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사망 4년 만에 첫 재판… 의료진 ‘미필적 고의 살인’ 혐의

정예은 인턴기자 ye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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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검찰 “마라도나는 희생자…피고인들 엄벌해야”
증인만 120여 명…재판 4~5개월 지속될 듯

'마라도나 사망 사건' 법정에 선 주치의(오른쪽 2번째). AP=연합뉴스
'마라도나 사망 사건' 법정에 선 주치의(오른쪽 2번째). AP=연합뉴스

 

2020년 사망한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망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규정한 아르헨티나 검찰이 당시 그를 치료했던 의료진을 대상으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협의’를 적용했다. 첫 공판이 열린 건 마라도나가 사망한 지 4년여 만이었다.

 

11일(현지시간) 연합뉴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법정에서는 2020년 마라도나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 7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아르헨티나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진의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마라도나에게 부실한 환경에서의 재택 치료를 무리하게 강권해 마라도나를 사망으로 이끌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선 숨지기 직전 침대에 누워 있던 마라도나의 사진도 공개됐는데, 해당 사진 속 마라도나의 입에는 튜브가 매달려 있고 그의 배는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었다. 이 사진을 증거로 제시한 페라리 검사는 “우리는 마라도나를 희생자로 둔 범죄의 한 장면을 보고 있다”며 “피고인들은 마라도나의 집에서 공포의 극장을 연출한 공모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11월25일, 마라도나는 뇌혈종 제거 수술을 받고 자택에서 회복하던 중 급성 폐부종과 심부전에 의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60세였던 그가 수술 2주 만에 숨진 뒤 1년여간 사건을 수사한 아르헨티나 검찰은 당시 마라도나를 집에서 치료하던 의료진들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의료진들이 마라도나가 위독하다는 징후를 무시했고, 최소 12시간 동안 지속적이고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명백한 신호가 있었다’는 의료 전문가 위원회의 소견을 제시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현지 언론 라나시온 보도에 따르면 이날 재판에서 마라도나의 주치의였던 신경과 전문의를 비롯한 피고인 측 변호사들은 “치료 방식과 형태는 모두 그의 가족과 협의하며 진행했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피고인들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최소 8년, 최고 2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사망한 마라도나를 발견했던 주간 간호사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라 이날 법정에는 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에 채택된 증인이 120여 명에 이르는 데다, 의료 소송은 의료진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기 매우 까다롭다는 것을 고려하면, 변론 절차는 앞으로 4~5개월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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