현재의 대한민국과 겹친다. 애틋하고도 슬프다. 그 시절과 차이가 있다면 취업 문제 등일 터다.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 비율이 2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국무조정실의 분석 결과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거의 집에만 있던 청년 비율은 5.2%(임신·출산·장애 제외)로 집계됐다. 2022년 조사(2.4%)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아진 수치다.

 

고립·은둔하는 이유에 대해선 ‘취업 문제’가 32.8%로 가장 많았다. ‘인간관계 어려움’(11.1%), ‘학업 중단’(9.7%) 등이 뒤를 이었다. 우울증상 유병률은 2022년 6.1%에서 지난해 8.8%로 증가했다.

 

눈만 뜨면 해묵은 절망의 청구서가 날아오는 요즘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 건 어른들의 사명이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말아야 하는 올곧은 가치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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