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인공지능과 시니어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 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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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공지능(AI)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모든 첨단 기술이 그렇듯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은 주로 젊은 세대의 몫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매킨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Z세대의 절반과 밀레니얼세대의 60% 이상이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65세 이상 시니어층의 활용률은 20%에 불과하다. AI와 노년층을 연결하는 담론 또한 주로 돌봄, 말벗, 건강 관리 등 ‘수혜자’로서의 위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AI 시대 시니어들의 경쟁력을 간과한 것이다. AI의 장점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이며 이는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제공된다.

 

따라서 AI 시대의 진정한 개인 경쟁력은 데이터화하기 어렵고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원천 경험’에서 비롯되며 바로 이 지점에서 시니어들은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패턴을 발견하는 데 탁월하지만 최종적인 판단이나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다.

 

AI는 윤리적 판단, 전체적인 맥락 파악, 인간에 대한 공감 능력과 설득력 발휘 등에서는 취약한 반면 특정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온 시니어들은 자신만의 경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관과 통찰력을 발휘해 이러한 AI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시니어들은 AI가 제시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현실에 최적화된 선택을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AI의 답변 속에서도 오류나 비약, 허점을 짚어내는 현장 경험으로 축적된 직관과 통찰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니어들의 경험과 지혜가 AI의 막대한 데이터베이스 및 추론 능력과 결합될 때 비로소 AI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이 탄생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미국의 벤처캐피털 ‘브릴리언트 마인드’는 50세 이상의 창업가들을 중점적으로 지원, “시니어의 지혜야말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혁신의 원천”임을 강조하면서 정년이나 은퇴 같은 고정관념은 AI 시대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일부 로펌에서도 고참 변호사의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AI에 학습시켜 신입 변호사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숙련된 지혜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이러한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물론 단지 나이만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의미 있는 경험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소화해 독창적인 통찰력을 가진 시니어들만이 AI 시대의 새로운 기회를 활용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 AI 시대에 경쟁력 있는 시니어가 된다는 것은 풍부한 스토리를 지닌 매력적인 인간으로 성숙해 간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자신만의 경험을 새로운 기술에 접목하는 ‘젊은 시니어’와 기술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성숙한 주니어’들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 사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귀중한 지식 창고이자 AI 시대의 능동적인 창조자로서 자리매김하는 그런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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