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첫 실태조사…65.8% "한 번도 지원 받지 못해" 43.5%가 지원 몰라…청소년 눈높이 맞는 대안 필요 자유시간에는 잠·친구와 놀고파…정서적 빈곤 심화
경기도 가족돌봄 청소년 및 청년 10명 중 6명이 공공의 복지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를 책임진 어린 돌봄자들이 여가 시간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잠자기’, ‘친구와 놀기’일 정도로, 가정 내 상처가 안팎으로 곪고 있다.
■ 道 최초 실태조사…‘없는’ 지원책, ‘몰라서’ 못 받아
1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현재 도는 가족돌봄과 관련해 ‘경기형 가족돌봄수당’ 사업과 ‘아이돌봄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 영유아 및 아동을 돌보는 가정이나 양육 공백이 발생한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가족돌봄 청소년을 직접적으로 겨냥한다고는 볼 수 없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도와 경기복지재단은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한국갤럽과 도내 가족돌봄 청소년 및 청년(만 13~34세) 1천213명을 대상으로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도 차원에서 가족돌봄 청소년 관련 조사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5.8%는 “한 번도 공공 복지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48.6%는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한 경험이 없다”고도 응답했다.
공공 복지지원을 이용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몰라서’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과 서비스가 있는지 몰라서’(43.5%), ‘지원 대상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서’(23.9%), ‘지원 및 서비스를 받으려면 어디로 연락해야 할지 정보 접근이 어려워서’(20.7%) 등의 답변이 나왔다.
특히 이러한 정보의 접근 비율이 낮게 나타난 연령층은 ‘13~19세’로 조사됐다. 가족돌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의 해결책이 시급한 이유다.
도는 이를 토대로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만 24세 이하 청소년과 25세 이상 청년으로 구분해 지원 정책 강구 ▲기존에 운영되던 청소년 및 청년 관련 사업에 가족돌봄 청(소)년을 우선 대상으로 포함하는 연계 방안 모색 ▲공공사업의 부족과 유형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을 보완해 민간기관 사업 확대를 통한 참여 유도 등을 제언했다.
■ 끝나지 않는 굴레…나이 들수록 돌봄기간도 ↑
민간 차원에서도 별도의 대안 마련을 고민했다. 지난해 12월 월드비전이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와 함께 실시한 ‘돌봄 청소년 맞춤형 지원 체계 수립을 위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월드비전은 저출생·고령화로 돌봄 대상이 증가하고 돌봄 제공자가 줄어드는 와중, 앞으로 돌봄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월드비전 가족돌봄 청소년 통합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 1천117명을 대상으로 해당 연구를 시행했다.
이 연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8.5%(653명)가 가족돌봄 관련 지원 및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이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는 ‘어떠한 서비스가 있는지 몰라서’(54.1%), ‘어떻게 신청해야 할지 몰라서’(24.7%)로, 경기도 실태조사 결과와 유사했다.
또한 가족돌봄 청소년들은 통상 52개월간 돌봄이 필요한 가구원을 살펴온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 평균돌봄기간은 ‘만 6~13세’는 37.1개월, ‘만 14~19세’는 45.81개월, ‘만 20~24세’는 53.25개월, ‘만 25세 이상’은 70.77개월 순이다. 연령이 늘수록 평균돌봄기간이 길어진다는 건 어릴 때부터 이어진 가족돌봄의 굴레가 중간에 끝나지 않고 계속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원치 않은 가족돌봄 행태는 청소년들의 ‘학업’ 문제와도 연결된다. 가족돌봄을 이유로 학교나 직장에 조퇴 혹은 결석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5%로 집계됐다. 월 1회 이상 조퇴·결석하는 비율은 28%였고, 주 1회 이상 조퇴·결석하는 비율도 17%에 달했다.
이에 응답자 절반 이상은 공공기관(32%)과 민간기관(26%)의 도움을 원했지만, 반대로 그 누구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 이들(8%)도 있었다. 이유 상당수는 ‘창피해서’, ‘민폐 같아서’, ‘미안해서’,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서’ 등 사회적 낙인을 꺼려서다.
현재 가족돌봄 청소년들에게 ‘희망하는 만큼의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묻자 24.4%는 ‘잠자기·휴식하기’, 24.3%는 ‘친구와 놀기·시간 보내기’라고 말했다. 돌봄 부담으로 기본적인 사회생활과 충분한 휴식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의 현실을 반영한다.
■ “더 아프고 덜 행복해”…가족돌봄 청(소)년 우울감 7.2배 ↑
가족돌봄 청(소)년이 느끼는 공통된 어려움은 ‘시간적 빈곤’, ‘경제적 빈곤’, ‘정서적 빈곤’으로 추려진다. 실제 이들은 일반 청(소)년보다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7.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중‧고생 및 만 13~34세 청(소)년 4만3천832명 중 가족돌봄 청(소)년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가족돌봄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가족돌봄 청(소)년의 우울감 유병률은 61.5%로 집계됐다. 8.5% 수준인 일반 청(소)년의 7배 이상이다. 특히 가족 부양을 도맡는 ‘주돌봄자’ 청(소)년의 경우 우울감 유병률이 70.9%에 달해 더 큰 격차를 보였다.
또 ‘자신의 삶에 불만족한다’고 답한 일반 청(소)년은 10.3%인 반면, 가족돌봄 청(소)년은 22.2%를 기록했다. 주돌봄자는 32.9%까지 3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아이들이 우울감 및 불만족을 호소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돈’이었다. 심지어 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부모가 사망하면 부채가 가족돌봄 청소년에게 떠넘겨지기도 해 대안이 요구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채무위기아동을 발굴했는데, 지난해에만 이러한 법률지원 대상자들이 4명(4건)으로 집계됐다. 이 외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2건(17명) ▲2022년 36건(52명) ▲2023년 10건(14명) 등이다.
지난 2022년 12월 민법이 개정되면서 ‘빚의 연좌제’를 막는 방안이 마련되긴 했다. 개정안은 빚 상속 위기를 알게 된 후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어린 청소년들에겐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가족돌봄 청소년과 같은 아이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다 부모님이 채무를 남겨놓고 돌아가셔서 자녀인 아이들이 빚을 떠안게 되는 경우다. 빚은 부모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힘으로는 예방할 수도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단은 지자체 및 아동권리보장원 등과 협력해 사망신고부터 아동·청소년 등 미성년자에게 상속 관련 제도를 안내하고 한정승인, 후견인 선임 등 상속 관련 무료 법률구조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의 관심 바란다”고 덧붙였다.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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