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수시·정시 통합 논의 시작할 때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前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초대 회장

수시·정시 통합 논의 시작할 때

- 대입개편에 제언 上

image

현재 대입을 둘러싼 문제는 크게 ‘전형자료와 입시체계의 불일치’, ‘입시수요와 모집인원의 불일치’, 그리고 ‘수능과 교육과정의 불일치’에 기인한다. 한마디로 입시가 엇박자다. 입시가 단순화를 지향하는지, 다양화를 지향하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수험생 입시 부담 완화 차원에서 전형자료를 지속적으로 줄여왔지만 여전히 수시와 정시모집 다양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기회를 주고자 했던 수시와 정시 체계는 같은 교실 다른 입시 준비로 3학년 2학기 교실의 파행을 가져왔다

 

경쟁률도 비정상적이다. 수시 논술전형은 무려 60 대 1, 학생부종합이 20대 1 수준이고, 정시는 고작 4 대 1 수준이다. 9월 원서접수 후부터는 학생 지도가 어렵고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은 채 대학의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부터 실타래가 꼬여 버렸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먼저 대입전형의 기본 방향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학령인구 절벽시대 대입 정책의 방향은 ‘입시는 단순화, 교육은 다양화’가 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의 통합이다. 수시 정시 통합에서는 원서접수와 충원 시작일은 언제로 할 것이냐, 지원 횟수와 군별 모집이냐 차수 모집이냐, 학생부와 수능의 분리 운영이냐 통합 운영이냐 등이 쟁점이 될 것이다.

 

먼저 전형 시기는 현재 9월에서 11월로 늦추는 안이다.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포함된 학교생활기록부 기록과 수능성적 결과를 알고 자신에게 맞는 대학에 지원하게 된다. 현재 고입과 같다. 수능 성적을 대략 알고 지원하니 경쟁률이 대폭 낮아질 것이다. 수험생의 합격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9월 수시 원서접수 후 파행을 겪어 온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교실이 정상화될 것이다.

 

원서접수를 몇 회로 하느냐도 중요하다. 수능시험일을 11월 첫째 주 목요일로 한다면 현재 수시 정시처럼 1차와 2차로 나눠 수능성적이 나오기 전 1차모집을 11월 초에, 수능성적이 나온 후 12월 초에 2차모집을 진행할 수 있다. 1차모집은 주로 전형기간이 길게 소요되는 학생부 위주전형이, 2차모집은 수능위주전형이 대상이 될 것이다.

 

원서접수 기간을 두 차례로 나눠 진행하면 대학의 전형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1차와 2차 모집 간 중복 지원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시 합격자가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는 현재와 다르다. 지원 기회는 11월 전형기간을 고려해 1차와 2차모집 총 네 번의 지원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지원 차수 방식보다는 가·나·다·라군의 군별 모집이 대학 충원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학은 입시 단순화 차원에서 학생부와 수능을 어떻게 조합하느냐도 중요하다. 대학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산출물인 학교생활기록부와 전국 단위 국가표준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병행 활용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단순화돼야 한다. 학생부든 수능이든 3학년 2학기 교육과정까지를 정상적으로 평가하고, 대학은 해당 성적을 입시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엇박자 난 수능과 고교 교육과정을 일치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고등학교 교육을 충실히 이수하면 수능을 잘 볼 수 있는 시험이 돼야 한다. 수시 정시 통합은 학교 교육 정상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