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엄원식 교수, 모발보다 100배 얇고 질긴 3D 프린팅 섬유 개발

먹장어 점액서 영감 받아 기술 한계 극복

하이드로젤 내부에 3D 프린팅된 먹장어 모사 섬유 구조체. 단국대 제공
하이드로젤 내부에 3D 프린팅된 먹장어 모사 섬유 구조체. 단국대 제공

 

엄원식 단국대 교수가 먹장어 점액에서 영감을 얻어 머리카락보다 100배 얇고 질긴 초미세 섬유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8일 단국대에 따르면 고분자시스템공학부 엄 교수 연구팀은 미국 일리노이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공동으로 1.5µm(마이크로미터·1µm는 100만분의 1m) 직경의 초미세 섬유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기존 기술의 한계 극복을 위해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먹장어는 외부의 위협을 받으면 엄청난 양의 끈끈한 점액을 뿜어낸다. 점액은 단순한 젤이 아니라 섬유질 실타래로 구성돼 있으며 강하고 질긴 섬유질로 변해 먹장어를 보호한다.

 

기존 3D프린팅 기술로는 동물의 털보다 얇은 16µm 이하의 섬유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는 데다 섬유가 16µm 이하로 얇아지면 표면 장력으로 쉽게 끊어지고 제작 속도가 느려지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에 연구팀은 먹장어 점액의 초미세 섬유질 실타래 구조 모사를 위해 기존 3D프린팅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초미세 섬유의 프린팅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기존 3D프린팅의 적층제조 기술이 아니라 섬유공학에서 활용되는 습식방사 원리인 ‘용매 교환(solvent exchange)’을 도입해 하이드로젤 내부에서 프린팅된 잉크가 즉시 굳도록 설계했다.

 

이 기술은 직경 1.5µm의 초미세 섬유를 빠르게 프린팅하고 여러 개의 노즐을 병렬로 인쇄해 50만 배 이상 빨라졌다. 5MPa(메가파스칼)의 부드러운 고무부터 3천500MPa의 플라스틱까지 다양한 탄성 계수를 가진 열가소성 고분자 재료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Fast 3D printing of fine, continuous, and soft fibers via embedded solvent exchange(용매 교환을 통한 미세하고 연속적인 연질 섬유의 빠른 3D 프린팅)’이다.

 

엄원식 교수는 “기존 3D 프린팅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방식으로 초미세 섬유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의료용 최소 침습 약물 전달 장치, 로봇 촉각 센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국대, 미국 일리노이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홍익대가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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